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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42화 (42/360)

5장 여행의 시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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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여행의 시작(2)

삐익! 삐익! 삐익!

나는 다시 알람마법이 울리는 것을 듣고 잠에서 깨어나서 주위를 둘러봤고 어느새 땀을 뻘뻘 흘리며 숨을 헉헉거리고 있는 건달이 눈앞에 있었다.

"제대로 가져왔겠지?"

"헉헉, 예! 가져왔습니다."

나는 건달이 가져온 지도를 받았다. 현재 있는 카니스라는 마을은 라이언 왕국에 동쪽에 있는 마을이였고 왕성은 수도인 라미츠에 있다고 적혀져 있었다. 결국 동쪽에서 중앙인 수도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걸어서 한달이라는 것이었다.

"좌표는 안 적혀 있는 거냐?"

"좌표가 적혀 있는 지도는 따로 팝니다. 하지만 금화 1개로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고가의 물건입니다."

"그래? 살 수야 있지만 그러면 여행의 묘미가 없겠지. 아까 말했던 언덕은 어디로 가야 하지?"

"저기를 따라서 쭉 올라가시면 됩니다."

"알겠다. 그리고 오늘의 일은 잊지 말고 건달을 때려친 후에 똑바로 살도록. 남은 돈을 가졌다는 것은 넘어가 줄 테니."

지금 가지고 있는 지도는 금화 1개로 충분히 사고 남을 정도의 가격으로 보였지만 수고비로 줬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건달을 놔두고 언덕을 향해 올라가기로 하였다. 내가 골목에서 플라이 마법으로 올라가자 밑에서 건달이 털썩 주저앉으며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를 모른 척하며 건달이 말한 언덕을 하늘에서 둘러보았다. 건달이 말했던 대로 언덕에는 커다란 저택이 있는 것을 어렵게 찾은 나는 그 저택을 향해 날아갔다. 저택은 3층 건물로 상당한 넓이와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고 나는 저택 위에서 속도를 줄이며 내려왔다. 내려온 곳은 정원으로 보이는 꽃밭들의 중앙이었는데 커다란 집답게 경비병까지 있어서 내가 내려온 것을 눈치챈 경비병들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현재 내 얼굴은 망토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기에 경비병들은 나의 정체를 모르고 주위를 둘러싸았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마나가 익스퍼트는 되어 보이지만 중급 이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총 5명으로 잘해봐야 익스퍼트 중급들. 초인들과 싸운 나에게는 식후 겸 운동도 되지 않았다.

"나? 나는 여기 있는 불치병에 걸린 아이를 고치러 온 마법사다."

"주인님은 이제 누구도 받지 않는다. 여기서 썩 나가라."

"그래? 미안하지만 나는 불치병이 뭔지 궁금해서 한번 봐야겠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꺼져라."

"싫은데?"

"...쓴 맛을 보기 전에는 정신을 못 차리나 보구나."

5명은 동시에 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나는 움직이지도 않은 채 그저 망토로 들어서 그들의 공격을 막았다.

"아닛!"

"이럴 수가!"

5명은 자신들의 검이 망토를 찢지 못했다는 것에 충격을 먹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는 망토로 검을 막았기에 망토가 내 얼굴에서 흘러내리면서 경비병들에게 얼굴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오,오크!"

"오크가 왜 여기에?!"

나는 나를 보는 이들의 표정들이 다 똑같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포, 놀람, 역겨움 등의 다양한 표정들이 보였다. 하지만 똑같은 반응도 몇 번을 보면 질리듯이 나는 두 번째지만 벌써 그들의 반응에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

"뭐, 오크가 여기에 오면 안 되냐?"

"오크가 여기에 무슨 일로 왔지?!"

"말했잖아. 불치병을 치료해준다고."

"그 말을 믿으라는 거냐? 우리에게?"

"그럼. 안 믿으면 어쩔 건데?"

나는 갖고 있던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감추고 있던 마나가 해방되면서 그들에게 짓밟는듯한 위압감을 내뿜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마나를 방출해서 위압감에 대응했지만 익스퍼트가 버틸만한 위압감이 아니였다.

"크억! 대체?"

"이,이런 것 따위!"

하지만 나의 위압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일어나려고 애쓰고 있었다. 나는 더욱 마나를 끌어모아서 위압감을 더욱 증가시킬까 고민했는데 그때 나를 저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그만하게."

나는 목소리를 내뱉은 인물을 쳐다보았다. 깨끗한 옷과 가만히 있어도 뿜어져 나오는 귀티, 어떻게 봐도 이 저택의 주인장으로 보였다.

"당신이 이 저택의 주인장인가?"

"그렇다. 당신은 누군가?"

"나는 듀로크. 당신의 아이를 고쳐줄 마법사지. 불치병을 고치기 위한 사람을 찾는다고 들었는데?"

"그랬었지. 하지만 포기했다. 유명한 신관들도 높은 서클을 가진 마법사도 모두 동원했지만 불가능했지. 그렇기에 포기했다."

"당신이 포기하면 그 아이의 미래도 없을 텐데?"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이 이렇다는 것을 어쩌겠는가? 내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자네는 아나?"

"모르지. 하지만 포기를 할 거면 나한테 한번 진찰이나 받아보는게 어떤가?"

"왜 그렇게 내 아이를 치료하려는 거지? 보상이 목적인가?"

"나는 이래 봬도 하나의 왕국을 살 정도의 재물이 있다. 그저 불치병이 뭔지 궁금할뿐."

"...알겠다. 당신 같은 오크가 내 경비병들을 그저 기세로만 누를 정도면 한번 믿어봐도 되겠지. 그전에 위압감 좀 없애주겠나?"

그러고 보니 현재 나는 지팡이를 들고 있지 않아서 사방팔방으로 마나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예로 경비병들은 바닥에 쓰러져서 악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나의 앞에 있는 주인장은 그저 서 있었다. 나는 주인장이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궁금해서 관찰했는데 눈이 미세하게 떨고 있고 이를 악물면서 버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저 정신력 하나로 아무런 무력도 가지지 않은 인간이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주인장의 정신력에 감탄하며 지팡이를 다시 잡았다. 그제야 경비병들이 바닥에서 일어났고 주인장도 한숨을 쉬면서 안심했다.

"그럼 나를 따라오게. 자네들은 밖에서 지키고 있게나."

"하지만 백작님."

"어허, 지금은 백작이 아니네. 그저 주택의 주인장일 뿐. 내 말을 듣게나."

"알겠습니다."

나는 주인장을 따라서 저택 안으로 이동했고 경비병들은 나를 째려보며 지나가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당신 백작이였나?"

"지금은 그저 주택의 주인장뿐이네."

"흐음, 백작이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딸 아이의 병 때문에 국왕 전하께 허락을 받고 이렇게 쉬고 있네. 여기가 공기가 좋다는 말이 있었거든."

"병은 언제부터 겪은 거지?"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네."

"지금 몇 살인데?"

"10살. 벌써...10년 동안 병을 갖고 버티고 있는 거지."

"어떤 증세를 보이는가?"

"손발이 얼음처럼 차갑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움직이기 힘들어지고 있네. 옛날에는 그래도 걸어 다닐 수 있었는데 지금은 걷지도 못하고 있지."

"알겠다. 먼저 딸아이를 한번 보도록 하지. 그런데 내 모습을 보면 놀라지 않으려나?"

"딸 아이는 동물도 보지 못한 아이이네. 아마 자네를 보면 신기해하지만 무서워하지는 않을 걸세."

저택의 내부는 화려하지 않고 수수했지만 귀족스러운 느낌이 나고 있었고 그의 씀씀이와 성격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런 이들이 나라를 이끌어야 나라가 번창한다는 것을 나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를 따라서 2층으로 올라가자 주인장은 하나의 방문 앞에 멈추었다.

똑똑.

"누구세요?"

주인장은 방문을 노크했고 그 안에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다. 소피아. 들어가겠다."

"예. 들어오세요."

주인장은 문을 열었고 나는 그 뒤를 따라갔다. 눈앞에는 침대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는 10여 살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소피아라고 하는 여자아이는 나의 모습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 이들과 다르게 그저 새로운 것을 본 것에 대한 놀라움의 표정이었다.

"녹색 피부를 가진 분은 혹시 말로만 듣던 오크인가요?"

"그래. 그런데 나를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는구나."

"오크를 직접 본 것은 처음이니까요. 책에 좋지 않은 말이 적혀져 있기는 했지만요."

"그런데 왜 무서워하지 않니?"

"책은 주관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가 있으니까요. 그러니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봐야죠."

나는 10살의 아이가 얘기한 내용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소녀의 말은 깊이가 있는 말이었다. 그만큼 이 아이는 걷고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대신 집 안에서 책을 읽으며 정신적으로 성장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오크들에게도 분명히 나쁜 이들이 있다. 하지만 나처럼 좋은 오크들도 있단다."

"오빠는 착한 오크에요?"

"그래. 너를 고치러 왔으니 착하다고 할 수 있겠지."

"예? 제 병을요?"

"그래."

나의 말에 소피아는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우울해졌다.

"왜 기뻐하지 않니?"

"제 병을 고치려고 온 사람은 대부분 고치지 못하고 갔어요. 그리고 그들은 저로 인해서 자신의 명예에 먹칠을 하게 됐죠. 오빠도 그럴 수도 있잖아요?"

소피아는 자신을 고치지 못하는 이들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입장과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이 조그마한 아이의 마음 씀씀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하구나. 그런 생각을 하다니. 그래도 병이 낫고 싶지 않니?"

"당연히 낫고 싶죠. 하지만 그들을 생각하면 그런 생각을 해도 되나 싶어요."

"너는 너무 지나치게 남을 생각하는구나. 네 자신을 먼저 생각하렴. 그리고 고쳐지고 싶다는 것은 확실한 거지?"

"예."

"알겠다. 그럼...자리를 비켜주겠나?"

"자네를 믿겠네."

"믿음에 보답해주지."

나의 말에 주인장은 방 밖으로 나갔다. 나는 오크를 믿고 딸과 단둘이 있게 하는 그를 보며 어지간히 그도 예사로운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을 감아라."

"아프지 않은 거죠?"

"그래."

나의 말에 소피아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는 스캔 마법을 사용했다. 스캔 마법은 주위의 지형지물을 뚫고 누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 사용하거나 내용물을 보기 위해서 사용하는 마법이다. 하지만 스캔 마법을 응용해서 사람에게 사용한다면 내부의 내장 및 근육, 뼈 등을 볼 수 있었다.

"스캔."

주인장이 얘기했던 손과 발을 중심적으로 보고 그 뒤에 심장을 본 후에 그 이외의 문제점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스캔 마법을 통해서 어디가 문제점인지 알 수 있었다.

'심장이 선천적으로 좋지 않군. 심장이 손과 발까지 피를 제대로 공급해주지 못하고 있어. 성직자들과 마법사들이 치료를 하지 못하는게 이해가 되는군. 심장을 교체하는 수술이 이 세계에 없을뿐더러 심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마법이 있을 리가 없지.'

힐과 리커버리는 외상과 내상을 치료하는 마법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심장이 좋지 않게 태어났기에 소피아가 그런 마법을 받아도 심장이 좋아질 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단 한 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그것은 너무나 과격하고 소피아에게 힘든 방법이였다.

"원인은 파악했다. 심장이 좋지 않구나."

"심장이요?"

"그래. 심장에서 공급되는 피가 손과 발까지 제대로 도착하지 않고 있어. 손보다 발이 더 심한 것을 보니 먼저 걷지 못하게 된 거란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 손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지지 않았니?"

"어,어떻게 아셨어요?"

"피가 제대로 흐르지 않는다면 나중에 가서는 썩을 수밖에 없단다. 그러면 절단을 하는 수밖에 없지."

"...그렇군요."

절단을 해야 한다는 말에 아무리 정신적으로 성장한 소피아의 표정도 핼쑥하게 변했다. 나는 소피아에게 결정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얘기했다.

"딱 한가지 방법이 있다."

"예? 방법이 있어요?"

"그래. 그런데 위험부담이 커. 내가 마법을 써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 그래도 하겠니?"

나의 말에 소피아는 자기 나이에 맞지 않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목숨에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상당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었다. 그런데 소피아가 고민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해주세요."

"충분히 검토했니?"

"예. 이대로면 손발을 절단해야 하는 날이 오잖아요. 그렇게 살 바에는 위험부담을 겪고 도전을 해볼래요."

"그래. 그럼 시작하겠다...마음의 준비는 되었어?"

"...예."

소피아는 각오가 서린 표정으로 대답했고 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행동을 시작했다.

"슬립."

내 마법에 소피아는 곧바로 쓰러졌다. 그리고 이어서 나는 감각이 무디어지는 인센시빌리티 마법을 사용해서 아픔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주인장이 이 모습을 보면 안 되니 락 마법을 사용해서 문을 잠갔다.

"휴우...좋아. 해보자고."

모든 것을 확인한 나는 손에 마나를 듬뿍 불어넣었다. 그리고 이어서 손을 소피아의 심장이 있는 부분에 박아넣었다. 내 손이 조그마한 소피아의 가슴을 파고 들어가자 피가 벌컥 나오면서 몸이 들썩거렸다. 손에서 따뜻한 피와 내장의 온기, 그리고 살을 비집고 들어가는 느낌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무시하고 그대로 손을 깊숙이 넣어서 심장을 잡았고 이내 심장을 힘껏 쥐어 잡아 뜯었다.

뿌드득...파아악!!

심장이 뜯겨 나오면서 엄청난 피가 분수처럼 튀고 소피아의 몸도 튀어 올랐다. 내 손에는 병의 원인인 소피아의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고 있었다. 나는 이때가 제일 고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1초도 느리게 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곧바로 준비했던 마법을 사용했다.

"퍼펙트 힐!"

9서클 마법인 퍼펙트 힐이 발동되면서 심장이 뜯겨나간 곳에서 새로운 심장이 생성되고 있었다. 손이 관통했던 커다란 구멍도 마치 시간을 되돌리듯이 사라졌고 뜯겨 나간 피부도 원상복구 되면서 그저 손이 들어간 흔적이 옷에만 남아있었다. 나는 소피아의 가슴에 귀를 대고 심장이 뛰는지 확인했다.

두근...두근..

"휴. 다행이군."

퍼펙트 힐은 죽기 직전까지 원상태로 돌려주는 치료의 궁극 마법이었다. 하지만 죽은 것까지 살릴 수는 없기에 심장을 뜯어내고 퍼펙트 힐을 사용할 때까지 소피아가 죽지 않고 버티느냐가 문제였다.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소피아의 살고 싶은 의지가 강했는지 심장이 다시 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2번째 걱정이 있었다. 내 손에는 예전 소피아의 심장이 있었지만 과연 새롭게 만들어진 심장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는가였다. 그걸 확인하는 방법은 소피아가 깨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소피아에게 걸었던 슬립 마법과 인센시빌리티마법을 해제하고 그녀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소피아는 다행히도 오래되지 않아서 눈을 떴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을 깜빡거리며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무슨...일이 있었죠?"

"심장을 교체했다."

"심장을요?"

"자. 이게 원래 너의 심장이였다."

소피아는 나의 손에 있는 심장을 보고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방이 피로 물들었다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랐다.

"대체...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모르는게 좋을걸? 그보다 한번 걸어보렴."

나의 말에 소피아는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소피아는 긴장한 표정 그대로 발을 바닥에 내디뎠다. 그리고 대망의 한 걸음을 내디뎠고 이어서 두 걸음을 내디뎠다. 두 걸음은 세 걸음이 되고 세 걸음은 이내 더욱 늘어났다.

"성공했나 보구나."

"성,성공했어요! 제가 걸을 수 있어요!"

"기쁘냐?"

"예! 정말 고맙습니다! 오빠!"

소피아는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소피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얘기했다.

"이제는 나이에 맞게 어린애처럼 기쁘면 그냥 울어도 돼. 지금부터는 집에만 있을 일은 없어졌으니까."

내 말을 들은 소피아는 그대로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그저 울기만 하였고 나는 소피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우는 것이 그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밖에서 소피아의 울음을 듣고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주인장에게 어떤 변명을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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