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왕국 건설(22)
-----------------------------------
3장 왕국 건설(22)
"예?"
매트는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뭐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어서 시선이 자신에게 몰리고 멍하니 있다 보니 그제야 무슨 말인지 알아차렸다.
"대체 왜...저희 왕국과?"
"여기 있는 클레아가 라이언 왕국에서 살았잖아. 클레아는 우리 왕국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거든. 그러니 라이언 왕국에 잘해줘야 하지 않겠어?"
듀로크의 말에 매트와 클레아가 동시에 놀랐다. 듀로크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겨우 그런 이유 때문에 거래를 성립하자는게 이상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뭐,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클레아에게 잘해주려면 이런 방법밖에 없으니까."
"오빠..."
클레아는 듀로크의 말에 감동해서 울먹였다. 듀로크는 그런 클레아의 머리를 쓰다듬고 매트에게 얘기했다.
"어때? 거래할래? 말래?"
"당연한 말씀을! 하겠습니다! 하게 해주십쇼!"
"좋아. 좋은 거래 오래 해보자고."
듀로크와 매트는 서로 악수를 했다. 매트는 기쁨과 환희의 표정을 짓고 있었고 에밀리도 옆에서 똑같이 기뻐했다. 나머지 4명이 아쉬운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본 듀로크는 얘기했다.
"나머지 인원들도 아쉬워하지 마라. 나중에 필요하면 찾아갈 테니."
"기다리겠다. 꼭 찾아와라."
"클클클. 나도 기다리겠네. 마법왕국 일루드에 꼭 들러주게나."
"우리 노예왕국도 들러라."
"용병왕국도 잊지 말고."
"알겠어. 어차피 여행할 계획이니 모두 들르도록 하지."
듀로크는 아쉬워하는 4명을 달래며 진정시켰다. 그리고 듀로크는 아르셰를 쳐다보고 얘기했다.
"네게 할 말이 있다."
"무,무슨?"
아르셰는 듀로크가 자신에게 얘기하자 또 움찔거렸다.
"뱀파이어들이 몬스터의 숲에 있다는 거지? 지금."
"맞,맞습니다."
"그럼 아예 우리 왕국에 데려와서 살지 않을래?"
"예?"
"우리 왕국에 마법사가 부족하거든. 오크들은 무식하게 수련을 해서 기사 클래스는 만들 수 있지. 그런데 마법사의 기질로 보이는 이가 너무 없더라고. 왜 오크 마법사들이 희귀한지 알 수 있었어."
"그,그래서요?"
"뱀파이어들은 피가 필요하지? 너희 뱀파이어들에게 안전하게 살 장소와 정기적으로 오크들에게서 피를 뽑아서 주지. 기회가 되면 인간의 피도 구할 수 있으면 주도록 하겠다. 그 대신 너희 뱀파이어들은 우리 왕국의 정식 마법사가 되는 거지. 어떤가?"
"잠시만 시간을 주십쇼."
듀로크의 말이 이어지고 모든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르셰는 듀로크 앞에서 떨지 않고 있었다.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니 우두머리의 기질이 나온듯했다. 아르셰는 한참을 고민하고 이내 결정하였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하나였다.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좋아. 날이 되는대로 바로 진행하도록 하지. 그럼 이제는..."
나머지 모든 사람들은 듀로크가 또 무슨 얘기를 할지 몰라서 듀로크의 입에 시선을 집중했다. 듀로크는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몰린 것을 확인하고 말을 내뱉었다.
"축제를 하자!"
듀로크가 손을 딱 치자 방문이 열리면서 듀로크가 만든 메이드와 집사들이 술과 음식들을 가지고 들어왔다. 클레아가 메이드와 집사들을 교육해서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어 드디어 진정한 메이드와 집사가 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메이드와 집사들이 가지고 들어온 술과 음식은 상당한 양이었다. 그중 절반 이상은 듀로크가 전생에 먹었고 베아트리스가 연구한 결과물들이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모두 생소한 음식이었다.
"자자. 못 보던 음식들이 많을 텐데 이것들은 모두 내가 개발한 것들이니 한번 먹어봐. 깜짝 놀랄걸? 그럼 식사를 시작하지."
듀로크가 식사를 시작하자고 얘기하자 듀로크의 일행들은 곧바로 음식에 달려들었다. 그들은 모두 듀로크가 만든 음식들이 독특하고 매우 맛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왕국의 일행들은 새로운 음식에 먹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달려드는 일행들을 보고 이내 먹기 시작했다.
"헉, 어떻게 이런 맛이!"
"이,이건 신세계 맛이다!"
"허허..."
왕국의 일행들도 이내 한번씩 먹어보고 음식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뱀파이어인 아르셰도 달려드는 것을 본 듀로크는 종족에 상관없이 맛있다는 기준은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듀로크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이들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술과 음식을 먹었다.
"캬~ 역시 좋구만. 다들 즐기라고."
"자네는 나와 한잔 하지 않겠나?"
모리스는 나무잔에 들어있는 술과 함께 듀로크에게 다가왔다.
"그래. 나도 한잔하고 싶었으니까."
모리스는 나무잔에 들어있는 술을 한 번에 들이켰다. 그러자 옆에 있는 집사가 모리스의 잔에 다시 술을 부어주었다. 모리스는 집사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감사를 표하며 듀로크에게 얘기했다.
"나의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네. 염치없는 부탁임에도 불구하고."
"뭘,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을 뿐이야. 그러고 보니 당신 쾌검이 장난 아니던데?"
"칭찬 고맙군. 자네야말로 대단했네. 뜨거워서 죽을 줄 알았으니까. 참, 치료를 해줬는데 고맙단 말을 못 했군."
"됐어. 그리고 네 공격을 보니까 발도가 제일 빠른 것 같던데. 맞아?"
"맞다. 나는 쾌검의 길만을 걸어왔지. 그리고 발도에서 제일 빠르다는 것을 깨닫고 발도를 수없이 연습했다."
"얘기 재밌어 보이는군. 나도 끼워주겠나?"
"메스."
메스는 듀로크와 모리스의 곁으로 술잔을 들고 왔다. 이어서 베로나까지 합류했다.
"우리도 껴달라고. 괴물 오크씨."
"넌 소드마스터 상급인가? 다른 이들보다 좀 더 강한 것 같던데."
"역시 느껴지나? 근데 내가 마법사한테 밀릴 줄은 몰랐다. 9서클이나 8서클의 차이는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말하자면 나도 식겁했지. 내가 입고 있는 망토는 8서클 마법에 준하는 피해까지 막아주는데 그걸 찢었으니까."
듀로크는 망토를 올려서 보여주었다. 메스에게 찢겨져있던 곳은 상당한 수고를 거치고 나서야 복구하는데 성공했다.
"이게? 어쩐지 반발력이 꽤나 느껴지더니만."
"그러고 보니 저 로그란 자는 도대체 어떻게 된 몸이야?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안 나오던데?"
"뭔 일 있었냐?"
"그게..."
베로나는 메스와 모리스, 듀로크에게 로그와 싸웠었던 일들을 얘기해주었다.
"그 정도의 상처를 수복하는 마법은 들어보지 못했는데?"
"나도 못 들어봤어. 대체 뭐야?"
듀로크는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을 보고 그냥 얘기하기로 했다.
"로그는 만들어진 존재야."
"뭐?"
"인격과 개성들을 부여한 마법진으로 육체를 구성하는 수식까지 써서 만든 존재지. 내가 만든 창조물 중에서 최고의 역작이야."
"허...거짓말."
"저렇게 인간 같은데 만들어진 존재라고? 믿기지가 않는군."
"하도 놀라운 일을 많이 겪어서 이제는 놀라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쟤들 집사와 메이드들도 로그처럼 만든 거야. 단 개성과 인격은 제외하고."
듀로크의 말에 그제야 3명은 집사와 메이드들을 보았다. 그들의 초점이 잡혀 있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원래 9서클 마법사란게 그런 것도 가능한 거야?"
"그런가? 9서클 마법사를 본 적이 있어야지."
"그건 아닐걸? 이 녀석이 독특한 거야."
어느새 나르샤도 끼어들었다.
"아무리 9서클 마법사라고 해도 하나의 존재를 만드는 것은 힘든 일이야. 더구나 인격과 개성까지 가진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지."
"넌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
"나도 한동안 심심해서 만들어볼까 생각해 본 적이 있거든. 하지만 엘프인 나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엄청난 세월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와서 때려치웠지."
"네 성격을 보니까 말 잘 듣는 하인 하나 만들려다가 실패했구만."
"뭐야?!"
한쪽에서 시끌벅적하는 사이에 또 다른 한쪽에서도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었다.
"매트,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야."
"에밀리 누나. 감사합니다. 그리고 클레아라고 했니?"
"예. 왕자님. 클레아라고 합니다."
"아까는 물어보지 못했지만 물어볼 필요도 없겠구나. 오크들이 잘 대해주는 모양이니."
"예. 오크들도 같이 지내다 보면 저희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조금 무식한 점만 없다면요."
"네 덕분에 우리 왕국은 크게 번창할 수도 있단다. 나의 아버지 국왕을 대신해서 네게 고마움을 표현하겠다."
매트는 고개를 내려서 클레아에게 고마움을 표현했고 클레아는 왕자가 자신을 향해 고개를 내리자 어쩔 줄을 몰라했다.
"왕,왕자님! 고개를 드세요. 저는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너로 인해서 이렇게 일이 흘러갔단다. 너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오크 왕국은 보물의 산이라고 볼 수 있단다. 왜냐하면 우리가 관찰한 것만 해도 이들은 한 개의 왕국에 비견되는 무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수만 마리의 오크들이 아무런 무장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엄청난 세력과 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드워프들이 도와주고 드워프들의 무기들로 무장한 수만 마리의 오크들이라면 왕국에 비견되는 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였다.
"더구나 왕국에 없는 기술과 건물들은 다른 왕국들을 제칠 수 있는 요소란다. 그렇기에 아까 거래를 하고 싶어서 그렇게 난리를 쳤던 거지."
"그렇군요. 그렇게 큰 효과를 발휘하는지 몰랐어요."
클레아는 매트의 이야기를 듣고 듀로크가 얼마나 자신을 생각해서 일부러 그렇게 얘기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을 그렇게 생각해준 듀로크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동시에 부담감도 드는 클레아였다.
"취익~ 무슨 얘기 하고 있나?"
"우리들도 껴주게나."
"어? 그란 오빠와 쿠로딘 아저씨."
"취익~ 인간. 얼굴 괜찮나?"
"괜찮습니다. 그리고 제 이름은 매트입니다."
"취익~ 매트. 알겠다."
"당신 같은 전사는 보지 못했습니다. 인간으로서도 조금 감동했습니다."
"취익~ 고맙다. 당신도 엄청났다. 인간이면서 나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감탄했다."
"이 오크가 그렇게 얘기하다니 자네도 어지간히 강자구만."
"칭찬 고맙습니다. 쿠로딘님."
"아니, 자네 나이가 20살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이 그란과 상대한 것을 보아서 소드마스터는 되겠구만. 그 나이에 참 높은 성취를 이루었어."
쿠로딘의 말에 에밀리는 매트를 보았다. 왜냐하면 매트에게는 콤플렉스가 있었기에 쿠로딘의 말에 어떻게 말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저에게는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그란님과 붙고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깨달은 것도 있습니다."
매트는 이번에 그란과 싸우면서 소드마스터 중급의 벽을 조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호쾌하게 아무런 생각도 없이 치고받다 보니 마음에 박혀있었던 덩어리가 떨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크하하! 그란과 싸웠으면 무식하게 싸웠겠군. 보지 않아도 알겠어!"
"뭐...싸운 제가 얘기하기에도 그렇지만 좀 그랬죠."
"자자, 건배나 하자고."
"건배가 뭡니까?"
"건배? 이렇게 술잔들을 서로 부딪치고 한 번에 들이키는 거지."
"취익~ 건배하자!"
그란은 술잔을 들었고 쿠로딘도 똑같이 들어 올렸다. 에밀리와 클레아도 분위기상 같이 올렸고 이내 매트도 술잔을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모두 술잔을 부딪치면서 건배를 외치며 술을 들이키는 와중에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트이번은 옆에 있는 술을 조금씩 몰래 들이키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