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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36화 (36/360)

4장 꿈틀대는 왕국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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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꿈틀대는 왕국들(2)

메스는 빛에 휩싸이고 눈을 떠보니 어느새 도착해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야. 오랜만인걸?"

메스는 왕성에서 제일 가까운 성문으로 걸어갔다. 성문에는 검문을 위한 인원들이 줄을 서고 있었고 메스는 그 줄의 맨 뒤에 서서 차례대로 기다리기로 하였다. 줄은 상당히 길었지만 검문을 하는 경비병들이 많았기에 줄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메스는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된 것을 보고 경비병 앞에 가서 섰다.

"정지. 신분을 밝혀라."

"난 나이트 왕국의 기사단장 메스라고 한다. 길을 열어라."

"뭐?"

경비병은 메스를 눈으로 훑어보고 피식 웃었다.

"네가 기사단장이라고? 그럼 난 국왕이겠다."

메스는 경비병의 말에 황당함을 느끼고 이내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떠올랐다. 입고 갔었던 갑옷은 듀로크와의 전투 이후에 걸레짝이 돼서 버려버리고 대신 몬스터 가죽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전날에 폭음을 해서 안색도 좋지 않았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저 술에 취한 용병으로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였다.

하지만 그래도 저렇게 무례하게 얘기하니 열불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그럼 이거나 보고 얘기하시지."

메스는 등 뒤에 매고 있던 바스타드 소드를 꺼내 들어서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마나가 검에 완벽하게 불어 넣어지면서 검이 출렁거리며 빛나기 시작했다.

"이,이건 오러 블레이드!"

"나이트 왕국에 소드마스터인 사람은 총 5명. 그리고 검문에는 경비병이 아닌 기사들도 있을 텐데? 기사를 부르면 확실해지겠지."

"죄,죄송합니다. 용서해주십쇼!"

경비병은 그제야 땅바닥에 엎드려서 메스를 향해 빌었고 메스는 경비병의 행동에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왜 바닥에 엎드리지? 내가 기사단장이면 너는 국왕이지 않나? 국왕이 일개 기사단장에게 왜 빌고 있는 거지?"

"용,용서를!"

메스는 자신과 경비병이 주위의 시선을 모두 끌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내 그냥 지나가기로 했다.

"다음부터는 외형으로 판단하지 말도록. 나중에 시찰하러 올 테니 각오하고 있어라."

"감,감사합니다."

메스는 엎드려 있는 경비병을 뒤로하고 성문으로 들어갔다. 성문을 지나치자 지금까지 많이 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거대한 왕성이 멀리서 보이고 있었고 개성적이고 모두 다른 모습을 가진 집들이 길에 수없이 나열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자주 본 광경이였지만 반가움이 느껴졌다.

맘 같아서는 한번 쉬고 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국왕에게 보고하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에 메스는 왕성을 향해 곧바로 이동했다. 왕성까지 가는 길은 많은 인파로 북적거리고 성문에서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있었지만 메스는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소드마스터의 신체능력에다가 마나까지 불어넣어서 이동하자 많은 인파 속에서도 부딪힘 없이 지나가고 메스의 모습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좋아. 드디어 도착했군."

메스는 왕성 앞에 도착해서 들어갈 준비를 했다. 왕성의 성문 앞에도 지키는 자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일개 경비병이 아닌 기사들로 이루어진 이들이었다. 기사들은 메스의 외모도 알뿐더러 메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에 앞에 만났었던 경비병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다.

"메스님! 어서 오십쇼!"

"안녕하십니까!"

"어. 수고들이 많다. 지나가도 되겠지?"

"당연한 말씀을. 들어가십쇼."

"그럼 실례하지."

메스는 왕성으로 들어가자 자신을 알아보는 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국왕을 봐야 했기 때문에 짧은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그러다가 국왕을 만나기 전에 짧은 인사로 넘어가기에는 조금 껄끄러운 인물을 만나게 되었다.

"이거, 이거 메스 아닌가?"

"유스트 후작. 왕성에는 웬일이지?"

"웬일이긴, 당연히 전하를 뵈러 왔지."

유스트 후작. 나이트 왕국의 실세 귀족 중 한 명이다. 나이트 왕국에 있는 전력의 30% 이상이 그의 휘하에 있다고 할 정도로 힘 있는 귀족이었다. 그는 틈만 나면 국왕의 결정에 간섭하려고 하는 귀족으로 메스가 속으로 아주 맘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귀족이었다.

"자네야말로 임무는 성공적으로 끝냈나?"

"성공적으로 끝냈으니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겠지. 나는 이만 전하를 뵈러 가야 하니 먼저 가겠다."

"그런가? 나중에 시간 되면 같이 술이나 한잔 하지."

"시간이 난다면."

메스는 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었기에 대충 말하고 도망치듯이 빠르게 걸어갔다. 메스는 어느 정도 이동한 후에 유스트 후작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왜 이렇게 싫다는 느낌이 드는 거지? 희한하단 말이야."

메스는 유스트 후작이 국왕의 결정에 간섭해서 싫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뭔가 존재 자체가 기분이 나빴다. 메스는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의문점을 가지면서 움직였고 어느새 어전 앞에 도착하였다.

어전의 문 앞에는 시종이 있었는데 시종은 메스를 알아보고 고개를 숙였다.

"전하에게 내가 왔다고 전해주게."

"알겠습니다."

시종은 한번 목소리를 가다듬고 크게 얘기했다.

"전하. 기사단장 메스님이 임무를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들어오라 하라."

메스는 국왕의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서 들어갔다. 어전에는 국왕 아무드가 옥좌에 앉아 있었고 그의 옆에는 두 명의 인물이 있었다. 한 명은 국왕을 지키는 수호기사로 나이 30대의 붉은 머리를 가지고 있는 남성이었다. 그는 나이트 왕국에 단 5명이 있는 소드마스터 중 하나로 그의 실력은 소드마스터 중급, 수호기사에 걸맞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또 다른 한 명은 늙은이로 국왕의 옆에서 도와주는 최측근의 귀족이였다.

"잘 지내셨습니까? 스승님."

"전하. 지금의 저는 그저 기사단장일 뿐입니다."

"스승님은 언제까지나 저의 스승님입니다."

"그 말씀만으로 기쁨을 억제할 수 없군요. 제가 없는 동안 별일 없으셨는지요?"

"별일 없었습니다. 제 옆에는 수호기사 크리드님과 실로스님이 있으셔서 괜찮았습니다."

"과찬입니다. 전하."

"크리드는 쓸만합니까? 전하."

"누구한테 배웠는데 그런 말을 하십니까?"

크리드와 국왕 아무드 모두 메스의 제자였던 이들이였다. 나이트 왕국에서 소드마스터는 총 5명이였는데 메스와 1명을 제외한 3명은 모두 메스의 제자였던 이들이였다.

"실력은 믿을만한데...성격이 너무 무뚝뚝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하나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크하하하.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메스와 아무드는 서로를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옆에 있는 수호기사 크리드는 무표정으로 일관했고 실로스는 그저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그럼 실컷 웃었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죠. 원인은 밝혀졌습니까?"

"예. 그런데 조금...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예? 무슨 소립니까?"

"그게...먼저 마나 변동의 원인은 9서클 마법사였습니다."

"9서클! 역사에 단 3명 출현했다는 그 9서클입니까?!"

9서클이라는 말에 아무드 국왕은 매우 놀라워했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크리드조차 놀란 표정이 겉으로 드러날 정도였다.

"그 9서클 마법사는 대체 누구입니까?!"

"그게...문제입니다. 먼저 인간이 아닙니다."

"그럼 역시 드래곤이였습니까? 드래곤이라면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요."

"아닙니다."

"그럼 엘프?"

"아닙니다."

"그럼 도대체 누구입니까?"

"그게...오크입니다."

"예?"

"오크라고 했습니다."

메스의 말에 모두들 멍 쩍은 표정을 지어주었다.

"농담이십니까?"

"진담입니다. 그래서 얘기해드린 겁니다. 뭐라고 해야 할지를 몰라서."

"...착각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소드마스터 상급의 눈이 틀렸다면 그렇겠지요."

"그렇군요. 실언했습니다. 너무나 놀란 나머지."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놀라시면 안 됩니다."

"예?"

메스는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변종 몬스터와의 조우 후 듀로크와의 만남. 오크 왕국. 자신들이 질 정도로 강력한 무력을 가진 이들까지. 자신이 느끼고 있었던 일들을 모두 이야기했고 메스의 이야기를 들은 3명은 놀라움을 뛰어넘어서 경악하고 있었다.

"허어...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저도 제가 느끼지 못했다면 믿지 못했을 겁니다."

"스승님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란 왕국과 손을 잡는 쪽이 훨씬 유리해지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제일 약한 라이언 왕국이 손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저희 왕국을 제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렇기에 제게 그 일을 맡겨주시지 않겠습니까?"

"무슨 말씀입니까?"

"이번 일을 계기로 듀로크라는 오크와 친분이 맺어졌습니다. 그와 더욱 친분을 높여서 저희 왕국에 이로운 효과를 얻게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얘기하신다면야...맡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십쇼."

"노예왕국 게덴을 방문하고 싶습니다. 허락해주시겠습니까?"

"왜죠? 갑자기 노예를 원하시는 것은 아니시겠고."

아무드는 메스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메스는 대륙에서 손꼽는 최강자로 결혼 초청도 엄청나게 받아왔다. 하지만 그 수많은 초청을 모두 거절하고 그저 자유스럽게 사려고 하는게 메스였다. 그렇기에 갑자기 노예를 사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신경 쓰이는 여자가 있습니다."

"예? 메스님이 여자를?"

"...저도 고자는 아닙니다."

듀로크에 대해서 얘기했을 때보다 더욱 경악해 하는 3명을 보고 메스는 자신이 그 정도로 보였나하고 생각했다.

"아,아니. 실례했습니다. 그래서 누굽니까?"

"이번에 같이 여행을 한 베로나라는 수인입니다."

"호오? 수인 취향이였습니까?"

"...하.하.하. 농담도 잘하십니다."

메스에게서 소드마스터 상급의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소드마스터 초급인 아무드는 식은땀이 나오는 것을 느끼며 빠르게 얘기했다.

"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그런 이유라면 말릴 이유가 없겠지요. 갔다 오셔도 상관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갔다 오겠습니다."

"예? 지금 가십니까?"

"일은 빠르게 처리하면 할수록 좋겠지요. 갔다 오겠습니다."

"예. 그럼 저희도 그란 왕국에 대해서 의논하겠습니다."

"그럼."

메스는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갔다. 메스가 나간 것을 확인한 아무드는 실로스에게 얘기했다.

"스승님이 얘기했던 일을 문서화시키세요. 그리고 귀족들을 소집시키고 이 일에 대해서 의논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메스는 빠르게 왕성을 나오고 그 기세 그대로 들어왔던 왕국의 입구를 나갔다.

"자. 곧바로 가볼까?"

메스는 휘파람을 불면서 흥얼거리며 노예왕국 게덴을 향해 이동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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