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여행의 시작(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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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여행의 시작(9)
나는 텔레포트가 정상적으로 시전됐다는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밑을 바라보니 소크라 백작이 살던 저택의 십수 배는 될듯한 크기를 가진 저택이 있었다. 더구나 누가 봐도 호화로움을 과시하기 위해서 돈으로 떡칠을 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흐음...어떻게 할까? 생각 같아서는 목걸이를 가져온 후에 초토화시키고 싶은데."
하지만 그러면 쥬디아의 복수 대상인 코모드 백작을 쉽게 죽여주는 꼴이었다. 쥬디아라는 여자가 맘에 들은 나는 도둑 길드를 내 휘하에 두고 싶은 생각에 고민에 빠졌고 그 끝에 하나의 방안을 떠올렸다.
"그래. 목걸이를 구하고 납치를 해가자. 그러면 되겠지?"
나는 어떻게 할지 결정한 후에 곧바로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먼저 인비저빌리티 마법을 사용해서 내 몸을 보이지 않게 투명화시켰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스트렝스 마법과 헤이스트 마법까지 걸어서 당당히 저택을 향해 달려갔다.
저택의 정문에는 경비병이 있었는데 나는 벽을 한 번에 뛰어넘어서 지나갔다. 벽을 넘고 착지한 곳은 정원이였는데 마법 트랩의 기운들이 수십 군데에서 느껴졌다. 나는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하고 귀찮은 것은 디스펠 마법으로 제거하면서 앞으로 나아갔고 정원에도 수십 명의 경비병들이 있었지만 인비저빌리티마법으로 인해서 나를 눈치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저택의 앞까지 순조롭게 이동한 후에 저택의 내부에 누가 있고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알기 위해서 나는 대규모 스캔 마법을 사용했다. 안에 있을 마법사에게 들킬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지만 들켜도 상관없기에 그냥 마법을 시전했다.
"어디 보자...쥬디아의 말대로 6서클 마법사가 1명 있고 익스퍼트 중급이 10명이 아닌 20명이 있군. 평범한 인간이 약 50명 정도 있고....어? 비밀의 방이 있네?"
나는 스캔 마법을 통해서 비밀의 방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비밀의 방은 주택의 지하실로 생각되는 곳에 있었다. 나는 비밀의 방에 가기 위해 저택의 문을 조용히 열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의 내부는 소란스러웠는데 아마 스캔 마법의 기운을 느낀 마법사의 경고에 경계태세로 들어간 것 같았다.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인원들이 있었지만 나는 무시하고 지하실로 예측되는 곳으로 이동했다.
"흐음..여기인 것 같은데?"
스캔 마법으로 본 것에 의하면 이 밑에 지하실이 있어야 했는데 내려가는 곳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분명 무슨 장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주위를 자세히 관찰했다. 그러자 미세하게 어긋난 면이 있다는게 보였다.
깔려져 있는 천을 들쳐내자 철판으로 닫혀 있는 네모난 문이 있었다.
"흐읍!"
나는 스트렝스 마법에 강화된 육체를 사용해서 손으로 문을 강제로 뜯어내었다. 철문이 뜯겨지는 소리가 울렸지만 나는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가자 하나의 커다란 창고가 눈앞에 있었다.
창고 안에는 지금까지 남의 것을 빼앗으면서 모았을 거라고 예상되는 많은 재물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블루 사파이어로 된 목걸이였다. 나는 생각보다 많은 재물의 양에 스캔 마법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와라, 노움."
땅의 하급정령 노움. 노움은 땅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기억할 수 있기에 지금 작업에 제일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노움은 흙으로 이루어진 조그마한 아저씨 같은 외형을 갖고 있었다.
"블루 사파이어로 이루어진 목걸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
노움은 조그마한 몸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에게 그 목걸이를 가져와라. 힘들면 친구들을 더 소환해주지."
나는 수십 명의 노움을 더 소환시켰고 노움들은 갖가지 재물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서 찾기 시작했다. 나는 여유롭게 노움들이 하는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 것을 눈치채고 밖을 향해 나갔다.
"이게 왜 뜯겨 있지?"
"백작님을 불러와라!"
내 앞에는 수많은 경비병들과 익스퍼트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과 나는 네모난 문을 경계로 있었는데 아직 투명화 마법이 풀리지 않은 상태여서 그들은 나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백작을 부른다는 말에 찾으러 갈 필요가 줄었다고 생각하며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였다.
경비병들도 백작이 오지 않아서 그런지 들어올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나는 뻔히 보이는데도 그들은 그저 문만 바라보고 있으니 뭔가 장난을 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참지 못하고 마법을 사용했다.
"일루젼."
일루젼 마법은 환상을 보여주는 마법이다. 내가 상상하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고 더욱 심화해서 사용하면 그들이 공포로 느끼는 것을 보이게 할 수도 있었다.
"뭐,뭐야? 이건!"
"괴,괴물이다!"
일루젼 마법으로 인해 각자 제일 무서워하는 것을 보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에 나는 수백 개의 매직 미사일을 사용하여 그들을 향해 타격했다.
퍼퍼퍽!
"으아악!!"
"살,살려줘!"
패닉에 빠져있는 상태에서 매직 미사일에 맞아서 그런지 모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재밌어하고 있었는데 재밌는 환상 놀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모두 정신 차려라! 일루젼 마법일 뿐이다!"
6서클 마법사로 보이는 자가 나타나자 한 번에 일루젼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마법사는 마나에 민감하기 때문에 충분히 알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한 번에 알아차리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마법사의 옆에는 화려한 복장을 입고 있고 뚱뚱한 남자가 있었는데 바로 그가 코모드 백작으로 보였다.
"대체 누가 이런 일루젼 마법을 만드는 건가?"
"마법사일 겁니다. 아까도 마법의 기운이 느껴졌는데 그때 침입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보이지 않는 거지?"
"투명화 마법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만 기다리시죠...디스펠!"
6서클 마법사는 광범위 디스펠 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6서클 마법사가 사용한 디스펠이 9서클 마법사인 나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된 거지?"
"그,그게...이상하군요."
"뭐가 이상해? 안 통한 거지."
"누,누구냐?"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와서 그런지 코모드 백작은 놀라워했다. 나는 투명화 마법을 해제하면서 동시에 일루젼 마법도 모두 사라지게 하였고 주위에 있던 경비병과 익스퍼트들은 내가 나타나자마자 곧바로 나를 둘러싸았다.
"나는 쥬디아의 의뢰를 받고 온 듀로크라고 한다."
"쥬디아? 어디서 들었었는데..."
"기억도 나지 않은 건가? 뭐, 나야 상관없지만."
"그래서 왜 이곳에 와서 이런 행동을 하는 거지?"
"밑에 있는 지하창고에서 가져가야 할게 있어서 말이지."
"그런가? 그보다 자네 실력이 좋군. 의뢰에 얼마를 받았나? 그것의 10배를 주지."
나는 내가 깽판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상관없다는 듯이 곧바로 거래를 하려고 하는 코모드 백작을 보고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이들은 곧바로 필요가 없어지면 버리고 단물만 쪽 빨아 먹는 타입이였다.
"그래? 내가 원하는 것은 하나다."
"뭐지? 말해봐라."
"너."
"뭐?"
"너라고."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헛소리인지 아닌지는 해보자고. 오랜만에 몸 좀 풀어볼까?"
나는 지팡이에 강화마법을 걸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들에게 달려들었다. 스트렝스 마법과 헤이스트 마법에다가 높은 신체능력을 가진 나는 익스퍼트쯤은 상대하고도 남았다. 더구나 이들은 싸운 경험이 많지 않은 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먼저 제일 가까운 자에게 지팡이를 휘둘렀다. 세계수의 일부로 만들어진 지팡이는 엄청난 강도를 가지고 있는데 거기다 강화마법까지 걸었고 스트렝스 마법으로 힘까지 증가하여 검조차 부러트리고 지나갔다. 어깨를 강타당한 이는 어깨가 움푹 파였고 검으로 막으려는 자는 검이 산산조각이 났다.
얼굴을 맞은 자는 얼굴이 함몰됐고 팔이나 다리를 맞은 자는 무조건 골절 이상이였다. 익스퍼트 20명에 둘러싸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몬스터들과 싸우면서 전투감각을 길러온 나한테는 식후 겸 운동이였다.
"역시 패는게 제맛이군."
"너,넌 대체 누구냐?!"
코모드 백작은 자신의 수하들인 익스퍼트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얘기했잖아. 너를 데려갈 듀로크라고."
"이익! 마법사! 저 녀석을 없애라!"
"알겠습니다....파이어 플레임!"
마법사는 자신의 최고 마법인 파이어 플레임을 만들었다. 화염의 불꽃이 자신의 위세를 자랑하며 나한테 날아왔지만 나는 압도적인 마법으로 맞대응하기로 결정했다.
"블리자드."
극한의 온도를 가진 눈보라가 일대를 몰아치자 파이어 플레임이 힘도 쓰지 못하고 사라져버렸다. 마법사는 블리자드 마법을 보고 너무나 놀란 나머지 입을 벌리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블,블리자드! 8,8서클 마법이라면...최소 8서클 마법사!"
"그래. 그러니 왜 디스펠이 안 통하는지 알겠지? 당신 언젠가 이 백작한테 단물만 쏙 빨려서 버릴 운명이였어. 그러니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라?"
나는 라이언 왕국에서 6서클 마법사면 상당히 높지 않을까 생각해서 일부러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아직 동맹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6서클 마법사라면 쓸만한 전력이기 때문이었다.
"네,넵! 알,알겠습니다!"
"10초 줄테니 사라져라. 그리고 이 저택에 있는 이들도 모두 나가! 죽기 싫으면!"
나의 말에 마법사는 블링크 마법을 사용하면서 사라졌고 저택에 남아있던 이들도 모두 나가려고 난리쳤다. 나에게 타격 당한 익스퍼트들도 나가려고 애썼고 혼자서 나가지 못하는 이들은 주위의 인원들이 도와주었다.
코모드 백작도 그 사이에 도망가려고 했지만 내게 뒷덜미를 잡혀서 질질 끌려왔다.
"제,제발 살려주십쇼!"
"난 살려줄 거야. 단, 그 여자가 살려줄지는 모르겠지만."
"저,저를 놓아주신다면 여기 있는 재물을 모두 드리겠습니다! 아,아니 이 저택을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관심없다니까."
"저는 왕국에서도 힘 있는 귀족입니다. 저를 놓아주신다면..."
"시끄러. 슬립."
나는 코모드 백작을 재우고 지하창고로 내려갔다. 지하창고에서는 어느새 노움들이 블루 사파이어로 만들어진 목걸이들을 모두 찾아서 모아두고 있었다. 재물이 상당히 많아서 그런지 블루 사파이어로 만들어진 목걸이는 10개 이상이 되었고 나는 그것을 모두 마법 배낭에 넣었다.
이어서 노움들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정령계로 되돌려보내고 코모드 백작을 옆에 낀 채로 저택 위로 올라갔다. 플라이 마법으로 상당한 위치까지 올라온 것을 확인한 나는 주위 사람들이 모두 도망간 것을 보고 마법을 사용했다.
"어스퀘이크."
쿠드드드...
어스퀘이크. 7서클 마법으로 강력한 지진을 일으키는 마법이다. 그 위력을 보여주듯이 7서클 마법, 어스퀘이크는 저택이 있는 공간에만 지진을 일으켜서 한순간에 저택을 폭삭 무너트렸다. 나는 커다란 저택이 초토화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옆구리에 코모드 백작을 낀 채 도둑 길드를 향해 텔레포트를 했다.
모든 퀘스트를 깔끔하게 해결했다는 기쁨과 함께 콧노래를 부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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