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32화 (32/360)

3장 왕국 건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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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왕국 건설(21)

메스와 베로나는 성의 입구에서 나오자마자 뒤를 돌아봐서 성을 쳐다봤다.

"...우리 왕성보다 좋은데?"

"나도 그렇다고 생각해."

메스의 말대로 나이트 왕국에 있는 성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제대로 건설된 성이었다.

"수인 베로나씨는 먼저 어딜 추천합니까?"

"시장터를 추천합니다. 따라오시지요~"

메스가 먼저 장난을 치자 베로나는 마치 집사처럼 손을 배에 올려두고 고개를 내리며 얘기했다. 메스는 베로나가 하는 행동을 보고 곧바로 웃음을 터트렸고 베로나도 이어서 웃음을 터트렸다. 한바탕 웃고 난 후에 베로나를 선두로 메스는 뒤따라갔다.

성에서부터 내려가는 길은 아직 도로가 만들어지는 중이어서 재료들이 근처에 널브러져 있었지만 걸어가는데 아무런 지장도 주지 않았다. 성에서 나온 길을 걷다가 보니 길 좌우에는 새로 지은듯한 집들이 계속 나열되어 있었다.

집도 무슨 재질로 되어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직접 만져본 결과 상당한 강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거 대체 뭐로 만든 거지? 상당한 강도인데?"

"내가 그 오크에게 물어봤는데, 뭔 콘트리 어쩌구 하던데."

"콘크리? 그게 대체 뭐지?"

메스는 계속 벽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결국 호기심을 풀지 못하고 이동하기로 했다. 지나가면서 집안을 둘러보니 오크들이 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은 자신들이 지나치는데도 관심 하나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오크들이 인간을 보면 덤벼들려고 했던 것을 보면 외모만 오크고 다른 종족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메스와 베로나는 끝없이 나열되어 있는 집들을 지나가고 시장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장터에는 오크들이 자신들의 가게를 홍보하고 물건을 사면서 화폐를 거래하는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이야~ 오크들이 돈으로 거래를 하네? 신기하구만."

"그치? 의외로 장사를 잘하는 오크들도 있더라고."

"어디 한번 둘러볼까? 근데 그러고 보니 돈이 없잖아?"

"돈 빌려줘? 듀로크라는 오크에게 돈을 받긴 받았는데."

"...이거 빚으로 청산해야 하는 돈 아니야?"

"그런가? 그래도 얼마나 하겠어?"

"하긴.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고."

메스는 느긋하게 오크들의 시장터를 구경하기로 했는데 인간인 자신을 손님으로 생각하고 데리고 가려는 오크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다시 한 번 놀라워했다. 소리를 지르며 얘기하거나 직접 와서 끌고 가려는 이도 있었다. 인간인 메스의 관점으로 봤을 때 물건이 형편없거나 별로인 것도 많았지만 그에 반해서 충분히 살까 고민이 되거나 맘에 드는 것도 많았다.

메스는 시장터에서 다른 오크들과 다르게 압도적으로 큰 건물에서 장사를 하는 오크를 찾을 수 있었다. 용병생활을 하다가 들른 여관 같은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안에는 많은 오크들이 테이블에서 술과 고기들을 먹으며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메스와 베로나가 들어오자 신기한 듯이 쳐다봤지만 그것도 한순간이고 다시 자기들끼리 먹고 얘기하기에 바빴다.

메스는 여관의 주인으로 보이는 오크에게 다가갔다. 주인장 오크는 다른 오크들과 몸 자체 크기도 남달랐고 온몸에서 전사의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메스는 주인장 오크를 보고 자신의 피가 다시 끓는 것을 느끼고 한바탕 싸우고 싶었지만 지금 자신의 처지가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참기로 하였다.

"취칙? 인간은 오랜만이군. 무슨 일이지?"

"당신 여기서 장사하는 건가?"

"취칙~ 그렇다. 뭐 원하는 것이 있나? 웬만한 것은 다 줄 수 있다."

"그럼 술과 고기를 주겠나? 값은 치르지."

"취칙~ 알겠다. 술 2인분, 고기 2인분 준비해라!"

주인장 오크는 주방장에 있는 오크를 향해 소리 질렀고 베로나는 듀로크에게 받은 화폐를 주인장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메스와 베로나는 남아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요리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이렇게 보면 진짜 여관인데? 용병생활했던게 생각나네."

"내가 살던 마을에서도 이런 여관 같은 것은 없었는데. 오크들이 우리 수인을 추월할 줄이야."

"취칙~ 우리 오크들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어느새 주인장 오크도 와서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취칙~ 모두 듀로크 덕분이다. 역시 내 아들답다."

"아들? 당신 이름이 어떻게 되는데?"

"취칙~ 내 이름은 듀로한이라고 한다. 듀로크, 나의 아들이다."

"그 아빠에 그 아들이구만. 그래도 아빠는 이해할 수 있는데 아들은 괴물의 수준이니 원."

"괴물이라는 말은 맞지."

"취칙~ 듀로크. 현자 오크다. 농사도 하고 성벽도 만들고 법도 만들었다. 모든 것을 만들었다."

"9서클 마법사라면 가능하기도 하겠지. 그런데 오크가 9서클 마법사가 될 수 있나?"

"역사를 뒤져봐도 오크가 그런 경지에 올라간 것은 처음일걸?"

"처음부터 그렇게 강했던 것은 아닐 것 같은데...언제부터 그렇게 강해진 거야?"

"취칙~ 사실 듀로크 1년 동안 모습을 감쳤었다. 그리고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고 강해져 돌아왔다."

"1년 동안? 어디로 가서?"

"취칙~ 드래곤 산맥으로 갔다. 드워프들을 구하기 위해서."

"뭐?"

메스는 두 가지 사실을 동시에 듣고 멍해졌다. 하나는 드래곤 산맥에 갔다는 사실이고 하나는 오크가 드워프들을 구하기 위해서 갔다는 것이었다.

"드워프? 드워프들을 구하러 갔다고?"

"취칙~ 그렇다. 드워프, 우리들의 친구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만 들리는군. 그리고 드래곤 산맥? 그렇다는 것은 역시 드래곤인가?"

"드래곤이 오크로 폴리모프해서 유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게 제일 맞는 상황인 것 같은데...왠지 아닌 것 같단 말이야."

"어디가?"

"드래곤들은 자신들을 건드리는 이들을 용서하지 않아. 내가 알기로 드래곤들이란 자존심 덩어리여서 자신의 보금자리에 들어오거나 자신을 위협하는 이는 유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도 용서치 않아."

"흐음...그래도 드래곤이 아니라고 보기에도 그렇잖아?"

"그렇긴 한데..."

듀로한은 이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주방장에서 준비가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술과 고기를 메스와 베로나에게 갖다 주었다.

"취칙~ 기다리던 술과 고기가 나왔다. 술도 공장에서 만들어서 가져온 것으로 듀로크의 계획에서 나온 것이다."

메스와 베로나는 먹음직스러운 고기와 술이 나온 것을 보고 군침을 삼켰다. 더구나 메스는 하루 동안 자고 일어나서 배가죽이 등에 붙어있는 참이었다. 메스와 베로나는 동시에 고기 한 점을 입에 덥섭 물었는데 오크가 만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담백하고 육즙이 넘쳐났다.

이어서 나무잔에 들어있는 술을 들이켰다.

"크아아아! 좋구만!"

"하아...좋은데?"

술과 고기의 질이 왕국의 일반 여관에서도 먹기 힘들 정도로 좋았다.

"오크가 만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야. 솔직히 먹기 전까지 조금 불안하긴 했는데."

"술맛도 장난 아닌데? 고기도 이게 무슨 고기지?"

"취칙~ 그건 사슴 고기다. 직접 잡아서 만든 것이다. 오늘 잡았다."

메스와 베로나는 술과 고기를 눈 깜짝할 사이에 흡수하듯이 먹었다. 그리고 포만감과 적당한 술로 생긴 알딸딸함에 기분 좋게 가게에서 나갔고 그전에 주인장 듀로한에게 인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가게에서 나온 둘은 시장터를 지나자 성만한 크기의 건물이 앞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둘은 건물의 용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때 건물에서 나오는 오크들이 있었다.

"취익~ 목욕도 자주 하다 보니 괜찮은 것 같다."

"취칙~ 내 생각도 그렇다. 처음에는 이상했는데 지금은 괜찮다."

메스와 베로나가 보는 광경은 목욕을 하고 나온 오크였다.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제일 충격적인 장면으로 두 명은 말을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오크에게 목욕은 물과 불같이 공생하기 힘든 관계라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크들이 몸에서 따끈따끈한 연기를 뿜어내면서 깔끔한 모습으로 나오니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메스와 베로나는 씻고 나오는 오크들이 지나가는데 멍하니 오크들이 움직이는 대로 시선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몇 분 동안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막 건물에서 나오는 오크를 붙잡으며 물어봤다.

"여기는 뭐하는 건물이야?"

"취췩~ 여긴 목욕탕이다. 현자 오크가 이틀에 한 번씩 씻으라고 말했다. 그래서 씻었다."

"안에 몇 명이나 있는 거야?"

"취칙~ 최소 만여 명은 넘게 있을 거다. 시간별로 수컷과 암컷이 따로 씻는다."

"만여 명! 그럼 이 큰 건물이 다 목욕탕?!"

메스와 베로나는 스케일이 커도 너무 커서 얼떨떨했다. 목욕탕을 이렇게 크게 만든 것은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라고 느끼는 그들이었다.

"으음? 너희들 왜 여기 있는 거냐?"

"너,너는?"

목욕탕으로 생각되는 건물에서 나와서 아는 척을 하는 오크는 바로 듀로크였다. 망토와 지팡이를 갖고 있었지만 막 씻은 듯이 몸에서 김이 나고 있었다.

"어...이름이?"

"내 이름은 듀로크. 여기서는 현자 오크라고도 불리지."

"현자 오크라. 이런 왕국을 만들었으면 그런 말을 들을만하지."

"풋. 아부는. 이름이 메스라고 했지? 당신은 베로나고."

"잘도 기억하는군. 이거 기억하지 못한 게 괜히 미안해지는데?"

"됐거든? 그리고 분명히 오면서 많은 것을 봤으니까 나한테 궁금한 점이 많겠지. 안 그런가?"

"맞아. 잘 아네. 그래서 가르쳐 줄 건가?"

"어느 정도는. 그리고 알려주는 것은 지금이 아니고 네 일행들이 모두 모였을 때야."

"뭐, 그러든지. 그런데 우리는 뭘 하고 있으면 되지? 우리를 억압할 작정 아닌가?"

"처음에는 그럴까 싶었는데 나한테 생각이 있거든. 그리고 너희들이 억압한다고 억압당할 실력이냐?"

"하긴 순순히 억압당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너희들의 힘이라면 가능하지 않겠냐?"

"음..그 말에는 할 말이 없네. 하여튼 네 일행들이 다 깰 때까지는 맘대로 활동하라고."

듀로크는 그 말을 끝으로 텔레포트를 해서 사라졌다. 메스와 베로나는 갑자기 사라진 듀로크때문에 서로를 쳐다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맘대로 하라고 했는데 뭘 하지?"

"해도 떨어지고 있으니까 성으로 돌아가는게 어때?"

"그러자고."

메스와 베로나는 성으로 돌아가기로 했고 빨리 일행들이 일어나서 궁금증들이 해결되었으면 했다.

메스에 이어서 매트, 에밀리, 제네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리스가 제일 늦게 일어났다. 듀로크는 그들에게 하루 동안 왕국을 관광할 여유를 주었고 이후에 모두 모여서 회의를 하기로 하였다.

듀로크, 그란, 로그, 쿠로딘, 클레아, 나르샤, 매트, 메스, 에밀리, 제네스, 베로나, 모리스, 아르셰 그리고 와이번인 트이번까지 총 13명과 1마리가 한곳에 모여있었다. 커다란 원탁 테이블에 듀로크, 그란, 쿠로딘, 로그, 클레아, 나르샤는 한쪽에 앉았고 나머지 인원들은 반대편에 앉아있었다.

듀로크의 반대편에 앉아있는 7명은 모두 왕국을 한 번씩 돌아봐서 그런지 듀로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표정이었다. 듀로크는 말하기 전에 먼저 자기소개들부터 하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모두 먼저 자기소개부터 하자. 그쪽들부터 하는게 어때?"

듀로크는 반대편에 앉아있는 이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서로 시선을 맞춘 후에 메스가 먼저 나섰다.

"그럼 나부터 소개하지. 나는 기사왕국 나이트의 기사단장 메스라고 한다."

"기사단장? 그래서 그렇게 강했던 거냐?"

"네가 강하다고 하니 좀 이상하지만 그래도 대륙에서는 강한 편에 속하지."

"그래? 대륙에서 몇 위 정도 하는데?"

"흐음...5위 정도는 하지 않을까 싶은데? 순위를 정한 적이 없으니까 거의 추측이지만."

"호오?"

듀로크는 역시 이들이 비정상적으로 강한 거고 이렇게 강한 이들을 거의 보기 드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어서."

"난 노예왕국 게덴의 대표로 온 베로나다."

"내가 알기로 수인은 원래 몬스터의 숲에서 살았던 것 같은데?"

"맞아. 근데 변종 몬스터에게 쫓겨나서 어쩔 수 없었지."

"변종 몬스터라...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내가 듣기로 노예왕국의 노예들은 거의 지옥이라고 하던데?"

듀로크는 처음으로 만났었던 인간, 마법서와 곡물을 얻었던 제임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고 얘기했다.

"...뭐, 그런 점도 있겠지. 하지만 좋은 나라야."

"흐음...그래? 다음, 이어서."

듀로크는 베로나가 거짓말을 하는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이 꺼려져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나는 용병왕국 요리스의 대표로 온 모리스라고 한다."

"용병왕국이라...너 같은 인재를 둔 왕은 보지 않아도 어떤 인물인지 대강 알겠군."

"고맙군. 그 이상의 칭찬은 없다."

"뭐, 난 당신이 맘에 들었으니까 나중에 술이나 한잔하자고. 그 다음."

"예. 저는 동맹왕국 세레티의 대표로 온 에밀리라고 합니다."

"정령사 아가씨, 몸은 괜찮아? 내 9서클 마법을 정통으로 맞고도 일어난 걸 보면 당신도 강자라는 것을 알 수 있기는 한데."

"예.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강한 마법은 생전 처음 봤어요. 막았을 때 느껴지는 충격이...그때는 죽는 줄 알았거든요."

"그때는 좀 즐거웠으니까 미안하군. 그런데 혹시 불의 정령이 날 무서워하지 않던?"

"어? 어떻게 아셨어요? 말 그대로 불의 정령들이 듀로크님을 무서워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답니다."

"흐음...역시 정령들이 예민하긴 하나 보군."

"예?"

"아무것도 아니야. 그 다음."

"클클클. 나는 마법왕국 일루드의 대표로 온 제네스라고 하네. 자네의 마법을 보고 새로운 경지에 대한 눈을 떴지. 내가 생전에 9서클 마법을 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네. 정말 고맙네."

"도움이 되었으니 다행이군요. 그런데 이제 제가 범인이 아니란 것을 알겠죠?"

"그 건은 내가 사과하지. 하지만 그러면 내가 느낀 검은 마나는 무엇인가?"

"그건 나중에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이어서."

"저는 라이언 왕국의 대표로 온 매트라고 합니다."

"내가 알기로 당신은 왕자라고 하는데 맞아?"

"예. 근데 어찌 알고 있으십니까?"

"그게 여기 있는 클레아가 라이언 왕국의 사람이거든."

듀로크는 클레아를 향해 손으로 가리켰다. 클레아는 자신에게 시선이 몰리자 조금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매트를 향해 얘기했다.

"안녕하세요. 왕자님. 저는 클레아라고 합니다. 지금은 그란 왕국에서 살고 있답니다."

"그렇구나. 여기서 만나니 반갑구나."

매트는 클레아에게 무슨 부조리한 일을 당하냐고 묻고 싶었지만 듀로크의 앞이여서 자제하기로 결정했다.

"저쪽 아가씨는 인간이 아닌 것 같은데. 내 생각이 맞나?"

듀로크는 아르셰를 향해 손으로 가리켰다. 아르셰는 듀로크에게 지목당하자 움찔거리며 듀로크의 눈을 피했다.

"왜 이렇게 나를 무서워하는 거야? 내가 무슨 짓을 한 것도 아니고."

"죄,죄송합니다. 제가 이러고 싶은게 아닌데...위압감에 눌리다 보니.."

"지금은 지팡이를 갖고 있어서 나의 힘이 뿜어져 나오지 않을 텐데?"

"하지만..전에 느낀게 있어서 그런지 아직도 몸이 떨립니다."

듀로크는 말한 대로 지팡이를 잡고 있어서 위압감이 뿜어져 나오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압도적인 힘의 차이와 위압감은 아르셰의 몸에 각인을 박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당신은 뭔데? 느껴지는 것을 봐서 인간은 아닌 것 같고. 마법도 6서클 정도 사용할 것 같은데."

"저,저는 몬스터 숲에서 사는 뱀파이어의 리더, 아르셰라고 합니다. 듀,듀로크님의 말대로 6서클 마법까지 가능합니다."

"뱀파이어라...흥미가 생기는군."

듀로크의 눈빛이 번쩍했고 아르셰는 듀로크의 눈빛에 쫄아서 모리스 등 뒤로 숨었다. 듀로크는 아르셰의 행동에 풋 웃으며 이내 옆에 있는 와이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녀석은 와이번 같은데 맞나?"

"예. 몬스터의 숲에서 부상을 입어서 쓰러져있는 것을 보고 치료한 후에 길들였습니다. 이름은 트이번이라고 합니다."

"키야약~"

매트는 트이번의 머리를 손으로 매만졌고 트이번은 기분 좋다는 듯이 소리를 내뱉었다.

"와이번이라...하나 좋은 생각이 드는군."

"혹시 와이번 라이더 아니냐?"

"호오? 당신도 머리가 좀 돌아가는군."

"그러는 너도 현자 오크란 말이 어울리는군."

듀로크와 메스는 서로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에 공감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어서 우리쪽의 일행들을 소개하지. 먼저 쿠로딘."

"크흠. 나는 드워프왕국 카무란에서 온 쿠로딘이라고 한다. 그란 왕국에서 대장장이 및 건설 총 책임자를 맡고 있다."

"궁금한게 있다."

"뭔데? 말해 봐라."

메스는 손을 들고 쿠로딘에게 물어봤다.

"어떻게 드워프들이 오크 왕국에 있는 거지? 그리고 총 책임자라는게 무슨 말이지?"

메스의 질문은 듀로크의 일행들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이 똑같이 가지고 있는 궁금증이였다. 쿠로딘은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친절하게 대답해주기로 하였다.

"내가 오게 된 계기는 드래곤 산맥에서 광물을 캐다가 오크들에게 납치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듀로크가 우리 납치된 드워프들을 모아서 일을 시키기 시작했지. 상상도 하지 못한 기발한 설계도를 가지고."

쿠로딘의 말에 시선이 다시 듀로크에 몰렸다.

"우리 드워프들에게 새로운 것의 제작은 하나의 열망이지. 이 오크가 주는 설계도는 우리에게 커다란 즐거움이였다. 그리고 계속 지내다 보니 오크들에게 우리가 선입견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은 계속 만드는 즐거움과 오크들과 생활하는 재미로 이렇게 지내고 있다."

"허어...그렇군요. 그럼 설마 저 엘프 아가씨도?"

"뭐..그런 거지."

나르샤는 모리스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얘기했다.

"나는 엘프 왕국 밀런에서 엄청난 마나 변동을 느끼고 원인을 찾기 위해서 왔지. 그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만."

"저희들도 그것 때문에 이곳에 왔습니다. 혹시 원인을 아십니까?"

"원인을 아냐고? 어이, 어떻게 생각하냐?"

나르샤는 듀로크를 보며 얘기했고 듀로크는 픽하고 코웃음을 쳤다.

"듀로크님. 원인을 아시는 겁니까?"

매트는 듀로크와 듀로크의 일행들에게서 이상한 분위기가 나는 것을 느끼고 물어봤다. 듀로크는 멋쩍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그 마나 변동의 원인은 나야. 내가 대규모 마법을 사용했거든."

"예? 제가 알기로는 베아트리스의 마나의 기운이 느껴졌다고 하던데요?"

"클클클. 그렇다네. 우리 일루드에서 확인했다네."

"흐음...그게 내가 어떤 일이 있어서 베아트리스의 뒤를 잇게 됐거든."

"예?"

"뭐라고?!"

듀로크의 말을 들은 왕국의 일행들은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듀로크가 말한 것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건 넘어가고. 당신들은 원인을 파악하러 온 거잖아? 그럼 이렇게 말해. 9서클 마법사인 오크가 있다고. 그리고 오크들이 왕국을 만들었다고."

"그,그건..좀.."

"왜 실제로 있는 일이잖아?"

확실히 실제로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그대로 얘기한다면 분명 미친 것이라고 오해받을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보다도 하고 싶은 얘기들이 있다고."

"무슨?"

"우선 이것부터."

듀로크는 마법 배낭에서 검은 돌을 꺼냈다. 검은 돌은 듀로크의 마나에 감싸져 있어서 검은 마나가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지만 충분히 기분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게 아마 변종 몬스터가 생긴 원인일 거야. 이 검은 돌을 중심으로 몬스터들이 쓰러져있었고 검은 연기에 먹히고 있었어."

"자네가 검은 마나를 풍기고 있었던 원인은 이것 때문이였구만."

"당신들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 가던 중 발견한 거야. 그리고 당신들이 싸우던 것도 변종 몬스터 같은데 맞아?"

"맞다. 100마리가 넘는 변종 몬스터에 둘러싸여 있어서 큰일날 뻔했지. 더구나 그 변종 몬스터들은 익스퍼트 수준은 가지고 있어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몬스터다."

"그럼 그 몬스터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 이 검은 돌이라고 생각하는게 맞겠군."

"클클클. 아마 그럴 걸세. 그리고...생각날듯 하면서 생각나지 않는게 신경 쓰이는군. 그 검은 돌은 내가 가져가도 되겠는가?"

"저는 상관없는데...다른 일행들도 동의할지?"

듀로크는 왕국 파견대의 일행들을 보았다. 솔직히 검은 돌을 가지고 있어도 어떻게 할 생각도 없었고 조사한다고 해도 마법왕국에 발달된 기술력으로 조사하는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베아트리스의 동굴에 있는 서적을 찾아본다면 답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찾기도 귀찮았다. 그래서 제네스에게 맡기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듀로크였다.

하지만 마법왕국 일루드에서 혼자서 가져간다면 다른 왕국의 이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기에 다른 이들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 괜찮습니다. 마법왕국에서 조사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나도."

"저도 그렇습니다."

"나도."

하지만 모든 일행들은 듀로크의 예상과 다르게 괜찮다고 얘기했다. 아마 마법에 관한 것은 마법왕국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그럼 맡기겠습니다. 제 마나로 감싼 거여서 웬만한 충격에는 풀리지 않을 겁니다. 그렇기에 조사를 하려면 상당한 마나를 투자해서 풀어야 할 겁니다."

"클클클. 알겠네. 맡겨주게나. 그리고 저 뱀파이어에 의하면 변종 몬스터는 점점 늘어난다고 하네. 그렇기에 자네도 미리 대비를 하는게 좋을걸세."

"알겠습니다. 충고 감사합니다."

듀로크는 안전하게 제네스에게 검은 돌을 넘기고 이어서 다른 이들을 향해 시선을 돌려서 얘기했다.

"그럼 이어서 얘기하지. 우리 왕국들을 보고 느낀 것들이 있을 것이다. 안 그런가?"

"뭐..충격이긴 했지."

"확실히."

메스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보여도 부족한 것이 있어. 제일 부족한 것은 오크들을 가르쳐줄 선생이 부족하지. 내가 아무리 9서클 마법사라도 모든 오크들을 가르쳐줄 수는 없어. 그래서 한가지 제안이 있다."

"무슨?"

"우리 왕국에 오크들을 가르쳐줄 선생들을 보내줘라. 그러면 그에 해당하는 제안을 받아들여 주지. 거기다 이 거래가 잘되면 다른 거래도 이어서 하겠다."

듀로크의 제안은 6명에게 눈이 번쩍 나올 정도로 획기적인 제안이였다. 왕국의 대표들은 오크 왕국을 관광했을 때 자신들의 왕국에서 가지지 못한 것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듀로크가 말한 제안은 아주 매력적인 제안이였다.

"우리 나이트 왕국에 맡겨줘라. 우수한 인재들이 많다."

"아니, 우리 노예왕국에게 맡겨줘라. 깜짝 놀랄 선생들을 데려다주지."

"클클클. 우리 마법왕국도 잊지 말게나."

"우리 용병왕국도..."

매트는 다른 이들이 열변을 토할 때 가만히 있었다. 왜냐하면 자신의 왕국에서는 내세울 장점이 없기 때문이었다. 매트는 그저 빠르게 이 시간이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것을 눈치챈 에밀리는 그런 매트를 측은하게 보고 있었는데 그때 듀로크가 얘기했다.

"당신들의 열의는 고맙지만 나는 거래를 할 왕국을 벌써 정했어."

"뭐?!"

"뭐라고? 누구랑?"

"나는 라이언 왕국과 거래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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