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여행의 시작(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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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여행의 시작(13)
"다음 시합은 모든 이들을 한방으로 때려눕혀서 올라온 흑발 미청년 벨리온과 쾌검을 사용하는 레노스입니다. 두 분 모두 입장해주시기 바랍니다."
심판의 말을 들은 나는 벨리온의 어깨를 툭 치며 얘기했다.
"벨리온, 네 차례다. 빨리 끝내라."
"그러도록 하지. 하지만 조금은 즐기도록 하겠다."
"그래? 나는 보지 못했는데 쾌검이라고 말할 정도야?"
"쾌검에 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봐줄 만하더군."
"흐음...이 정도?"
나는 헤이스트 마법을 사용하고 지팡이를 벨리온에게 휘둘렀다. 헤이스트로 강화된 내 속도는 범인의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지만 벨리온은 가볍게 지팡이를 손으로 잡았다.
"이보다 조금 느리다."
"그래? 그러면 별로네. 그보다 아까 지크리드라는 흑마법사를 상대했는데 그 녀석은 왜 너를 감지하지 못한 거지? 둘 다 비슷한 마나를 사용하지 않나?"
"지금 나는 마나를 갈무리하고 있어서 아무리 마나에 민감한 흑마법사라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내가 마족이라는 것이 들키면 골치 아파지니."
"그러니까 하는 말인데 결승에서 싸울 때는 어떻게 할 거지?"
"너와 싸우려면 마기를 써야 할뿐더러 나는 계약에 얽매여 있는 몸. 네게 타격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가볍게 육탄전으로 하는 건 어때? 나는 스트렝스 마법과 헤이스트 마법으로 육체만 강화하고 지팡이로 싸울게."
"그러면 불만 없지. 맘껏 싸울 수 있겠구만."
"좋아. 그러면 갔다 오라고. 너, 부르는 것 같으니까."
"알겠다."
벨리온은 결투장으로 향해 걸어갔다. 벨리온이 나오자 관객들은 더욱 환호했는데 지금까지 벨리온이 보여준 압도적인 무력 때문인 것 같았다. 상대 레노스라는 남자는 은발의 30대 남자로 무사를 상기시키는듯한 천 옷을 입고 있었고 옆구리에 검을 차고 있었다. 레노스라는 남자는 투기장에 온 경험이 많은지 여유롭게 관객의 환호성에 반응해주기까지 했다.
"그럼 결투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와아아!!
결투가 시작되면서 나는 결투장의 입구에서 구경했지만 상당한 거리에도 불구하고 귀가 밝아서 벨리온과 레노스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신, 정체가 뭐지?"
"그것을 왜 물어보지?"
"당신은 이런 투기장에 올 실력이 아냐. 투기장의 사천왕이라도 당신한테는 안 되겠지."
"확실히 네 말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무슨 상관이지? 현재 네 앞에 내가 있다는게 중요할 뿐이다."
"하긴...내가 일격이라도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내 기대만큼만 부응해주길 바란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지."
레노스는 검을 잡고 자세를 잡았다. 벨리온은 레노스가 자세를 잡든 안 잡든 상관없다는 듯이 가만히 있었다. 두 명 모두 서로를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고 대치를 하고 있었는데 먼저 움직인 것은 레노스였다. 레노스는 쾌검의 대표라고 생각되는 발검을 하였다.
모리스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속도였지만 그래도 범인이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의 속도였다. 하지만 벨리온에게는 마치 기어오는 듯이 보일 것이고 예상대로 벨리온은 레노스가 최고 속도로 뽑은 칼을 그저 검지 손가락으로 막아버렸다.
"아,아니!"
레노스는 벨리온이 쎈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확대마법을 걸고 자세히 보니 칼과 맞닿은 손가락의 일부 피부만 경질화시켜서 막은 것이 보였다.
"이제 내가 공격해도 되겠지?"
벨리온은 순식간에 레노스의 옆으로 가서 주먹을 휘둘렀다. 레노스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쌓아왔던 전투감각을 기반으로 칼로 옆구리를 무의식적으로 방어했다. 하지만 벨리온의 주먹에는 상상 그 이상의 위력이 들어있었다.
쩌정! 뿌드득!
"크억!"
칼이 산산조각 나면서 분해됐고 옆구리의 갈비뼈가 버티지 못하면서 작살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벨리온의 주먹에 맞은 레노스는 그대로 홈런에 맞은 공처럼 날아가 버렸다.
'인간이 저렇게 멀리 날아갈 수 있구나.'
내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레노스는 벨리온의 위치에서 약 50미터는 떨어져 있는 곳에 착지했다. 착지라기보다는 떨어졌다는 말이 맞아보였다.
심판은 떨어진 레노스에게 달려가서 상태를 관찰했고 이내 기절한 것을 확인한 후에 승자를 선언했다.
"승,승자 벨리온!"
우와아!
벨리온의 무식한 파워에 관객들은 자리에 일어나서 환호성을 질렀다.
"이어서 결승전을 진행하겠습니다. 시간은 약...예?"
심판은 결승전을 할 시간을 얘기하려고 했다. 선수의 회복시간을 고려해서 하기 때문에 일정 시간 뒤에 할 예정으로 보였다. 하지만 어느새 벨리온이 심판에 접근하여 심판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벨리온과 심판과의 이야기가 끝났고 심판은 이어서 얘기했다.
"정정하겠습니다. 벨리온 선수가 상관없다고 하여 결승전은 곧바로 진행하겠습니다. 듀로크 선수도 입장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속으로 벨리온에게 잘했다고 칭찬하며 결투장으로 걸어갔다. 벨리온은 내가 오는 것을 보고 씨익 미소를 짓고 있었다. 쓰러져 있던 제노스가 몇 명의 인원에게 실려 나가자 심판은 관객들을 향해 크게 얘기했다.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결승전입니다! 지금까지 투기장의 역사 속에서 이렇게 강한 이들을 볼 수 없었습니다. 모두 환호로 맞이해주기 바랍니다!"
우와아아!
나는 조용히 헤이스트와 스트렝스 마법을 사용해서 준비를 갖추고 앞으로 나아갔다. 벨리온도 나를 향해 다가왔고 나와 벨리온은 주먹만이 지나갈 수 있을듯한 좁은 공간을 두고 대치했다.
"그럼 이만 시작하겠습니다! 결투 시작!"
심판은 결투 시작을 알리고 결투장에서 멀어졌다. 나는 심판이 상당히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 벨리온에게 얘기했다.
"즐겁게 하자고."
"바라던 바다."
누가 먼저 하자고 하지도 않았는데 나와 벨리온은 동시에 움직였다. 나는 지팡이로 벨리온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 벨리온은 주먹으로 쳐서 지팡이의 경로를 바꾸는 동시에 나의 얼굴을 타격하려 했다. 하지만 나는 얼굴을 옆으로 움직여서 피하고 지팡이를 잡고 있지 않은 주먹에 마나를 불어 넣어서 벨리온의 얼굴을 향해 뻗었다.
벨리온은 얼굴을 피하지 않고 주먹으로 나의 주먹에 맞대응하기로 결정했다. 나의 마나가 들은 주먹과 경질화된 주먹이 부딪혔다.
콰아앙!!
부딪힌 충격파가 나와 벨리온의 뒤로 수많은 먼지를 풍겨내며 관객들을 향해 날아갔다.
나는 이어서 발로 벨리온의 배를 걷어차려고 했다. 하지만 벨리온이 똑같이 발을 들어서 내 발과 부딪히면서 또 충격파를 만들며 무력화시켰다. 그렇게 나와 벨리온은 수십 합을 움직였고 그로 인해서 충격파는 관객들을 향해 계속 날아갔다.
콰콰콰쾅!! 퍼퍼퍼펑!
나와 벨리온은 수십 합을 겨루고 난 후에 동시에 뒤로 물러났고 관객들은 멍쩍인 표정을 짓다가 이내 함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지금까지 들은 어떤 환호성보다도 커다랗고 광기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급이 다른 무력을 보여줘서 그런지 관객들의 표정에는 환희와 놀라움의 감정이 들어있었다.
"이 정도면 몸 풀었지?"
"그래. 충분하군. 이제 한방 싸움으로 하지 않겠나?"
"좋아. 너무 무력을 보여주면 안 되니까 가볍게 한방 싸움으로 하자고."
나는 지팡이를 잡고 순식간에 움직였고 벨리온도 내가 움직인 것에 맞혀서 움직였다. 관객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 나와 벨리온은 승부가 어떻게 끝났는지 알고 서로 악수를 했다.
"즐거운 싸움이였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심판. 항복이다."
벨리온은 심판에게 항복 선언을 하였다. 심판은 갑자기 벨리온이 항복 선언을 하자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벨리온은 이유를 설명했다.
"팔이 빠져서 말이지. 이 이상은 못하겠군."
벨리온의 어깨에는 지팡이에 파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심판은 언제 이런 흔적이 남아있었는지 몰랐다는 표정으로 승자 선언을 했다.
"승,승자! 듀로크!"
우와아아아아아아!!
솔직히 벨리온과 신체능력으로 싸운다면 이기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게 걸려져 있는 계약 때문에 벨리온이 과감히 공격하지 못하는 것도 있어서 나에게 유리하게 흘러가 이긴 것이다.
"우승자 듀로크에게는 사천왕에게 도전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 경기는 내일부터 이루어질 예정이니 많은 참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나는 우렁찬 환호성을 들으며 벨리온과 함께 결투장에서 나갔다. 하지만 수많은 관객들의 시선이 나와 벨리온에게 주목되어서 투기장에서 나가기가 너무 힘들었고 결국 나는 관객들이 보이지 않는 장소로 들어가서 텔레포트를 통해 시프 길드로 다시 돌아갔다.
어두운 밤, 마을에 움직이는 인원을 찾기 힘들 정도로 조용한 밤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어둠 속에서 인비저빌리티 마법과 플라이 마법까지 사용하여 이동하는 중이었다. 왜 이런 밤에 움직이냐 하면 지금이 아니고서는 타이밍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였다.
나는 투기장의 사천왕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 이 밤에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들을 내 휘하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들이 그런 무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왜 게덴의 귀족에 얽매이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 밤중에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 근처인가.."
투기장에서 길드로 온 이후에 쥬디아에게 그들의 위치 정보를 받았다. 그들은 게덴의 귀족, 브루드가 사는 저택에서 살지 않고 따로 조그마한 집에서 살았는데 그들이 원해서 그렇게 원했다고 한다.
브루드도 그들이 저택에 있지 않는게 좋아서 동의했지만 언제든지 그들을 감시하는 인원을 배치했다고 했다. 어느 정도 왔다고 생각됐을 때 나는 쥬디아에 들었던 정보와 생김새가 같은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일반 4인 가족이 살 거라고 생각되는 허름한 집이였지만 일반 집보다 더 크키가 컸다.
무작정 크기만 큰 것이 아니고 모든 것이 거대했다. 창문과 들어가는 문, 지붕의 크기 등 평범한 집 보다 2배 이상은 거대하여 마치 거인의 집에 온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고 바로 쿠르라는 하프 오우거 때문이였다. 쿠르가 3미터를 넘는 몸을 가지고 있어서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 평범한 집보다 2배 이상 크게 지어졌다고 들었다.
나는 조용히 그들이 살고 있는 집에서 몇 블록 떨어진 집의 지붕에 안착했다. 그리고 4명을 감시하는 암살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아주 미세한 마나를 사용해 탐지마법을 시전했다. 탐지마법을 사용한 결과 집 안에는 목표했던 4명이 있고 그들을 감시하는 자들이 총 12명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무력은 익스퍼트 초급에 미치거나 미치지 않는 자들로 충분히 4명이서 제압할 수 있는 약한 이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는 것을 보면 분명 모종의 이유가 있다고 확신이 들었고 나는 조용히 암살자 12명에게 슬립 마법을 걸었다.
슬립 마법에 걸린 12명의 암살자들은 시간이 지나자 자기 몸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쓰러졌고 나는 다시 한 번 탐지마법을 광범위로 사용해서 다른 이들이 있나 조사해봤다. 하지만 다른 인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조심스럽게 그들에게 다가가기로 결정했다.
"좋아.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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