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여행의 시작(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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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여행의 시작(10)
나는 텔레포트로 다시 도둑 길드의 본거지로 오는데 성공했고 오자마자 분위기가 침묵으로 휩싸여있는 것을 눈치챘다. 아마 벨리온이 마족이여서 그런지 쥬디아와 남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서 침묵으로 일관한 것 같았고 그렇다고 벨리온이 먼저 대화를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온 것을 확인한 쥬디아와 남자는 밝은 미소로 나를 반겨주었다.
"오셨습니까? 듀로크님."
"그래. 이 목걸이 중에 있나?"
나는 가져온 목걸이들을 마법 배낭에서 꺼내서 쥬디아 앞에 모두 펼쳐두었다. 쥬디아는 내가 늘어놓은 목걸이들을 보고 하나씩 살펴보다가 이내 찾던 손짓이 갑자기 멈추었다.
"찾았나?"
"예...이겁니다."
쥬디아는 하나의 목걸이를 들었다. 커다란 블루 사파이어가 중앙에 있고 양쪽으로 조그마한 사파이어가 2개씩 붙어서 아름다워 보이는 목걸이였다. 쥬디아는 목걸이를 보고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없는지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뭘, 거래를 위한 것이였으니까 고마워할 필요 없다. 나도 그만한 대가를 받을 뿐이니까."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오신 겁니까? 듀로크님의 말대로 저녁을 준비하고 있긴 했지만 조금 믿을 수 없었습니다."
"엄청 쉽던데? 그냥 경비병들과 있는 애들 다 때려눕히고 저택도 부수고 왔어."
"아...예."
"믿기 힘들어? 너 기쁘라고 이 녀석도 데려왔는데?"
"예?"
나는 바닥에 내려놓았던 코모드 백작을 들어 올려서 보여주었다. 쥬디아와 남자는 내가 들어 올린 코모드 백작을 보고 경악하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그 남자는..코,코모드 백작 입니까?"
"응. 맞는데? 왜?"
"잡,잡아 오신겁니까?"
"어. 내가 부탁할게 하나 더 있어서."
"무슨 부탁입니까?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거면 모두 들어드리겠습니다!"
쥬디아는 원수인 코모드 백작을 봐서 그런지 의욕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가 정보에 빠삭한 하나의 집단을 만들려고 하거든. 그런데 지금 내 앞에 도둑 길드가 있잖아?"
"예."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야. 이 코모드 백작을 줄게. 대신 네 도둑 길드가 내 휘하에 들어와라."
"휘하에...말입니까?"
"휘하에 들어온다고 해도 별로 해가 될 것은 없을 거다. 오히려 득이 된다면 되지. 난 은근히 힘이 있는 오크라고?"
하나의 왕국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갖고 있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였고 내 말에 쥬디아는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휘하에 들어가는 것은 얘기가 달랐기 때문이였다. 더구나 지금은 도둑 길드에 속한 인원들이 쥬디아의 방침에 불평불만을 품고 있었기에 더 고민하는 쥬디아였다.
하지만 눈앞에 원수가 있어서 그런지 고민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제가 이끄는 길드는 듀로크님의 휘하에 들어가겠습니다."
"좋은 결정이였다.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지. 그럼 이 녀석은 맘대로 하라고."
"고맙습니다."
쥬디아는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표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남자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는 곧바로 코모드 백작을 데리고 사라졌다.
"그럼 내 휘하에 들어왔으니 인사나 하게 모두 모이게 할 수 있나?"
"예."
"그래? 그러면 이걸로 먹을 것을 사와서 다 같이 식사나 하자고."
나는 쥬디아에게 마법 배낭에 있던 커다란 보석을 하나 주었다. 쥬디아는 자기 주먹만한 보석을 선뜻 주는 내게 놀라워했지만 이내 감정을 추스리고 얘기했다.
"너무 많습니다."
"그걸로 밑에 있는 녀석들에게 좀 뿌려. 그래야 불만이 사라지지. 그리고 식사도 귀족들이 먹을 정도로 비싼 것들로 모으고. 원래 첫 인상이 중요한 법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쥬디아는 준비를 하러 나갔고 방안에는 벨리온과 나, 단둘이 남게 되었다.
"도둑 길드는 왜 접수하려고 하는 거지?"
"말했잖아. 정보가 필요하다고. 라이언 왕국만의 정보가 아닌 타왕국의 정보도 추후에는 필요할 테니까."
"그래서 이 길드를 키우려고 하는 거냐?"
"그래야지. 다른 어떤 길드보다도 더 크게."
나와 벨리온, 그리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워디슨과 아레아까지 모여서 식사를 하러 갔다. 여관으로 위장한 건물의 문까지 잠그고 1층으로 사용했던 테이블의 위에는 모두 음식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1층에는 내가 말한 대로 도둑 길드에 속한 인원들을 모두 모였는지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인원이 있었다. 나는 쥬디아에게 부탁해서 구한 가죽장갑과 무표정 가면을 착용했다. 아직 길드원들에게 내가 오크라는 것을 밝히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무슨 날이야? 이 음식들은 대체 뭐지?"
"몰라. 무슨 좋은 일이 있는거 아냐? 음식의 질도 장난이 아닌데?"
"그러게 말이야."
도둑 길드원들의 나이대는 다양각색했고 어린아이부터 시작해서 늙은이까지 광범위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것을 확인한 쥬디아는 카운터에 서서 길드원들이 모두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얘기했다.
"모두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커다란 일이 있고 경사스러운 일이 있어서 이렇게 음식을 준비하고 모든 분을 불렀습니다."
길드원들은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음식을 준비하고 모이게 했는지 궁금한 눈초리였다.
"이 모든 음식을 사는 돈을 선뜻 주시고 엄청난 무력을 가지고 계신 듀로크님을 소개하겠습니다. 모두 박수로 맞이해주시기 바랍니다."
짝짝짝!
나는 내가 나갈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고 2층에서 내려와서 모습을 드러냈다. 나한테 당한 기억이 있는 몇 명이 나를 보고 움츠러들었고 누구는 놀라운 표정을, 누구는 궁금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박수 소리가 움츠러들 때쯤 목소리를 내어 얘기했다.
"모두 안녕하신가? 나는 듀로크라고 한다. 오늘부터 이 도둑 길드는 내 휘하에 들어왔으니 나의 말을 잘 듣기 바란다."
"뭐?"
"뭐라는 거야?"
예상대로 나의 말에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나는 쥬디아를 힐끗 쳐다보았고 쥬디아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허락을 했다. 나는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지팡이를 손에서 놓았다.
콰콰콰콰.
"컥!"
"뭐,뭐야?"
나는 내게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들에게만 집중해서 기세를 뿜어내었다. 아주 조금 나의 힘을 간만 보게 하는 듯한 느낌으로 기세를 뿜어내고 나는 지팡이를 다시 잡으면서 얘기했다.
"나한테 불만이 있는 사람은 직접 나를 찾아오도록. 차근차근 들어줄 테니까 말이야."
나는 안광을 번쩍이며 얘기했고 가면 속에서 빛나는 안광을 본 이들은 고개를 돌렸다. 그때 한 명의 중년 남성이 손을 들고 얘기했다.
"하나 질문이 있다."
"뭐지?"
"왜 그렇게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우리 길드를 휘하에 둔 거지?"
"정보가 필요한 참이였거든. 그래서 이 도둑 길드를 찾게 되었고 이왕 내 휘하에 들여서 정보 담당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우리 길드장이 찬성한 건가?"
"물론.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서 찬성했다."
"알겠다."
중년의 남성이 이야기를 끝내자 이번에는 20대로 보이는 남성이 손을 들고 얘기했다.
"당신을 우리의 상관으로 모시면 우리에게는 무슨 득이 있는 거지?"
"좋은 질문이다. 아무런 득이 없다면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지. 먼저 소소한 보상을 주도록 하지."
나는 쥬디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쥬디아는 준비한 수많은 돈주머니를 가져왔다. 그리고 길드원에게 하나씩 돈주머니를 뿌려주었다.
"모두 받았나?"
"저는 못 받았습니다."
한 명의 어린아이가 손을 들었다. 그 어린아이는 바로 나와 부딪히면서 돈주머니를 훔친 아이였다.
"넌 내 돈주머니를 훔쳤으니까 그걸로 충분할 것이다. 네 덕분에 이 길드를 찾게 되었으니 그 주머니라면 보상으로 적절하다."
어린아이는 나의 말에 깜짝 놀라워했다. 나는 어린아이를 제외한 모두가 돈주머니를 받은 것을 확인하고 얘기했다.
"모두 돈주머니를 열어봐라."
내 말에 길드원들은 모두 주머니를 열어보았다. 그리고 모두 한결같이 경악하는 표정을 보여주었다. 왜냐하면 주머니에는 4인 가족이 1년을 써도 될 만큼의 금액이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이,이건?"
"내 휘하에 들어왔으니 소소한 보상과 같은 것이다. 나는 이래 봬도 엄청 부유하거든."
"환,환영합니다!"
짝짝짝짝!!!
돈의 위력이 확실히 강한지 내가 처음 나올 때와 차원이 다른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손을 들어서 박수 치는 것을 멈추게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린아이부터 늙은이까지 다양각색의 인원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나는 이 도둑 길드를 라이언 왕국만이 아닌 타왕국의 정보까지 모을 수 있게 키울 예정이다. 타왕국에서도 함부로 얕보지 못할 길드로 말이야."
"얕보지 못하게..말입니까?"
잠자코 있던 30대의 여성이 나에게 물어봤다.
"그래. 너희들도 라이언 왕국의 국민으로서 항상 트라우마가 있지 않았나? 항상 비교 당하고, 얕보이고. 하지만 나를 믿어라. 나는 이 길드를 누구보다도 강한 길드로 만들 것이다."
"믿어도...되는 겁니까?"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던 20대의 남성이 물어봤다.
"믿어라. 나는 너희가 아는 누구보다도 부유하고 누구보다도 힘이 강한 자다. 너희들이 받던 모든 멸시와 비교를 내가 없애줄 수 있다."
"저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달관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늙은 남성이 물어봤다.
"그저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 정보를 수집하라고 하면 수집하고, 잠입하라고 하면 잠입하면 된다. 너희들의 능력에 맞게 할 일을 하면 된다."
"당신의...이름은 무엇입니까?"
내게서 주머니를 훔친 어린아이가 물어봤다.
"내 이름은 듀로크. 너희가 섬길 이름이다."
내 말을 들은 길드원들은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당신을 섬기겠습니다. 듀로크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을 주인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모든 길드원들이 왼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마치 신하가 국왕의 명령을 기다리는듯한 모습이였다. 나는 수십 명의 인원이 나를 향해 똑같은 모습으로 복종하는 모습을 보이자 기분이 묘했다.
"너희들의 바램을 이루어주마. 이제 이 길드의 이름은 오늘부로 시프라고 한다."
"알겠습니다!"
"모두 잔을 들어라!"
내 말에 수십 명의 길드원들이 모두 잔을 들었다. 잔을 드는 것은 쥬디아와 옆에 있는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시프 길드를 위하여!"
"위하여!"
"오늘은 먹고 즐겨라! 내가 쏜다!"
"우와아아!!"
2층에서 보고 있었던 벨리온과 워디슨, 아레아도 내려와서 같이 즐기기 시작했다. 시프 길드는 이렇게 이날을 기점으로 탄생하였고 후에 이 시프 길드는 내가 말한 대로 여섯 왕국에서 제일 가는 정보 길드가 된다. 하지만 이것은 추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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