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46화 (46/360)

5장 여행의 시작(6)

-----------------------------------

5장 여행의 시작(6)

"중급 마족? 중급 마족이면 센가?"

"쎄냐고? 오크 따위가 물어볼 만한게 아닌 것 같군."

"드래곤보다 쎈가?"

"드래곤? 드래곤이라면 싸울만 하지. 웬만한 고룡급이 아니면 싸울만하다."

"그래? 쓸만하군."

"...오크 따위가 너무 나대는군. 나의 제물이 된 이들이 바라던 것이 겨우 너를 제거하는 것이라니."

"겨우? 겨우라고 하는걸 보니 너도 멀었군."

"2천 살을 넘게 먹은 나에게 멀었다고 하는 건가? 명을 재촉하는 건가?"

"과연 어떨까나?"

마족은 검은 마나를 온몸에서 뿜어내었고 그의 기운은 상당했다. 지금까지 만난 초인들을 생각한다면 메스와 나르샤와 비슷할 정도의 기운이였다. 나는 새로운 강자를 만났다는 흥분감에 미소를 지으며 마족을 바라보았다.

마족은 두 손에서 검은 불을 만들어서 나에게 날렸다. 검은 불에서 느껴지는 마나가 꽤 많다는 것을 눈치챈 나는 절대방어마법, 앱솔루트 실드를 사용했다.

쾅!

검은 불과 앱솔루트 실드가 부딪히면서 주위를 불태웠다. 검은 불은 앱솔루트 실드와 힘겨루기를 하다가 실드를 부시고 이내 힘을 다하여 사라졌다. 마족은 내가 자신의 공격을 막았다는 것에 의외라는 듯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놀랍군. 그저 그런 오크가 아닌 모양이구만. 싸울 맛이 나겠어."

"빨리 이어서 오라고."

나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도발했고 마족은 나의 도발에 주저 없이 나에게 다가왔다. 마족은 검은 손톱으로 나를 공격하려 했고 나는 마족을 향해 마법을 사용했다.

"윈드 커터."

반달 모양의 압축된 바람이 마족을 향해 날아갔다. 마족은 윈드 커터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데도 피하지 않고 그저 손톱을 휘두르는 것으로 윈드 커터를 무효화시켰다. 철도 자르는 윈드 커터를 저렇게 간단히 무효화시키는 것을 봐서 상당한 강도를 가진 손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나는 뒤로 빠지면서 다른 마법을 사용했다.

"기가 라이트닝."

내 손에서 새하얀 빛을 내는 8서클 마법, 기가 라이트닝이 먹잇감을 향해 곧바로 전진했다. 벼락이 떨어진 듯한 굉음과 함께 기가 라이트닝은 마족을 타격했다.

치이익...

주변을 까맣게 재로 만들 정도로 강한 마법인 기가 라이트닝이였지만 마족은 그저 팔을 교차해서 막았다. 마족의 피부는 어느새 까맣고 딱딱한 재질로 변해있었는데 마치 변종 몬스터의 피부가 진화한 것 같았다. 그래도 기가 라이트닝의 모든 데미지를 없애는 것은 실패했는지 조금 검게 변해 있었다.

"짜릿하구만. 마법 내성이 있는 피부인데도 내부를 진탕할 정도라니. 상당한 마법력이군."

"그래? 아직 놀라지는 말라고. 이제 시작이니까. 그래비티. 50배 증가."

쾅!

마족이 있던 자리를 중심으로 중력이 50배 증가하였다. 50배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족은 몸을 삐그덕 삐그덕 거리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마족의 신체 능력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눈치채고 중력을 더 증가시켰다.

"그래비티. 100배 증가."

콰아앙!!

마족을 중심으로 땅이 운석에 맞은 것처럼 밑으로 꺼졌다. 당연히 마족도 땅 밑으로 꺼졌고 나는 그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파이어볼."

나의 마스코트인 파이어볼을 수십 개, 수백 개를 순식간에 만들어서 꺼진 땅에 쉼 없이 퍼부었다. 어둠이 깔려 있는 땅이 수많은 파이어볼의 폭발로 인해서 밝아졌다. 모두 합쳐서 수천 개 정도 퍼부었을 때 나는 퍼붓는 것을 멈추고 기다렸다. 하지만 조용히 마족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고 기다려도 마족이 올라오지 않자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뭐지? 이 정도에 당하지 않을 텐데?'

콰아앙!

내가 위화감에 고개를 갸우뚱거릴 때 갑자기 내 뒤에서 땅이 뚫리는 소리가 들렸다. 땅을 뚫고 나온 마족은 그대로 내 등을 손톱으로 찔러넣었지만 망토를 뚫지 못하고 마족의 공격은 무효화 되었다.

나는 허를 찔린 것에 열을 받아 조금 진심을 내서 마법을 사용했다.

"파이어볼!"

이번에는 압축해서 엄청난 고열을 동반한 파이어볼을 마족에게 날려 보냈다. 마족은 파이어볼 하나가 날아오는 것을 보고 손톱으로 쳐내려고 했지만 오히려 손톱이 파이어볼에 버티지 못하고 녹아버렸다.

마족은 그제야 상황을 눈치채고 검은 마법을 사용해서 급하게 방어막을 펼쳐내었지만 파이어볼을 버티지 못하고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콰콰쾅!!

나는 아직 마족이 전투 불능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완벽한 뒤처리를 하기 위해서 9서클 마법인 헬파이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마족이 아직 타격으로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나는 헬파이어를 캐스팅하였다.

"헬파이어!"

지옥의 불인 검은 불길이 생성되어서 마족을 향해 날아갔다. 마족은 아직 피해에서 회복도 되지 않았는데 9서클 마법이 날아오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최대 마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다크 홀!"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검은 구멍이 생겨 헬파이어를 잡아먹으려 했다. 헬파이어는 검은 구멍과 힘겨루기를 하기 시작했고 이내 다크 홀은 헬파이어와 함께 폭발하면서 주위의 모든 것을 삼키었다.

"헉,헉.."

"힘들어? 이제 시작인데?"

마족은 받은 피해에서 회복하기도 전에 최대 마법을 사용해서 기진맥진했고 나는 아직 여유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 나는 그 여유를 보여주기 위해서 양손에 헬파이어를 하나씩 만들어서 무력시위를 하였다.

마족은 내가 만든 헬파이어 2개를 보고 질렀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내 두 팔을 들어서 얘기했다.

"항복이다. 봉인되었던 나를 깨운 이들에게는 불쌍하지만 이길 수 없겠군."

"그렇게 계약을 어겨도 되는 건가?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하는게 아니고?"

"계약자가 살아있다면 그래야겠지. 하지만 나를 소환하려다가 다 죽어버렸으니 어쩔 수 없잖아? 그리고 죽어버려서 제대론 된 계약도 하지 못했다."

"날림 계약이군. 그럼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겠지?"

나는 아직 없애지 않은 헬파이어 2개를 날려 보낼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그때 마족은 두 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급하게 얘기했다.

"잠깐! 말 좀 들어보라고. 성질도 급하군."

"뭔데? 목숨 구걸을 하려는건 아니겠지?"

"나와 새로운 계약을 하지 않겠나? 오랜만에 중간계에 나와서 다시 마계로 가기에는 아쉽다."

"날림 계약 아닌가?"

"계약자와 제대로 된 계약을 한다면 괜찮다. 그리고 난 너에게 흥미도 생겼고."

"나는 아무리 여자같이 생겼다고 해도 남자는 사양인데?"

"농담도 잘하는군. 나는 오크 주제에 나를 이길 정도로 강한 무력을 가진 것에 흥미가 생긴 것이다."

"그래? 그렇다면 계약 내용은 내가 정할 수 있나?"

"계약은 기본적으로 서로의 합의 하에 결정된다."

"그러면...계약 내용은 내가 죽기 전까지 나를 지켜라. 단, 내 말은 기본적으로 복종할 것."

나는 저번 초인들과 이번 마족과의 싸움을 통해서 내가 기습적으로 공격해 오는 것에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방금 전도 마족의 기습 공격이 망토로 가려진 등이 아니고 머리를 향했으면 죽은 목숨이었다. 그렇기에 기습 공격에서 나를 지켜줄 한 명을 데리고 다니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죽기 전까지인가? 오크의 수명이 일반적으로 50살이니...50년 정도면 괜찮겠지. 계약을 받아들이겠다."

"계약은 어떻게 하는 거지?"

"간단하다. 네 피를 이 마법진에 부으면 된다."

어느새 마족의 발밑에는 마법진이 있었고 나는 새끼손가락을 입에 물고 이어서 피 몇방울을 마법진에 떨어트렸다. 그러자 마법진이 한순간 빛을 뿜어내고 사라져버렸다.

"완료 된 건가?"

"그래. 계약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근데 궁금한게 마왕이 강림한 후에 내가 마왕과 싸운다면 너는 나를 지켜주냐?"

"내가 섬기는 마왕님이라면 너와의 계약보다 명령이 우선순위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하지만 내가 섬기는 마왕이 아니라면 계약은 유효하다."

"너가 섬기는 마왕님이 누군데?"

"서열 2위이신 바알님이시다."

"그럼 바알이 강림하면 계약은 쓸데없다는 거 아냐? 사기잖아?"

"크크큭. 그러니 계약하기 전에 물어봤었어야지."

"됐다. 나도 말하지 않은게 있으니."

"...뭔데?"

"나는 베아트리스의 힘을 이어받았거든. 그래서 내가 얼마나 살지 모르겠다."

"베아트리스라면 과거에 마왕을 두 번이나 격퇴했던 그 레드 드래곤?"

"알고 있었냐? 이 망토도 그 마왕의 가죽으로 만든 거다."

"어쩐지 나의 손톱이 관통을 하지 못하더니만...잠깐. 그렇다는 말은...잘못하면 드래곤 나이만큼 산다는거냐?!"

"운이 좋으면 그렇겠지. 그럼 넌 만 년 동안 나를 지키는 거고."

"이 미친 자식이!"

마족은 손톱을 끌어내고 나를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그 행동은 계약에 위반되는 행동으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큭! 젠장!"

마족은 나를 때릴 수 없다는 것이 분한 모양인지 욕설과 함께 땅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렇게 분해하지 말라고. 너도 나한테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처럼 나도 똑같이 했을 뿐이니까."

"그게 같냐?! 만 년이라니..내가 살았던 수명의 5배잖아?!"

"만 년 동안 내가 살지도 모르고, 그동안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잖아?"

"그걸 위로라고 하냐?"

"그럼 어쩌자고. 그냥 받아들여."

"젠장!"

마족이 처음 보여줬던 위엄은 어느새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리고 나는 마족을 향해 얘기했다.

"근데 네 이름이 뭐였지?"

"벨리온이다!!"

산적마을의 산적들을 모두 소탕하고 갇혀 있던 이들을 모두 구하자 억압되어 있던 이들이 모두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유를 되찾은 이들은 모두 내가 오크라는 것을 눈치챘는데 그들 중 일부는 나한테 구해지고도 오크라는 이유 때문에 기피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종족과 관련 없이 그저 진심으로 고맙다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루를 묶고 가라고 권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솔직히 나보다는 산적들을 핏물로 만들면서 나타난 벨리온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아서 빠르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렇기에 나는 워디슨과 아레아에게 빨리 가야 하니 작별인사를 하라고 했고 동시에 워디슨과 아레아의 가족들이 여기에 살고 있나 싶어서 물어봤다.

"너희 가족들도 여기 갇혀있었냐?"

"아니요. 저희 가족들은 다른 마을에 있어요."

"그렇다면 왜 너희들은 여기에 있는 거지?"

"그건..."

나의 물음에 워디슨과 아레아는 우물쭈물하며 말하기 싫은듯한 기색을 보였다.

"말하기 싫으면 얘기하지 않아도 된다. 나중에 말하고 싶을 때 얘기해."

"감사합니다."

나는 이들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았지만 나중에 듣기로 하고 작별인사를 끝낸 워디슨과 아레아, 그리고 마족인 벨리온을 데리고 마을을 떠나기로 하였다. 다음 목표인 미라크를 향해서.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