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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63화 (63/360)

6장 라이언 왕국으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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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라이언 왕국으로(5)

"흐음...라이언 왕국의 시설도 나쁘지 않은데?"

나는 현재 라이언 왕국의 귀빈실에서 지내고 있었다. 귀족회의를 펼칠 때까지 어디 가기도 애매하기도 하고 매트 왕자가 주축으로 소란을 잠재우고 있어서 왕국에 잠시 신세를 지고 있기로 하였다. 그사이에 발런 후작과 워디슨, 아레아의 소식이 궁금해서 매트 왕자에게 물어봤는데 현재 왕국으로 오는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하암~ 빨리 귀족회의를 하든가 해야지 심심해서 원."

"키야악~"

옆에 있는 트이번이 나의 말에 동의한다고 하는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트이번은 현재 매트가 바빠서 잠시 맡겨달라고 부탁을 하여 어쩔 수 없이 나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똑똑.

"들어와."

내 허락을 받은 시종이 문을 열고 귀빈실에 들어왔다. 시종은 종종 청소를 하거나 식사를 가져다주려고 들어왔는데 웃긴 것은 올 때마다 시종이 변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가면을 쓰고 있어서 오크라는 것을 들키지 않았기에 아마 트이번 때문이라고 예상되었다.

"키에엑!"

"히익!"

트이번이 음식이 왔다고 괴성을 지르자 여자 시종은 깜짝 놀라서 뒤로 몸을 뺏고 그 결과, 들고 있던 음식을 손에서 떨어트렸다. 나는 그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리버스 그래비티 마법을 사용하였고 덕분에 음식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

"어,어?"

"조심해. 음식이 아깝잖아."

"죄,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쇼!"

여자 시종은 그대로 덜덜 떨며 내게 절을 했다. 문제는 이렇게 절을 한 시종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들어왔던 시종의 대부분이 똑같은 절차를 거쳤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충분히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어서 때맞춰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는 슬픈 이유가 존재했다.

"고개를 들어."

여자 시종은 내 말에 고개를 들었다. 어찌나 다른 시종과 똑같은지 눈물을 흘리며 선처를 바라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며 시종을 향해 얘기했다.

"이 녀석이 그렇게 무섭냐?"

"아,아닙니다."

시종은 아니라고 했지만 공포가 서린 시선이 트이번에게서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한번 만져봐."

"예?"

"만져보라고. 물지 않으니까 걱정 마. 네게 위해를 끼칠 가능성은 없으니까."

"하,하지만..."

"만지면 아까의 실수는 봐줄게."

시종은 내 말에 침을 삼키고 용기를 내는 표정으로 손을 앞으로 나아갔다. 손끝이 바들바들 떨고 매우 느렸지만 트이번의 머리를 향해 조금씩 나아갔다. 시종의 표정도 울먹이면서 언제 울음을 터트리는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지만 끝내 손이 트이번의 머리에 안착하였다.

"키에엑~"

트이번은 기분 좋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고 여자 시종은 그제야 한숨을 쉬며 마음이 놓인 표정을 지었다.

"어때? 안 물지?"

"예..."

"이제 가봐."

"예?"

"가도 된다고. 그리고 네가 다음부터 올 시종들한테 대표로 얘기 좀 해줘. 이 녀석은 무해한 와이번이니까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알겠습니다."

여자 시종은 다시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나갔고 나는 아직도 마법으로 공중에 떠 있는 음식들을 내려놓은 후에 트이번과 함께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트이번을 위한 음식은 역시 와이번의 새끼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10kg가 넘는 고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트이번이 허겁지겁 흡수하듯이 먹는 광경을 보면 와이번 라이더를 양성할 때 과연 얼마나 식비가 나갈지 벌써부터 걱정되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서 과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또 들려왔다.

똑똑.

"들어와."

이번에 들어온 인물은 매트 왕자였다. 매트 왕자는 거의 3일 만에 다시 만나는 것인데 그새 얼굴이 폭삭 삭은 것이 잠도 못 잘 정도로 바쁜 모양이었다.

"오랜만이네? 그런데 바쁜 모양이야?"

"예...하지만 오늘은 기쁜 일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무슨 일인데?"

"국왕 전하께서 의식을 되찾으셨습니다."

"그래? 다행이군. 그런데?"

"예. 국왕 전하께서 듀로크님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십니다."

나는 드디어 기다리고 있던 말을 매트의 입에서 들어서 미소를 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다리다 지치는 줄 알았다. 빨리 가자."

"알겠습니다. 트이번, 너는 잠시 기다리고 있어."

"키에엑~"

나는 매트 왕자가 이끄는 대로 그를 따라서 걸어갔다. 원래 꼭대기에 있던 어전은 전투의 결과로 망가진 끝에 지금은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서 국왕은 현재 자신의 방에 누워있다고 한다. 그 와중에 국왕을 만나러 가던 도중 나를 보고 수군거리는 이들이 있었는데 나에 대한 소문이 퍼져서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을 무시하고 매트 왕자를 따라가서 얼마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이동하여 국왕이 머무는 방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입니다."

"그래? 들어가도록 하지."

똑똑.

"들어오너라."

매트 왕자가 방문에 노크하자 안에서 국왕으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으로 들어가자 벨치스 국왕이 침대에 앉아 있었고 그의 곁에는 여러 명의 시종과 함께 치료사로 보이는 인물들이 있었다.

"모두 나가라."

국왕의 명령에 시종과 치료사가 모두 고개를 수그리고 밖으로 나갔다. 방 안에는 국왕과 나, 매트만이 남게 되었고 국왕은 매트를 향해 얘기했다.

"네가 고생이 많구나. 매트."

"아닙니다. 전하.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제 너한테 자리를 물려줘도 되겠다고 생각되는구나."

"어찌 그런 말씀을...빨리 일어나셔서 나라를 돌봐 주시옵소서."

"그 얘기는 나중에 하자구나. 그보다 저기 있는 분이 나를 살려준 분인가?"

"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듀로크님."

나는 국왕의 옆에 가서 얘기했다.

"안녕하신가? 나는 듀로크라고 한다."

국왕은 내가 반말을 하자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이내 그런 모습은 빠르게 사라졌다.

"나를 살려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었네."

"별거 아니다. 그저 거래를 하기 위해서 먼저 좋은 면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니."

"거래라...매트 왕자에게서 자세한 얘기를 아직 듣지 못했네. 그저 예이츠 후작이 나를 조종했고 매트 왕자를 감금했는데 그와 같은 상황을 타개해준 이가 자네라는 것밖에 모른다."

"흐음...그럼 어디부터 얘기해야 할지..."

나는 어떤 것부터 말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내 먼저 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신에게 얘기하려면 내 모습을 먼저 보여줘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내 모습을 보더라도 놀라지 않았으면 하는군."

"나도 한 나라의 국왕으로서 놀라운 모습은 많이 봤네. 걱정하지 말게나."

"그렇게 얘기한다면야..."

나는 매트 왕자를 쳐다보았다. 매트 왕자는 고개를 끄덕여서 허락했고 나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가면을 벗어서 보여주었다.

"오,오크!"

놀라운 모습을 많이 봤다고 얘기했던 국왕도 내가 오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경악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국왕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보고 나는 실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안 놀란다며?"

"오,오크...오크가 왜 여기에?"

"오크는 오면 안 되나? 그리고 당신을 살려준 것도 바로 이 오크라고."

"오,오크가 무슨 일로 우리 왕국에 온 건가?"

"그 이야기를 이제부터 해야지. 먼저 6개의 왕국이 모두 상의를 한 끝에 원정대를 오크 부족에게 보냈었다. 그건 기억나나?"

"그래. 그랬었지. 커다란 마나 변동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 보냈었다."

"그 마나의 변동의 원인은 나야."

"그게 사실인가?"

"못 믿겠다면 매트 왕자에게 물어봐."

벨치스 국왕은 매트 왕자에게 눈을 돌렸고 매트 왕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듀로크님은 9서클 마법사입니다. 저를 비롯한 3명의 초인들과 싸우고도 대등한 싸움...아니, 압도할 정도로 강자입니다."

"허...그런 강자가 왜 우리 왕국에?"

"나와 그란이라는 오크가 오크들만의 왕국, 그란 왕국을 세웠다. 그리고 우리 그란 왕국에서는 당신의 나라, 라이언 왕국에게 동맹 및 거래를 제안하고 싶다."

"동맹과 거래라...매트야. 너의 의견을 듣고 싶구나."

"제 의견은 무조건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다른 왕국에서 자신들이 하겠다고 난리를 쳤습니다."

"그 정도인가?"

"예. 그란 왕국은 무력으로 보더라도 다른 왕국에 비견될 정도로 막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지금 막 성장하는 중으로 미래에는 어느 정도의 무력을 가질지 모릅니다. 그 이외에도 거래를 통해서 저희들이 얻을 이익은 상상을 초월할 거라고 예상됩니다."

"그런 왕국에서 왜 우리에게?"

"우리 왕국은 말 그대로 오크들이 세운 왕국이다. 무력은 오크들을 훈련해서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오크들의 무식한 점은 우리들 만으로 고칠 수 없을뿐더러 왕국을 이제 막 만들었기 때문에 부족한 점도 많다. 그렇기에 나는 그 부족한 점을 메꾸기 위해서 라이언 왕국에게 동맹과 거래를 제안하는 것이다."

"우리 왕국에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갈아엎어 주지."

"...뭐?"

"갈아엎어 주겠다고 했다. 당신도 느꼈을 것이다. 이 왕국은 새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

"해이한 경비, 타왕국의 간접 침략, 썩은 귀족들. 문제점은 이것 말고도 많지. 더구나 당신 뿐만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트라우마를 갖고 있던 것 같더군."

"...누구는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아는가?"

"뭐? 크게 얘기해."

벨치스 국왕은 조용히 혼잣말로 얘기했다. 나는 그가 뭐라고 하는지 들을 수 있었지만 일부러 되물었다.

"누구는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아냐고 얘기했다! 나도 다른 국왕들과 같이 자신의 왕국을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어떻게 해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당신이 내 마음을 아는가?!"

벨치스 국왕은 피눈물이 흐르는 듯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의 분위기와 목소리에서 역시 왕은 왕인지 국왕에 어울리는 분위기가 담겨있었다.

"모르지. 하지만 나는 해줄 수 있다."

"무엇을?!"

"모든 것을.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내가 이루어줄 수 있다. 다른 왕국에 비교되는 것이 두렵나? 내가 타왕국보다 강한 왕국으로 만들어주지. 썩은 귀족들이 두렵나? 내가 다 없애주겠다. 나를 믿어라."

"...믿어도 되는 건가?"

"믿어라."

나는 국왕의 눈을 바라보았고 벨치스의 눈빛에는 지금까지 잠자고 있던 왕의 눈빛이 불타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게 절대 명령권을 줘라.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하든 찬성했으면 한다."

"...어차피 뒤로 물러날 곳이 없는 상황. 알겠다. 자네의 말은 곧 나의 말이니 하고 싶은대로 해라. 단...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얘기해."

"우리 왕국을 위해서 이렇게 해주는 이유가 뭐지?"

국왕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옆에 있는 매트 왕자의 얼굴에서도 비슷한 표정이 들어있는 것을 본 나는 사실대로 얘기하기로 했다.

"내 쓸데없는 예감일 수도 있지만 미래에 하나의 왕국으로는 막을 수 없는 일이 생길 것 같다. 그래서 우리 그란 왕국이 창이라면 라이언 왕국이 방패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자네의 말이 사실이라면 두렵군. 왕국으로도 막을 수 없는 일이라니.."

"하지만 그것은 미래의 얘기다.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막지 못할 이유가 없지."

"그렇군."

나는 국왕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국왕은 내가 손을 내밀자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했다. 이렇게 라이언 왕국과의 동맹은 이날을 기점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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