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여행의 시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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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여행의 시작(3)
쾅쾅!
"소피아! 무슨 일이냐?!"
나는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주인장의 재촉에 먼저 방에 튀어있는 피를 클린 마법으로 모두 제거하였다. 그리고 손에 있는 소피아의 원래 심장을 파이어볼로 태운 후에 훌쩍이고 있는 소피아에게 얘기했다.
"지금 있었던 일은 모두 우리 둘만의 비밀이다?"
"흑...왜요?"
"방법이 조금 과격했으니까. 남이 알아서 좋을 게 없거든."
"...알겠어요. 오빠가 그렇게 얘기하신다면."
"이제 좀 진정이 되었니?"
"예."
"그럼 문을 열게. 밖에서 저렇게 난리를 치니까."
나는 소피아의 말을 듣고 문을 막고 있던 락마법을 해제했다. 락마법을 해제하자 곧바로 주인장이 들어와서 소피아를 안았다.
"소피아! 무슨 일 없었니?!"
"예. 그리고 봐요, 아버지. 저 드디어 걸을 수 있어요!"
소피아는 바닥에서 일어나서 걸었다. 주인장은 그 모습을 보고 마치 귀신을 본 것마냥 경악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위압감을 뿜을 때도 표정이 변하지 않던 이가 저렇게 경악하고 있으니 조금 기분이 색달랐다.
"어,어떻게? 대체 무슨 방법으로?"
"그건 사업상 비밀이다. 그치?"
"예."
나는 소피아에게 윙크를 했고 소피아는 장단에 맞혀서 대답해주었다.
"정말 고맙네! 이 은혜는 어떻게 갚아야 할지.."
"나한테 재물은 필요 없으니까...그리고 보니 당신의 이름이 어떻게 되나?"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이름도 알려주지 않았군. 내 이름은 소크라라고 한다."
"소크라 백작...이라고 하는게 맞겠군. 다시 왕성으로 돌아갈 예정이 있나?"
"소피아가 완치했으니 후에 왕성으로 돌아가긴 해야지. 하지만 지금은 소피아가 건강을 되찾는데 모든 힘을 다할 것이다."
"그래? 그러면...당신은 왕국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지?"
"내가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그래도 영향력이 꽤 있는 편이네."
"무력으로 본다면?"
"왕국의 10% 정도라고 볼 수 있겠지."
"10%? 꽤 많군."
"하지만 나보다 많은 병력을 가지고 있는 이가 있다."
"누구?"
"예이츠 후작이라고 하는 실세 귀족이 있다. 거의 내 3~4배의 무력을 가지고 있지."
"그 녀석은 왕족파냐? 아닐 것 같은데."
"그래. 예이츠 후작은 귀족파다."
"그런 이가 국왕파였다면 좀 더 무력이 있는 나라가 되었겠지. 항상 보면 국왕과 귀족간의 쓸데없는 분쟁으로 나라가 힘들어지니까."
"잘 알고 있군."
"뭐, 어느 정도는 상식으로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치료에 대한 보상은 나중에 나의 힘이 되어주는 걸로 하는게 어떤가?"
"...무슨 소리지?"
"나는 어차피 국왕을 만나러 가야 하는 입장이야. 그때 옆에서 나의 의견에 동의해주면 돼."
"정말 그걸로 되나? 너무 소소하지 않은가?"
"그 정도면 됐어. 나도 치료를 하면서 궁금했던 점을 해결했으니까."
퍼펙트 힐이 어느 선까지 효과를 줄 수 있는지 궁금했고 더구나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바로 마나의 양이 늘었다는 것이었다. 베아트리스의 마나를 이어받고 초인들과 싸웠을 때와 지금의 마나량은 조금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하루에 9서클 마법을 2번을 사용했는데도 아직 여유가 많았고 베아트리스한테서 물려받은 것에 적응하는 중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추정되었다.
"자네가 그렇게 얘기한다면야...더 필요한 것은 없나?"
"없어. 그저 나중에 만나게 되면 아는 척이나 하라고."
"당연한 말을 하는군. 은인을 모른 척을 할 수는 없지."
"자칫하다가 오크를 옹호하다가는 배척당할 수도 있어."
"그러라고 하지. 나는 언제든지 상대할 자신이 있다."
"그렇게 말한다면야."
자신감이 포함된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 올리며 얘기했다.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지 않겠나? 식사도 준비하겠네."
"흐음...그럴까? 급한 일은 없으니까 모처럼이니 호의를 받아들이지."
"알겠네. 소피아는 이제 걸을 수 있으니 어디 가고 싶은 데가 있니?"
"전 마을에 가고 싶어요. 지금까지 집에만 있어서 마을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거든요."
"그래? 그럼 갔다 오려무나. 경비병들을 붙여줄 테니."
"저기...저는 오빠와 같이 가면 안 되나요?"
소피아는 힘든 부탁을 하는 것처럼 우물쭈물거렸다. 나는 그런 소피아의 모습에 귀엽다고 느끼면서 이왕 하는 김에 선심 쓰기로 하였다.
"그럴 때는 아이처럼 떼를 쓰는 거다. 소크라 백작, 내가 데려갔다 와도 되겠나?"
"자네가 같이 가면 오히려 더 걱정이 없지. 다녀오게나, 식사를 준비하고 있을 테니."
"알겠다. 그럼, 소피아 가자."
"예!"
나는 기뻐하는 소피아를 데리고 저택에서 나왔다. 저택에서 나온 나와 소피아를 본 경비병들은 경악의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까 나를 째려봤던 경비병 또한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는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오며 얘기했다.
"도,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뭐가? 그저 치료했을 뿐이지."
"말,말도 안 돼. 지금까지 그렇게 수많은 이들이 실패했는데."
"그렇다고 나도 실패하냐? 나는 소피아와 나갔다 올 테니 집이나 지키고 있으라고."
나는 멍하니 있는 경비병을 놔두고 소피아와 저택에서 멀어져갔다. 이내 저택에서 어느 정도 멀어졌다 싶을 때 나는 소피아에게 얘기했다.
"마을까지 꽤 거리가 되니까 날아서 갈래?"
"예? 저도 날 수 있나요?"
"가능하지. 플라이."
나는 소피아와 내게 플라이 마법을 걸고 하늘로 올라갔다. 소피아는 플라이 마법이 처음이여서 그런지 손으로 공중에서 허우적거렸지만 이내 내가 진정하라는 말에 힘을 빼고 마법에 저항하지 않은 채로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소피아는 자신의 몸이 올라가는 것이 신기한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계속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 정도 소피아가 적응한 것을 확인한 나는 원래 날아가던 속도로 스피드를 올렸고 그 덕분에 어느새 마을에 순식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와아아~ 이게 마을이에요? 엄청나다."
"그래? 내가 살던 곳은 이것보다 몇십 배는 북적거리는데?"
"그래요? 한번 가보고 싶네요."
"...갔다 와볼까?"
"예?"
"가고 싶어?"
"가고 싶기야 한데 그러면 오래 걸리지 않아요?"
"날 뭐로 보는 거야? 그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그럼 간다."
나는 소피아의 바람대로 나와 소피아를 텔레포트했고 목표는 바로 그란 왕국의 시장터였다.
번쩍.
소피아와 나는 텔레포트에 성공해서 그란 왕국의 시장터에 도착했고 플라이 마법을 사용하여 조금씩 속도를 낮추어서 내려갔다. 시장터에 있던 오크들은 누가 갑자기 나타나서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나라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들의 갈 길을 갔다.
시정터에는 엄청난 숫자의 오크들이 움직이고 있었고 이렇게 많은 인구들이 움직이는 것을 처음 본 소피아는 매우 흥분한 상태로 보였다.
"우와아..."
"많지?"
"엄청 많이 있어요! 그것도 오빠와 같은 오크가 이렇게나 많아요!"
"그래. 그럼 나를 따라오렴."
나는 소피아에게 시장터에서 파는 음식을 먹이고 걸어가면서 구경을 시켜주었다. 소피아는 그저 구경을 하는데도 매우 재밌고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텐션이 매우 높았다. 소피아는 땀이 뻘뻘 흘릴 정도로 시장터를 돌고 만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잘 놀았니?"
"예! 엄청 재밌었어요."
"그럼, 다시 돌아가자."
"어디로?"
"어디긴? 저택이지...어?"
나는 내게 얘기하는 것이 소피아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언제 왔는지 나르샤가 와 있었다.
"너 언제 여기 왔냐?"
"방금. 그보다 그 아이는 뭐야?"
나르샤는 소피아를 보고 얘기했다. 소피아는 나르샤를 보고 또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우와...언니 엘프에요?"
"그래. 엘프는 처음 봐?"
"예. 저는 이렇게 실컷 걸어본 것은 처음이거든요. 그리고 엘프는 다 아름답다고 들었는데 그 말은 사실인가 보네요."
"고마워. 그러는 아가씨는 나이에 비해서 어른스럽구나."
"뭐, 그런 이유가 있으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나는 나르샤에게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런 일이 있었냐? 그러면 심장을 교체하지 않고 심장에 좋은 약을 먹는게 어때?"
"내가 그런 약이 있어야지. 너라면 있을지 몰라도."
"흐음..우리 엘프의 숲에는 그런 약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말이야. 어떻게 내가 온 것을 알고 온 거냐? 스토커야?"
"무슨 헛소리야?! 마나가 느껴져서 온 거다! 마나에 민감한 것을 어쩌라고."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그럼 난 간다?"
"뭐?"
나는 나르샤가 욕하는 것을 무시하고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해서 다시 소피아와 함께 저택으로 돌아갔다. 저택에 성공적으로 텔레포트를 한 나와 소피아의 앞에는 소크라 백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잘 갔다 왔느냐? 소피아."
"예!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오크들을 보고 왔어요!"
"오크?"
소크라 백작은 오크라는 말에 어리둥절했지만 소피아가 기뻐했으니 됐다는 심정으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 이제 들어가게나. 자네를 위해서 식사를 준비했네."
"고맙게 먹도록 하지."
"소피아의 병을 고쳐줬는데 이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지. 자, 들어오게나."
나는 소크라 백작이 안내하는 대로 저택에 들어갔다. 소크라 백작이 소소하기는 해도 이번만큼은 마음을 크게 썼는지 여러 인원이 먹을 수 있는 테이블에 많은 진수성찬들이 펼쳐져 있었다.
"와우~ 준비 많이 했나 본데? 그럼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나는 마법 배낭에서 후추, 김치, 케찹 등 곁들어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을 꺼내 들었다. 소피아와 소크라 백작은 내가 꺼낸 것이 뭔지 몰라서 흥미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뭔가?"
"이거? 내가 만든 건데 한번 먹어볼래?"
"그럼 실례하겠네."
소크라 백작은 아주 조금씩 하나씩 찍어보면서 맛을 보았다.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빛은 유전적인지 소피아와 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거 정말 좋은 향신료군. 혹시 나와 장사해볼 생각 없나?"
"어떤?"
"내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게. 그러면 내가 휘하에 있는 이들을 부려서 농장을 만들어 대량생산에 들어가겠네. 나는 자네에게 일정량의 수입과 생산된 것을 주도록 하지. 어떤가?"
"아주 좋은데? 안 그래도 우리 왕국에서는 생산이 불가능해서 원하고 있었는데 딱이구만."
"땅이 좋지 않아서 불가능하나?"
"아니. 무식해서."
"그,그런가?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나 보군. 그럼 수익률은 얼마 정도면 되겠나?"
"당신 마음대로 해. 어차피 나는 만들어지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
"알겠다. 그러면 알아서 하지. 그럼 방법을 가르쳐주겠나?"
나는 어떤 재료를 사용해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모두 가르쳐주었다. 소크라 백작은 식사 중에 영상 기록 마법이 걸려 있는 물건을 사용해서 식사를 가볍게 즐기면서도 내가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내가 가진 재료와 테이블에 깔려 있는 진수성찬과 어울려서 모든 이들이 매우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였고 나는 그 이후에 하루를 저택에서 잤다. 다음날 내가 떠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소피아와 소크라 백작에게 나중에 들르겠다고 얘기하면서 나는 다음 마을을 향해 이동했다.
재료의 수출지를 구했다는 기쁨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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