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64화 (64/360)

6장 라이언 왕국으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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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라이언 왕국으로(6)

"그럼 자네는 먼저 무엇을 할 건가?"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썩은 귀족들을 없애버리는 것. 귀족 회의가 언제지?"

"오늘입니다. 약 5시간 후에 예정되어있습니다."

"그래? 보자..."

나는 마법 배낭에서 하나의 서류를 꺼내서 빠르게 훑어보았다. 그런데 서류를 훑어보다가 두 개의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들어보니 국왕과 매트 왕자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 서류는 뭡니까?"

"이거? 귀족들과 왕국의 상세정보."

"예? 한번 봐도 되겠습니까?"

"그러던지."

나는 서류를 매트 왕자에게 건네주었다. 매트 왕자는 서류를 차근차근 훑어보았고 표정이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매트 왕자가 저렇게 표정이 다양각색 했었나 하고 생각될 정도였다.

"이,이 서류는 어,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왜 말을 더듬어? 문제 있어?"

"어,어떻게 이런 정보를...저조차 모르는 정보들도 있습니다."

"그래? 쥬디아가 일을 확실히 했구만. 귀족들을 이 정보를 토대로 걸러내야지."

매트의 말대로 서류에는 왕국에 대한 정보와 귀족들의 세세한 정보가 있었다. 귀족들의 약점이 될만한 정보는 물론이고 타왕국의 스파이, 진정으로 왕국을 위해 일하는 귀족들, 말 그대로 자신의 배만 채우기 바쁜 귀족까지. 모든 이들의 정보가 자세히 적혀져 있었다.

"그럼 나는 서류의 내용을 외울 테니까 시간 되면 불러줘."

"알겠습니다."

나는 매트왕자에게 얘기하고 귀빈실을 향해 이동했다.

"흐음..."

높은 지능을 이어받은 두뇌로도 약 30분은 걸릴 정도로 상당한 양이었다. 시험을 보기 위해 두꺼운 전공책을 깡그리 다 외우는 기분과 똑같았다.

똑똑.

"응? 아직 시간은 되지 않았을 텐데?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내 예상과 다른 인물이었다. 바로 내게 퀘스트를 요청했었던 발런 후작이었다.

"어? 이제 왔나 보네?"

"자네가 성공했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왔네. 하지만 정말로 혼자서 해내다니...듣고도 믿기지 않는군."

"말했잖아. 믿으라고. 그보다 보상 얘기했지?"

"그래. 찬성하라고 했지. 하지만 어떤 것을 찬성하라는 건가?"

"나는 현재 국왕에게까지 허락을 받은 상태야. 좀 있으면 열리는 귀족회의 있지? 거기서 내가 깽판을 칠 예정이거든. 그러면 당신은 내 말에 찬성해주면 돼."

"알겠네.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거래를 한 이상 그것을 지키는 것은 도리이지."

"좋아. 믿겠어. 그런데 워디슨과 아레아는?"

"지금 부모를 만나고 있네."

"아레아의 부모라...레크리 백작과 부인 아리스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네."

발런 후작은 내가 레크리 백작과 아리스 부인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둘 다 청렴하고 흠잡을 곳이 딱히 없는 중립파 귀족. 단 하나 흠잡는다면 융통성이 없고 엄격하다는 점. 역시 당신의 아들답군. 원래 위가 깨끗해야 아래도 깨끗한 법이니까."

"칭찬 고맙군. 그런데 어떻게 내 아들과 며느리를 알고 있는 건가?"

"다 방법이 있지. 그렇다면 지금 아레아와 워디슨은 부모와 만나서 분위기가 좋지 않겠군?"

"자업자득이네. 부모의 속을 모르고 그런 행동을 하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부모의 속을 썩이는 것은 잘못이긴 하지. 하지만 그 원인이 바로 그 부모들에게 있다는 점은 생각하지 않는가? 당신이라면 충분히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안다고 해도 내가 끼어들 일이 아니네."

"그래? 그럼 내가 끼어들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런 후작은 내가 갑자기 일어나서 걸어가려고 하자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자,자네 뭐라고 했나?"

"끼어든다고. 아무리 부모라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그 녀석들은 내게 얽혀있는 몸. 맘대로 하게 둘 수는 없지."

나는 나를 중심적으로 탐지마법을 펼쳤다. 워디슨과 아레아의 기운은 미리 기억해두어서 찾는데 그렇게 무리가 없었다. 워디슨과 아레아는 귀빈실에서 거리도 멀지 않을뿐더러 같은 왕성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좋아. 그럼 갔다 오지."

"잠,잠깐..."

나는 발런 후작이 말리기 전에 빠르게 귀빈실을 나가서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여긴가?"

나는 왕성에 있는 수많은 방들 중 일부로 보이는 방 앞에 도착하였다. 방 안에서는 워디슨과 아레아, 그리고 백작과 그의 부인으로 짐작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고 그 외로 기색을 숨기고 있는 이들이 몇 명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레아! 네가 없어져서 우리들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느냐?!"

"죄,죄송해요...하,하지만 저는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결혼을 하지는 않을 거에요."

"이것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느냐!"

"레아야. 너도 처음만 싫을 뿐이란다. 나도 처음에는 싫었지만 지금은 행복하잖니? 너도 그렇게 될 거란다."

"아니요. 저는 그러지 않을 거에요. 분명히 후회할 거에요."

"왜? 정녕 워디슨 때문에 그런 거니?"

"...모르겠어요. 아직은. 하지만 후회한다는 것은 확실해요."

"허어...나가서 그렇게 고생을 했으면서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안 되겠다. 그렇다면 무력으로라도 데려갈 수밖에."

"제가 있는 이상 쉽게 그럴 수는 없을 겁니다."

나는 기색을 숨기고 있던 이들이 움직이려는 분위기를 보이자 들어갈 타이밍이라는 것을 깨닫고 문을 열면서 들어갔다.

벌컥.

내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오자 안에 있었던 이들이 멍하니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그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마법을 시전하였다.

"매직 미사일."

1서클 마법인 매직 미사일. 1서클 마법이지만 활용을 잘하면 충분한 타격까지 줄 수 있는 마법이다. 나는 숨어있는 이들이 피하기 전에 매직 미사일로 복부를 강타하였고 그들은 힘도 쓰지 못하고 쓰러졌다.

"무력으로 제압하려 하면 안 되지. 그건 상급자로서의 도리가 아니지 않나?"

"듀로크님!"

워디슨과 아레아는 나를 보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당,당신은 누군가?"

"나는 듀로크. 이 녀석들이 섬기는 몸이지."

나는 아레아와 백작과의 사이에 서서 백작을 향해 얘기했다.

"이 녀석들은 내게 속해져 있는 이들인데 당신이 맘대로 하면 안 되지. 안 그런가? 레크리 백작."

"흥. 자네야말로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보다 깊은 관계인가? 가족 간의 일에서는 빠지시지."

"그럴 수야 없지. 이 녀석들을 산적들에게 구해준 것은 바로 나거든. 그에 대한 보상으로 나의 짐꾼들이 되기로 했으니까."

"...당신이 구해준 이인가?"

"그런데?"

"그 점은 고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가족 간의 일에는 간섭하지 말아줬으면 하는군."

"그래? 나한테 좋게 보이는 것이 좋을 텐데?"

"...무슨 소리지?"

"그건 좀 있으면 알게 될 거야. 오늘 귀족회의가 있잖아?"

"그랬지. 갑자기 귀족회의를 할 줄은 몰랐지만."

레크리 백작도 왕성에 있었던 일을 모르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매트 왕자가 은폐를 잘한 건지 아니면 모두 관심이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난리를 쳤는데 알려지지 않은 것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느꼈다.

"이 녀석들은 잠시 내가 데리고 있도록 하지. 귀족회의 이후에 다시 만나는게 어떻겠는가?"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그러는게 당신에게 이로울 거야."

나와 백작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눈빛 교환을 했다. 백작은 나의 눈을 보고 내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는지 이내 수긍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알겠다. 단, 귀족회의가 끝날 때까지다."

"당신!"

백작의 부인은 백작이 수긍할 줄 몰랐는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백작은 했던 말을 취소할 인물로 보이지 않았을뿐더러 백작 본인도 부인의 말에 요지부동이었다.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워디슨, 아레아. 가자."

"예,예!"

워디슨과 아레아는 나를 따라서 밖으로 나왔고 귀빈실을 향해 돌아갔다. 아까까지 있던 발런 후작은 어디론가 간 모양인지 귀빈실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트이번만이 반갑다는 듯이 소리를 지르며 반겨주었다.

"키에엑~"

"히익!"

트이번을 처음 보는 모양인지 아레아는 비명을 질렀고 워디슨은 새로 구한 것으로 추정되는 검을 들고 방어자세를 보여주었다.

"와,와이번!"

"와이번이 왜 여기에?"

"응? 그러고 보니 너희들은 처음 봤구나? 이 녀석은 매트 왕자가 키우고 있는 와이번인 트이번이라고 한다."

"카악~"

트이번은 반갑다며 소리를 질렀지만 워디슨과 아레아는 뒷걸음질 쳤다.

"무서워 하지 않아도 돼. 이 녀석은 물지 않으니까. 그보다 너희들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이던데?"

"...예. 예상은 했지만 만나보니 더 심하더군요."

"휴..."

워디슨과 아레아의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마 내가 없는 동안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상당한 스트레스까지 받았을 거라고 예상되었다.

"내가 귀족회의 이후에 어떻게든 해줄 테니까 지금은 편히 있어라."

"예?"

"듀로크님이 왜..."

"응? 싫어?"

"아,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감사드려서..."

"그냥 지금까지 같이 다녔던 정이라고 생각해. 어차피 힘든 것도 아니고."

"감,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워디슨과 아레아는 고개를 90도로 숙여서 고맙다는 것을 표현했다.

"그 대신 조건이 있다."

"말만 하십쇼.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다 들어드리겠습니다."

"저,저도 들어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말이야...너희들 사귀든지 말든지 확실히 정해. 내가 귀족회의 갔다 오기 전까지."

"예?!"

내 말에 워디슨과 아레아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경악을 했다.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침대에 누워서 오늘 일을 계기로 결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똑똑.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매트 왕자였다.

"듀로크님. 곧 있으면 귀족회의가 열립니다."

"그래? 알겠어. 워디슨과 아레아는 내가 올 때까지 정해놓도록."

"예..."

나는 다시 말해서 못을 박은 후에 매트 왕자를 따라갔다. 이동하던 도중 아직도 내 소문이 없어지지 않았는지 나를 쏘아보는 눈빛들이 느껴졌지만 나는 무시하고 걸어갔다.

매트 왕자를 따라가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나는 과연 나에 대한 소문이 무슨 내용일까 하며 추리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조그마한 대화가 들려왔다.

"제라프 자작. 자네 이번 사업이 잘되고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

"별거 아닙니다. 모리타 백작님. 백작님이야말로 게덴과의 거래가 순조롭다고 들었습니다만?"

"하하하. 헛소문일세. 그저 이익이 조금 쏠쏠할 뿐이지. 그보다 레드 후작님. 후작님의 영지에서 최근 개척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허허허. 국민들이 기부를 많이 해줘서 가능했던 일이지."

"국민들이 먼저 선뜻 기부를 하다니..역시 레드 후작님이십니다."

"평소의 덕망으로 인한 거겠지. 부끄럽네. 그러는 자네도...."

오감이 발달하여 민감해진 청각 덕분에 멀리서도 귀족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고 그들의 대화를 나는 한마디로 축약했다.

"가관이군."

"...죄송합니다."

매트 왕자는 마치 자신이 실수한 것처럼 미안하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었고 나는 매트 왕자의 어깨를 잡고 얘기했다.

"그저 간과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수도 있지.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고쳐나가려고 하는 의지를 보인다면 과거는 상관없어. 항상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지, 과거가 아니야."

"...예."

"그리고 저 녀석들이 문제지. 네가 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러니 이제 신경 쓰지 말라고."

"...감사합니다."

내가 가볍게 얘기한 말이 매트에게는 크게 작용한 모양인지 눈가가 촉촉해지고 있었다. 아마 나처럼 얘기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자신의 고초를 알아준 것이 처음이여서 그런 것 같았다. 나는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왕자에게 큰 책임을 지게 한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얘기했다.

"이제는 걱정하지마. 내가 있으니까."

"...배려 감사합니다."

"뭘. 아, 그러고 보면 예이츠 후작의 병력들은 어떻게 했지?"

"절반 이상이 도망갔지만 절반은 국왕 직속 병력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래? 이번 귀족들을 몰아내면서 그런 병력이 더 증가할 거니까 알아서 전환시켜. 그럼 이만 들어가도록 하지."

매트 왕자와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귀족회의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밖에서 문을 지키고 있던 시종은 매트 왕자가 온 것을 보고 고개를 수그리며 문을 열었다. 안에는 수십 명의 귀족들이 있었는데 서로 대화를 하는 귀족들도 있었고 가만히 사태를 구경하는 귀족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나와 매트 왕자가 들어오자 모든 대화를 멈추고 쳐다보았다. 매트 왕자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보고 중앙에 나와서 얘기했다.

"귀족회의에 참가해주신 귀족 여러분. 이렇게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모이게 된 이유는 한 분을 소개시켜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허...한 명을 소개하기 위해서 귀족들을 다 모았다는 겁니까? 지금?"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참 기대가 되는군요."

귀족들은 매트 왕자를 향해 비꼬는 말투로 얘기했다. 나는 더욱 가관이라고 생각하며 매트 왕자 앞으로 나서서 얘기했다.

"그로고 남작. 게덴에서 노예들을 수십 명을 사서 사창가를 운영한다고 하던데?"

"아,아니 그건..."

"크로커스 백작. 국민들에게 과잉 세금을 물고 자신의 배만 채우기 바쁘다지? 지금 국민들이 굶어 죽고 있다는데?"

"누,누가 그런 말을 하는가?!"

매트 왕자를 향해 비꼬던 2명의 얼굴을 보고 나는 서류에 적혀져 있던 정보들을 내뱉었다. 예상대로 찔리는 구석들이 있던 2명은 말을 더듬으면서 변호했지만 당황하는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이걸로 끝이 아니지. 부르크 자작은 지금까지 어린아이 24명을 강간한 강간마이고 발루 남작은 타왕국에 라이언 왕국의 정보를 몰래 빼돌렸고 테베즈 백작은 도박장을 만들어서 운영했으며 그리고..."

"그만!"

"넌 대체 누구길래 그런 망언을 하는 거냐?!"

찔리는 구석이 있는 귀족들이 자리에 일어나서 소리쳤다. 나는 적의를 품고 있는 그들의 얼굴을 보고 코웃음을 치며 얘기했다.

"망언? 과연 망언일까? 나는 왠지 근거 있다고 생각되는데? 안 그런가? 발런 후작."

나의 말에 발런 후작에게 모든 시선이 몰렸다. 발런 후작은 한방 먹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나도 망언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네. 충분히 근거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네만."

"뭐,뭣!"

"발,발런 후작!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발런 후작이 그렇게 동의할 줄 몰랐는지 귀족들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발런 후작은 귀족 중의 대표귀족으로 그가 동의했다는 것은 내가 한 말에 진실성이 담겨있다고 말해주는 것이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소크라 백작."

카니스 마을에서 헤어졌던 소크라 백작이 이곳에 있는 것을 본 나는 소크라 백작에게 물어봤고 소크라 백작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저도 근거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사실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봐서 맞는 것 같습니다."

"무,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대체?!"

"저자를 당장 끌어내야 합니다! 경비병!"

갑자기 급해진 귀족들이 일어서며 얘기했다. 귀족들의 말에 귀족회의를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이 무기를 챙기며 나한테 몰려왔다. 하지만 익스퍼트조차 되지 않는 이들이 몰려오는 것은 불나방들이 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바인드."

수십 명의 경비병들이 바인드 마법에 속박되어서 굳어버렸고 한 치도 움직이지 못했다. 나는 내 마법에 놀라워하는 귀족들을 향해 얘기했다.

"벌써부터 놀라면 안 되지. 안 그런가? 예이츠 후작의 똘마니들아."

나의 말에 십수 명이 움찔했다. 예이츠 후작이 심어놓은 귀족들의 명단과 일치하는 것을 본 나는 일절 주저하지 않았다.

"너."

"어?"

나는 먼저 한 명을 지목하여 그 귀족의 몸을 들어 올렸다. 내 마법에 공중으로 띄어진 귀족은 미처 반응하지도 못하고 멍 쩍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

"뭐,뭐야?"

또 다른 한 명도 지목하여 똑같이 공중으로 들어 올렸고 그렇게 순식간에 십수 명의 귀족들이 공중에 올렸다. 공중에 올라간 귀족들은 몸부림쳤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아무런 쓸모없는 행동이었다.

"내,내려줘!"

"뭐하려고 하는가?! 그만둬라!"

"내,내 몸이!"

버둥거리는 십수 명의 귀족들을 한곳으로 모이게 하고 나는 그들을 향해 얘기했다.

"여기서 하나 질문하지. 너희들의 공통점은 뭘까? 어이, 당신은 알겠지?"

나는 공중에 떠 있는 귀족 중 한 명을 지목해서 얘기했다. 지목당한 귀족은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짓다가 얘기했다.

"잘,잘 모르겠다. 예상되는 바가 없다."

"그래? 아쉽네."

퍼억!!

"....어?"

나는 지목한 귀족의 얼굴을 터트렸다. 피와 뇌수가 같이 떠 있는 귀족들을 향해 뿌려졌고 그들은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눈치챈 귀족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뭐,뭐야?!"

"죽,죽었어!"

앉아있는 귀족들도 경악했지만 내 마법에 떠있는 귀족들은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었고 일부는 오줌을 지리기도 했다.

"자, 다음. 너희들의 공통점은 뭘까?"

"우우,우리는 예이츠 후작의 인,인원이라는 것이다."

"정답. 그런데 예이츠 후작은 국왕을 조종했다. 그러면 너희들은 어떻게 돼야 할까?"

"그그,그건..."

"느려."

퍼억!

나는 또 한 명의 얼굴을 터트리고 이어서 옆의 귀족에게 물어봤다.

"국왕을 조종했던 예이츠 후작은 어떻게 됐을까?"

"죽,죽었다!"

"알고 있었나?"

"아,아니다. 그,그저 짐작했다."

"그래? 틀린 말은 아니니까. 예이츠 후작은 국왕을 조종했기에 내가 죽였다. 그렇다면 너희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그건.."

"느려."

퍼억!

"살,살려줘!"

"우,우리는 잘못이 없다! 모두 예이츠 후작의 잘못이다!"

"제,제발 살려줘! 네가 원하는 것은 모두 들어주겠다!"

또 한 명의 귀족이 죽어버리자 나머지 귀족들이 미친듯이 울고 불고 사정하기 시작했다. 눈물을 펑펑 흘리는 귀족까지 있는가 하면 똥오줌까지 지리는 이들도 있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들이 불쌍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뿌린 죄들은 너무나 많았다.

"후회하기 전에 하지 말았어야지. 지옥에 가서 후작한테 뭐라고 해라."

"잠,잠..."

퍼퍼퍼퍼퍼퍽!!

남은 십수 명의 귀족들의 얼굴을 일제히 터트렸고 그들의 육신은 부들부들 떨다가 이내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앉아있는 귀족들은 더 이상 경악할 수 없다는 분위기를 띠고 있었고 나는 그들을 훑어보며 얘기했다.

"이들은 국왕이 조종당하는데도 불구하고 예이츠 후작을 따른 대죄를 끼쳤기에 단죄를 내렸다. 그리고 여기에 대죄까지는 아니여도 충분히 타왕국의 경우에 사형까지 당할 죄를 지은 이들이 있을 것이다."

내 말에 찔리는 이들이 움찔거리며 나의 시선을 피했다. 나는 그들을 한번씩 쳐다보고 이어서 얘기했다.

"나는 자비로운 남자거든. 그래서 너희들에게 하나의 기회를 주겠다. 오늘부터 딱 이틀을 줄테니 자신이 중죄를 지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지금 바로 일어나서 자신의 영지에 간 후, 몸만 가지고 이 나라를 떠나라. 내 말을 지키지 않고 재산이나 서류 등 한 줌의 물자라도 가져가는 것이 들키는 순간 너희들은 이들과 같은 꼴이 될 것이다. 알겠나?"

"....."

"알겠냐고 물었다!"

"히익!"

나의 마나가 담긴 목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고 찔리는 구석이 있는 귀족들은 바닥에 쓰러지거나 벌벌 떨었다. 그들은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몸을 달래며 밖으로 나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나가기 전에 하나 말해두지."

나가려는 귀족들은 내 말에 멈칫하고 쳐다보았다.

"혹시나 나를 죽이려고 암살자들을 보내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암살자를 보내서 나를 죽이지 못했을 때...각오하도록.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고통을 맛보게 해주마."

내 안광이 번쩍였고 상당수의 귀족들이 헐레벌떡 뛰어가거나 기어가면서 밖으로 나갔다. 수십 명이 있었던 방에 단 20명의 귀족만이 남아있었다. 나는 남은 그들을 향해 얘기하려고 했지만 그때 뒤에서 국왕이 들어오고 있었다.

"지금 여긴 보기 안 좋을 텐데?"

"괜찮다. 그렇게 되도 싼 이들이니까. 오히려 통쾌한 느낌을 받고 있네."

"그래? 그럼 다행이지만 여기 남은 귀족들은 그런 기분을 느끼고 있지 않나 본데?"

내 말대로 남은 20명 귀족들의 안색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였고 어차피 이들을 이끌고 갈 생각이였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아마 많은 이들이 처사가 심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썩은 물은 버리면 안 되는 것처럼 이들은 살아있어 봤자 도움이 되지 않는 이들이었다. 솔직히 지금 나간 이들도 모두 처리하려고 했지만 당신들 때문에 돌려보내준 거다."

한 명의 귀족이 내 말이 끝나자 손을 들고 얘기했다.

"당,당신은 누구길래 이런 짓을 벌이는 건가?"

"내가 누군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이 왕국을 개혁하고 발전시킬 자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혹시나 내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기에 미리 얘기하지만 국왕도 전적으로 동의해서 내 말은 곧 국왕의 말이니 잘 들어주기 바란다."

이어서 발런 후작이 손을 들고 얘기했다.

"국왕전하와 매트 왕자를 구해준 자네라면 믿겠네. 믿고 있으니까 물어보는 것인데 자네는 대체 뭘 하고 싶은 건가?"

"대충 어떻게 할지 얘기해주지. 먼저 아까 나간 이들의 영지와 재산을 모두 몰수하고 새로운 귀족을 뽑을 때까지 왕국에서 관리할 예정이다. 그리고 새로운 귀족은 혈통으로 뽑지 않고 무조건 능력 위주로 뽑는다."

"능력?"

"그래. 귀족이든 평민이든 상관없이 능력이 된다면 귀족으로 만들 것이다. 혈통을 우선시하면 쓰레기 같은 귀족들이 너무 많거든."

"허..."

"당신들은 걱정하지 마. 당신들은 충분히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니까 그대로 둘 예정이거든. 아니 더 좋게 될 수도 있지. 당신들의 능력이 더 좋아진다면."

"능력이란 무엇이지?"

"나는 영지를 이끌 귀족이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은 카리스마,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인덕, 그리고 지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듯이 누구는 무력이 강하고 누구는 머리가 좋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능력별로 맞는 직급과 직업을 줄 것이다."

"새로운 도전이군."

"여기는 새로운 도전인가? 하여튼, 제일 급한게 귀족이였지만 보면 고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란 말이지. 경비병들의 해이해진 것도 고쳐야 하고 타왕국에서 간접 침략한 것도 없애야 하고 경제야...그건 나중에 우리 왕국과 거래하면 될 것이고."

"마지막에 뭐라 했는가? 잘 안 들렸네."

"못 들어도 되는 거야. 하여튼 며칠 안에 대격변이 이루어질 것이다. 어떻게 할지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가르쳐 줄 테니 자신들의 영지에 가서 영지를 발전시키는데 힘을 쓰도록. 다른 질문있나?"

"....."

"없으면 이상 해산한다. 다들 명심해라. 오늘 일은 그저 시작일 뿐이다. 그리고 이 대격변은 라이언 왕국을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대격변은 이제 막 막을 올린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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