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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34화 (34/360)

3장 왕국 건설(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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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왕국 건설(23)

"클클클. 저쪽은 시끄럽구만. 자네는 가서 합류 안 하는가?"

"예. 저는 괜찮습니다. 제네스님은 얘기에 끼어들지 않으십니까?"

"나는 시끄러운 것은 싫어하는 편이네. 그러는 뱀파이어 아가씨는 끼어들지 않는가?"

"...신경쓰지 마. 지금 머릿속이 복잡하니까."

"나는 저 오크의 제안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가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확실히 좋은 의견이야. 그렇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수는 없잖아. 지금까지 살던 마을을 떠나고 여기로 이주해야 하는데."

"이주하는 것은 걱정 말게나. 9서클 마법사면 마을 하나 이동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니. 그보다 이 술 먹어보았나? 자네 마을에서 먹은 것보다 좋을 걸세."

제네스는 들고 있는 술을 아르셰에게 건네주었다. 아르셰는 술에서 느껴지는 향기와 색깔을 통해 확실히 자신들이 만든 것보다 좋은 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르셰는 술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제네스가 건네준 술잔을 들어서 술을 들이켰다.

"크으...좋긴 좋군."

"클클클. 확실히 드워프들이 만든 술이여서 그런지 좋구만."

"드워프?"

"드워프들과 오크들이 합심해서 만든 술이라네. 아예 공장을 차리고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았네."

제네스는 의식을 찾고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오크 왕국을 돌아다녔고 처음 보는 기술들과 건물들은 그의 마법사 학구열을 자극시키는데 충분한 요소였다.

"그러고 보니 자네는 술을 안 먹는가?"

"술을 왜 먹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술은 원래 맛으로 먹는게 아닐세. 분위기로 먹는 거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클클클. 주위를 보게나."

로그는 제네스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의 주인 듀로크가 있는 그룹과 그란과 쿠로딘이 있는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하지만 두 그룹 모두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술이란 것은 정신을 몽롱하게 하고 기분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지. 술을 마시면서 공감을 하고 서로 간의 거리가 줄어드는 것을 느끼면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그런 분위기로 마시는 걸세."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군요."

"자네도 언젠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 걸세. 민폐겠지만 이 늙은이와 함께 마시면서 한번 연습해보게나."

제네스는 술이 담겨진 다른 술잔을 가져와서 로그에게 주었다. 로그는 제네스가 주는 술잔을 받고 입에 술을 머금었다. 로그는 술에서 느껴지는 쓴맛에 왜 이것을 마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서 얘기해주는 제네스의 행동을 실망시킬 수 없어서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그렇게 옆에 있는 아르셰도 조용히 혼자 마시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조성되고 있었다.

"으음...머리야."

듀로크는 두통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을 쳐다보니 해가 뜨지 않은 것을 통해 아직 새벽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대부분의 인원이 술에 취해서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괜히 초인들이 아니라는 것처럼 그들의 주량은 엄청났다.

듀로크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정화 마법으로 알코올을 분해시키면서 먹었지만 괜히 소드마스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그들을 따라가기 벅찰 정도였다.

"주량도 장난 아니구만. 아이고, 머리야."

듀로크는 두통이 생기는 것을 느끼고 다시 정화 마법을 사용해서 정상 컨디션으로 만든 후에 창가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배경이 탁 트인 공간에 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오면서 하늘에는 무수하게 빛나는 별들이 보이고 있었다. 듀로크는 그렇게 상쾌한 느낌을 받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야영을 보고 있었는데 그때 그에게 접근하는 이가 있었다.

"오빠..."

"응? 클레아냐?"

듀로크의 뒤에서 얼굴이 빨개진 채 만취한 클레아가 나타났다. 오른손에 술이 들어가 있는 병을 들고 비틀거리는 것을 봐서 영락없는 취객이었다.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냐?"

"뭐,뭐라고요? 별,별로 안 마셨어요~"

취객이 취하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클레아는 발음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빠...오빠는 저,저를 위해서 매트님에게 그,그런 제안을 한,한 거에요?"

듀로크는 왠지 화난 것처럼 얘기하는 클레아를 보고 어차피 술에 취해서 기억하지 못할 것 같으니까 솔직하게 얘기하기로 했다.

"그래. 네가 해준 것에 비해서 내가 해준 것이 없으니 그렇게라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빠가 해준 것은....정,정말 기뻐요! 하지만 저,저는 그런 보상을 원하지 않았어요. 제,제가 이곳에 있기 싫,싫었다면 벌,벌써 도망쳤을 거에요. 하,하지만 제가 좋기 때문에 이,이곳에 있는 거에요. 그,그런데 오빠가 저,저를 위해서 그렇게 하,하신다면 저,저는 어떻게 그걸 갚아야 하나요?"

듀로크는 클레아가 취객들의 단골 행동인 울면서 말하기를 하는 것을 보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졌다. 맘 같아서는 슬립 마법으로 재우고 싶었지만 클레아의 말도 무조건 틀렸다고 볼 수 없었기에 우선 그녀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너는 그걸 빚으로 생각하는구나. 네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있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네가 처음에 여기에 온 것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납치를 해서 데려온 거란다. 납치된 너는 부모님과 떨어지게 되고. 그러니 나는 최소한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가 언제 그렇게 해달라고 했나요!!"

클레아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듀로크는 취해서 소리를 버럭 지르는 줄 알고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이내 클레아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고 말도 더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빠가 저를 위해서 그렇게 해준 것은 너무나 고마워요. 하지만 저는 해준게 없는데 이렇게 받아도 되는지 걱정이 생길 정도예요. 내가 이렇게 받아도 될 일은 했나? 이 빚들은 어떻게 갚아야 하는 거지? 하고 압박감이 느껴져요."

클레아가 정면으로 듀로크를 바라보았다. 듀로크는 이젠 그녀가 취한지 아닌지 헷갈렸지만 진지하게 얘기하기로 했다.

"미안하구나. 네가 그렇게 압박감이 느낄지는 몰랐어. 하지만 네가 나한테 준 게 없는 것은 아니란다. 오히려 넘칠 정도지. 너란 존재는 나와 쿠로딘, 그리고 그란. 커다랗게 보면 오크들에게도 필요한 존재란다. 무조건 물리적으로 뭘 해주고 뭘 받아야만 하는게 아니란다. 너란 존재 자체로도 우리에게는 힘이 되니까. 그러니 부담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정말요?"

"그래. 정말이다."

클레아는 울먹이며 듀로크를 바라보았다. 듀로크는 손을 올려서 클레아의 머리에 대고 쓰다듬으며 얘기했다.

"그러니 걱정 말아라. 다 너를 위해서 내가 독자적으로 해주는 것이니. 너는 그저 지금처럼만 해주면 된단다."

"알겠어요. 오빠."

클레아는 미소를 지었다. 듀로크는 눈물이 맺어있는 눈으로 미소를 짓고 있는 클레아를 보고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듀로크는 자신의 심장이 왜 두근거렸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그때 클레아가 갑자기 쓰러졌다. 듀로크는 놀라면서 클레아에게 다가갔고 그녀가 그저 술에 취해서 쓰러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휴...놀라게 하는군."

"뭘 놀랐다는 거야?"

듀로크는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붉은 얼굴을 띠고 있는 나르샤가 있었다.

"너도 취한 것은 아니지?"

"어느 정도는 취했어. 확실히 강자들이여서 그런지 술도 세네. 내가 밀런에 있었을 때는 이렇게 버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그러는 넌 술고래네."

"원래부터 술을 좋아했으니까. 너는 정화마법을 사용하면서 꼼수를 사용했잖아?"

"쳇. 역시 들켰나?"

"네가 서클은 높아도 나는 마나에 민감하니까."

나르샤는 술병과 잔 두 개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잔에 술을 채운 후에 하나의 술잔을 듀로크에게 주었다. 듀로크는 술잔을 받아서 술을 들이켰고 나르샤가 듀로크에게 얘기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

"뭐가?"

"네 계획 말이야."

"제일 먼저 뱀파이어들을 모두 데리고 온 후에 라이언 왕국으로 가서 국왕과 협상을 봐야지. 그리고 라이언 왕국의 인원들을 우리 왕국에 데려오고. 쳇, 그러고 보니 폴리모프는 하면 안 되겠구만. 오크 왕국이라는 것을 내가 홍보해야 하니."

듀로크는 인간으로 폴리모프하는 것이 점점 멀어져가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요새는 오크로 살아가도 상관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지금과 같이 인간들과 같이 있어도 어색함이 하나도 들지 않기 때문이었다.

'뭐, 그것도 이 녀석들이 독특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근데 그건 왜 물어보는데?"

"그냥. 나도 슬슬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거든."

"밀런으로 돌아가게?"

"아니. 왠지 너랑 다니면 재밌을 것 같아서 같이 다닐까 고민하는 거야."

"엘프와 오크가 같이 다녀봐라. 참 나를 좋게 보겠다."

"그러니 같이 가야지."

듀로크는 나르샤의 얼굴을 보았다. 나르샤의 표정에서 장난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본 듀로크는 피식 웃으면서 얘기했다.

"같이 오고 싶으면 먼저 클레아부터 강하게 만들어. 내 예상이지만 클레아도 분명히 나를 따라올 거라고 난리 칠 것 같으니까."

"잘 아네."

"그러니 어디 가서 불행한 일을 당하지 않게 자기 한 몸 지키게는 해줘야지. 최소 익스퍼트는 돼야지 않겠어?"

"그러면 나는 클레아의 수련에 이제 모든 시간을 투자하도록 해야겠네. 그리고 어느 정도 되면 따라가도 되는 거지?"

나르샤의 말에 듀로크는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오지 말라고 해도 따라올 거면서."

"요새 나를 너무 잘 아는데? 따라다녔냐?"

"내가 너를 따라다니는게 아니고 네가 나를 따라다녔겠지."

"뭐라고?"

나르샤가 술잔으로 듀로크를 때리려고 할때 나르샤의 손목을 잡는 이가 있었다. 바로 로그였다.

"어? 로그...너 술 마셨냐?"

듀로크는 갑자기 나타난 로그를 바라봤는데 로그의 얼굴이 아예 딸기에 비견될 정도로 빨간색이었다.

"....."

"너 괜찮냐?"

"..안 괜찮아 보이는데?"

"...딸꾹."

"딸꾹?"

"딸꾹. 술은 좋은 거군요. 주인님."

"...너 얼마나 마셨냐?"

"딸꾹. 얼마 안 마셨습니다."

로그가 그렇게 말했지만 듀로크는 자신을 비롯한 5명이서 먹은 양의 2배는 될듯한 병들이 제네스와 아르셰가 쓰러져 있는 곳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5명도 초인들이 먹은 양이여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데 그걸 3명이서 2배의 양을 먹었다는 것이었다.

"이 병들의 숫자를 봐라. 얼마 안 마신게 이 정도냐?"

"딸꾹. 전 괜찮습니다."

"어쩌다가 그렇게 마신 거야?"

"딸꾹. 제네스님이 마셔보라고 해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딸꾹. 그러다 제네스님과 같이 마시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로그는 말을 유창하게 했지만 계속 딸꾹질을 하며 얼굴이 딸기처럼 빨갛게 계속 유지되다 보니 아무리 봐도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느낀게 있어?"

"딸국. 제네스님이 술은 분위기로 마신다고 했습니다. 딸꾹. 그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러면 됐다. 이만 자라."

듀로크는 로그가 조금은 배운게 있다는 것을 보고 보람참을 느꼈다. 로그는 듀로크의 말을 듣고 이내 고개를 숙이고 비틀거리지도 않은 채 그대로 사라졌다. 로그가 사라지자 지금까지 엄청나게 풍기던 주향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저러다 술고래가 되는지 모르겠네. 아함. 나도 다시 자볼까?"

"그럼 나도 다시 자보러 가야겠네."

나르샤와 듀로크는 들고 있던 술을 한숨에 들이켜고 이내 따로 자러 이동했다.

다음날 모든 이들이 숙취에 찌들어있는 것을 듀로크가 정화마법으로 깔끔하게 만들고 모두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뱀파이어 마을로 가서 데려올 예정인데, 매트. 당신은 어떻게 할 거지?"

"저는 미리 왕국으로 돌아가서 준비를 하고 있겠습니다."

"무슨 준비? 그냥 평소처럼 지내."

"아닙니다. 귀빈을 맞이할 준비는 마땅히 해야 합니다."

"뭐..네가 그렇게까지 얘기한다면야 어쩔 수 없겠지."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제네스님과 같이 돌아가겠습니다."

"클클클. 왕국의 인원들은 모두 내가 데려가겠네. 좌표들을 알고 있으니 텔레포트로 이동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걸세."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 와이번은 라이언 왕국으로 가는 겁니까?"

"저 청년이 길들였으니 데려가겠지. 그러고 보니 와이번에 정화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걸세. 클클클."

제네스의 말대로 트이번은 다른 이들이 술을 마시는 사이에 몰래 술을 마셨고 몸의 크기에 비례하듯이 엄청난 양의 술을 들이켠 결과 아침에 기분 좋다는 소리를 내뱉으며 뻗어있었다.

"나중에 와이번 라이더를 만들면 술은 숨겨놔야겠군요. 그러면 모두 나중에 뵙도록 하죠."

듀로크가 먼저 인사를 하자 나머지 인원들도 서로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술을 먹으면서 가까워진 이들과 혹은 싸우면서 가까워진 이들끼리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메스와 모리스를 비롯한 그들은 자신의 왕국을 무조건 방문해달라고 듀로크에게 얘기했고 듀로크는 꼭 가겠다며 약속을 했다.

그렇게 작별 인사를 끝내서야 왕국 일행들은 제네스의 텔레포트를 타고 자신들의 왕국으로 돌아갔다. 듀로크는 이제 하나의 큰일을 처리했으니 뱀파이어의 마을에 방문할 준비를 하면서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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