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격변하는 왕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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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격변하는 왕국(2)
나는 텔레포트를 이용해서 벨리온과 나르샤와 함께 라이언 왕국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내가 돌아와서 바로 한 행동은 바로 매트 왕자를 만나는 일이었다.
"오셨습니까? 듀로크님."
"그래. 별일 없었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쫓겨나간 귀족들은 대부분 듀로크님의 말대로 떠났고 일부만 아직 조금 더 시간을 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르샤님은 오랜만이십니다. 무슨 일로 저희 왕국에 오셨습니까?"
"이 녀석은 그저 심심해서 온 것뿐이야."
"왜 네가 대답해?"
"그럼 아니냐?"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지만...그렇게 됐다."
"있으시고 싶으신 만큼 있으셔도 됩니다. 나르샤님 같이 강하고 아름다운 엘프를 싫어하는 이는 없을 겁니다."
"아부는 그만 떨고 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국왕도 함께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런데..이 자는 누구입니까?"
매트 왕자는 벨리온을 쳐다보며 얘기했다. 나는 마족인 것을 밝힐까 고민했지만 인간에게 마족의 인식은 오크보다 심해서 얘기하지 않기로 하였다.
"인간이 아니라는 것만 가르쳐주지. 나르샤와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
"듀로크님은 강자들을 모으는 재능이 있는 모양입니다. 나르샤님과 비슷한 강자라니..."
"뭐...그런가?"
그 이야기를 끝으로 나와 나르샤, 벨리온은 매트 왕자를 따라서 걸어갔다. 걸어가는 와중에도 주위가 시끄러웠는데 그 이유는 바로 우리들에게 있었다. 벨리온은 보기 힘들 정도의 미남이였고 나르샤는 아름답다는 엘프였기에 시선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나는 그동안 해놓은 일이 있었기에 유명해졌고 무표정 가면은 나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었다.
"우와아~ 저 엘프 좀 봐. 여자인 내가 봐도 너무나 아름다운 것 같아."
"저 미남도 지지 않은 것 같은데? 미남과 엘프라니, 둘이 잘 맞을 것 같아."
'잘 맞는다고? 개뿔이.'
지나가면서 여자 하인들이 얘기하는 것을 들은 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마족과 엘프인 둘이 잘 맞는다는 것은 물과 불이 잘 어울린다는 말과 같았다. 그렇게 비웃는 사이에 어느새 국왕이 있는 방에 도착할 수 있었고 문을 열기도 전에 안에서 자주 들었던 소리가 들려왔다.
"키에엑~"
"와이번이 여기 있나?"
"전하께서 트이번을 보고 의외로 좋아하셔서 지금은 전하랑 같이 생활하는 중입니다."
"국왕을 돌보는 녀석들에게는 재앙이겠구만."
"그 말에 반박할 수는 없겠네요."
매트 왕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국왕은 들어오는 이들을 보다가 이내 새로운 2명을 보고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선남선녀로구나. 한 명은 엘프이고 한 명은 누구인가?"
"모르고 있는게 득일 거야. 인간은 아니라는 것만 얘기해주지. 이 엘프는 나르샤라고 하고 이 미남은 벨리온이라고 해."
"나르샤라고 한다. 인간의 왕이여."
"벨리온이라고 한다."
"허허허. 볼품없는 내 성에 잘 왔네. 부디 좋은 시간을 보내다 가게나."
"크흠. 내가 이렇게 온 이유는 후의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얘기하기 위해서 온 거야."
"계속 얘기하게나."
"알겠어. 그런데 매트 왕자, 이번에 발런 후작에게 귀족들이 남기고 간 재산과 병력을 압수하라고 했었는데 어떻게 됐어?"
"예. 지금도 처리하는 중인데 지금까지 모인 것만 해도 상당한 양입니다."
"어느 정도인데?"
"지금까지 모인 재산은 200만 골드이고 병력은 총 10만 명입니다."
"그 정도만 있었어도 라이언 왕국은 약소국으로 불리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200만 골드와 10만 명의 병력은 상당한 재산과 병력이었다. 더구나 아직 완전히 압수하지도 않았는데 그 정도라면 모두 모았을 때는 라이언 왕국을 다시 일으키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 그와 동시에 그동안 귀족들이 얼마나 썩어있었는지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새로운 인재를 뽑는 것은 어떻게 되고 있어?"
"준비 중이긴 한데 자세한 내용은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러면 나한테 생각이 있는데 들어볼래?"
"듀로크님이 말씀하시는 건데 제가 싫다고 하겠습니까? 부디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 생각에는 각각 도시 및 마을에 답사단을 보내서 인재들을 뽑는게 좋을 것 같아. 물론 신분에 상관없고 재능만으로 뽑겠다는 소문을 뿌리고."
"어떻게 뽑으실 생각이십니까?"
"먼저 분야별로 뽑아야지. 먼저 대표적인 3개는 머리, 검, 마법. 이 3가지로 나누고 나머지 기타로 뽑아."
"기타...라는 말씀은?"
"상술에 재능이 있거나 검과 마법을 제외하고도 무력에 재능이 있는 것처럼 다른 기타 재능이 있는 이들을 말하는 거지."
"그렇군요."
"그리고 재능뿐만 아니라 인성도 볼 거야. 아무리 재능이 좋아도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면 오히려 해가 되지. 그리고 뽑은 인물 중에 스파이는 없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
"알겠습니다."
"그 인재들을 어떻게 뽑을지는 내가 정할게. 매트 왕자와 국왕은 그들을 뽑으러 갈 답사단에 귀족들을 보내야 하니까 믿을만한 귀족들을 뽑아줘."
"맡겨만 주십쇼."
"자네 의견을 따르겠네."
결국 나는 벨리온과 나르샤에게 물어보면서 의논을 했고 끝내 어떻게 할지 정할 수가 있었다. 무력 쪽은 바위 1미터 짜리를 절반, 혹은 부술 경우 통과시키기로 하였고 두뇌 쪽은 내가 따로 질문을 생각해두기로 하였다. 그리고 답사단에 가는 귀족들에게는 분야별로 최대 10명까지만 뽑으라고 했다.
즉, 검으로 바위를 부순 이가 20명 이여도 그들 중 상위 10명만을 뽑으라는 말이었다. 인성에 대한 질문은 귀족들에게 자발적으로 느낀 바나 직접 물어보라고 하기로 했다. 인성 같은 경우는 질문을 따로 생각해두어도 직접 만나보지 않는 이상 알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혹시 귀족들이 도망가고 남은 땅 중에서 쓸만한 곳 있어?"
"여러 곳이 있긴 합니다만 왜 그러시는지요?"
"내 휘하에 도둑 길드 하나가 있는데 땅 하나 주려고. 아예 라이언 왕국의 정보 담당으로 하려는데?"
"허...도둑 길드까지 휘하에 두셨습니까?"
"어. 귀족들과 왕국의 정보가 필요했었거든. 그래서 그냥 하는 김에 휘하에 두면서 투기장에서 쓸만한 녀석들도 데리고 왔지."
"역시 투기장의 가면 사나이는 듀로크님이 맞으셨군요. 이름이 같고 소문의 내용으로 봐서 듀로크님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래? 그래서 땅이 어디에 있는데?"
"왕성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왕성까지 거리도 멀지 않고 땅도 크면서 비옥하여 노른자 같은 땅입니다."
"원래 그 땅을 자리 잡고 있던 귀족은 누구지?"
"예이츠 후작입니다."
"풋!"
나는 설마 예이츠 후작이라고 얘기할 줄은 몰랐기에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운명인가? 재밌군. 도시 이름은?"
"그라니움입니다."
"그라니움. 그러면 거기를 다스릴 귀족은 그렇게 진행해도 되겠지?"
"괜찮다. 말했다시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알겠어. 그러면 기사도 새로 뽑을 예정인데 기사단장과 부기사단장도 내 휘하 애들을 넣을게."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르와 제이슨이라고 들어본 적 있나?"
"혹시 늑대인간 르를 말하는 겁니까?"
"맞아. 들어본 적 있어?"
"투기장의 유명한 챔피언이라고 들어본 적 있습니다."
"그래? 그럼 아는 녀석들도 있겠구만. 하여튼 그렇게 알고 있어."
"알겠습니다."
매트 왕자와의 대화를 끝내고 약 일주일 동안 나는 왕국 개편의 계획을 짰다. 나르샤와 벨리온은 일주일 동안 틈만 나면 대련을 해서 라이언 왕국의 대련장이 버티지 못하고 모두 초토화가 되었다. 매트 왕자가 미안한 표정으로 올 때부터 나는 짐작을 하였고 결국 한숨을 쉬며 갖고 있는 보석들을 주고 고치라고 하였다.
또 다른 일이 있었는데 바로 시도 때도 없이 벨리온과 나르샤를 보려고 오는 이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오라고 해도 오기 싫어했던 이들이 이렇게 다가오니 짜증이 나면서 괜히 둘을 데려왔나 하고 생각될 정도였다.
이렇게 계획을 대충 짜고 일주일이 지나서 이제 실행에 옮기려는 찰나에 매트 왕자가 나를 찾아왔다.
"듀로크님.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말해봐."
"답사단을 보낸 이들 중에서 첫 번째로 인재를 뽑았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상당한 인재들이 많다고 합니다."
"어디인데?"
"왕성에서 가까운 동쪽에 있는 도시로 페티스라는 이름의 도시입니다."
"좌표 있어?"
"있습니다만...직접 가보실 겁니까?"
"응. 처음으로 뽑았다며? 그러면 나도 한번 확인해봐야지. 내가 하자는 대로 했는데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해야 하잖아? 확인 차원에서 직접 가봐야겠어."
"그렇게 얘기하신다면야...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나는 매트 왕자가 갖다 준 좌표를 본 후에 텔레포트를 하였고 페티스를 향해 이동했다.
나는 페티스에 도착한 것을 느끼고 눈을 떴다. 도시의 중앙에 텔레포트된 것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떨어지고 있는 몸을 플라이 마법으로 속도를 줄여서 안전하게 착지하였다. 착지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상당히 많은 인파들이 움직이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그런지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뭐,뭐야?"
"마법사인가? 하늘에서 내려오다니."
"가면? 무표정 가면이라면...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웅성웅성.
나는 나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가면의 사나이 아니야?"
"맞아! 그 이름이...뭐였지?"
"나 알고 있어! 듀로크라고 했던 것 같아!"
"듀로크?"
"듀로크!"
웅성웅성!
"젠장. 일이 귀찮아지는군."
추후에 그란 왕국과 라이언 왕국을 동맹관계로 만들려면 내가 압도적인 추종과 지지를 받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안 돼서 마음과 반대로 조용히 움직이기로 하였다.
"인비저빌리티."
투명화 마법을 사용해서 내 몸을 보이지 않게 하고 조용히 움직였다. 나는 내가 어느 정도로 인지도가 있는지 몰랐는데 실상 이렇게 만나보니까 생각보다 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지도를 어떻게 올릴까 고민했었던 나로서는 좋으면서도 떨떠름한 상황이었다.
'다른 왕국에 비교당하기 때문에 영웅성이 있는 자를 본능적으로 찾는 건가? 아니면 이 시대는 원래 그런 것인가. 모르겠군.'
나는 결국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하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움직였다. 거리에는 상당히 많은 이들이 활보하고 다녔는데 나는 활보하고 다니던 이들 중 한 명을 잡고 물어봤다.
"여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지?"
"답사단이 머물고 있다는 걸 모르나?"
"어디서 머무는데?"
"우리 도시의 최대 여관을 몰라? 당신 대체 누구길래..."
남자는 뒤를 돌아보았고 이내 안색이 핼쑥해졌다. 왜 그런지 나는 순간 이해하지 못했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지금 투명화 마법을 사용하고 있어서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귀,귀신이다!"
남자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와서 귀신과 대화한 줄 알고 순식간에 줄행랑을 치며 사라졌다. 그 남자 때문에 잠깐 소란이 있었지만 워낙 활보하는 사람이 많아서 금세 진정되었다. 나는 그 남자가 얘기했던 여관을 찾기 위해서 플라이 마법을 사용해서 위로 올라갔다.
"어디 보자....저건가?"
플라이 마법으로 올라가서 주위를 살펴보니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화려한 건물이 보였다. 날아가서 가까이 보니까 크기도 상당히 크고 여관 시설이 보이는 것이 남자가 말한 여관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에 수많은 인물들이 있는 것이 느껴졌고 무의 길을 걷는 이들도 느껴지는 것이 두번째로 나에게 확신을 주었다. 투명화 마법을 풀고 나는 여관의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왜냐하면 모든 인물들이 문을 열고 들어온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그들의 눈빛에서 갈망과 같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분위기가 왠지 모든 신경을 나한테 쏟아붓는 것 같아서 그 압박감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답변했다.
"어,어...잘못 들어왔나? 미안합니다."
나는 문을 닫고 여관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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