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45화 (45/360)

5장 여행의 시작(5)

-----------------------------------

5장 여행의 시작(5)

"전하! 매트 왕자님을 가두신다니 무슨 생각이십니까?!"

"왕자는 잘못을 했네. 그러니 그런 처방을 할 수밖에 없었네."

"도대체 어떤 잘못을 했다는 겁니까? 소신에게 알려주시옵소서!"

"당분간 얘기하고 싶지 않네. 나가주게나."

"전하!"

"여봐라. 발런 후작을 배웅해드려라."

벨치스 국왕의 말에 따라서 두 명의 경비병이 발런 후작을 잡고 내보냈다. 발런 후작은 나가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평범한 늙은이가 두 명의 경비병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벨치스 국왕은 발런 후작이 나가자마자 갑자기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그 옆에 있었던 예이츠 후작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라자드님이 만드신 벌레는 무슨 벌레이길래 이렇게 조종이 쉬운 거지? 마치 내 몸같이 제어할 수 있다니."

매트 왕자를 만날 때만 해도 단답으로만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자신이 얘기하는 것처럼 제어가 가능했다.

"그러고 보니 매트 왕자는 지금 어디에 있지?"

"지하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예이츠 후작이 얘기하자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검은 연기가 깔리며 한 명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도 명색이 왕자니까 험하게 다루지는 말라고. 아직 국왕만 세뇌했지, 다른 이들은 아직이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와이번은 어떻게 하고 있지?"

"먼저 제압은 했는데 하도 사나워서 그런지 몇 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지금은 상당량의 수면약을 먹여서 재우는데 성공했습니다."

"잘했다. 그리고 요새 말이 많은 9서클 오크 마법사의 행방은 찾았는가?"

"카니스 마을에서 오크를 봤다는 목격자가 있었습니다. 그 소식을 역추적해서 지금 조사지역을 좁히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가? 그럼 그 오크를 상대할 인원들은 준비했나?"

"둘이면 소드마스터 초급을 상대할 수 있는 암살자 10명과 소드마스터 중급 1명, 8서클 흑마법사 1명을 보냈습니다."

"허허...어떻게 그런 집단을 라자드님은 가볍게 주실 수 있는 거지?"

"이건 라자드님의 직속부하들만이 아는 사실인데 실력을 급상승시키는 술법이 있습니다."

"술법?! 그런게 있는가?"

"예. 하지만 부작용이 심합니다."

"어떤?"

"수명이 급격히 단축됩니다. 많이 살아도 5년, 짧으면 1년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이 됩니다."

"허...어떤 방법을 사용하길래?"

"9서클 흑마법 중 하나입니다. 생명력을 대가로 바치고 힘을 얻는 금기의 마법이지요."

"흑마법은 유용한 것이 많구만. 나도 이때 흑마법을 배울까?"

"농담도 잘하십니다."

"그치? 하하하."

예이츠 후박의 웃음소리에도 벨치스 국왕은 멍하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렇게 라이언 왕국에 어둠의 손길이 점점 뿌리를 박고 있었는데 그사이에 듀로크는 왕국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저기야?"

"예. 저기가 산적 마을입니다."

외벽은 울타리로 대체하고 있었고 집들도 평범한 마을의 집보다 허름했다. 하지만 멀리서도 북적거리는 것이 상당한 인원들이 있는게 느껴졌다. 나는 먼저 마을에 들어가기 전에 탐지마법을 사용했고 마을의 전체를 조사하다 보니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모든 인원을 탐지했다. 그런데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이지?"

"감옥이나 따로 갇혀 있는 이는 모두 산적에게 잡혀 사는 이들이에요. 그들이 아군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에요."

"알겠다. 그럼 가지."

"저..."

"왜?"

나는 나에게 말을 거는 소녀, 아레아에게 되물었다.

"저기 죽이지 않으면 안 되나요?"

"왜? 너희들을 괴롭혔던 이들이잖아?"

"그렇긴 한데..죽이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해요."

"네가 아직 별로 살지 않아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저런 이들은 살려두면 나중에 보복하러 오는 이들이야. 그런 이들은 뿌리까지 싹 뽑아야지 아니면 귀찮아진다."

"그..런가요?"

"그래."

나는 시무룩해진 아레아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워디슨에게 물어봤다.

"넌 어떻게 생각하냐?"

"저는 듀로크님의 이야기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제할 수 있으면 자제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알겠다. 그러면 웬만하면 죽이지 않도록 하지. 한쪽 팔이나 다리를 절단해서 불구로 만드는 거로 하겠다."

"감사합니다!"

"단!"

나는 이것만큼은 양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강조했다.

"나는 나에게 이를 보인 이에게 용서하지 않는다. 또 내가 참을 수 없다면 죽일 것이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갔다 오지."

나는 그대로 플라이 마법으로 마을을 향해 날아갔고 워디슨과 아레아는 내가 들리지 않는줄 아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 오크는 과연 누구길래 저런 힘을 가지고 있을까?"

"모르겠어. 30명의 산적들을 가볍게 죽여버렸잖아. 범상치 않은 인물인 것은 확실한 것 같아."

"그렇지? 그런 자와 같이 다닌다면 우리가 버틸 수 있을까?"

"버텨야지. 그리고 그렇게 강한 자와 같이 있으면 억울할 일은 당하지 않을 거야. 최대한 붙어있도록 하자."

나는 그 말대로 억울한 일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서 산적 마을을 초토화 시키기 위해 날아가고 있었다.

"흐음...정면으로 들어가 볼까?"

나는 실드를 펼친 상태로 당당히 정문으로 들어갔다. 내가 정문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목책에서 감시하던 남자가 나를 보고 씨익 웃으면서 화살을 시위에 걸고 당겼다.

시이익! 깡!

화살은 곧장 나한테 날아왔지만 실드에 튕겨서 아무런 충격도 주지 않았고 화살이 팅기는 것을 본 남자는 당황하며 다시 화살을 나에게 날렸다. 하지만 똑같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본 남자는 그제야 상황을 인식하고 경계종을 치기 시작했다.

땡! 땡! 땡!

경계종이 울리면서 마을이 갑자기 분주해졌고 나는 산적들이 나올 때까지 여유롭게 기다리기로 하였다. 집에서 박차고 나오는 이들도 있고 산에서 내려오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수백 명의 산적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뭐야? 1명 때문에 우릴 다 부른 거야?"

"경계종 친 새끼 누구야? 1명도 처리하지 못해?!"

"그,그게 화살이 빗나가던데?"

"새끼야! 화살을 어떻게 쐈길래 빗나가는 거야?"

"잘못 쏜게 아니다."

내가 입을 열고 얘기하자 나를 둘러쌓고 있는 산적들의 시선이 나한테 몰렸다.

"어이구. 벙어리는 아니였군.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거지?"

"무슨 일로 왔든 우린 그저 노예 1명이 늘어서 좋은 거 아냐?"

"그렇긴 하네. 하하하!"

산적들은 모두 나를 보고 비웃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비웃는 산적들을 보고 씨익 웃으며 얘기했다.

"좀 전에 너희 마을에서 60여 명의 산적들이 나가지 않았었나?"

내 말에 갑자기 산적들은 웃음을 그치고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것을 어떻게 알고 있지?"

"어떻게 아냐고? 그야 내가 다 죽였으니까."

"농담하냐?! 새끼야! 너 따위 1명한테 다 죽었다고?!"

"그래. 믿지 못한다면 보여주지."

나는 망토를 걷어서 모습을 드러냈다.

"오,오크!"

"오크가 왜 이런 곳에!"

나의 모습을 본 산적들은 갑작스럽게 화살과 무기들을 휘둘렀다. 수백 개의 화살과 무기들이 나를 향해 공격했지만 실드를 뚫을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실드와 무기들이 부딪치는 쇳소리만이 청량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뭐,뭐야? 왜 다 팅기는 거야?"

"이,이거 설마 실드라고 하는 거 아냐?"

"맞아. 안목이 높은 이들도 있군. 그럼 이제 나도 공격하지."

나는 6서클 마법인 윈드 커터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반달 모양의 바람의 칼날이 내 주위에 십수 개가 만들어졌다. 산적들은 갑자기 나타난 윈드 커터에 반응하지 못했고 나는 파이어볼을 조종했던 것처럼 윈드 커터를 산적들을 향해 날려 보냈다.

서걱. 서걱. 서걱.

"크아아악!!"

"내 팔이!"

"다,다리가!"

윈드커터는 내가 조종하는 대로 하나의 팔 혹은 다리를 향해 날아가서 어김없이 그들의 사지 중 하나를 절단하고 지나갔다. 산적은 수백 명이나 있었지만 밀집되어 있고 윈드 커터가 워낙 빠르게 날아가다 보니 한번 지나갔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이 팔 혹은 다리가 절단되어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나머지 산적들은 갑자기 생긴 재앙에 도망가려고 미친 듯이 달려갔지만 나의 윈드 커터는 도망자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그중에 팔을 잘리고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지 그저 도망만 치는 자도 있었고 다리가 잘려도 기어가려고 하는 자도 있었다.

하지만 모인 모든 산적들을 눕히는데 걸린 시간은 경계종이 울리고 산적들이 모이는데 걸린 것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끄으으..."

"살,살려줘..."

나를 중심으로 수백 개의 팔과 다리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피 분수를 뿜어내며 고통스러워하는 수백 명의 산적들이 있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산적들에게 측은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들을 보며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이런 광경을 봐도 원래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었나?'

전생에 언제나 침착하고 객관적으로 보려는 성격을 가지고 있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 잔인하고 피가 나는 광경을 본 적이 없는데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것에 위화감을 느꼈다.

'드래곤의 기억을 이어받아서 그런가? 아니면 이제 인간은 나에게 타종족이여서 그런가?'

많은 추측들이 내 머릿속에서 난무했지만 정답은 찾을 수 없었다. 나는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을 그대로 두고 날아올라서 워디슨과 아레아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워디슨과 아레아는 내가 만들어놓은 광경이 멀리서도 보였는지 나를 두려움과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대충 처리한 것 같군. 따라와라."

"예?..예."

나는 두 명에게 플라이 마법을 걸고 내 뒤를 따라서 날아오게 했다. 워디슨과 아레아는 처음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서 그런지 허우적댔고 나는 가만히 있으라고 얘기를 해서 얌전하게 시켰다. 정문에 쓰러져 있는 산적들을 지나쳐서 나와 워디슨, 아레아는 플라이 마법을 해제하고 내려갔다.

"자, 어디로 가야 하지?"

"저를 따라오세요!"

워디슨이 앞으로 나서서 창고로 보이는 곳으로 인도했다. 워디슨은 곧바로 창고의 문을 열었지만 그 타이밍에 맞혀서 안에서 갑자기 나타난 산적이 있었다. 산적은 인질로 사용하기 위해 워디슨을 잡으려고 했고 워디슨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워디슨이 산적에게 잡히려고 할 때 나는 5서클 마법인 노바를 사용해서 산적의 팔을 그대로 얼려버렸다.

쩌저적.

"팔,팔이!"

"그냥 누워나 있어라."

나는 그대로 주먹을 휘둘러서 산적의 얼굴을 강타했고 산적은 그대로 기절하였다. 기절한 것을 확인한 나는 창고 안이 어두웠기에 라이트 마법을 사용해서 주위를 밝혔다.

"...여긴 성노예 감옥이었나?"

창고 안에는 수많은 감옥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벌거벗고 있는 여자들이 있었다. 여자들은 모두 안색이 안 좋고 몰골이 핼쑥한 것이 제대로 된 식사도 못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윈드 커터."

나는 윈드 커터를 사용해서 여자들을 가두고 있는 감옥의 창살을 모두 잘라냈다. 이어서 자유에 기뻐하는 여자들을 뒤로 하고 워디슨이 이끄는 대로 마을을 돌아다니며 갇혀 있던 모든 인원들을 순차적으로 구해나갔다. 상당한 인원을 구했을 때 아직도 남아있던 산적들이 한곳에 모여서 나를 향해 싸울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아직도 쓴맛을 덜 봤냐?"

"너,넌 대체 누구냐? 오크 주제에 왜 그런 무력을 가지고 있는 거지?!"

"뭘 새삼스렇게 물어보지? 나처럼 변종 오크도 있을 수 있는 거지."

"우,우리를 왜 공격하는 거냐? 우리가 오크에게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저 나를 귀찮게 했고 너희들의 행동이 걸리적거렸을 뿐이다."

"웃,웃기지마! 우리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할 줄 아냐?! 준비해!"

"진,진짜 준비합니까?"

"그럼 어쩌자고! 빨리!"

산적들은 고민하다가 이내 하나의 물건을 꺼내 들었다. 나는 그 물건을 보고 조금 놀라서 움찔했다. 물건은 순수한 검은 색을 띠고 주먹만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내가 놀란 이유는 그 물건에서 몬스터의 숲에서 봤었던 검은 돌과 비슷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물건은 어디서 났지?"

"두렵나? 이것은 우리가 털은 상인이 갖고 있었던 거지. 매우 강한 악마가 들어있다고 했다!"

"그래? 재밌겠군. 한번 사용해봐."

"...뭐?"

"사용해보라고. 꺼내서 위협하는 용도인가? 그건? 장식용이 아닐텐데."

나는 저 물건이 뭔지 궁금하여 오히려 사용하라고 신경을 건드렸다. 역시 예상대로 산적은 단순해서 그런지 나의 도발에 넘어갔다.

"그래? 후회하지나 말라고!"

퍽! 파직.

산적은 들고 있던 물건을 바닥에 힘껏 내던졌다. 물건이 깨지면서 검은 연기를 뿜어내었고 동시에 바닥에 하나의 마법진을 생성시켰다. 완성된 마법진은 빛을 내면서 검은 연기를 내뿜었고 검은 연기는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나는 광범위 실드를 쳐서 검은 연기가 내 뒤로 오는 것을 막았지만 나머지 검은 연기는 산적들을 모두 감싸기 시작했다.

"뭐,뭐야? 이 연기는?"

"으윽...뭔가 기분이 안 좋아지..."

푸화악!!

검은 연기에 둘러싸여 있던 산적들이 한꺼번에 한 줌의 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그들의 피는 순식간에 마법진으로 빨려 들어갔고 주위에 깔려있던 검은 연기가 마법진에 모여서 하나의 인영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인영은 형태를 갖추고 모습을 드러내었다. 흑발의 머리에 흑발의 눈,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라고 착각할 정도의 미남자였다.

"하아~ 오랜만의 중간계 공기군."

"상당한 기운이군. 너는 누구지?"

마법진에서 나타난 남자가 상당한 무력을 가진 것이 느껴졌다.

"나? 나는 중급 마족 벨리온이라고 한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