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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39화 (39/360)

4장 꿈틀대는 왕국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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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꿈틀대는 왕국들(5)

"아직도 책에 집중하면 주변을 못 보는 것은 여전하구나."

"어? 라미온님. 언제?"

"네가 책의 3/4쯤 읽고 있을 때."

에밀리는 책을 거의 다 읽었기에 그가 상당한 시간 전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그냥 보고 계셨어요? 말씀하시지."

"오랜만에 봐서 뭔가 달라졌는지 보려고."

"라미온님도 참."

라미온과 에밀리는 포옹을 했다. 연인처럼 포옹하는 것이 아니고 가족이 반가움에 포옹을 하는 것과 같았다.

"여행은 별일 없었니?"

"매우 유익했어요. 놀라운 일도 있었고요."

"그래? 한번 들어보자."

에밀리는 여행하는 동안 있었던 일들을 모두 얘기했다. 라미온은 에밀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놀라움, 경악, 심각함, 재밌다는 등 수많은 감정이 담긴 표정들이 지나갔다.

"허어. 그런 일들이 있었다니. 짧은 시간에 많은 일들을 겪었구나."

"예. 그래도 정말 괜찮은 여행이였어요. 맘에 드는 사람도 있었고요."

"맘에 들어 하는? 누구?"

"매트라고 하는 라이언 왕국의 왕자요."

"매트 왕자? 그 소드마스터 초급의?"

"예. 남동생 같은 이였어요. 남자 같은 면도 있더라고요."

"흐음...드디어 임자를 만난 거니?"

라미온의 말에 에밀리는 조금 얼굴을 붉혔다. 라미온은 그런 에밀리의 반응에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농담으로 얘기했는데 진짜인가 보군. 이제 드디어 내게도 사위가 생기는 건가?"

"그만 하세요. 아. 그리고 부탁드릴게 있어요."

"뭐지?"

"라이언 왕국에 한번 다녀오고 싶어요."

"왜? 그 애를 만나러 가게?"

라미온의 질문에 에밀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라미온은 에밀리의 이런 반응을 처음 봐서 그런지 재밌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 처음으로 맘에 드는 상대가 생겼는데 가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 갔다 오렴. 나는 다른 대표들과 향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의논할 테니."

"고맙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가지는 않을 거니 걱정 마세요. 그동안 여행으로 쌓였던 피로를 풀고 갈 테니까요."

"알겠다. 그러면 식사부터 하지 않겠느냐?"

"그러죠. 식사는 참 오랜만이네요."

에밀리와 라미온은 오랜만에 같이 식사를 하게 되어 미소를 지으며 서재에서 내려갔다.

모리스는 눈을 뜨고 텔레포트 마법이 정상적으로 자신을 왕국으로 보내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용병왕국 요리스는 타왕국과 다르게 성벽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의 자신감과 투지를 보여주듯이 성벽을 쌓지 않고도 왕국을 유지하고 있었다.

성벽이 없더라도 울타리같이 간단한 벽으로 경계선을 대신하고 있었다. 울타리 중간 중간에는 불침번을 서는 용병들이 있었고 모리스가 나타난 것을 확인한 용병들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모리스님이다! 맞이해드려라!"

목소리에 맞혀서 울타리를 넘고 십여 명의 용병들이 달려왔다. 모리스는 그들의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모리스님! 오셨습니까?!"

"그래. 헤츠님은 별일 없으셨지?"

"그게...모리스님이 안 계셨을 때 맨손으로 곰을 잡으러 간다고 사냥하러 가신 적이 있었습니다."

"뭐? 어차피 맨손으로 곰을 잡으실 분이긴 하지만...그래서?"

"예. 그게 곰을 잡으러 갔는데 곰이 아닌 미노타우로스를 잡고 왔다고 합니다. 그것도 맨손으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겠군. 헤츠님은 어디 계시지?"

"지금 왕성에 계십니다."

"알겠다. 왕성으로 가지."

요리스에는 성벽이 없지만 왕성은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모리스가 타왕국들은 왕성이 있는데 우리만 없으면 비교당한다고 난리를 쳐서 헤츠가 결국 모리스의 잔소리에 지고 짓게 된 것이었다. 물론 모리스는 동맹왕국에도 왕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얘기하는 날은 오지 않았다.

왕성까지 가는 거리에는 용병들이 사는 집들도 많았지만 타왕국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무기, 갑옷들을 파는 상점과 술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여관이였다. 그리고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길거리에는 거지처럼 술에 취해서 쓰러져 있는 용병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이것만은 모리스가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용병들의 개성 및 특성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모리스는 제3자가 봐도 잘못됐다고 생각될 정도의 행동들만 금지하게 하고 나머지는 용병생활 때처럼 하게 두었다.

하지만 그래도 저렇게 대낮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 보기에 좋을 수는 없었다.

"널브러진 애들 좀 정리하고 와라. 나는 왕성으로 가지."

"옛!"

모리스의 말에 십여 명의 용병들이 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이들을 정리하러 갔고 모리스는 그대로 왕성으로 이동했다. 왕성에는 수많은 용병들이 있었지만 모리스처럼 머리를 쓰는 용병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용병들이 호탕하게 막 싸우는 것을 선호하는 것처럼 몸으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지, 머리 쓰는 것은 극도로 싫어했다.

그 결과 모리스가 거의 모든 일을 처리하기는 불가능하기에 용병이 아닌 평민들 중에서 머리를 쓰는 이들을 뽑아 일을 시키고 있었다. 모리스는 자신이 없는 사이에 별일 없었기를 바라면서 왕성의 문을 향해 걸어갔다.

"모리스."

"왔는가?"

왕성의 문을 지키는 용병 2명이 보였다. 그들의 이름은 페이와 케이로 쌍둥이의 용병이었다. 그들은 2미터를 넘는 거대한 거체에 엄청난 살집을 가진 이들로 용병에서는 유명한 이들이었다. 그들이 협공해서 싸우면 소드마스터도 상대할 수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또, 그들은 엄청난 장사로 마나를 다루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오우거와 1대1로 힘싸움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2명이 왕성 앞에 서 있자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이고 있었다.

"잘 있었나? 별일 없었겠지?"

"이상."

"없었다."

"안에 헤츠님 계시냐?"

"안에."

"계신다."

"알겠다. 그럼 계속해서 수고하도록."

"계속"

"서겠다."

모리스는 페이와 케이를 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페이와 케이는 태어나면서 힘에 모든 재능이 투여되었는지 지능은 일반 사람에 비해서 조금 떨어졌다. 또 쌍둥이여서 그런지 말을 다 이어서 하지 않고 서로 반으로 나뉘어서 얘기하는 버릇이 있었다.

모리스는 왕성 안으로 들어가자 또 다른 인원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소드마스터 초급의 단계를 걷고 있는 실리스와 7서클 마법사 리키드였다. 리키드는 용병왕국에서 제일 높은 클래스의 마법사로서 마법장을 맡고 있는 이였다.

실리스는 용병왕국에 있는 소드마스터 3명 중 한 명으로 20대의 나이에 올라서 미래가 기대되는 청년이었다.

"모리스님. 언제 오셨습니까?"

"방금 왔다네. 자네들도 별일 없었나?"

"예. 별일 없었습니다. 리키드 형님이 징징대는 것만 빼면요."

"역시 힘들었나 보군."

"말도 마십쇼. 모리스님의 빈자리가 너무 컸습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십니까? 할 거는 왜 이렇게 많은 건지..."

"큭. 나의 고충을 조금은 알겠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은 엄청 유익했지."

"한번 듣고 싶군요."

"저도 듣고 싶습니다."

"그래? 그러면 따라오게나. 어차피 헤츠님에게 얘기해야 하니 옆에서 듣게."

모리스는 실리스와 리키드와 함께 헤츠를 만나러 올라갔다. 지나가는 용병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헤츠는 어전에 있지 않고 며칠 전에 잡았던 미노타우로스의 뿔을 손질하러 갔다고 한다. 그것도 정원에서 한다는 얘기를 듣고 모리스는 곧바로 정원으로 직행하기로 했다.

정원에는 무슨 꽃과 나무들이 심겨 있는 것도 아니였다. 그저 용병들이 연습하는 연무장을 정원이라고 부르는 것뿐이었다. 용병들에게 정원은 사치라는 것을 알기에 기분만 내려고 말만 그렇게 하는 것이었다. 연무장, 아니 정원에서는 용병들의 말 그대로 헤츠가 미노타우로스의 뿔을 손질하고 있었다.

헤츠는 돌아보지도 않고 기척만으로 누가 온 지 알고 입을 열었다.

"모리스. 여행은 잘 다녀왔나?"

"예. 매우 유익했습니다. 그 전에 얘기하고 싶은게 있습니다."

"뭔데?"

"...그 미노타우로스는 어떻게 잡았는지 알고 싶군요."

"이거? 맨손으로 때려잡았지. 곰을 잡으려고 했는데 이 녀석이 나타나길래 어쩔 수 없었어."

"몇 번을 얘기합니까? 국왕이 직접 미노타우로스를 잡으러 가는 사람은 헤츠님밖에 없을 겁니다. 제발 국왕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십쇼!"

"잔소리는. 그래서 여행은 어땠는지나 얘기해."

헤츠는 모리스의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주제를 돌려 얘기하기로 했다. 수백 명과 싸우면 싸웠지 모리스의 잔소리를 듣는게 더 싫은 헤츠였다.

"넘어가려고 하는 것이 보이지만 이번엔 넘어가 드리죠. 얘기해야 할 게 많으니까요."

모리스는 여행에서 있었던 일들을 모두 얘기했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얘기했지만 지루할 틈 없이 듣는 이나 얘기하는 이나 모두 흥미진진했다. 헤츠는 메스를 만난 이야기와 9서클 오크 마법사라는 이야기에 제일 흥미를 두었다.

"메스도 소드마스터 상급에 올라갔군. 역시 그 녀석도 올라갈 거라고 예상은 했지."

"그렇습니까?"

"그래. 내가 인정한 라이벌이였으니까. 그런데 9서클 마법사가 나타났으니 새로운 라이벌의 등장인가? 메스 녀석도 당해내지 못했다니 흥미롭군."

"그리고 나르샤라는 엘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 8서클에 상급 정령사, 소드마스터라면 거의 드래곤이 아닌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경지니까."

"나중에 듀로크는 저희 왕국에 들른다고 했습니다."

"그래? 기대되는군."

"그럼 그란 왕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거? 네가 알아서 해."

"예?"

"뭘 놀라는 척이야. 지금까지 네가 알아서 했잖아. 힘들면 옆에 있는 2명도 데리고 해."

헤츠가 말하는 2명은 실리스와 리키드였다. 실리스와 리키드는 헤츠가 자신들을 얘기하는 것임을 알고 안색이 핼쑥해졌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리스가 하는 일이 얼마나 바쁘고 지옥 같은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저는 바빠서 이만..."

"저,저도."

실리스와 리키드는 빠르게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모리스는 그럴 줄 알고 미리 움직였고 두 명은 도망치지도 못한 채 모리스에게 뒷덜미를 잡혔다.

"그럼 이만 일 하러 가겠습니다."

"그래. 수고해라."

모리스는 도망치려고 난리를 치는 2명을 수도로 뒷덜미를 때려서 기절시키고 조용히 납치해갔다. 헤츠는 3명이 사라진 것을 느끼고 다시 미노타우로스의 뿔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혼잣말로 얘기했다.

"기대되는군.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어두운 공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몇 개의 수정구만이 존재했다. 그 공간은 마법으로 만든 타차원의 공간으로 수정구를 통해서만 대화를 할 수 있게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어두운 공간으로 인해서 수정구에서는 인물의 윤곽과 목소리만이 알 수 있고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총 8개의 수정구에서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고 8명의 검은 윤곽만이 보였다.

"모두 모였는가?"

"다 모인 것 같습니다."

"그럼 정기 회의를 시작하겠다. 내가 알기로 이번에 큰 변동이 생겼다는데 맞는가?"

"예. 저희 일루드에서도 확인했습니다."

"게,게덴에서도 확인했습니다."

"다른 왕국에서도 모두 확인했나?"

"예."

"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얘기해라."

"제가 얘기하겠습니다."

검은 윤곽을 가진 이들 중 여성으로 느껴지는 누군가가 얘기했다.

"오크 진영에서 9서클 마법사인 오크가 나타났습니다. 그의 이름은 듀로크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를 주축으로 왕국을 세웠는데 몇몇 드워프들이 제작을 도와줬고 엘프도 있다고 합니다. 갔다 온 이의 말을 들어본 결과 상당한 무력을 가진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리고 몬스터 숲에 뿌려둔 마정석을 봉인하여 일루드에 가져갔다고 합니다."

"마정석을?"

"예.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정석 1개만 가져갔다고 했지만 마정석의 정체가 들킨다면 몬스터의 숲에 인원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계획은 상당수 진행되었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마정석을 몬스터의 숲에 뿌려뒀으니 마왕님의 부활은 20년 안에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숨어있었던 너희들의 고생도 끝이다. 마왕님이 부활하는 날이야말로 우리의 시대가 오는 것이다."

마나가 담긴 그의 목소리는 수정구를 통해서 듣는 이들에게도 위압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모두 타지에 있지만 조금만 버텨라. 내가 때를 봐서 기별을 주겠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예!"

"예!"

"그럼 회의를 이만 마치겠다."

리더로 보이던 자가 수정구에서 윤곽이 사라졌다. 남은 7명은 리더가 사라진 다음에야 말문이 터였는지 서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역시 9서클 마법사는 다르긴 다르군. 압박감이 장난이 아냐."

"그런데 궁금한게 우리 라자드님이 이길까? 그 오크, 듀로크가 이길까?"

"백번 싸운다면 백번 라자드님이 이길 것이다. 같은 9서클이라고 해도 경험에서 차원이 다르다. 라자드님은 300년 이상 사신 분이다. 더구나 라자드님은 흑마법사. 흑마법은 같은 서클이라고 해도 위력이 훨씬 강력하지. 경험에서나 위력에서나 라자드님이 질 리가 없다."

"흐음, 그렇구나. 그런데 내가 듣기로는 8서클에 소드마스터인 마검사가 2명도 있다는데?"

"그러면 그들은 우리가 처리해야겠지. 그리고 우리의 힘은 우리 본인의 힘만이 아니고 밑에 있는 세력도 존재하니까."

"맞아. 새롭게 만들어진 그란 왕국의 무력은 생각보다 강하지만 우리들의 세력은 그것을 초월하고도 남으니까."

"그럼 다음 계획은 어떻게 할 거야?"

"나의 정보에 의하면 나이트 기사단장 메스가 게덴을 향해 간다고 하더군. 그때 메스를 붙잡아서 빌미를 만들고 게덴과 나이트간에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어떤가?"

"좋은 계획인데? 그런데 그러면 게덴 쪽에 찬성을 받아야 하잖아."

"걱,걱정마십쇼. 나,나이트를 상대하는 것은 어,어렵지 않습니다."

"그래? 그럼 믿겠어. 그리고 듀로크라는 오크가 나타난 이후로 카무란은 어때?"

"괜찮다. 수색대는 보냈지만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소식을 모르고 있다."

"밀런은?"

"밀런도 마찬가지."

"알겠다. 그럼 다음 계획은 게덴에게 맡기고 새로운 소식 때 보도록 하지."

"나중에 보자고~"

그 말을 끝으로 나머지 7명의 수정구에서도 모습이 사라졌다. 이렇게 대륙에 숨어있던 조직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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