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여행의 시작(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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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여행의 시작(17)
나와 벨리온 그리고 워디슨과 아레아는 여행 준비를 마치고 나갈 태세를 갖추었다.
"내가 없는 동안 길드를 부탁한다."
"맡겨주십쇼."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르를 비롯한 3명은 최선을 다하겠다며 답변하였고 그들의 눈빛을 통해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져서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쥬디아, 이 녀석들을 잘 돌봐줘라. 내가 왔을 때 이 녀석들이 차별당하는 모습이나 길드원들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가만히 안 있을 거다?"
"알겠습니다. 맡겨주십쇼."
"그럼 급한 일이 있으면 연락하도록."
그동안 정이 들었는지 워디슨과 아레아는 길드원들과 작별인사를 하였고 나도 쥬디아를 비롯한 5명에게 손을 한번 흔들고 난 후, 우리는 미라크를 떠났다. 미라크에서 떠나고 약 이틀을 이동하고 나서야 쥬디아가 얘기한 키라르라는 마을에 도착하였다. 키라르는 미라크와 다르게 발달하지 않았고 100여 명 정도가 살듯한 조그마한 마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인원이 많은지 나와 일행들이 마을에 도착해도 그들은 방문객을 신기하게 쳐다보지 않고 오히려 다가와서 얘기를 걸었다.
"루미나님을 만나러 오신 겁니까?"
"루미나? 누구지?"
"모르십니까? 저희 마을의 점쟁이입니다. 그녀를 만나러 오신 거 아닙니까?"
점쟁이를 만나기 위해서 이 키라르 마을에 많이 방문하는 모양인지 행인은 그녀를 모르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표정이었다.
"그 점쟁이는 어디 있나?"
"저희 마을의 제일 높은 언덕에 있습니다. 루미나님은 찾아오시는 분들 모두 점을 봐주시니 빨리 가시는게 좋으실 겁니다. 줄이 꽤 길거든요."
"가르쳐줘서 고맙군."
나는 행인에게 대답한 후에 일행들에게 먼저 점쟁이를 만나보자고 했다. 행인이 가르쳐준 언덕을 향해 올라가니 하나의 조그마한 집이 있었다. 유명한 것에 비해서 많이 허름한 집이였지만 외견과 다르게 집 앞에는 수많은 이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었다.
"엄청 많군. 이렇게 많은 것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런 것 같네요. 저도 키라르의 점쟁이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저도요."
"너희들도 알고 있다는 것은 어지간히 유명하긴 유명하나 보네. 그럼 한번 만나보자고."
나와 일행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줄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점쟁이가 얘기를 간결하게 해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줄의 길이에 비해서 빠르게 집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줄의 길이가 상당했기에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우리의 차례가 될 수 있었다.
우리의 차례가 되었을 때는 줄 뒤로 아무도 없어서 마지막인 것을 알 수 있었고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다음 분 들어오세요."
"들어가자고."
허름한 집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들어가자고 얘기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허름한 집 내부에는 눈을 감고 있는 한 명의 여자가 앉아있었는데 그녀에게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무력의 기운이 아니고 뭔가 말로 표현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이상한 기운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름을 가르쳐주십쇼."
"워디슨, 아레아. 먼저 해라."
"예? 저희들도 하나요?"
"그래. 어차피 왔으니까 먼저 해."
워디슨과 아레아는 고개를 숙이고 장님의 여자 앞에 앉았다.
"제 이름은 워디슨이라고 합니다."
"저는 아레아라고 해요."
"워디슨과 아레아...당신들은 도망쳐 나왔군요."
점쟁이의 말에 워디슨과 아레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망쳐서 고난을 겪었군요. 하지만 그런 고난 속에서 당신들을 구해준 이가 있었습니다. 그를 놓치지 마십쇼. 그는 미래에 당신들을 도와줄 이입니다."
점쟁이의 말에 워디슨과 아레아는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그녀의 말에 뒤통수를 긁적이며 워디슨과 아레아의 시선을 피했다. 그와 동시에 점쟁이가 소문대로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조금은 경탄했다.
"미래에 당신들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마시고 노력하세요."
"알,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 다음 분 오세요."
"네가 먼저 해라."
"나도 하는가?"
"어때? 재밌잖아."
벨리온의 내 말에 픽 웃고 점쟁이 앞에 앉아서 얘기했다
"내 이름은 벨리온이다."
"벨리온이라...당신은..마족이군요."
"호오? 놀랍군. 마족이라는 것까지 알 수 있나? 더구나 내가 마족이라는 것에 놀라지 않다니."
벨리온의 말대로 점쟁이는 벨리온이 마족인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당신의 과거와 미래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의 광경을 통해 당신이 그렇게 사악한 마족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가?"
"예. 당신의 미래를 가르쳐드리지요. 당신은 미래에서 갈림길에 서게 될 겁니다. 본능과 이성, 그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겁니다. 그 선택에 따라서 당신의 운명은 결정됩니다."
"갈림길이라. 그럼 나는 어떤 것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지."
"미래는 모두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선택에 따라서 2가지의 미래, 모두가 보이기 때문에 정확히 얘기해드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말하는 순간 그 미래는 둘 중 하나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흥미롭군. 알겠다. 명심하지."
"다음 분 오세요."
나는 내 차례가 됐다는 것을 눈치채고 점쟁이의 앞에 앉아서 얘기했다.
"내 이름은 듀로크라고 한다."
"듀로크라...어?"
점쟁이의 당황한 목소리는 모두 어리둥절하게 했다. 벨리온이 마족이라는 것에도 놀라지 않은 점쟁이였는데 내 이름을 듣고 놀라워했기 때문이었다.
"이,이건...놀랍군요. 이런 과거와 미래는 처음 봅니다."
"어떤데?"
"당신의 과거는 놀랍게도 2가지의 모습이 보입니다. 지금 현재의 모습과 다른 인간의 모습으로."
"...놀랍군. 거기까지 보이는 건가?"
나는 내가 환생하기 전의 모습까지 꿰뚫어보는 그녀의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서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사일런스."
나는 그녀와 나만 들을 수 있도록 사일런스 마법을 걸고 입을 열었다.
"혹시...말로만 듣던 환생자입니까?"
"그래. 네게 처음 말하는군. 나는 오크로 환생한 자다. 그것도 전생에서는 다른 세계, 다른 종족으로 살았었지."
"놀랍군요.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내 미래는 어떻지?"
"제가 놀란 다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당신의 미래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당신의 선택에 따라서 미래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는 말입니다. 말 그대로 열린 미래로 예측하기 불가능합니다."
"원래 그런 미래는 없는 건가?"
"제가 점쟁이를 하면서 처음 보는 미래입니다. 그리고 이런 미래의 경우 의미하는 것은 단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뭐지?"
"당신의 선택에 따라서 당신의 미래뿐만 아니라 나라, 민족, 전쟁까지 모든 것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뜻합니다. 크게는 대륙의 정세, 움직임까지도 변할 겁니다. 이렇게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 자는 드래곤 이외에 처음입니다."
"나비효과인가?"
"예?"
"전생에서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었지. 멀리 떨어진 타지역에서의 나비의 날갯짓이 현지에서는 태풍으로 올 수 있다는 뜻이다. 나의 선택에 따라서 대륙이 움직인다면 그런 의미이겠지."
"그런 뜻이 있었군요. 그 말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흐음...충고 고맙군. 그리고 내가 환생자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당신이 처음이다."
"저도 환생자를 처음으로 봐서 영광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난 네가 마음에 들었다. 나를 위해 그 힘을 써주지 않겠나?"
듀로크는 손을 내밀며 얘기했고 그녀는 그 손을 무의식적으로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손을 내리며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말씀은 고맙습니다. 하지만 힘들 것 같습니다."
"왜지?"
"저는 오늘 죽을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뭐?"
점쟁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가 예상할 수 있는 대답이 아니였다.
"저는 이름을 들은 이들의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그 말은 저도 저의 미래를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제가 본 제 미래에서는 오늘 죽을 운명으로 되어있었습니다."
"그래? 누구한테?"
"누군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오늘 죽는다는 것은 확실했습니다."
"죽는다고 하지만 여유로워 보이는군."
"미리 알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감정은 정리했습니다."
"그래도 죽고 싶지는 않겠지?"
"예?"
"죽고 싶지 않잖아?"
"그렇기야 합니다만..."
"그래? 그럼 미래를 바꿔주지."
"예?"
"내가 움직이면 대륙이 움직일 정도라며. 그러면 내가 당신을 살린다고 한다면 미래가 변하지 않겠어?"
"그,그건..."
그때 벨리온이 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는 벨리온이 어깨를 두드린 이유를 곧바로 눈치채고 사일런스 마법을 제거한 후에 워디슨과 아레아에게 얘기했다.
"너희들은 여기 있어라."
"예?"
"초대하지 않은 방문객이 온 것 같으니까."
내 감각이 상당한 강자들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기척이 매우 미세하기 느껴지는 것이 10명. 상당한 암살자로 예상되었다. 거기다가 소드 마스터 중급으로 예상되는 인물에 8서클 마법사로 느껴지는 자도 다가오고 있었다.
"뭐야? 이 집단은?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 나쁘지 않은 기운과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이다."
"혼자였다면 당했을 수도 있겠어. 하지만 네가 있으니 오랜만에 진심을 발휘해 보자고."
"그러도록 하지."
나와 벨리온은 집에서 나와서 다가오는 이들을 향해 다가갔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 지나자 예측했던 대로 12명의 인원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10명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암살자들이었고 소드 마스터 중급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8서클 마법사, 흑마법사로 보이는 늙은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저자가 확실한가?"
"예. 인상착의도 같고 키라르에 간다는 소식과 일치하여 틀림없습니다."
"나머지 한 명은 누구지?"
"죄송합니다. 조사해봐도 알 수 없었습니다."
"당신들은 누구냐?"
나는 나와 벨리온을 무시하고 얘기하는 이들을 향해 얘기했다.
"알 필요 없다. 조금 있으면 죽을 테니."
"웃기는군. 누가 죽나 보자."
흑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와 동시에 10명의 암살자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내 눈에도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암살자들은 나를 향해 동시에 10개의 칼날을 쑤시려고 했다. 하지만 칼날이 나에게 닿기도 전에 내 뒤에 있던 벨리온에게서 뿜어져 나온 검은 연기가 칼날을 모두 팅겨내었다.
"이것은?"
"검은 연기?"
"허어...이것은 마기인데?"
흑마법사만이 검은 연기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그리고 동시에 손을 들어서 암살자들에게 손짓했고 암살자들은 곧바로 뒤로 후퇴했다.
"마기? 마기라면 당신이 사용하는 마나가 아닌가?"
중년의 소드마스터가 늙은이를 향해 얘기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슷하지만 다르다. 저렇게 순수한 마기를 인간이 뿜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는 것은 그대는 마족인가?"
"어떨까? 붙어보면 알지 않겠나?"
"9서클 마법사와 마족이라...오늘은 득보다 실이 많겠군."
늙은이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고 암살자들은 늙은이의 고갯짓에 곧바로 반응했다. 나는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채고 곧바로 행동을 취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아이스 윌!"
아이스 윌. 6서클 마법으로 빙벽을 만드는 마법이다. 원래는 약 2미터의 높이, 두께 30cm를 가진 빙벽을 소환하지만 마나를 듬뿍 넣어서 시전한 아이스 윌은 위로 수십 미터까지 올라가고 두께도 몇 미터는 될 정도로 엄청난 강도를 가진 빙벽들을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그 빙벽들은 주변의 언덕 주위를 모두 둘러쌓으면서 하나의 경기장을 만들어내었고 도망치려는 이들의 퇴로를 차단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빙벽으로 원형의 천장도 만들면서 빠져나갈 구멍을 일절 만들지 않았다. 반경 몇백 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빙벽 경기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하앗!"
중년의 남성은 소드 마스터의 증거인 오러 블레이드로 빙벽을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오러 블레이드에 의해 빙벽이 두께의 절반 정도가 잘렸지만 마나가 듬뿍 들어가서 강도와 두께가 증가한 빙벽은 그 이상 잘리지 않고 버텨주었다.
"크윽...반발력이 상당해. 뚫고 나가는 것은 무리겠어."
"마법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다니. 역시 9서클 마법사는 다르군."
"어딜 도망가려고 해? 내가 순순히 돌려보내줄 거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당신 하나를 상대하려고 이렇게 왔건만...마족까지 있을 줄이야. 계산 착오군."
"계산을 잘못했다고 해서 봐줄 거란 생각은 하지마."
"그럴 생각은 하지 않네. 다만...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겠군."
"뭐를?"
"모두 일제히 복용한다!"
늙은이의 말에 중년과 암살자들은 모두 결심한 눈빛으로 품속에서 하나의 검은 알약을 꺼내었다. 이어서 그들은 동시에 들고 있는 알약을 모두 삼켰고 늙은이도 어느새 입안에 알약을 털어넣었다.
"크으으..."
"으으으...."
얼굴에 힘줄이 튀어나오면서 흰자가 붉게 변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암살자들의 기세와 살기가 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해졌고 소드마스터인 중년의 기운은 거의 상급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기운을 뿜어내었다. 더구나 8서클 흑마법사인 늙은이는 9서클 마법사가 가지고 있는 마나량에 도달할 정도였다.
"...이거 생각보다 힘들겠는걸?"
나는 예상보다 힘든 싸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싸움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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