7장 격변하는 왕국(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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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격변하는 왕국(3)
"어,어...잘못 들어왔나? 미안합니다."
가면을 쓰고 있는 인물이 들어와서 얘기하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여관에 있던 모든 이들이 무슨 일이 일어난지 모르고 멍하니 있었는데 그중 제일 먼저 정신 차린 것은 카미드 백작이었다.
"잠,잠시만요!"
카미드 백작은 귀족의 여유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헐레벌떡 뛰어나가면서 여관의 문을 열고 나갔다. 문을 열고 나간 백작은 가면을 쓴 남자를 붙잡아서 얘기하기 시작했고 문이 열려있는 관계로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은 카미드 백작의 대화를 보고 들을 수 있었다.
"혹,혹시 듀로크님 아니십니까?"
"응? 맞는데?"
"듀,듀로크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어떻게 알고?"
"왕자님한테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빨리 들어오시지요. 안에서 많은 인원이 듀로크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를? 왜?"
"그야 당연히 듀로크님이 유명하시니까 그렇지요. 자자,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가면을 쓴 남자는 백작의 재촉에 여관 안으로 들어왔다. 피터는 물론이고 안에 있는 모든 인원들이 그에게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백작이 큰 목소리로 얘기했다.
"모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방금 전에도 말했다시피 모든 계획을 세우고 왕국을 개편하고 있는 듀로크님입니다! 박수로 맞이해 주십쇼!"
짝짝짝짝짝.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절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피터도 박수를 쳤지만 그저 무덤덤하게 행동하였다. 왜냐하면 자신이 생각하고 있었던 인물상과 일치하지 않을뿐더러 그가 이 계획을 고안해내고 카리스마가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박수 소리가 그저 평범한 이유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듀로크님. 어쩌다가 여기에 오셨습니까?"
백작은 능숙하게 진행을 하며 물어봤고 가면을 쓴 남자는 대답했다.
"내가 계획한 걸로 뽑았으니까 확인하러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그런데...영 생각보다 별로인데?"
가면을 쓴 남자의 말에 당황하거나 혹은 분노하는 이들이 생겼다. 그때 몸이 산만하고 험악한 인상을 가진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다시 한 번 얘기해봐라."
백작은 앞으로 나온 남자를 저지하려고 했지만 이내 가면을 쓴 남자가 오히려 손을 들어서 백작을 제지하고 남자의 앞에 섰다. 키 차이가 얼굴 하나 이상 났고 가면을 쓴 이도 몸이 좋았지만 남자는 완전히 단련된 철과 같은 근육을 갖고 있었다.
제 3자가 본다면 누구나 남자가 이길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해보시지?"
"고작해야 익스퍼트 중급으로 보이는데 아닌가?"
"큭. 그 입 한번만 더 씨불이면 아가리를 털어주마."
"털어봐. 고작 그 실력으로 때릴 수 있을까?"
부웅!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주먹을 휘둘렀다. 구경하던 이가 놀라운 탄성을 지를 정도로 남자는 덩치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빠르기를 보여주었고 주먹이 공기를 꿰뚫는 소리가 들려왔다. 단단한 철과 같은 근육에서 나온 주먹에 가면 사나이가 나가 떨어질 것이라고 대부분이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콰앙!!
"이럴 수가!"
"뭐,뭐야?!"
구경하던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경악했고 주먹을 휘두른 남자도, 백작도, 피터도 같은 심정이었다. 가면을 쓴 남자는 그저 손가락 하나로 괴력이 담긴 주먹을 막았다. 주먹과 손가락이 부딪히는 순간 충격파가 뒤로 날아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지만 가면의 남자는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아함~ 이게 끝이야? 손가락 하나 치우지도 못하면서 뭘 털어준다고?"
"이익!"
산적의 인상을 가지고 있는 남자가 얼굴에 핏줄이 솟아오를 정도로 힘을 주었지만 손가락은 미동도 채 하지 않았다.
스윽...따아악!
"커억!"
거구의 남자가 딱밤을 맞고 마치 거인의 주먹에 맞은 것처럼 날아갔다. 남자는 그대로 문앞까지 날아가서 눈을 까뒤집고 기절했다.
"후우~ 한 손가락도 안되면서 까불기는. 저 녀석은 제외시켜. 인성부터가 잘못되었어. 내가 분명히 인성도 보라고 했을 텐데?"
"죄,죄송합니다. 빨리 내보내겠습니다."
백작은 손짓하여 쓰러진 남자를 여관 밖으로 내보냈다.
"이제 나한테 불만은 없겠지?"
피터는 어떻게 딱밤으로 때렸는데 저런 소리가 날 수 있는지 믿을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자신뿐만이 아닌 모양인지 다른 이들도 똑같은 표정이었다.
"여기서 질문 하나 하지. 내가 어떻게 저 녀석의 주먹을 손가락 하나로 막을 수 있었을까. 아는 사람?"
기웃거리며 눈치를 보다가 한 명의 여자 마법사가 손을 들고 얘기했다.
"육체적인 능력은 아니고 마법으로 인한 육체적 강화인 것 같습니다."
"100점 만점에 50점. 그 이상의 대답은 없나?"
이번에는 옆구리에 검을 차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 얘기했다.
"마나가 집중적으로 손가락에 모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나를 응용해서 손가락에 집중시켜 강화한 것이 아닙니까?"
"정답."
대답한 중년 남성은 물론이고 나머지 모든 이들이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마나를 그렇게 운영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것으로 달관한 노인 마법사나 수십 년을 단련한 기사가 가능했다고 들었지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였기 때문이었다.
"저기...듀로크님이 맞습니까?"
"맞는데?"
"듀로크님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그래."
가면의 남자, 아니 듀로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제가 소문으로 듣기로는 듀로크님이 귀족들을 몰아내면서 왕국을 개혁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모든 이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핵심 질문이었다. 듀로크는 진지하게 물어본 이가 무안하게 느껴질 정도로 간단하게 대답했다.
"맞아."
"그,그...어떻게 귀족들을 몰아내었습니까?"
듀로크의 대답에 질문하던 남자는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먼저 도둑 길드를 통해서 귀족들의 정보를 모았고 귀족회의에서 그들의 약점을 잡았다."
"그렇군요."
"그리고 마법으로 죽여버렸지."
"....."
듀로크의 대답에 일순간 조용해졌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파악이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백작이 빠르게 나와서 얘기했다.
"다,다음 질문 받겠습니다. 다음 분?"
이번에는 남성의 마법사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듀로크님은 마법사가 맞으십니까?"
"맞아."
"그러면 몇써클 마법사이시지요?"
다들 남자의 질문에 모든 신경을 듀로크에 집중하고 대답하는 것을 기다렸다. 왜냐하면 그의 무력은 소문으로 들었지만 몇써클의 마법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7써클 마법사인가? 아니면 설마 8서클? 8서클이라면 정말 영웅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피터는 듀로크가 대답하기 전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어서 듀로크의 입에서 나온 말에 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9서클인데?"
"말도 안됩니다!"
"거,거짓말이야!"
"설,설마..."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모든 이들이 반발하며 믿지 못하고 의심했다. 그건 그들에게 있어서 당연했다. 9서클 마법사는 역사에 단 3명만이 출현했고 더구나 제일 약소국인 라이언 왕국에서 9서클 마법사가 나왔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왜 못 믿어? 맞다니까?"
"증명해보십쇼!"
"맞습니다. 9서클 마법사라면 헬파이어를 사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마법사들의 반발이 제일 심했다. 그들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9서클 마법사란 신과 같은 존재였기에 9서클 마법사라고 거짓말하는 것은 믿고 있는 신을 모욕하는 것과 같았다.
"나는 괜찮은데, 너희들 버틸 수 있겠어? 헬파이어의 온도는 상상을 초월해서 힘들 텐데?"
"저희들을 무시하지 마십쇼. 저희들이 모두 힘을 합치면 앱솔루트 실드를 펼칠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러면 믿겠어."
듀로크는 대부분이 4,5서클 마법사였지만 그들이 힘을 합친다면 8서클 방어마법인 앱솔루트 실드를 펼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할 수 없이 헬파이어를 시전하기로 결정했다.
"준비하라고."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다들 사실을 확인하고 싶은 모양인지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무도 계획하지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행동했다. 나이가 제일 많아 보이는 한 명의 마법사가 대표로 마법진을 그렸고 마법진의 꼭지점에 마법사들이 하나하나씩 서서 준비를 하였다. 마법진의 중앙에는 마법진을 그린 제일 늙은 마법사가 자리 잡았다. 늙은 마법사가 제일 연륜이 많고 먼저 나서서 행동하는 것이 다른 이들보다 높은 써클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몇몇은 자신들에게 피해가 올까봐 문앞으로 이동해서 지켜보았지만 피터는 마법사들을 믿고 가만히 앉아서 구경하기로 했다. 피터는 자신이 용감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9서클 마법을 직접 가까이서 볼 기회는 죽을 때까지 지금이 아니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무섭지만 가만히 있기로 하였다.
"그럼 시작하겠네."
늙은 마법사가 중얼거리며 영창하기 시작하자 마법진이 빛을 내며 발동되었다. 그와 동시에 마법진의 꼭지점에 서 있던 마법사들에게서 마나가 뽑아져 나와 늙은 마법사에게 흡수되고 있었다. 피터는 자신의 눈에도 마나가 보이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면서 동시에 마나가 흡수당하는 마법사들이 식은땀을 흘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조금만 더...조금만 더..."
늙은 마법사도 똑같이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는데 다른 마법사들과는 달랐다. 마나가 흡수당하는 마법사들은 안색이 창백해져 가는 가운데 늙은 마법사의 안색은 점점 붉어졌다.
"앱,앱솔루트 실드!"
뿌연 막 같은 것이 앉아있는 이들을 모두 감쌀 정도로 커다랗게 생성되었다. 마나를 뽑아낸 마법사들은 8서클 마법을 만드는데 성공해서 기쁨의 눈빛으로 쳐다보았고 늙은 마법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준비되었습니다."
"으음...당신의 이름은 뭐지?"
"전 뤼나티크라고 합니다."
늙은 마법사는 듀로크를 향해 마치 상관을 대하는 것처럼 얘기했는데 마법사들은 서클이 계급이고 나이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피터는 알고 있었다.
"높은 서클의 마법을 발동시키는데 부족한 마나를 메꾸기 위해서 다른 마법사들의 마나를 흡수해서 사용하는 마법진이군. 좋은 마법진이야. 당신이 만들었나?"
"아닙니다. 저도 제 스승한테 물려받은 것입니다."
늙은 마법사가 듀로크의 칭찬에 엄청 기뻐하고 있다는 것이 제 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모를 수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좋은 마법진을 왜 사용하지 않는 거지?"
"그건...저와 제 스승이 평민이여서 그렇습니다."
"그건 지금까지의 이야기고. 나중에 왕국에서 나를 찾아오도록. 그 마법진에 대해서 토의하도록 하지."
"영,영광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해보기 전에 나도 임시방편으로 실드를 쳐놓겠다. 여관을 날려버리면 안 되니까."
듀로크가 한번 손짓을 하자 여관의 내부에 뿌연 막이 생성되었다.
"아닛!"
"이,이럴수가!"
모든 이들이 경악했다. 수십 명의 마법사들이 힘들게 만든 실드를 듀로크는 그저 손짓 한번으로 만든 것이다. 그것도 마법사들이 만든 실드보다 몇 배는 커다란 실드를. 마법사들의 놀라움은 다른 이들보다 심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듀로크가 영창 없이 8서클 마법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9서클 마법사라고 해도 8서클 마법을 영창 없이 사용하기 힘든데 그것을 해냈으니 9서클 마법사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놀라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였다.
"헬파이어."
듀로크의 주먹 위에서 검은 불꽃이 생성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생성된 검은 불꽃은 활활 타오르며 자신의 위용을 뽑아내었다. 검은 불길이 뿜어내는 극한의 온도는 8서클의 방어 실드를 뚫고 느껴질 정도였다.
듀로크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지옥에서 생성된 것 같은 검은 불길을 보며 전율했다. 누군가는 검은 불길의 위압감에. 누군가는 순수한 검은 색의 불길에. 누군가는 9서클의 마법을 봤다는 고양감에 전율했다.
특히나 마법사들은 무릎을 꿇고 숭배하거나 떨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듀로크가 생성한 검은 불길을 얼마 동안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을 때 듀로크가 주먹을 쥐는 것으로 사라졌다.
"아..."
아쉬움의 탄성이 울려 퍼졌고 모두 그제야 어딘가에 홀려있다가 정신을 차린 것처럼 행동했다. 듀로크는 그런 이들을 향해 얘기했다.
"증명했지? 이제 믿으라고.
피터는 9서클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가면 속에서 순진하게 웃고 있을 것 같은 듀로크를 보며 참 독특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이제부터는 저 듀로크라는 인물의 시대라는 것을 피터는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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