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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52화 (52/360)

5장 여행의 시작(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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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여행의 시작(12)

....!!!

"으음...뭐야?"

나는 바깥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단잠을 자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대기실의 문은 열려있었고 그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움직임이 보이고 있었다.

"하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한 명이 죽어버렸다."

나의 혼잣말에 응답해준 이는 회색 빛깔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20대의 남성이었다.

"죽어? 누가 죽였는데?"

"검은 흑발을 가진 남자가 상대를 가볍게 한번 때렸는데 죽어버렸다. 보고도 믿기지가 않더군."

"그래? 지금까지 투기장에서 죽은 인원이 나온 적이 없었나?"

"있지. 하지만 그렇게 쉽게 죽은 적은 없었다."

"어떻게 죽었는데?"

"검은 흑발의 남자가 상대의 목을 수도로 가격했다. 그리고 그대로 상대가 쓰러져서 경기는 끝났다. 심판의 이야기에 의하면 목 부분의 뼈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고 하더군."

"그 검은 흑발의 남자. 이름이 벨리온이지?"

"어,어떻게 알고 있나?"

"그 녀석은 나의 동료니까. 에휴, 적당히 하라는 말을 하지 못했군."

나는 얼떨떨해하는 남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벨리온을 찾으러 대기실에서 나갔다. 멀리 가지 않아서 벨리온을 만날 수 있었고 그는 대기실로 다시 돌아오는 중이었다. 벨리온의 근처에는 그를 두려워하는 표정들로 바라보고 회피하는 이들도 있었다.

"여, 벨리온. 얘기 들었다. 한 명 죽였다면서?"

"그냥 툭쳤는데 죽어버렸다. 그렇게 약할 줄은 몰랐는데."

"다음 상대부터는 좀 봐주면서 해. 이렇게 이목을 끌고 있잖아."

"네가 그렇게 얘기한다면 그렇게 하지. 나도 이렇게 이목을 끄는 것은 별로 반갑지 않으니까."

천년 전에 봉인 당했던 마족인 벨리온의 입장에서는 이목을 끄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 말에 간단히 수긍한 벨리온이었다.

"그보다 나는 언제 하는 거지? 오늘 예선을 다 치른다고 들었는데?"

"내가 32강의 마지막이였으니 다음이 너의 경기일 거다."

"그래? 이번에는 한번 나가보기라도 했으면 좋겠군."

나의 염원을 들었는지 그때 나를 부르는 안내원 목소리가 들려왔고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서 투기장으로 걸어갔다. 선수가 나오는 것을 본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광기를 드러내고 있었고 그 광경을 통해 그들이 분위기에 휩싸여서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장에서 사기가 전투의 방향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것처럼 사람은 많은 이들과 함께 있으면 그들의 감정과 공유하기가 쉬워진다. 수백 명의 관객이 나를 보고 있었고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아마 그들의 시선에 몸이 얼었을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의 힘을 이어받아서 그런지 이렇게 수백 명의 이목이 쏠려도 아무런 느낌도 받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여유롭게 투기장 내부를 관찰하였다. 옛날에 묻은 피가 굳어서 검은 흔적으로 남아있었고 좀 전의 전투에서 흐른 피들도 아직 마르지 않아 모래를 적시고 있었다. 무기들의 잔해와 전투의 흔적 또한 남아있었는데 투기장의 싸울 수 있는 공간이 크다보니 그런 흔적들은 눈에 힘주고 신경 쓰여야 보일 정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싸우는 공간, 결투장에는 나까지 합쳐서 3명의 인원이 있었고 나와 심판 그리고 상대로 생각되는 인물이었다. 심판은 두 선수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관객들을 향해 크게 소리를 질렀다.

"모두 기다리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지금부터 16강의 대전을 시작하겠습니다! 16강의 첫 대전.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신입, 듀로크와 바람의 마도사라고 불리는 버크의 대결입니다! 모두 기대해주십쇼!"

우와아아아!!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두 선수 모두 준비하시고. 결투....시작!"

환호성에 맞혀서 심판은 결투 시작을 외친 후에 뒤로 물러났다. 나는 버크라는 남자를 향해 앞으로 걸어갔고 버크라는 남자는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얘기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바람의 마도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버크라고 합니다. 당신은?"

"난 듀로크. 별명 따위는 없다. 시간 아까우니 빨리 싸우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그럼 저부터 공격하겠습니다. 나와라! 실프!"

버크라는 남자는 바람의 하급 정령인 실프를 소환했다. 실프는 바람으로 이루어진 조그마한 아가씨로 버크의 옆에 날아다니며 재롱을 부리고 있었다.

"그게 끝이야?"

"예?"

"실프 하나 소환하는게 끝이냐고?"

"설마, 아니죠. 저는 동시에 5개의 실프를 조종할 수 있답니다."

미리 소환한 실프를 제외한 4개의 실프가 더 생성되었다. 투기장의 관객들은 실프가 여럿이 소환되자 환호를 질렀다.

"5개의 실프라...이 정도인가."

"무서워도 실성하시면 안 됩니다."

"미쳐서 웃는 걸로 보이나? 어이가 없어서 웃는 거다."

"예?"

"이렇게나 수준이 낮다니. 예상은 했지만 너무 심하군."

"...저를 모욕하는 겁니까?"

"모욕하는 건지 아닌지는 덤벼보면 알잖아?"

"이익! 실프 가서 공격해라!"

5명의 실프는 주인의 명령을 듣고 나를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나는 실프를 향해 마법이나 손을 쓰지 않았다. 아니, 그런 행위조차 사치였다.

『꺼져라!』

[끼야아악!!]

드래곤의 마나가 내재된 내 목소리는 실프들을 강제로 정령계로 보내버렸다. 중급과 상급의 정령은 목소리로만 강제로 보내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불의 정령이 아닌 타정령이라면 더욱 힘들다.

하지만 하급 정령은 드래곤의 마나가 담긴 목소리라면 강제로 정령계로 보내는 것이 가능했다.

"뭐,뭐야? 무,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어떤 일이 벌어진지 모를 정도로 너는 약하다는 것이다. 너와 내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보다 심하니까 좋은 말할 때 항복해라."

버크라는 남자는 나의 말에 얼굴이 붉게 변했지만 이내 오른손을 들며 심판을 향해 얘기했다.

"항,항복하겠습니다."

관객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지 이해하지 못하여 멍하니 있었고 심판도 무슨 일이 벌어진지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심판은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결투의 결과를 얘기했다.

"승,승자 듀로크!"

우와아아!!

심판이 승자를 정하자 관객들은 그제야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그들의 환호성에도 불구하고 손짓조차 하지 않으면서 결투장 바깥으로 나갔다. 결투장 바깥에서는 벨리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약할 줄 모른다고 했잖아."

"저 정도일 줄이야...심각하군."

나는 벨리온에게 푸념을 하며 얘기하면서 한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들을 보았나? 르."

"그래. 능력을 갈무리했는지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강자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군."

"네가 그렇게 얘기한다면 그렇겠지. 넌 어떻게 생각하냐? 쿠르."

"크르르...둘 다 인간..같지 않다."

"이번에도 직감이야?"

"직감도..있다. 하지만...1명은..냄새가 난다."

"냄새?"

"냄새...인간이..아닌..냄새."

"인간이 아니다라...밀리나. 너는 어떻게 생각해?"

"가면을 쓴 쪽은 모르겠어. 하지만 검은 흑발의 남자에게서는 불길함이 느껴져."

"그래? 어떤?"

"뭐랄까...소름끼치는 듯한 느낌이야."

"허.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 그런데 저런 이들이 왜 여기에 온 걸까?"

"그러게. 어?"

"왜? 밀리나."

"지금 저들이 우리를 보고 있는 거 아냐?"

"설마, 여기서 저기까지 윤곽만 보이지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보이지 않아. 더구나 이 유리는 브루드가 특별 제작한 걸로 여기서는 보여도 밖에서는 볼 수 없어."

"그렇지? 그런데 왠지 시선이 여길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에이, 설마. 르는 어떻게 생각해?"

"모르겠다. 머리로는 보는게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직감은 나를 보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래? 뭐, 어차피 나중에 우리와 붙어보면 알겠지. 안 그래?"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럼 여기서 저들을 계속 지켜보자고."

"너도 느끼고 있었지?"

"그래. 어느 정도 쓸만해 보이는 4명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군. 하지만 느껴지는데 보이지 않다니. 마법인가?"

"아니. 아마 밖에서는 보이지 않고 내부에서만 보이게 만든 것 같다."

"잘 아는군. 알고 있었나?"

"원래 그런 유리가 있었으니까."

전생에 그런 유리가 있었지만 이곳에서 볼 줄 몰랐다. 그보다 느껴지는 기운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이곳에 온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정도 기운이면 길드를 지키는데 충분하겠군."

"그게 목적이였나?"

"절반은. 나머지 절반은 이 투기장을 없애버리는 거고."

"나머지 절반은 마음에 드는군."

"그러니 이제부터는 순식간에 애들을 무력화 시키자고."

"알겠다. 나도 너와의 싸움만을 기대하고 있으니까."

나와 벨리온은 예선을 빠르게 무력화 시키기로 결정했다. 벨리온은 아예 상대가 항복해서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고 나는 가볍게 스트렝스 마법과 헤이스트 마법으로 강화된 신체로 지팡이를 휘둘러서 무력화시키고 올라갔다.

그렇게 벨리온과 나는 순식간에 4강에 올라가게 되었다. 4강에서 나의 상대는 흑마법의 기운이 느껴지는 흑마법사였다. 서클은 약 5서클이였지만 흑마법의 성격상 일반 마법사보다 강력하여 6서클의 이상의 힘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예상되었다.

나는 드디어 그래도 봐줄 만한 실력을 가진 상대를 만나서 기쁜 마음과 함께 결투장으로 들어갔다.

우와아!

나와 흑마법사가 결투장에 들어온 것을 확인한 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심판은 목소리를 키워서 크게 외쳤다.

"모두 기다리셨습니다! 지금부터 4강을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참가자~ 5서클의 흑마법사로 모든 이들을 마법으로 무력화시키고 올라온 지크리드!"

우와아!

지크리드라는 흑마법사는 중년의 남성으로 관객의 환호성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직 나만을 바라보고 모든 신경을 나한테 집중시키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 참가자~ 지팡이를 휘두르며 가볍게 상대를 제압하고 올라온 무표정 가면의 사나이! 듀로크!"

우와아!

나도 관객의 환호성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은 상대 흑마법사에 대한 흥미로 인해서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흑마법사는 만나지 못했었기에 과연 흑마법사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결투 시작!"

나는 먼저 공격하기 전에 상대방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 5서클 마법사라고 했나?"

"그런데?"

"최대 마법으로 공격해라."

"뭐?"

"분명히 말했다. 최대마법으로 공격하라고. 그동안 충분히 기다려주지."

나는 그 말대로 상대가 최대마법으로 공격하게 둘 생각이었다. 얼마나 위력이 있는지 궁금했을뿐더러 공격해오더라도 망토로 막으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지크리드라는 남성은 내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고민하는 표정이였다.

"고민하지 마라. 아무런 함정도 없으니까."

"너를 어떻게 믿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주지. 다시 한 번 말하겠다. 너의 최대마법으로 공격해라. 후회하기 싫다면."

지크리드는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길게 가지 않아서 지크리드는 고민의 시간을 끝내고 마나를 모으는 것이 눈에 보였다. 검은 마나의 기운이 꿈틀대며 지크리드를 중심으로 몰려들었고 최대마법을 사용하려고 하는지 상당한 캐스팅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나는 약속대로 지크리드가 캐스팅하는데 건드리지 않고 그저 구경만 했다. 관객들은 지크리드가 마법을 사용하려고 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모두 지크리드의 모습에 집중하였다.

캐스팅의 시간이 끝나고 지크리드는 정말로 건들지 않았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끼면서 동시에 마법을 완성했다는 만족감의 미소를 보여주었다.

"캐스팅하는 동안 기다려주다니. 후회할 거다."

"어떨까나? 빨리 공격이나 해."

으득.

"잘난 체를 언제까지 할 수 있나 보자! 파이어 캐논!"

일반 마법사의 불꽃 마법과 다르게 검은 불꽃이 공중에 나타났다. 두터운 검은 불줄기는 주변을 불태우며 나를 향해 날아왔지만 나는 실드를 사용하지도 않고 그저 망토로만 몸을 가려서 불줄기를 받아내었다.

콰콰쾅!!

파이어 캐논이 나와 부딪히면서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그 폭발에 엄청난 먼지가 휘몰아쳤고 충격파로 인해 관중들은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그리고 이내 지크리드는 내가 아무런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 크게 웃으며 얘기했다.

"크하하핫!! 잘난 체하더니 꼴 좋군! 지옥에서 후회나 해라."

"뭘 후회해? 그래 봤자 6서클 위력이군."

"뭐,뭐야?"

나는 바람 마법으로 먼지를 제거했다. 나를 중심으로 땅이 까맣게 그을렸고 조그마한 크레이터가 생겨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생채기 하나 생기지 않았고 그을림조차 없었다. 내가 태연히 모습을 드러내자 지크리드는 물론, 관객과 심판조차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다.

"흑마법사가 일반 마법사보다 위력이 강력하다고 하더니 그 말은 사실이였군. 5서클에도 불구하고 위력은 거의 6서클의 파이어 플레임과 비슷해."

"너,넌 대체 뭐냐?!"

"뭐가?"

"어,어떻게 마법도 사용하지 않고 내 마법을 받아낼 수 있었지?! 더구나 생채기조차 없다니..말이 안됀다!"

"뭐가 안돼? 내가 너보다 강하니까 가능하지."

"네게는 아무런 마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법사가 아니라고!"

"그래? 이래도?"

나는 지팡이를 놓고 마나를 뿜어대었다. 마나에 민감한 마법사인 지크리드는 내게서 뿜어져 나오는 무한하고 강대한 마나를 몸으로 느끼고 다리에 힘을 잃은 채, 땅에 털썩 주저앉았다.

"대대,대체 당,당신의 정체가 뭡니까?!"

"뭐긴, 심심해서 투기장에 참가한 지나가던 행인이야. 그보다 항복하지 않겠나? 쓸데없는 기운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거든."

나는 마나를 더욱 뿜어내며 얘기했고 내 마나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지크리드는 온몸을 떨며 간신히 입을 열고 얘기했다.

"항,항복하...하겠습니다."

"심판. 항복이래."

"예? 아,알겠습니다. 이번 승자는 무표정 가면의 듀로크입니다!"

우와아아아!!

나는 환호하는 관객들과 넋 놓고 있는 지크리드를 무시한 채 결투장에서 나갔고 다음 결투는 드디어 벨리온과의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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