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60화 (60/360)

6장 라이언 왕국으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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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라이언 왕국으로(2)

"대체 무슨 일이야?"

"몰라. 누가 쳐들어왔다는데?"

"쳐들어와? 이 왕성에? 얼마나?"

"내가 듣기로는 1명이라고 들었는데. 설마 누가 단신으로 왕성에 쳐들어오겠어? 미치지야 않고서."

"그렇겠지?"

왕성의 경비병들은 서로 잡담을 하면서 떠들고 있었다. 그들의 정신이 얼마나 해이해져 있는지 알 수 있는 모습으로 경보가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잡담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자신들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만이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였다. 주변의 다른 경비병들도 전부 다를 바 없어서 긴장하는 모습을 일절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늘 일 끝나면 술이나 마시지 않을래?"

"마실까? 고민되네. 요새 돈이 쪼들려서 말이지."

"으이그. 내가 쏠게. 가자고."

"그러면야...어? 저게 뭐지?"

"뭐가?"

"저기. 무슨 가면을 쓰고 지팡이를 짚고 있는 이가 있는데?"

"어디?"

경비병들은 한 명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따라서 고개를 돌렸다. 그가 말한 대로 그곳에는 가면을 쓰고 지팡이를 짚고 있는 한 명의 인물이 있었다.

"누구지? 마법사인가?"

"한번 물어보기는 해야겠지?"

"그러자. 저기..."

한 명이 대표로 얘기를 걸려고 했다. 아니, 하려고 했지만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갑자기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기 때문이었다.

"뭐,뭐야? 웬 바람이?"

"태풍인가?"

경비병들은 갑자기 휘몰아치는 바람에 대항하기 위해서 몸을 가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람은 지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점점 거칠어졌다. 경비병들이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거세지자 그제야 그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뭐,뭐야?! 어디서 이렇게 바람이 부는 거야?!"

"으아악!! 살,살려줘!"

경비병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성이 흔들리며 요동쳤다. 몇 명의 용감한 경비병들은 바람의 발생지가 어딘지 보기 위해 몸을 일으켜서 보았다. 그리고 바람이 갑자기 나타난 가면의 사나이의 중심에서 휘몰아치며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버,범인은 저 녀석이다! 공격해!"

경비대장이 대표로 소리를 질러서 공격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경비병들이 가지고 있는 창과 화살같은 무기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왜냐하면 그들이 던진 창과 화살은 상대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바람에 휩쓸려서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콰콰쾅!!

"으아아악!! 뭐,뭐야?!"

천지가 개벽하는듯한 커다란 굉음이 주변에 울려 퍼졌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혼비백산하는 가운데 몇 명의 경비병이 소리의 진원지를 바라보았다. 커다란 철문으로 되어있는 왕성의 문이 거인의 주먹에 맞은 것처럼 뜯겨 날아가 있었다. 그리고 가면의 사나이는 그 왕성으로 유유히 걸어오고 있었고 그의 옆에는 몇 개의 회오리바람이 몰아치면서 주위를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괴,괴물이다!"

"살,살려줘!"

경비병들에게서 한 줌의 전의조차 찾을 수 없었고 그저 자신의 몸을 챙기며 도망가기에 바빴다. 가면의 사나이는 도망치는 자들을 쫓지 않고 그저 근처에 있는 것만을 초토화시키면서 걸어갈 뿐이었다. 이런 상황은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발생하여 총 스무 군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예이츠 후작님! 동문이 뚫렸습니다!"

"서문도 지금 막 뚫렸다고 합니다!"

"북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문에서도 가면을 쓴 남자가 나타나서 초토화시키고 있답니다!"

"허...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예이츠 후작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들었던 소식은 분명 듀로크라는 오크가 온 것 같다는 소식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공격은 누가 하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처음에는 듀로크라는 인물이 혼자 오지 않은 줄 알았다. 그런데 나타난 이들은 모두 다 똑같은 복장에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고 환상이라 보기에는 마법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보고였다. 더구나 모든 이들이 실제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이 환상과 또 다른 차이점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현재 조사한 결과 총 스무 군데에서 똑같은 모습을 하고 공격하는 중입니다."

라자드의 수하란 자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지 목소리에서 감정이 나타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좋겠나? 의견을 한번 듣고 싶군."

"제 생각에는 예이츠 후작님의 전력을 스무 군데로 나뉘어서 보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해서 라자드님의 수하는 예이츠 후작님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이동할 수 없습니다."

"역시 그 수밖에 없나...알겠네. 자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그럼 그렇게 행동하겠습니다."

라자드의 수하는 그 말을 끝으로 또 모습을 감추었고 예이츠 후작은 한숨을 쉬며 혼잣말로 얘기했다.

"내가 너무 쉽게 본 것일 수도 있겠군. 지금까지의 불안감은 이 때문이었나..."

예이츠 후작은 조그마한 불안감을 느끼며 또다시 소식을 가져온 전령의 얘기를 듣고 생각을 멈추었다.

"좋아. 작전대로 이루어지는 것 같군."

나는 마나가 팍팍 쓰이는 것을 느끼면서 상황이 생각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군데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공격은 경비를 그곳으로 집중시키고 실질적으로 내가 가는 곳을 허술해지게 만들었다.

그 결과 나는 매트 왕자가 있는 감옥까지 순탄하게 이동하여 마침내 지하감옥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하감옥 앞에는 역시 이런 비상시에도 움직이지 않는 간수가 있었고 아직 내가 온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슬립."

슬립 마법으로 모든 간수를 재우고 나서야 나는 인비터빌리티 마법을 해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왕성의 지하감옥이어서 그런지 안에는 수많은 감옥이 있었지만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감옥은 2개밖에 없었다. 멀리 있어서 아직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보이는 인영을 통해서 하나는 매트 왕자였고 하나는 매트 왕자와 같이 다니던 와이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키야악!!"

"...트이번 왜 그래? 아직 식사시간이 아닌데."

와이번은 역시 오감이 인간보다 뛰어나서 그런지 내가 들어온 것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와이번이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면서 나를 향해 소리쳤고 매트 왕자는 그걸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다.

"감옥에 갇혀있었더라도 와이번보다 감각이 떨어지다니. 너무 쉬고 있었던 거 아닌가?"

"누,누구십니까?"

나는 목소리가 떨리는 매트 왕자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와이번의 4개의 발에는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는 쇠사슬이 걸려있었고 매트 왕자의 손과 발에도 쇠사슬이 달려있었다. 하지만 매트 왕자에게 달린 쇠사슬에서는 특수한 장치가 설치된 것 같았다.

쇠사슬의 끝 부분에는 마나석으로 움직이고 있는 듯한 장치가 달려있었고 자세히 보니 마나석을 사용하여 매트 왕자의 마나를 봉인하고 억제시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군. 그 쇠사슬이 마나를 봉인하고 있는 거구만."

"대체 누구십니까? 누구시길래 이 장치를 알고 계시는 거죠?"

매트는 마나가 봉인되어서 그런지 어두운 공간에 있는 나를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윈드 커터."

서걱.

나는 그대로 윈드 커터를 생성해서 쇠사슬 4개를 끊어내었다. 압축된 바람의 칼날은 쇠사슬을 가볍게 잘라내었고 그 결과, 매트 왕자를 봉인하던 것이 풀려 그의 온몸에서 마나가 다시 꿈틀대는 것이 보였다.

"당,당신은 듀,듀로크님!"

마나가 활성화되고 시력이 좋아져서 그런지 나라는 것을 매트는 눈치챘다. 매트는 아직도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잘 지냈나? 꼴을 보아하니 잘 지낸 것 같지는 않군."

"예...어떻게 여기에?"

"네가 감금됐다는 소식을 들어서 말이지. 발런 후작을 만나서 알게 되었다."

"발런 후작님을 만나셨습니까?"

"그래. 미라크라는 마을에서 누가 퀘스트를 요청했는데 알고 보니 발런 후작이였지. 그렇게 만나서 얘기하다 보니 이곳에 오게 되었다."

"그렇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찾아가지 못할망정 이렇게 또 도움을 받다니..."

"됐어. 그보다 빨리 나와라. 이 와중에도 정령들이 난리를 치고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매트는 손과 발을 묶고 있는 쇠사슬을 악력으로 부수고 이어서 쇠로 되어있는 문을 우그러트리면서 나왔다. 또 트이번이 갇혀있는 감옥의 문도 똑같이 우그러트려 안으로 들어갔다.

"키에엑~"

"그래. 이렇게 직접 만지는 것은 오랜만이지? 잠깐만, 참고 있어 봐. 부러트릴 테니까."

콰드득.

매트는 트이번의 발을 묶고 있던 쇠사슬도 풀어주었고 트이번은 쇠사슬이 부러져서 기분이 좋은지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트이번은 매트의 얼굴을 혀로 핥으면서 친근한 감정을 나타내었다.

"나 때문에 지금까지 고생하느라 미안했다."

"키에엑~"

"얘기는 나중에 하고 빠르게 가자. 내가 듣기로 국왕도 구출해야 한다고 하던데?"

"예. 맞습니다. 현재 예이츠 후작이 국왕전하를 조종하고 있습니다."

"조종? 어떻게?"

"방법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하께서 예이츠 후작의 손아귀에 조종당하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래? 보니까 조금은 쓸만한 애들이 모여 있던 곳이 있던데. 그곳인가?"

"그곳이 어디였습니까?"

"이 성의 꼭대기."

"그럼 맞습니다. 국왕 전하께서 계신 어전은 성의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강행 돌파하면 되겠군."

"예?"

"와이번이 너를 태울 수 있나?"

"지금까지 시도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럼 오늘 시도해봐. 우리는 지금부터 국왕을 구하러 간다."

"예. 그런데 강행돌파라는 말씀은?"

"공중에서 꼭대기 안으로 들어간다. 물론 너는 와이번을 타고."

매트는 나의 말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고 트이번이 내 말을 알아들은 건지 모르겠지만 키에엑 거리며 대답을 했다.

"막아라!"

"여기부터 물러설 수 없다!"

예이츠 후작의 병력이 투입되면서 그나마 가면 남자의 진전을 막을 수 있었다. 지금도 마법사와 기사들을 동원해서 막고 있었지만 상대하면 할수록 상대가 괴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병사들은 뭔가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뭔가...이상한데?"

"그러게."

"뭐가 이상하다는 건가?"

"아, 1호님!"

1호로 불리는 남자는 바로 라자드의 부하로 예이츠 후작을 보좌하는 인물이였다. 예이츠 후작의 병사들은 1호라는 남자가 항상 예이츠 후작 옆에 있는 것을 보고 그를 높은 인물처럼 대우해줬다.

"뭐가 이상하다는 건가?"

"예. 바람만을 이용해서 공격한다는 점이 이상합니다. 저렇게 강한 마법사라면 다른 마법도 사용할만한데..."

"그러고 보니..."

1호는 확실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강한 바람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면 다른 마법을 쓸 수도 있는데 바람 마법만 사용하고 있었다.

"내가 한번 공격해보겠다."

"예?"

"시선을 끌어주도록."

1호는 그 말을 끝으로 검은 연기와 함께 사라졌고 남아 있던 이들은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져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1호가 얘기한 것을 떠올리고 시선을 끌기 위해 마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체인 라이트닝!"

마법사는 4서클 마법인 체인 라이트닝을 써서 가면의 남자를 향해 공격했다. 사슬로 이어진 것 같은 번개가 날아갔지만 그에 맞혀 회오리 바람이 움직여 체인 라이트닝을 막았다. 마법사도 막을 줄 알았지만 자신의 마법을 가볍게 사라지는 것을 보고 허무감을 느꼈다.

하지만 마법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1호는 가면의 남자 옆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그대로 단검으로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

스윽.

"아닛!"

"뭐,뭐야?!"

1호의 단검이 그대로 얼굴을 지나가면서 마치 환상을 베는 것처럼 가면 남자의 모습이 일그러졌다. 환상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게 확인되자 더욱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킬킬킬킬. 깔깔깔깔.]

어디서 비웃는 소리가 들리면서 가면 남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갑자기 적의 모습이 사라지자 지금까지 열심히 싸웠던 이들이 모두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마법사. 환상이 아니라고 했잖는가?"

"마,마법의 기운은 일절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사실입니다."

"마법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어느새 1호가 검은 연기를 만들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게 무슨 말인지?"

"환상이 사라지면서 들렸던 웃음과 마법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아마 정령일 가능성이 높다."

"정령 말입니까? 정령으로 환상을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까?"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다른 것이 생각나지 않는군."

"그렇다는 말은 지금 20군데에서 발생하는 일들이 모두 정령들이 만든 일이라는 겁니까?"

"잠깐...정령으로 이렇게 20군데를 공격하고 자신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은...정작 다른 곳에 목적이 있다는 건가?!"

1호는 그제야 상대의 목적을 알아차리고 병력들을 빠르게 이동시킨 후에 자신도 모습을 감추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으윽."

매트 왕자는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서 그런지 햇빛에 적응하지 못해 눈부신 모양이었고 트이번은 바깥 공기를 마시는 것이 좋은지 그르렁거렸다.

"검이 있어야 하나?"

"아닙니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래? 그러면 빨리 갈테니 타보도록."

"알겠습니다."

매트는 트이번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얘기했다.

"트이번."

"키야악?"

"네가 나를 태우고 올라갈 수 있을까?"

"키에엑~"

트이번은 마치 매트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등을 내리고 땅에 엎드렸다. 매트는 트이번이 말을 알아듣고 땅에 엎드린 것을 보고 트이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등에 앉았다. 트이번은 매트가 앉은 것을 확인하고 날개를 펼쳐 날아오를 준비를 하였다.

펄럭, 펄럭.

트이번이 힘차게 날갯질을 하기 시작했다. 괜히 와이번의 새끼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주위에 먼지를 일으키며 힘찬 날갯질을 했고 점점 공중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는 순조롭게 올라가는 것을 보고 플라이 마법을 사용해 트이번과 똑같이 조금씩 몸을 띄우기 시작했다.

"매트. 너는 어쩌면 인간 최초로 와이번의 등을 타고 날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떨어지는 쪽팔리는 짓은 하지 말라고?"

"옛! 알겠습니다!"

"자, 그럼 가자!"

"키에엑!!"

내 말에 맞혀서 트이번이 크게 날개를 휘저었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힘껏 하늘로 날아올랐다. 트이번은 와이번의 새끼임에도 불구하고 매트를 등에 얹고 날아오르는 광경은 생각보다 감동적이었다. 힘차게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는 모습은 트이번의 기분을 대변하는 것 같았고 두종족이 만나서 같이 나는 모습은 인상 깊었다.

"좋아. 나도 따라 가볼까?"

트이번과 매트는 꼭대기를 향해 날아갔고 나도 플라이 마법을 사용해 따라가기로 했다.

"와...빠른데?"

나는 플라이 마법으로 따라가고 있어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에 와이번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매트와 트이번은 어느새 꼭대기에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행 돌파한다."

"알겠습니다!"

내가 먼저 선두로 꼭대기 층으로 곧바로 돌진해 들어갔고 그 뒤를 트이번이 따라왔다.

"파이어볼."

나는 가볍게 파이어볼을 날려서 마법 방어진이 있는지 확인했다. 역시 국왕이 있는 어전이여서 그런지 설치된 마법 방어진에 파이어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예상했기에 여유롭게 8서클 마법인 기가 라이트닝을 시전했다.

"기가 라이트닝."

내 손에서 새하얀 백색 줄기의 전기가 생성되어서 마법 방어진을 향해 날아갔다.

콰지지직...콰콰쾅!!

마법 방어진이 잠깐 저항을 하다가 이내 버티지 못하고 깨지면서 폭발하였다. 벽만 부서지게 조절한 덕분에 내부에는 피해가 없었고 나와 트이번은 벽에 난 커다란 구멍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마법사와 암살자로 보이는 인물이 십수 명과 2명이 있었는데 나머지 2명이 바로 국왕과 예이츠 후작인 것 같았다. 그들은 갑자기 일어난 일에 이해하지 못하는지 멍쩍은 표정을 짓고 있었고 나는 예이츠 후작으로 예상되는 인물에게 얘기했다.

"네가 예이츠 후작이지?"

"그,그렇다."

"깽판 좀 치러 왔다. 양해 좀 부탁하지."

"상황은 어떤가?"

"예이츠 후작님의 휘하 병력 덕분에 현재 대치상황입니다. 다행히 전진하는 것은 막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이군. 하지만 똑같은 20명의 정체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나?"

"죄송하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예이츠 후작은 전령의 소식을 들으면서 상황 파악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곁에는 암살자 10명과 마법사 5명이 자신을 지키고 있었고 여차할 때 인질로 삼을 국왕도 있었다. 그런데도 아직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때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모습을 드러내는 인원이 있었다.

"예이츠 후작님!"

"무슨 일인가? 자네가 그렇게 침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다니."

"상대의 속셈을 알아내었습니다. 듀로크는 지금 여기를 향해 오고..."

콰콰쾅!!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벽이 무너지고 그 구멍을 통해서 들어오는 이들이 있었다. 한 명은 가면을 쓰고 지팡이를 지고 있는 모습으로 지금 대치하고 있는 20명의 모습과 똑같았다. 나머지 두 존재는 지하감옥에 갇혀져 있었던 와이번과 매트 왕자였다.

가면의 남자는 가볍게 착지를 해서 들어왔지만 와이번은 착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주위 사물들을 부수면서 들어왔다. 예이츠 후작과 그를 지키고 있는 이들은 갑작스럽게 생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에 가면의 남자가 얘기했다.

"네가 예이츠 후작이지?"

예이츠 후작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그,그렇다."

"깽판 좀 치러 왔다. 양해 좀 부탁하지."

"뭐,뭐라고?"

가면의 남자는 양손에 파이어볼로 추정되는 마법을 만들고 다짜고짜 암살자들을 향해 날렸다. 2명의 암살자는 반응도 하지 못하고 파이어볼에 맞아서 그대로 재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뭐,뭐야?"

예이츠 후작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단순한 파이어볼로 보이는 마법에 맞은 암살자가 마치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모두 공격해라! 예이츠 후작님을 보호해라!"

그나마 암살자의 리더가 정신 차리고 명령을 하자 그제야 암살자들과 마법사들이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2명이서 소드마스터 초급을 상대한다는 것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처럼 암살자들은 순식간에 가면의 남성 옆에 나타나서 동시에 공격했다.

가면의 남성은 반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가만히 있었고 암살자들은 쾌재를 부르며 단검을 휘둘렀다.

퍼퍼퍽!!

"응?"

"어?"

암살자들은 단검에서 느껴지는 느낌에 위화감을 느꼈다. 동시에 단검이 망토를 찢지 못하고 상대에게 타격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눈치챈 암살자들은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이미 늦은 행동이었다.

"어딜 가려고? 프레스 컨트롤."

프레스 컨트롤. 말 그대로 압력을 조절하는 마법이다. 중력을 변화시켜서 사용하는 것이 그래비티면 일점을 중심으로 압력을 변화시키는 것이 프레스 컨트롤이였다. 듀로크는 자신을 향해 암살자들이 공격할 거라고 예상하고 미리 마법을 준비했다가 모두 모인 것을 보고 마법을 발현시켰다.

"어, 어?"

"뭐,뭐야?"

8명의 암살자들의 몸이 한곳으로 모두 모였다. 마치 누가 자석으로 끌어당기는 것처럼 한곳으로 몰린 암살자들은 움직이기 위해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뭐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누가 끌어당기는 것 같은..."

"그 말이 맞아. 너희들의 중심에는 현재 10G. 즉, 중력의 10배 압력이 끌어당기고 있어서 너희들이 그 힘보다 강한 힘을 내지 않은 이상 벗어날 수 없지."

듀로크는 얘기를 하는 사이에 암살자들이 조금씩 중력을 이기고 벗어나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정예로 키운 암살자들이여서 그런지 10배의 중력은 이길 수 있는 모양이었다.

"20배."

우드드득.

"컥!"

"끄으으.."

듀로크는 압력을 중력의 20배로 증가시켰고 그제야 움직이지 못하는 암살자들을 보며 이어서 얘기했다.

"얘기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이 원리를 잘 사용하면 미니 블랙홀도 만들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인간이 중력의 몇 배까지 버틸 수 있을까?"

듀로크의 질문에 답하는 이는 없었다. 예이츠 후작도, 마법사도, 암살자의 리더도, 매트도 그저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듀로크는 자신의 질문에 답을 하는 이가 없다는 것을 보고 얘기했다.

"정답은 나도 정확히 몰라. 저번에는 50배를 했더니 사람의 형체가 남아있지 않더라고. 너희들은 그 녀석들보다 강하니까 더 버티겠지?"

옴짝달싹 거리지도 못하는 암살자들은 듀로크의 말에 공포의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감정을 배제하는 훈련을 받은 그들조차 하나의 장난감을 보고 실험을 하고 싶은듯한 눈초리를 가진 듀로크의 앞에서는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마,마법사들 빨리 공격해라!"

"늦었어."

암살자들의 리더는 마법사들을 향해 소리 질렀지만 듀로크는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마법사들이 공격하기 전에, 암살자들이 약을 먹고 대항하기 전에 듀로크는 마법을 사용해서 암살자들을 우그러트렸다.

"70배."

콰드드득!! 우드드득!!

말 그대로 암살자들은 엄청난 압력에 몸이 우그러져서 하나의 고깃덩이가 되었다. 8명의 암살자가 주먹만한 고깃덩이가 되어버린 장면은 봐도 믿기 힘들 장면이였고 꿈에도 보기 싫을 정도로 공포스러운 광경이었다.

퍽.

주먹만한 고깃덩이는 바닥에 떨어져서 파육음을 내었고 그 파육음이 너무나 선명하게 귀로 들어와 공포로 변화시켰다.

덜덜덜덜.

'뭐,뭐야?'

암살자의 리더는 자신의 의식과 상관없이 떨리는 몸을 보고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이보다 더 잔인한 광경은 많이 봤다. 절대적인 강자, 라자드님의 힘도 느껴봤다. 그런데 라자드님을 제외하고 다른 인물에게서 이런 공포를 느끼다는 것을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몸이 반응하는 거지? 대체 뭐가?'

암살자의 리더는 곰곰이 생각해보았고 뭐 때문이지 그런건지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무감정.'

암살자들도 수많은 살인을 하지만 무감정으로 암살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 듀로크라는 자는 마치 벌레를 죽이는 듯이 아무런 주저도,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암살자의 리더인 1호는 진정한 무서움이란 상대를 잔인하게 죽이거나, 압도적인 실력으로 죽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진정한 무서움은 상대를 죽이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으면서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것이었다.

'이,이자는 위험해. 내가 너무 무르게 봤어.'

1호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본능이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를 떠나라고 하고 있었다.

"마,마법사 공격해라!"

1호는 마법사에게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린 사이에 몸을 내빼려고 했다. 검은 연기가 자신을 감쌌고 도망쳤다는 확신을 가지며 안심했다. 하지만 그때 검은 연기를 뚫고 자신의 머리를 잡는 손이 있었다.

덥석.

"컥! 뭐,뭐야?"

"어딜 도망가려고?

새하얗게 빛나고 있는 손은 검은 연기를 가볍게 뚫고 머리를 잡았다. 이어서 빛나는 손에서 엄청난 악력이 느껴져 1호는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악!! 머,머리가!"

"머리가 수박처럼 터지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봤어?"

"크으윽...이거 놔라!"

1호는 발차기로 상대의 얼굴을 가격했고 그로 인해 얼굴을 가리고 있던 가면이 떨어져서 진정한 언굴이 보였다. 그리고 그 얼굴은 다른 것으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명실상부한 오크의 얼굴이었다.

"놔! 이거 놓으라고!"

알살자의 리더는 온 힘을 다해서 발로 듀로크의 얼굴을 가격했지만 듀로크는 아무런 미동도 채 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악력만이 점점 강해져서 머리에 핏줄이란 핏줄은 모두 튀어나오고 있었다.

"살,살려..."

"난 내게 이빨을 보인 자에게 자비는 없다. 그러니 포기해라."

"잠..."

콰드득!

1호는 말을 이어 하지 못하고 그대로 머리가 박살 나서 이내 자신의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이렇게 라자드의 부하이자 1호라고 불렸던 암살자의 리더는 지금까지 화려했던 내역과 반대로 듀로크에 의해서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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