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35화 (35/360)

4장 꿈틀대는 왕국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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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꿈틀대는 왕국들(1)

"훌도님. 거의 다 도착한 것 같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여행도 끝이 보이는군. 고지를 향해 빠르게 가자!"

"예!"

훌도와 그를 비롯한 드워프 10명은 드워프 왕국 카무란에서 마나 변동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 보내진 파견대였다. 훌도는 익스퍼트 상급에 해당하는 자로 드워프 왕국 카무란의 기사였다. 카무란에서 기사는 다른 인간 왕국의 기사처럼 좋은 눈길로 보이는 직업이 아니였다. 왜냐하면 드워프들에게 최고의 직업은 대장장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왕국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경비와 힘을 위해서 기사들이 필요했기에 양성하긴 하지만 취급은 좋지 않았다. 더구나 높은 문명력을 가지고 있는 드워프 왕국에서는 점점 기사들이 사라지고 대신 기계들을 만들어서 싸우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훌도는 익스퍼트 상급이라는, 드워프에 있는 기사 중에서 높은 클라스를 가지고 있는 자였다. 그도 점점 기사들이 사라지고 잡다한 일만 받는 것을 불만으로 여겼다. 그런데 이번 임무는 드워프 왕국의 실세인 프로드가 직접 찾아와서 명해준 임무로 훌도는 이번 임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드래곤 산맥은 미스릴을 캐기 위해서 보내는 집단의 귀환율이 절반도 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지역이었다. 훌도와 드워프 9명은 그 드래곤 산맥을 넘고 오크 진영에 가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임무를 맡았기에 안전하게 이동하기 위해서 상당한 시간을 사용했고 드디어 1명의 희생자도 없이 오크 진영에 거의 도착할 수 있었다.

희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같이 온 드워프들은 훌도를 존경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남은 거리가 어느 정도 되지?"

"한 시간이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저기 언덕을 넘으면 오크 진영이 한눈에 보일 겁니다."

"알겠다."

훌도는 드디어 오랜 여행 끝에 목표지점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듣고 감정이 고조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언덕을 올라갔을 때 보여지는 오크의 진영에 환희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드디어 도착....어?"

"뭐,뭐야? 저건."

훌도와 드워프들은 언덕을 넘고 보이는 광경이 자신들의 기대와 다른 것에 당황했다. 엄청난 크기와 길이의 성벽, 그리고 수없이 나열되어 있는 집들, 활발하게 움직이는 생명체들이 보였다.

"뭐야? 여긴, 이런 왕국이 있었나? 잘못 온 거 아냐? 잘 봐봐."

"여,여기가 맞습니다. 틀,틀릴 리가 없습니다."

훌도는 부하 드워프에게 얘기는 했지만 자신들이 잘못 온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믿어지지 않을 광경이 보였기 때문에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9명의 드워프들은 훌도의 선택을 기다린다는 듯이 훌도를 쳐다보았다. 훌도는 자신이 선택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알고 고민에 빠졌고 이내 결정했다.

"우선 가보자. 가보면 알겠지."

훌도의 선택에 9명의 드워프들은 훌도와 함께 언덕을 내려가서 직접 성벽을 향해 가기로 하였다. 내려갈수록 성벽의 거대함이 느껴졌고 이 거대한 성벽이 갑자기 생긴 이유를 계속해서 머리를 굴려서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야...엄청 큰 성벽이네."

"대체 재질은 뭐로 만들어진 거지?"

기사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해도 드워프의 피를 숨길 수는 없는지 궁금증을 나타내는 훌도와 드워프들이었다. 훌도와 드워프들은 성벽의 성문에 도착하였고 성벽을 한번씩 만져보고 두드려보면서 탐구해봤다. 그때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취익~ 누구냐? 성명을 밝혀라."

훌도는 갑자기 들리는 오크 목소리에 자신들을 밝히기로 하였다.

"나는 드워프 왕국 카무란에서 온 훌도라고 한다."

"취익~ 우리 왕국에 무슨 일로 왔나?"

"왕국? 오크가 왕국이라고?"

훌도는 왕국이라는 말에 순간 멍해졌다. 오크에게 왕국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렇게 큰 성벽을 만들고 훌륭하게 지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오크들은 훌도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취익~ 다시 묻겠다. 그란 왕국에 무슨 일로 왔나?"

"우,우린 얼마 전에 생긴 마나 변동의 원인을 알기 위해 왔다."

"취익~ 마나 변동이 무엇인가?"

훌도는 오크가 마나 변동이라는 말을 모르는 것을 보고 역시나라며 마음속으로 얘기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급한 입장이었기에 오크를 향해 크게 얘기했다.

"대장과 얘기하고 싶다. 만나게 해주겠나?"

"취익? 대장? 어떻게 할까?"

"취칙~ 대장이라면 그란을 말하는 건가? 아니면 현자 오크를 얘기하는 건가?"

"취익~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쿠로딘을 부르는게 낫지 않나?"

"취칙~ 천재다!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취익~ 그러면 내가 갔다 올테니 보고 있어라."

"취칙~ 알겠다. 갔다 와라."

훌도는 오크들이 속닥거리는 소리를 다 들었지만 가만히 있기로 했다. 그리고 오크들이 말한 쿠로딘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이었는데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쿠로딘? 쿠로딘이 누구였지? 생각날듯 하면서 나지 않네."

훌도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기억해내려는 것을 애쓰고 있을 때 성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커다란 성문이 열리자 그 앞에는 십여 마리의 오크와 한 명의 드워프가 기다리고 있었다.

"드,드워프?"

훌도는 성문이 열리면서 드워프가 보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당황했다. 갑자기 나타난 드워프도 오랜만에 드워프를 봐서 그런지 상기된 안색으로 얘기했다.

"당신들은 누구인가?"

"우,우리들은 카무란에서 온 파견대이다. 마나 변동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왔다."

"나는 쿠로딘이라고 한다. 당신의 이름은?"

"쿠,쿠로딘? 당신이 그 대장장이 쿠로딘이란 말인가?"

"맞다."

쿠로딘은 카무란에서 수많은 드워프 대장장이에서도 상위권에 들 정도로 실력이 좋은 대장장이 드워프였다. 드래곤 산맥에 미스릴을 캐러갔다가 실종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당신의 이름은 뭔가?"

"내 이름은 훌도라고 한다. 이들은 내 부하들이다."

"훌도라...아마 기사클래스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맞나?"

"맞,맞다."

훌도는 쿠로딘이 자신을 기억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기억하고 있어서 기뻤다. 대장장이 드워프가 기사 드워프를 기억하는 것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었다.

"우선 들어와라. 이야기는 들어와서 하도록 하지."

"고,고맙다."

쿠로딘의 말에 훌도와 부하 드워프들은 얼떨떨한 기분을 가지고 쿠로딘이 이끄는 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훌도와 그의 일행들이 모두 들어오자 오크들은 성문을 굳게 닫았다. 훌도와 드워프들은 쿠로딘에게 궁금한 점이 많았지만 쿠로딘은 그저 말없이 걸어갈 뿐이었다.

쿠로딘이 지나가자 오크들이 가볍게 인사를 했다. 쿠로딘은 그런 오크들에게 같이 인사를 했고 그런 광경을 훌도와 드워프들은 희한하게 쳐다보았다. 그들은 오크들을 지나치면서 이동한 끝에 빼곡하게 집들이 배열된 곳에 도착하였다.

훌도와 드워프들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재료로 만든 집을 보고 그들도 드워프들의 피가 흐르는지 매우 흥미로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자신들이 지금 알지도 못하는 곳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조용히 있기로 하였다.

빼곡하게 나열된 집을 지나서 다른 집들과 크기가 확연히 다른 커다란 집에 쿠로딘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훌도와 나머지 드워프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바깥에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듀로크! 안에 있나?"

"있다. 갑자기 왜?"

"카무란에서 드워프 파견대가 왔다. 지금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드워프들이?"

오크와 쿠로딘이 얘기하는 목소리가 안에서 들리고 이어서 오크 1명이 쿠로딘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흐음..이들이야?"

"그래. 마나 변동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 왔다는데?"

"또? 에휴. 왜 이렇게 궁금해서 안달이야. 다들."

"그만큼 변동이 컸다는 거겠지. 그래서 이들은 어떻게 할까?"

"네가 마음대로 해. 나는 지금 뱀파이어 마을에 가야 해서 바쁘니까."

"알겠다. 알아서 하지."

"그럼 나는 간다."

쿠로딘과 말하던 오크는 밖으로 나와서 훌도와 드워프들을 한번 보고 얘기했다.

"맘대로 보고 싶은 대로 있어. 폐만 끼치지 말고.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쿠로딘에게 물어보도록."

"알,알겠다."

훌도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하는 오크를 보고 뭐라고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오크는 그대로 신경 쓰지도 않고 제 갈 길을 찾아갔다.

"우선, 안으로 들어와라."

쿠로딘은 듀로크가 사라진 것을 보고 훌도와 나머지 드워프들에게 얘기해서 집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자.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봐."

"...너무나 물어볼게 많아서 뭐부터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

"그럼 기본적인 것부터 물어보면 되잖아."

"그럼...왜 여기 있는 거지?"

"처음에는 납치당해서 있지만 지금은 내가 있고 싶어서."

"아까 그 오크는 누구지?"

"이 왕국을 세운 장본인. 그리고 너희들이 조사하려고 했던 마나 변동의 원인."

"뭐?"

"저래 보여도 괴물이라고. 9서클 마법사니까."

"...농담?"

"진담."

9서클 마법사라면 그 정도 마나 변동의 원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크가 9서클 마법사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고 이 왕국을 세웠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믿을 수 없었다. 더구나 제일 문제는 이 사실을 카무란으로 돌아가서 보고 해야 하는데 과연 믿어줄지가 문제였다.

"뭐, 믿기지 않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지. 며칠 동안 있으면서 적응하라고."

"알,알겠다."

쿠로딘의 결정에 훌도와 그의 부하 드워프들은 생각지도 않은 그란 왕국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시각 드워프 파견대가 도착한 것처럼 엘프 파견대 3명도 그란 왕국을 향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라이언 왕국에서 몬스터의 숲에 제일 가까운 최동쪽 입구 앞에서 빛이 났다. 빛이 나고 사라지자 몇 명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바로 왕국의 원정대 인원이었다.

"클클클. 문제없이 도착한 것 같네."

"아. 드디어 임무가 끝났구만. 그런데 조금 아쉬움이 드는 건 나뿐인가?"

"솔직히 나도 조금 아쉽네. 짧은 시간이였지만 정이 들었으니."

"저도 그렇습니다. 나중에 꼭 다시 한 번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저도요."

"뭐...조금 그렇긴 하네."

모두 짧은 시간이지만 강렬하고 좋은 경험을 하면서 서로 간의 거리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그래서 이제 헤어져야 한다는 것에 다들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뭐, 어차피 나는 한가하니까 나중에 찾아가도록 하지. 제일 먼저 노예왕국을 들리겠다."

"왜 하필 우리 왕국이야?"

"왜긴. 네게 흥미가 있으니까."

"농담은 무슨."

"농담 아닌데?"

메스의 말에 베로나는 메스를 쳐다보았고 이어서 주먹을 휘둘렀다. 메스는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고 주먹은 메스의 얼굴을 가격했다.

퍽!

모두 메스와 베로나의 행동을 쳐다보았다. 베로나의 주먹이 얼굴에 박혀있었고 메스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그 침묵 속에서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바로 베로나였다.

"농담은 아닌 것 같군. 맘대로 해라. 남이 오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으니."

"그래. 시일 내로 찾아가도록 하지."

"그러던지. 그럼 모두 나중에 보자고."

베로나는 그대로 야수화를 해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어서 메스는 모리스를 향해 얘기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었다. 나중에 시간 되면 보도록 하지."

"그래. 한가한 건 너니까 네가 요리스로 찾아와라."

"크하하하. 내가 한 말은 내가 책임져야겠지. 알겠다. 내가 한가하니 나중에 찾아가도록 하지."

"그럼 나중에 보자고."

메스는 모리스와 악수를 하고 인사를 마쳤다. 그리고 제네스를 향해 얘기했다.

"영감. 여행 수고했어. 성질 죽이느라 힘들었던 것 같은데."

"클클클.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나도 나이가 들다 보니 성질이 온순해진 것 같네."

"다행이네. 옛날 성질 그대로면 어떨까하고 고민했었으니까."

"쓸데없는 고민이네. 이대로 강제로 보내줄까?"

"잠시만. 나머지 작별인사 좀 하고."

메스는 에밀리와 매트를 바라보았다.

"아가씨도 수고했어. 정령의 도움을 똑똑히 받았으니까."

"아니에요. 오히려 메스님이야말로 앞에서 버티느라 고생하셨죠."

"알아주니 고맙구만. 그리고 매트."

"예."

"너는 나의 어릴 적 성취와 거의 동일하다. 아니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마라."

"예. 알겠습니다. 저도 이번 여행으로 인해서 얻은게 많습니다."

"다행이군. 영감. 그럼 이제 보내줘."

"클클클. 알겠다."

메스는 즐거웠다고 얘기하면서 손을 흔들었고 제네스의 텔레포트 마법이 작동되면서 메스의 몸이 빛에 감싸이며 사라졌다.

"그럼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모두 다시 보게 되면 좋겠군요."

모리스도 이어서 제네스의 마법에 의해서 사라졌다. 이어서 제네스는 에밀리에게 물어봤다.

"아가씨도 텔레포트 마법으로 갈 건가?"

"아니요. 저는 정령으로 날아갈 예정이여서 괜찮습니다."

"그럼 이만 나도 가보겠네. 모두 지금까지 수고했네."

제네스도 순식간에 마법으로 사라졌다. 이내 에밀리와 매트 단둘이 남았다. 아니 옆에 트이번도 있어서 정확히 말하자면 2명과 1마리였다.

"매트는 이제 왕국으로 돌아갈 거야?"

"예. 그래야죠. 누나는 어떻게 할 거예요?"

"나도 돌아가야지. 하지만 이렇게 헤어지니 섭섭하긴 하네."

에밀리는 조금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매트는 에밀리의 아쉬운 표정을 보고 뭔가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나. 전에 얘기했던 독수리 있잖아요."

"독수리? 아, 얘기했었지."

"예. 제가 왕국에서 제일 좋은 독수리를 준비할게요. 나중에 찾으러 오실래요?"

"어? 그래도 돼?"

"예. 저희 왕국이 몬스터의 숲에 가까우니 찾기가 쉬울 거에요. 그리고...그러면 나중에 볼 수 있잖아요."

"그래..고마워. 그러면 다시 만날 것을 아니까 섭섭하지 않겠네."

"예. 그리고 감사합니다."

"뭐가?"

"저를 처음 봤을 때 얘기하셨잖아요. 이번 여행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라고. 누나 말대로 이번 여행은 저한테 너무 많은 것을 줬어요. 이렇게 많은 것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요."

"그래. 다행이구나. 그리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까지 받지 못했던 것을 받은 것이니."

"그럴까요?"

"그래. 그리고 내가 쓰러지려고 했을 때 나를 잡아줬다고 들었는데 맞아?"

"예. 그랬었죠."

"그에 대한 보상이야."

에밀리는 매트에게 다가가서 볼에 살짝 입술을 닿았다. 그리고 이내 뒤로 물러서서 조용히 얘기했다.

"독수리는 기대할게. 그럼 나중에 보자."

에밀리는 바람의 정령을 사용해서 공중으로 날아갔다. 매트는 멍하니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혼잣말로 얘기했다.

"...제일 큰 것을 얻은 것 같네."

"키야악~"

매트의 혼잣말을 대답하듯이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트이번이 소리를 내뱉었다. 매트는 트이번의 머리를 쓰다듬고 이내 최동쪽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좋아. 마법진은 완성됐고. 아르셰. 준비됐냐?"

"예. 됐,됐습니다."

듀로크는 뱀파이어 마을로 이동하기 위해서 마법진을 만들고 아르셰를 불렀다. 하지만 아르셰는 다시 두려워하는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고 듀로크는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언제까지 나를 두려워할 거야? 이제 마을로 돌아갈 텐데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되잖아?"

"알,알겠습니다. 잠시 시간을 주십쇼."

아르셰는 눈을 감은 후에 크게 심호흡을 하였고 이내 조금 진정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준비됐습니다."

"좋아. 간다."

듀로크는 자신의 기억을 돌이켜보았지만 뱀파이어 마을에 대한 기억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아르셰가 뱀파이어 마을의 좌표를 모르고 있어서 마을 근처에 있는 곳으로 텔레포트 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어서 듀로크와 아르셰의 몸을 빛이 감싸고 눈을 뜨자 몬스터의 숲에 어느새 도착해있었다.

"여기서 얼마나 가야 해?"

"걸어서 10분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좋아. 가자고."

듀로크는 헤이스트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어가면서 예상외의 일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조금씩 주의하며 걸어갔다. 아르셰는 조금 전보다는 두려운 기색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힐끗힐끗 쳐다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있잖아. 뱀파이어는 어떤 생물이야?"

"예?"

"아니, 내가 알고 있는 뱀파이어와 다른게 있나 싶어서. 대답해줄래?"

"알겠습니다. 뱀파이어는 대부분 4서클에서 5서클의 마법적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점점 성장하면서 마법능력도 같이 증가합니다. 또 뱀파이어의 어린아이의 시절은 5년에 불과하여 5년이 지나는 시점에 한순간 어른의 몸으로 성장합니다."

"그럼 어린아이의 모습 때는 성장도 하지 않는 거야?"

"예. 그렇기에 저희 마을은 현재 어린아이가 한 명도 없습니다. 어른으로 성장하는 순간 4서클의 마법을 얻고 거기서 더 나이가 들어서 5서클을 터득하는 이도 있습니다. 저같이 6서클을 얻는 자는 대부분 우두머리가 됩니다."

"뱀파이어의 나이는 보통 어느 정도야?"

"보통 300살에서 400살까지 삽니다. 어린아이의 시절이 5년인 것처럼 죽기 전 5년 전에 갑자기 늙은 몸으로 변해버립니다. 늙은이로 변한 뱀파이어는 자신의 마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서 자의적으로 마을에서 나가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너는 몇 살인데?"

"저는 현재 148살입니다."

"...역시 외모로는 나이를 판단할 수 없는가 보네. 혹시 다른 종족의 피와 결합된 하프 뱀파이어는 존재해?"

"저희 뱀파이어는 기본적으로 타종족과 결합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극히 드문 확률을 뚫고 하프 뱀파이어가 되는 이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프 뱀파이어가 된 이들은 두 종족의 장점들을 모두 이어받아서 엄청난 강자로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뱀파이어는 해를 기본적으로 싫어하는 편입니다. 몸이 축 쳐지고 온몸에 힘이 빠지고 마치 인간이 감기에 걸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하지만 하프 뱀파이어는 낮에도 인간과 똑같이 활동할뿐더러 육체능력과 마법능력도 저희 일반 뱀파이어보다 훨씬 월등하다고 합니다."

"그렇군. 하프 뱀파이어를 본적이 있나?"

"저는 없습니다. 하지만 소문으로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소문?"

"약 180여 년 전 저희 마을에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에서 하프 뱀파이어가 태어났다고 합니다. 하프 뱀파이어는 다른 뱀파이어보다 강하지만 그래도 멸시받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하프 뱀파이어는 태어나고 3년 만에 어른으로 성장한 후에 마을을 나갔다고 합니다."

"나가서 어디로 갔는데?"

"인간 왕국으로 갔다고 들었습니다."

"하프 뱀파이어는 너희 뱀파이어처럼 송곳니가 있어?"

"아닙니다.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다만?"

"저희 뱀파이어는 늑대인간처럼 보름달에 제일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그런 경향이 남아있는지 하프 뱀파이어는 보름달 때만 송곳니가 튀어나온다고 들었습니다."

"흥미롭네. 언제 만날 수 있으려나."

"만나면 어떻게 하실 예정입니까?"

"그냥. 궁금해서. 그리고 이제 긴장 풀렸냐?"

아르셰는 듀로크의 말에 멈추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어느새 듀로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평범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자. 마을이 보인다. 들어가자고."

아르셰는 설마 듀로크가 자신의 긴장을 풀기 위해서 지금까지 걸어오면서 얘기를 걸었나 싶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정답은 미궁 속으로 빠진 채 듀로크와 아르셰는 그대로 뱀파이어 마을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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