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여행의 시작(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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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여행의 시작(18)
"크아아악!!"
암살자들이 마치 괴물이 내뱉는 소리처럼 괴성을 지르며 날아왔다. 좀 전과 차원이 다른 스피드로 움직이는 암살자들을 보고 나는 본능적으로 앱솔루트 실드를 시전하였다.
"앱솔루트 실드!"
까까깡!!
앱솔루트 실드가 불안정하게 흔들렸고 절대 방어마법이 겨우 버티고 있을 정도로 암살자들의 실력은 갑작스럽게 늘어났다. 그렇게 앱솔루트 실드가 불안정하게 버티고 있을 때 찬란하게 빛나며 자신의 위용을 뽐내는 오러 블레이드가 실드에 부딪혔다.
쾅! 쩡!
암살자들의 공격에 데미지가 누적되어 있던 앱솔루트 실드는 결국 오러 블레이드를 버티지 못하고 깨져버렸다. 나는 메스에 이어서 실드가 부서지는 것을 보고 지금 이 순간에는 중년의 남자를 메스라고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어서 실드가 부서지자마자 암살자들이 나에게 다가왔지만 이내 벨리온이 검은 연기를 뿜어내면서 그들의 공격을 모두 팅겨내었다.
그와 동시에 벨리온이 손톱으로 암살자 1명의 가슴을 관통시켜서 즉사시켰고 이어서 2명째를 노리고 있었다.
"기가 라이트닝!"
백색과 정반대의 색깔을 가진 검은색의 번개가 노인의 손에 만들어져서 벨리온에게 날아갔다. 벨리온은 미처 노인의 공격을 회피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그래서 나는 미리 눈치채고 상쇄시키기 위해 마법을 사용했다.
"헬파이어!"
9서클 마법인 헬파이어가 8서클인 기가 라이트닝과 부딪혔는데 놀랍게도 기가 라이트닝을 밀어붙이지 못하고 서로 상쇄하며 사라졌다. 그 광경에 나는 놀라움을 느꼈는데 그런 감정을 느낄 여유도 없이 틈을 놓치지 않고 중년의 남성은 오러 블레이드로 나를 두 조각 내려고 했다.
깡!
하지만 이번에는 벨리온이 손톱으로 오러 블레이드를 대신 막아주었고 동시에 나는 암살자들이 벨리온을 공격하는 것을 마법으로 막아주었다. 이렇게 상대의 집단이 어떤 집단인지는 몰라도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들의 연계는 날카로웠다.
"윈드 커터!"
강철까지 가볍게 자르는 고압의 바람을 십수 개를 만들어서 암살자들을 향해 날려 보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암살자들이 팔과 다리를 잃었지만 그들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잘린 팔다리 채로 광전사처럼 달려들었다.
"허..."
나는 윈드 커터로 그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한숨을 돌리려고 했는데 상처를 무시하고 달려들어서 미처 방어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급한 대로 망토로 즉사 부위만 가렸고 그로 인해 나는 몸에 검이 지나가는 흔적들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크윽."
벨리온이 중년의 남성과 대치하는 사이에 멀리서 노인이 또 마법을 완성하는게 느껴졌다. 좀 전의 기가 라이트닝의 기운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파이어 스톰!"
노인은 암살자들과 함께 우리를 죽일 생각인지 불의 회오리를 공중에서 만들어서 뿜어내었다. 그것을 본 벨리온은 손톱으로 중년의 남성을 밀어낸 후에 마법을 사용하여 파이어 스톰을 상쇄했다.
"다크 홀!"
불의 회오리가 있는 장소에서 검은 구멍이 생성되어 불의 회오리를 잡아 삼키기 시작했다. 벨리온이 마법으로 상쇄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이내 중년인이 휘두르는 오러 블레이드에 타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서걱.
"크윽."
경질화 했음에도 불구하고 팔의 절반이 잘릴 정도로 오러 블레이드는 강했다. 나는 벨리온이 타격을 입은 동시에 암살자들이 내게서 벨리온에게로 목표를 바꾸는 것을 보고 마법을 사용했다.
"블리자드!"
나를 중심으로 극한의 한기를 갖고 있는 블리자드 마법이 시전되었다. 마법이 시전되자마자 암살자들과 중년의 남성이 뒤로 빠져서 후퇴하였고 그 덕분에 드디어 한숨을 돌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괜찮냐?"
"괜찮다. 그런데 생각보다 저들이 강하군. 우리도 전략적으로 싸워야겠어."
"내가 공격을 할 테니 나를 지켜줘. 가능하겠어?"
"알겠다. 믿도록 하지."
블리자드 때문에 주위의 땅까지 얼어버렸고 빙벽이 둘러싸고 있어서 겨울의 왕국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공간 속에서 나는 어울리지 않게 파이어볼을 만들기 시작했다.
몇개로 시작한 파이어볼은 순식간에 10개로 늘어났다. 암살자들은 내가 파이어볼을 만들기 시작하자마자 돌진해왔는데 벨리온의 검은 연기에 막혀서 전진하지 못했다. 그때 중년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려고 하자 벨리온은 방어마법을 펼쳤다.
"다크 실드!"
투명하면서 검은색을 띠는 실드가 나와 벨리온을 감싸았다. 오러 블레이드가 실드와 부딪히면서 굉음을 내었고 동시에 불안정하게 실드가 흔들렸다. 검은 연기가 끊임없이 실드를 감싸고 벨리온의 얼굴에서 핏줄이 솟는 것을 통해 실드에 마기를 계속해서 부여하는 대신 실드가 받는 충격을 벨리온도 같이 받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멀었나?"
"조금만 더 참아."
나는 갖고 있는 무한의 마나를 끝없이 부여하여 10개의 파이어볼을 모두 압축시키고 극한의 온도를 가진 파이어볼로 변형시키고 있었다. 아무리 무한의 마나를 가지고 사기적인 캐스팅 속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10개의 파이어볼을 변형시키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암살자들과 오러 블레이드가 실드를 계속 때렸고 벨리온은 묵묵히 버텼다. 그때 또 노인의 몸에서 마나가 모이는 기운이 느껴졌고 동시에 하나의 거대한 마법이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블랙 핸드!"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서 검은 연기로 만들어진 거대한 손이 등장했다. 30미터는 될듯한 거대한 손은 그대로 공중에서 내려와서 실드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크으으..."
벨리온은 입에서 피를 내뱉고 있었지만 이를 악물면서 버티었고 그와 동시에 나는 드디어 마법이 완성된 것을 느꼈다.
"됐다!"
주위에 떠 있던 파이어볼이 모두 극한의 온도를 풍기고 있었는데 나의 신호에 맞혀서 모두 불안정하게 꿈틀대기 시작했다. 파이어볼들이 갑자기 이상한 모습을 보이자 암살자들과 중년인들은 모두 피하려고 회피 동작을 취했다.
"늦었어."
내 머리만 했던 파이어볼들이 한순간에 주먹만 해지고 이어서 압축되어있던 에너지를 뿜어내면서 폭발하였다.
....!!!!
엄청난 폭발로 인해 귀가 수용할 수 있는 소리 이상의 굉음이 일어났다. 내게 피해가 최소로 오도록 폭발시키고 미리 앱솔루트 실드로 나와 벨리온을 보호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드가 부서질 것처럼 흔들렸다. 그렇게 엄청난 폭발이 지나가고 주위가 잠잠해지고 나서야 나는 실드를 거두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빙벽으로 둘러싸고 있던 수백 미터의 공간이 초토화되어있었다. 엄청난 강도와 두께를 가지고 있었던 빙벽이 수증기로 변해서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고 암살자들은 재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있었다. 딱 두 명만이 그 폭발에서 버티고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중년의 남성은 검은 재로 변해서 인간의 형상을 남기고 있었고 그것도 바람이 불자 바스러져서 날아가 버렸다. 그 폭발에서 살아남은 자는 바로 흑마법사인 노인 혼자였고 그 또한 상태가 위중해 보였다. 화상과 그을린 곳이 수십 군데였고 입가에서는 수없이 피가 흘러나오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나는 노인에게 다가가서 입을 열었다.
"그 폭발에서 살아남다니. 당신도 대단하군."
"크으...쿨럭. 당,당신이야말로 대,대단하군. 약,약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이기지 못하다니."
"그 약은 대체 뭐야? 한순간에 실력을 높이던데?"
"알,알려줄 것 같나?"
"어차피 무슨 대가를 치르고 순식간에 실력을 높이는 거겠지. 원래 모든 것은 등가교환이잖아?"
"쿨럭. 무,무력뿐만이 아니라 머,머리도 비상하군. 이,이번에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이구나."
"벨리온이 없었더라면 힘들 뻔했어. 이번에도 조금 애쓰긴 했지만 말이야. 그보다 왜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지?"
"쿨럭, 어,어리석구나. 내,내가 알려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정신마법은 쓰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겠군."
"순,순순히 당할 것 같은가?"
나는 정신마법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그때 갑자기 노인의 몸이 사라지며 모습을 감추었다. 나는 그가 블링크 마법으로 그 타이밍에서 도망칠 줄은 몰랐기에 급하게 주변 마나를 감지하였다. 그리고 그가 바로 워디슨과 아레아가 있는 허름한 집을 향해 블링크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블링크!"
나는 다급하게 블링크를 했지만 내 앞에 보이는 광경은 노인이 한 손을 검게 물들인 채로 점쟁이를 잡고 위협하는 모습이였다.
"듀로크님!"
워디슨과 아레아는 내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반갑게 외쳤지만 나는 그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지?"
"나,나를 그냥 보내다오."
"싫다면?"
"이,이 여자를 죽이겠다."
"당신도 알고 있지 않나? 당신의 몸에서 생명의 줄기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안,안다. 그,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뭔데?"
"만,만나야 할 이가 있다. 죽기 전에..."
"그래?"
서걱!
"크아아악!!"
내 눈빛에 맞혀서 기척을 숨기고 있었던 벨리온이 그대로 노인의 팔을 절단시켜버렸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노인의 얼굴을 잡으면서 그대로 땅에 박아버렸다.
"커억!"
"이제 그만하게나."
"아,아직 죽을 수 없다! 나,나는 그 애와 만나기 전에 죽을 수 없단 말이다!!"
나는 노인의 불타는 눈빛을 보고 놀랐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생명의 기운은 사라진지 오래인데 무슨 집념이 그를 이렇게 잡는 것이 궁금했다.
"당신의 이름을 얘기해라. 내가 대신 전달해주겠다."
"...정,정말인가?"
"그렇다."
카데스의 시선과 내 시선이 마주쳤다. 카데스와는 지금까지 서로 죽이기 위해서 싸운 적대관계였다. 하지만 나는 얘기한 대로 그의 말을 전해줄 생각이었고 그 진심을 느낄 수 있었던 모양인지 카데스가 입을 열었다.
"내,내 이름은 카데스...딸,딸에게 미안하다고 전해다오."
"자네의 말은 전달해주지."
"고...맙다."
카데스는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이어서 카데스의 몸은 발부터 시작해서 순차적으로 재가 되었고 이내 머리까지 재로 변해버렸다. 나는 과연 어떤 집념이 그를 이렇게 붙잡고 있었는지 궁금하면서 동시에 싸웠던 강자에 대한 매너로 묵념을 해주었다. 그리고 묵념을 하는 순간 바람이 불었고 그로 인해 카데스였던 재는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모든 전투가 끝나고 나서야 나는 숨어있는 워디슨과 아레아에게 다가갔다.
"다들 괜찮아?"
"예."
"정말...무서웠어요."
워디슨과 아레아의 얼굴에는 여전히 놀라움의 감정이 남아있었지만 겉으로나마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벨리온, 너는?"
"괜찮다.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그렇게 강해진 거지?"
"이건 나만의 예상인데 약을 통해서 모든 생명력을 바치고 강해진 것 같아.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먹은 거지. 아무런 고민도 없이 그런 결단을 내리는 것을 보면 평범한 이들은 아닐 거야."
"그렇겠지. 인간 중에 그렇게 강한 자들은 오랜만이였다."
"한순간이지만 내가 본 초인들과 비슷할 정도였으니까. 그러고 보니 루미나도 괜찮아?"
"예..."
루미나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나는 루미나가 왜 멍하니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물어봤다.
"왜 그래? 멍한 표정을 짓고?"
"예? 아,아닙니다. 그저 제가 죽을 운명이 이렇게 간단히 바뀐 것이 믿어지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내가 그랬잖아. 죽게 놔두지 않겠다고."
"...그렇네요. 제가 듀로크님의 말을 믿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그런 걸 다 고마워해? 그보다 이제 살아났으니 나를 위해 힘을 써주지 않겠나?"
"그 말씀은?"
"너도 여기 혼자 있기에는 그렇잖아? 내가 미라크에 도둑 길드를 하나 세웠는데 거기 있지 않을래? 지금보다 훨씬 안전할뿐더러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을 거야."
"저야 감사할 따름이지만 제가 듀로크님의 기대에 못 미칠까봐 두렵습니다. 제 일처럼 미래가 변하기도 하고 듀로크님처럼 미래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괜찮아. 그저 참고만 하면 되니까. 그리고 대부분은 맞았잖아?"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알겠습니다. 비록 기대에 못 미칠지라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알겠어. 그리고 혹시 아까 카데스라는 노인의 과거를 봤어?"
루미나는 이름을 들으면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은 카데스가 이름을 말할 때 옆에 있었던 루미나가 과거를 봤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었다.
"예. 하지만 저는 죽은 자의 과거와 미래는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카데스라는 자가 죽기 전까지는 과거를 볼 수 있었지만 죽은 이후에는 불가능하여 단편적인 과거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본 내용이 뭔데?"
"예. 카데스라는 자는 라이언 왕성에서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라이언 왕성에서?"
나는 라이언 왕성에서 보냈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라이언 왕국에서 잘 대해주지 못할망정 이렇게 나를 죽이러 암살자들을 보낼 이유를 아무리 고민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흐음...뭐지? 왜 나를 죽이려고 라이언 왕국에서? 이유를 모르겠군."
내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내게 하나의 통신 마법이 왔다. 나는 이 타이밍에 통신 마법이 오는 것을 좋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통신 마법을 사용했다.
'이건 쥬디아에게서 온 건데?'
[듀로크다.]
[쥬디아입니다. 듀로크님, 제가 독단적으로 처리하기에는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여 이렇게 통신 마법을 보냅니다.]
[뭐지?]
[예. '발길과 인연의 교차점'이라는 여관에서 중요한 퀘스트가 요청되었습니다.]
[퀘스트?]
나는 과연 어떤 퀘스트이길래 쥬디아가 나에게 통신 마법까지 사용할 정도인지 궁금했다.
[예. 퀘스트의 내용은 익스퍼트 상급, 혹은 소드마스터 초급이거나 6서클 이상의 마법사를 구한다는 것이였습니다.]
[라이언 왕국의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상당한 무력을 필요로 한다는 거군. 또?]
[예. 보상도 만만치 않았지만 제가 듀로크님에게 통신마법을 보내는 가장 큰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뭔데?]
[퀘스트의 요청자가 바로 발런 후작이였습니다.]
"발런?"
나는 놀라서 육성으로 내뱉었다. 발런 후작은 라이언 왕국의 대표 귀족 중의 한 명이기 때문이었다. 그 대표 귀족이 왕국에서 먼 미라크까지 와서 용병을 찾는 이유를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런데 내가 발런이라고 얘기하자 워디슨과 아레아가 갑자기 움찔거렸는데 나는 이들이 갑자기 왜 그러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모르는 것들이 갑자기 우수수 생기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예. 요청자의 이름은 볼리크라고 되어있었지만 조사해보니 발런 후작이였습니다.]
[알겠다. 지금 곧바로 길드로 귀환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러면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서로 통신을 끊었고 나는 나를 쳐다보고 있는 4명에게 얘기했다.
"지금 바로 시프 길드로 귀환해야겠다."
"예?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나는 갑작스럽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아레아를 보고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아레아도 나의 시선을 보고 깨달았는지 당황하면서 침착한 척을 했지만 이상한 것이 한두 개가 아니였다.
"무슨 일까지는 아니고 내가 모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것도 상당히 중요한 일인 것은 틀림없어. 그렇기에 곧바로 귀환할 것이니 루미나는 준비해라."
"저는 이대로 가도 상관없습니다."
"알겠다. 그러면 내가 텔레포트를 시전할 테니 준비해라."
나는 그대로 텔레포트를 시전해서 시프 길드로 귀환하였다.
나는 눈을 뜨고 안전하게 길드에 귀환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르를 비롯한 4명은 갑자기 누가 텔레포트를 하는 것을 느껴서 그런지 경계태세를 가지고 있다가 나라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서 쥬디아는 내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황급히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듀로크님. 어서 오십쇼."
"그래. 그 발런 후작은 지금 어디 있다고 하지?"
"발런 후작은 여관에서 퀘스트를 수령하는 자가 생길 때까지 머무른다고 했답니다."
"그런가? 알겠다. 나는 여관에 갈 테니 여기 새로 오게 된 루미나를 잘 돌봐줘라."
"예? 루미나라면...그 유명한 점쟁이 말입니까?"
"그래. 여기 있잖아?"
내가 손으로 가르키자 쥬디아는 루미나에게 가서 직접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미처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오늘부터 신세 지게 되어서 잘 부탁드립니다."
"듀로크님의 명이 아니더라도 유명한 루미나님은 공손히 대해야 하지요. 그런데 어떻게 저희 길드에 오게 되셨습니까?"
"듀로크님과 얘기를 하고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듀로크님에게는 사람을 모으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부하지마. 그보다 워디슨과 아레아도 따라와라."
"예?"
워디슨과 아레아는 자신들도 부를 줄 몰랐는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놀라워할 뿐만 아니라 뭔가 꺼리는 느낌이었다.
"왜? 뭐가 꺼려지는게 있어?"
"아,아닙니다."
"그럼 빨리 가자고. 벨리온 너는 어떻게 할래?"
"나는 아까 당한 상처를 치료하고 있겠다."
"알겠어. 그럼 갔다 오지."
나와 워디슨, 아레아는 쥬디아가 가르쳐준 여관을 향해 이동했다. 여관은 역시 미라크에서 유명한 여관이여서 그런지 크기가 다른 건물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다랬고 안에서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나는 여관의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안에는 수십에서 수백 명은 될듯한 인원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벽에는 퀘스트를 요청하는 자료들이 걸려 있었고 카운터에서는 퀘스트의 거래 및 요청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조용해지면서 여관 안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 쏠렸다. 나는 그 이유를 모르고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그때 주변에서 얘기하는 귓속말을 듣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혹시 저 마법사, 그 투기장을 박살 냈다는 사람 아니야?"
"그 '무표정 가면'?"
"그래. 지팡이와 망토까지 생김새가 똑같은데?"
"설마 본인이겠어? 가짜겠지."
"그런가?"
나는 벌써 투기장에서 있었던 일이 소문이 났나 보구나 하고 간단하게 생각하며 카운터를 향해 걸어갔다. 카운터에는 원래 줄을 서고 있는 인원들이 있었는데 내가 걸어가자 자동으로 길을 비켜주었고 카운터에 있는 여성의 직원은 나를 보고 얘기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여기에 볼리크라는 자가 요청한 퀘스트가 있다고 들었다. 맞나?"
"예. 맞습니다. 하지만 6서클 이상의 마법사를 구한다고 적혀져 있습니다. 실례지만 그에 해당하는지요?"
"6서클? 윈드 커터."
나는 코웃음을 치며 6서클 마법인 윈드 커터를 시전했다. 내 옆에 반달 모양의 압축된 바람의 칼날이 생성되었고 윈드 커터는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윈드 커터가 생성된 모습을 본 이들은 모두 경악의 목소리를 내뱉었다.
"어,어떻게 6서클 마법을 저리 쉽게?!"
"캐스팅 없이 마법을 시전했다. 그렇다면 최소 8서클 마법사!"
"캐스팅을 미리 했다고 해도 저렇게 빠르게 하려면 최소 7서클이야."
"6서클 마법사도 왕국에 몇 없다고 들었는데..."
내가 시전한 마법에 여관 안에 있던 이들이 모두 쑥덕거리며 얘기를 하기 시작했고 나는 윈드 커터를 없앤 후에 점원에게 얘기했다.
"자, 증명은 됐겠지?"
"예? 예! 6,6서클 이상이신 것은 확실하군요."
멍쩍은 표정을 짓고 있는 카운터의 점원이 내 말에 정신을 차리고 얘기했다.
"그래서 그 요청자인 볼리크라는 자는 어디 있지?"
"여기 여관에 머물고 있습니다. 퀘스트에 응하시는 분이 생기면 불러달라고 했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알겠다."
나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한테 집중되어 있지만 무시하고 기다리는 동안 퀘스트 전단지가 걸려있는 것들을 보았다. 많은 퀘스트가 내 관점에서 보면 쉬워 보였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흥미로운 것들도 많았다.
약 5분 정도 전단지를 보면서 시간을 때웠을 때 발런 후작으로 예상되는 인물이 나를 찾아왔다.
"자네가 퀘스트를 받은 이인가?"
"그러는 당신은 발런 후작인가?"
내 말에 발런 후작의 이마가 꿈틀대는 것이 보였고 이내 발런 후작은 경계의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았다.
"자네는 누군가? 나를 알고 접근한 건가?"
"당신을 알기는 알지. 당신을 만나는 이유는 타이밍이 너무 적절해서 말이야."
"타이밍?"
"그래. 귀족 중의 귀족인 당신이 여기까지 와서 6서클 이상의 마법사를 찾는다는 것은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겠지. 안 그런가?"
"...내가 그 말에 답할 의무가 있나?"
발런 후작은 경계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며 말을 아꼈고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솔직하게 다가가기로 했다.
"원래 남의 속을 들으려면 나의 속부터 밝혀야 한다고 하지. 나는 방금 전에 나를 죽이려고 했던 암살자들을 처리하고 온 참이다."
"허?"
"그리고 그 암살자들은 왕성에서 보냈다고 한다. 뭔가 관련되는 일 없나?"
"왕성에서? 설마 예이츠 후작이? 하지만 왜? 예이츠 후작이 그럴 이유가 따로 있나..."
내 말에 발런 후작은 혼잣말로 중얼거리기 시작했고 아마 예측되는 바가 있기는 한데 확실치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숨기지 않고 다 얘기했다. 이제는 당신이 얘기할 차례다."
"...알겠네. 얘기하도록 하지."
"사일런스."
나는 남들이 듣지 못하도록 사일런스 마법을 사용했다. 발런 후작은 사일런스 마법이 걸리는 것을 신기하듯이 쳐다본 후에 얘기했다.
"현재 국왕전하께서 이상해지셨네. 비록 카리스마는 없지만 인자하시고 다정한 분이시지. 하지만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폭군으로 변하여 급기야 매트 왕자님까지 감금하셨네. 이런 변화에는 분명히 내막이 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네."
"그래서 그 내막을 알아보기 위한 인재를 찾기 위해서 왔다. 이 말인가?"
"그렇다네."
"그렇다면 나 이상으로 알맞은 인재를 찾지는 못할 거야."
"그렇게 자신하는 이유가 뭐지?"
"왜냐하면 나는 원래 왕성에 갈 예정이였거든. 매트 왕자의 초청을 받고 동맹을 맺기 위해서."
"...믿을 수가 없군."
"믿지 않을지는 당신 자유지만 지금은 어차피 나밖에 믿을 사람이 없잖아? 한번 믿어보라고. 매트 왕자를 구출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국왕도 원래대로 돌려줄 수 있으면 돌려줄 테니까."
"이렇게까지 해주는 이유를 모르겠군."
"라이언 왕국과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러기 위해서 방해 인자는 없애버려야겠지."
"...믿어도 되는 건가?"
"믿어라. 그 믿음에 보답해줄 테니. 어차피 물러날 수도 없지 않나?"
"...알겠네. 자네를 믿어보지. 자네의 이름은?"
"내 이름은 듀로크다. 날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해주지."
"그럼 상세 계획을 세우지 않겠나?"
"좋지. 워디슨, 아레아. 따라와라."
"워디슨? 아레아?"
발런 후작은 내 말에 갑자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워디슨과 아레아는 우물쭈물한 표정과 행동으로 나에게 다가왔는데 뭔가 꺼리는듯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나는 그 이유를 모르고 있다가 발런 후작이 크게 소리쳐서 깜짝 놀랐다.
"너,너희들은! 워디슨과 아레아가 아니냐!"
"안,안녕하십니까."
"오,오랜만이네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발런 후작과 워디슨과 아레아 사이에 어색한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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