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꿈틀대는 왕국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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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꿈틀대는 왕국들(4)
베로나는 야수화를 그만두고 다시 인간 모습으로 돌아왔다. 라이언 왕국의 최동쪽에서 노예왕국 게덴까지는 상당한 거리로 베로나의 스피드로도 며칠이 걸릴 정도였다. 며칠 동안 쉬지 않고 온 결과 베로나는 왕성에서 제일 가까운 게덴의 성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성문에서는 노예를 잡고 끌고 가는 행렬과 노예를 감옥에 가둬둔 채로 이동하는 행렬들이 보였다. 그 뒤에는 게덴의 상인들과 국민들이 줄을 이루고 있었다. 베로나는 그 줄 끝에 서서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인인 베로나가 혼자 있자 주위에서 쳐다보는 시선이 있었다.
왜냐하면 수인은 대부분 노예의 신분을 가지고 있었기에 노예가 아닌 수인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것이었다. 베로나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살기를 약하게 뿜어내어서 모두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감옥과 함께 끌려가는 수많은 종족들의 노예들이 베로나를 부럽고 시기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베로나는 그런 시선을 무시했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도 살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줄은 점점 줄어들었고 이어서 베로나의 차례가 찾아왔다. 경비병들은 베로나를 보는 동시에 놀라면서 끈적이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베로나의 미모가 상당할뿐더러 육덕진 몸매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수인이기에 얕잡아보고 날파리가 붙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그럴 때마다 베로나는 후회하게 만들어주었지만 지금은 보는 사람이 많아서 참기로 한 베로나였다.
"이름은?"
"베로나. 국왕 포마스님의 임무를 받고 귀환하는 중이다."
"뭐?"
경비병은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멍을 때렸다. 하지만 베로나는 멍하니 있을 틈을 주지 않았다.
"나는 지금 바쁜 몸이다. 그런데 이렇게 나의 발을 잡고 있어도 되려나?"
베로나는 온몸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베로나가 마나를 끌어모으자 주위의 대기가 울렁거렸고 땅 위에 있는 모래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경비병들과 주위에 있던 모든 이들은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광경에 모두 당황하고 있었다.
"이,이게 무슨?"
"다치기 전에 비키는게 좋을 거야. 날 그런 눈초리로 쳐다보고 제대로 밥을 씹을 수 있게 된 녀석은 없으니까."
"죄,죄송합니다!"
경비병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였다. 베로나는 그제야 마나를 거두었고 주위의 대기가 울렁이는 것도 모두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베로나는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성문 안으로 들어왔다. 일반 길인데도 시장터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상인들과 노예, 국민들이 북적댔다.
노예를 가격을 매기고 흥행하는 상인과 그걸 사려고 하는 인간들이 있었고 한쪽에서는 희귀한 재료들을 파려고 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평범한 여관도 있었고 무기와 갑옷을 파는 가게도 있었지만 다른 가게보다도 노예들을 사고 파는 가게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리고 노예들을 사기 위해서 타왕국에서 오는 인원들이 많다 보니 다른 복장들을 입고 있는 인원들이 많이 보였고 노예 또한 종족까지 다양하면서 다양각색의 이들이 모여있었다.
베로나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드디어 게덴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느끼며 왕성으로 곧바로 이동했고 시간이 지나, 왕성 앞에 도착한 베로나는 경비병과 만날 수 있었다.
"베로나인가?"
"오랜만이군. 스."
스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인간이 아닌 늑대인간이었다. 인간보다 월등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고 엄청난 회복력도 지니고 있다. 거기다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신체능력과 회복력이 더욱 늘어난다고 한다.
스는 몬스터의 숲에서 살고 있었지만 노예상인에게 잡혀 온 이들 중 한 명이였다. 그의 무력은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익스퍼트 상급과 비슷해서 그를 잡으려고 할 때 엄청난 희생을 거쳐서 잡았다고 한다.
"임무를 마치고 온 건가?"
"그래. 그런데...안에 있나?"
"있다. 그리고 요새는 어떤가?"
"...뭐, 똑같지."
"그래? 무슨 일을 벌일 거면 부르라고. 준비는 돼 있으니까."
"기억해두지."
베로나는 스를 뒤로 하고 왕성 안으로 들어갔다. 게덴은 포마스 국왕이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 밑에 귀족들이 있지만 그들은 거의 모두 다 상인으로 돈을 밝히는 이들이었다. 포마스는 압도적인 재물의 양으로 그들을 잡다 폈다 하면서 구워삶을 수 있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왕성 안에는 몇몇의 귀족 인간들도 있었지만 태반이 인간이 아닌 타종족의 노예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노예 중 인간도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죄를 짓고 노예가 된 이들로 비율로 봤을 때 극히 드물었다.
거기다 포마스는 성욕이 매우 발달하여 타종족의 암컷들에게 밤시중을 들게 하면서 왕성에 있는 남녀비율은 1대 9에 육박했다. 포마스의 밤시중에 들어가지 않는 이는 거의 드물었는데 그 드문 이 중 하나가 바로 베로나였다. 베로나의 미모와 몸매를 생각해본다면 포마스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이상했지만 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베로나를 건드는 것보다 건들지 않음으로써 얻는 이득이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제3자의 입장에서 포마스를 본다면 그저 여자에 발광한 돼지로 볼 수 있지만 베로나는 포마스가 돼지로 분장한 여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베로나는 포마스에게 가고 싶은 생각은 일절 없지만 가지 않을 수 없었기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포마스를 향해 걸어갔다.
포마스가 있는 방 앞에는 두 명의 인물이 막고 있었는데 그들은 믿기 힘들게도 갑옷을 입고 있는 오우거들이었다. 베로나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포마스는 오우거들을 세뇌시켜서 말 잘 듣는 경비병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오우거들은 베로나가 다가오자 이를 들어냈지만 베로나가 기운을 뿜어내자 움찔됐다. 하지만 몬스터의 숲에 있는 오우거들과 다르게 뒤로 물러나지 않고 아직도 싸울 의지를 보여주었는데 그때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문을 열어라."
목소리를 들은 오우거들은 그 말에 따라서 문을 열었고 베로나는 오우거들을 한번 바라보며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엄청난 거구를 가지고 살집으로 둘러싸인 포마스가 있었고 그 옆에는 여자들이 앉아있었다. 여자들은 하나같이 미인들로 인간, 뱀파이어, 엘프, 늑대인간 등 수많은 종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양한 종족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그들만의 공통점이 있었는데 바로 손과 발에 수갑이 걸려있었고 어깨에는 노예의 낙인이 찍혀져 있었다. 포마스는 그들을 옆에 두고 시중을 들게 했는데 베로나가 온 것을 보고 손으로 휘휘 저었다. 그러자 옆에 있는 여자들이 구석으로 가서 고개를 숙였다.
"그,그래. 베로나. 임,임무는 잘 끝냈나?"
"잘 마무리를 지었다."
베로나는 국왕 포마스 앞에서도 반말을 했지만 그것을 서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무,무슨 일이 있었나 한,한번 들어보지."
베로나는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어차피 다른 왕국들도 알게 될 사실들이였기에 거짓말을 하지 않고 모두 얘기했다. 모든 얘기를 들은 포마스는 살에 파묻혀서 잘 보이지 않는 얼굴로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놀,놀랍군. 그런 일이 있다니. 그,그 오크는 어떤 인물이지?"
"그건 잘 모르겠군. 별로 보지 못했으니."
"알,알겠다. 다,다른 지시가 있을 때까지 대기하도록."
"곧바로 시키려는 것은 아니겠지? 몇 달 동안 여행하고 와서 난 힘들다고."
"네,네가 그런 처지가 아닐 텐데? 수,수인들이 안 좋은 일을 겪기 싫다면 말이야."
"...지옥에나 떨어져라."
변종 몬스터의 습격에서 살아남은 베로나의 주민들은 노예상인들에 붙잡혔다. 그때 포마스는 수인 베로나의 진면목을 미리 알아차렸고 수인들을 모두 사다가 자신의 휘하에 모두 끌어들였다. 그리고 포마스는 베로나에게 협박했다.
'수,수인들을 모두 국민의 신분으로 살게 해주겠다. 하,하지만 나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모두 노예의 신분을 가질뿐더러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게 해주겠다.'
살아남은 수인들의 미래가 모두 베로나에게 걸려있었다. 베로나는 어쩔 수 없이 포마스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지금까지 포마스의 말을 잘 듣는 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베로나는 언제든지 반란을 일으킬 수 있었지만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수인들의 옆에는 언제나 감시하는 암살자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포마스 한마디면 언제든지 거리낌 없이 죽일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항상 포마스를 언제든지 죽일 수 있었지만 죽는 순간 수인들이 죽을 것이 뻔했기에 계속해서 악순환이 돌고 있었다.
베로나는 포마스에게 욕설을 내뱉고 방문을 크게 걷어차며 나갔다. 포마스는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던 여자들을 다시 오게 하였고 베로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이를 갈았다.
"젠장. 맘 편히 여행했던게 생각나는군."
베로나는 며칠 전에 했던 여행을 떠올리며 왕성을 나갔다.
"휴..드디어 도착했네."
에밀리는 바람의 정령을 통 날아서 빠르게 왔지만 상당한 거리 때문에 피곤함을 느꼈다. 그래도 자신의 고향에 돌아오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며 성문을 향해 걸어갔고 성문에 있던 중년의 경비병은 에밀리를 곧바로 알아보고 얘기했다.
"이거 에밀리 아니냐? 여행은 잘 갔다 왔니?"
"예. 아저씨. 보람찬 여행이였어요."
"그래? 다행이구나. 참, 오늘도 라미온님한테서 연락이 왔었단다. 혹시 에밀리가 왔었는지 물어보더구나. 라미온님과 같이 지극정성인 분은 찾기 힘들 거다."
"그래요? 빨리 가야겠네요. 그럼 지나가겠습니다."
"그래. 얼른 가렴."
에밀리는 경비병에게 인사를 하고 빠르게 지나갔다. 동맹왕국은 여러 개의 나라들이 뭉쳐서 만들어진 왕국이다. 그렇기에 동맹왕국이 만들어졌을 때 제일 처음 했던 것은 모든 성벽을 허물고 새로운 외벽의 성벽을 쌓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국민들이 일에 투입되었고 그로 인해서 원래 다른 나라였던 국민들도 서로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다른 나라였던 국민들도 모두 섞여서 각 나라만의 개성이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그리고 동맹왕국에는 왕성이 없었다. 왜냐하면 여러 개의 동맹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왕성이 있다면 비교가 될 수 있다고 하여 모든 합의 하에 10층짜리의 나무건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대표들의 검소한 행동들은 국민들도 검소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존경스러운 시선을 받게 하였다. 동맹왕국의 대표들은 결정할 일이 생길 경우 모두 합의 하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독선 같은 것이 있을 수 없었고 부정부패도 마찬가지였다. 에밀리는 국민들을 위한 나라가 있다면 바로 자신이 살고 있는 동맹왕국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거리의 국민들은 모두 근심, 걱정 따위는 없고 가식적인 웃음이 아닌 그야말로 진심 어린 행복한 웃음을 피고 있기 때문이었다. 에밀리는 거리를 걷는 이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바람의 정령을 통해 라미온이 있는 10층 건물을 향해 날아갔다. 건물이 대부분 1,2층이고 높아도 3,4층이여서 10층 건물은 눈에 띄었다. 하지만 다른 왕성에 비해서 엄청 허접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에밀리는 오히려 이 건물이 더 맘에 들었다.
에밀리는 10층의 건물에 도착했는데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창문으로 슬그머니 들어갔다. 창문으로 들어간 에밀리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방안에서 움직였다. 10층에 위치한 방은 서재로 사용하고 있어서 많은 책들이 빼곡히 쌓여있는 책장들이 주위를 채우고 있었다. 에밀리는 15살 때 라미온의 손에 구해져서 이 건물에서 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에밀리는 건물에 있는 모든 책을 읽기 시작하여 완독을 하는데 5년이 걸렸다.
건물에는 만권을 넘을 책들이 있었는데 그것을 5년 만에 완독한 에밀리는 한동안 소문이 짝 퍼졌을 정도였다. 에밀리는 오랜만에 보는 서재에 들어와서 그런지 옛날 생각에 빠져서 읽었던 책을 하나 선택하여 펼쳐보았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이 왜 왔는지 까먹고 책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에밀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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