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왕국 건설(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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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왕국 건설(19)
"취익! 그럼 가겠다!"
"오십쇼!"
그란은 도끼를 들고 매트에게 돌진했다. 마나가 완전하게 도끼에 감싸지 않았지만 소드마스터 전 단계가 익스퍼트 상급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충분한 마나가 들어있었다. 더구나 오크의 신체능력은 인간보다 좋고 그란은 그런 오크에서도 탑클래스로 오우거에 비견하는 힘을 가진 자였다. 그걸 보여주듯이 그란이 휘두르는 도끼는 소드마스터인 매트도 깜짝 놀랄 정도의 스피드와 힘을 동반하고 있었다. 매트는 소드마스터답게 검에 완벽하게 마나를 부여하고 그란의 도끼와 부딪혔다.
콰아앙!!
소드마스터 중급이 초급보다 2배는 강하다고 한다면 소드마스터 초급은 익스퍼트 상급보다 5배는 강하다고 볼 정도로 큰 벽이 있다. 하지만 그란은 그 차이를 힘과, 스피드 그리고 지금까지 싸웠던 전투 경험으로 메꾸려고 하고 있었다. 매트는 비교적 싸운 경험이 없었지만 그란의 일상은 항상 몬스터와의 전투였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도끼와 검이 부딪혔는데도 서로 밀리지 않고 대치를 하고 있었다.
"취이익!!"
그란의 근육 힘줄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면서 매트의 검을 밀쳐내었다. 매트는 마나를 불어넣어서 막으려고 했지만 그란의 힘은 소드마스터의 신체능력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크윽..."
매트는 자신이 밟고 있는 땅이 파이면서까지 버티고 있었지만 질질 밀리는 것을 보고 검에서 힘을 뺐다. 갑자기 매트가 검에서 힘을 빼자 그란은 주고 있던 힘의 반작용으로 순간적으로 앞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매트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검을 횡으로 휘두르면서 검이 그란을 벨 것이라고 확신을 가졌다. 하지만 그란이 보여주는 행동은 매트가 상상할 수 없었던 행동이었다.
깡!!
"아니?!"
그란은 검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보자 등을 검에 들이대었다. 그리고 등에 매달려있는 궁으로 검을 막아내었고 매트는 자신이 궁을 자르지도 못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란은 그대로 몸을 돌리면서 도끼를 휘둘렀고 도끼를 막은 매트는 몇 미터 뒤로 날아가 버렸다. 매트는 뒤로 안전하게 착지하면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입을 열었다.
"어떻게 제 마나가 담긴 검을 한낱 궁으로 막을 수 있는 겁니까?"
"취이익~ 이 궁 말인가? 드워프가 만들어주어서 튼튼하다."
그란의 궁은 쿠로딘이 직접 만들어줘서 상당한 강도를 가지고 있었고 괜히 드워프제 무기가 아니라는 것처럼 소드마스터의 검에 흠집이 났지만 베어지지 않았다.
"드워프? 오크가 드워프제 무기를 갖고 있다는 겁니까?"
"취이익~ 드워프, 우리와 같이 산다. 나의 친구 쿠로딘이 있다."
그란과 쿠로딘은 어느새 친구라고 얘기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듀로크가 사라진 1년 동안 그란과 쿠로딘은 듀로크를 잃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그란과 쿠로딘의 호탕한 성격은 서로를 가까워지게 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종족의 차이를 넘으면서 생긴 우정이란 생각보다 강한 것이었다.
"당신들은...믿을 수 없군요. 엘프도 모자라서 드워프까지 같이 산다는게 가능할 줄 몰랐습니다."
"취이익~ 모두 다 듀로크 때문이다. 듀로크가 그들을 데려왔다."
"듀로크...아까 그 오크 마법사를 얘기하는 겁니까?"
"취이익~ 그렇다. 듀로크가 우리 오크들의 왕국을 만들었다."
"왕국?"
매트는 왕국이라는 말에 이해하지 못했다. 오크들이 왕국을 만든다는 생각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취이익~ 말이 많았다. 다시 싸우지 않겠나?"
"그렇군요. 저도 말이 많았습니다. 그럼 다시 시작하죠."
그란과 매트는 다시 싸우기로 했다. 그란과 매트는 다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기에 마나를 불어넣고 서로의 틈을 노리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때 어느 순간 동시에 돌진하면서 검과 도끼를 부딪쳤다. 그런데 이번에는 매트가 아닌 그란이 밀렸다. 매트는 자신이 별로 힘을 주지 않았는데 밀리는 그란을 보고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매트의 생각대로 그란은 그대로 뒤로 몇 미터 날아가서 착지를 하고 곧바로 도끼 대신 궁과 화살을 꺼내 들었다. 궁과 화살에 마나를 머금는 것을 본 매트는 화살을 쏘기 전에 도달하기 위해서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란은 그사이에 화살을 시위에 걸고 매트를 향해 당겼다.
파아앙!!
시위가 당겨지는 소리와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마나가 담긴 화살은 엄청난 위력을 뿜어내며 매트를 향해 날아갔다. 매트는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검을 들어서 화살을 갈라버리기로 결심했다.
콰쾅!!
"헉!"
분명히 검으로 화살을 가르려고 마나를 듬뿍 부어 넣었다. 그런데 화살을 갈라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몇 미터 뒤로 밀려버렸다. 그 사이에 그란은 또다시 화살을 시위에 걸고 있었다. 매트는 이대로라면 일방적으로 화살을 맞을 거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강행수단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결심했다.
"하아앗!!!"
매트는 가지고 있는 모든 마나를 끌어 올려서 검에 불어넣었다. 메스와는 비교가 되지만 그래도 검이 빛나면서 마나가 꿈틀대었다. 매트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검으로 힘껏 휘둘렀다. 엄청난 반발력이 느껴졌지만 매트는 그란이 날린 화살을 갈라버리는데 성공했다. 매트는 화살을 가르고 난 후에 그란에게 다가가면서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그란도 화살이 갈라지는 것을 보고 곧바로 궁을 던진 후에 도끼를 들고 모든 마나를 쏟아 부었다. 모든 마나를 불어넣은 두 명의 검과 도끼가 부딪쳤고 엄청난 반발력이 생기면서 검과 도끼가 반대로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란과 매트는 놓치지 않기 위해서 잡고 있었지만 손가죽이 다 뜯겨나갈 정도로 반발력이 심했다. 무기를 잃은 둘은 동시에 원시적인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손과 발을 통한 육탄전을 벌이기로 했다. 그란의 주먹이 매트의 얼굴에 박혔다. 매트의 입에서 이가 몇 개 튀어나오고 얼굴이 돌아갔지만 매트는 이어서 자신의 주먹으로 그란의 배를 향해 내질렀다.
그란은 2미터의 몸 크기로 매트보다 얼굴 하나 이상으로 컸지만 매트의 주먹을 맞고 위액이 나올 정도로 큰 타격을 받았다. 매트는 이어서 두 손을 모아쥐고 그란의 등을 내리찍었다. 그란은 땅에 금이 갈 정도로 부딪혔지만 엎드린 상태에서 매트의 발을 걷어찼다. 발에 걷어차인 매트는 순식간에 균형을 잃고 쓰러지려고 했지만 손을 땅에 대어서 균형을 유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란은 그대로 주먹으로 매트의 배를 강타했고 이번에는 매트가 위액을 쏟으며 땅에 박혔다. 이에 그란은 호기를 놓치지 않고 주먹으로 매트의 얼굴을 강타했고 매트는 두 팔을 들어서 방어에 전념했다. 십수 방의 주먹을 휘둘렀을 때 매트는 올라탄 그란의 열구리를 무릎으로 찍고 발로 거대한 그란의 몸을 걷어찼다. 이어서 매트는 발로 그란의 얼굴을 걷어차서 그란의 입에서 몇 개의 이가 뿜어져 나왔다.
이렇게 수십 번의 공방이 지나가자 그란과 매트의 몰골은 보기 힘들 정도로 서로 망가져 있었다.
"취,취이익~ 대,대단하다. 인간에 이렇게 호쾌하게 싸,싸우는 자가 있을 줄 몰,몰랐다."
"당,당신이야 말로 대,대단하군요. 감,감탄했습니다."
두 명은 모두 입이 헐고 이가 다 나가버려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취,취이익~ 크게 한,한방으로 결정 내는게 어떻겠나?"
"바,바라던 바입니다."
그란의 근육이 모두 꿈틀거리면서 마나의 기운이 넘쳐났고 그란보다 작은 매트에게서 그란보다 더 강한 마나의 기운이 느껴졌다. 서로의 기세가 정점을 올랐다고 느껴졌을 때 그란과 매트는 동시에 움직였다.
그란의 주먹이 매서운 기세를 보이면서 매트의 얼굴로 들어갔고 매트의 주먹도 그란의 얼굴에 들어갔다. 서로 크로스 카운터를 날려서 동시에 얼굴에 주먹을 맞고 어느 때보다 커다란 소리와 함께 얼굴이 돌아갔다. 그리고 그들은 동시에 뒤로 쓰러지면서 의식을 잃었다.
그렇게 무식하게 싸운 그란과 매트는 다른 이들이 싸우는 소리 속에서 땅에 뻗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 나머지도 시작한 것 같으니 우리도 시작해볼까?"
"잘 부탁한다."
모리스와 듀로크는 나머지 인물들이 모두 싸우러 이동한 것을 확인하고 자신들도 슬슬 싸우기로 결정했다.
"하나 제안해도 될까?"
"들어보도록 하지."
"서로 간의 대장끼리의 전투잖아? 귀찮게 집적거리며 싸우지 말고 한방 싸움 어때?"
"어떻게?"
"내가 한방 마법을 사용할 테니 너가 막아서 버틴다면 나의 패배. 하지만 네가 버티지 못한다면 나의 승리. 어때? 서로 간에 정상 컨디션이 아니잖아? 길게 끌면 서로 좋을 거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의견에 찬성하지."
모리스는 장기전으로 가면 자신은 거의 방어만 하다가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렇게 한방싸움으로 하자고 하니 환영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모리스는 자신이 제일 자신 있는 발도로 상대하기로 결정했고 듀로크는 압축한 파이어볼로 상대하기로 결정했다.
듀로크는 솔직히 9서클 마법, 헬파이어를 사용할 정도의 마나는 남아있었다. 하지만 헬파이어를 쓴다면 분명히 모리스는 버티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모리스가 맘에 들은 듀로크는 모리스를 죽이는 것보다는 전투 불능으로 만들 수 있는 압축한 파이어볼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듀로크의 손에서 하나의 파이어볼이 생성되었다. 압축된 파이어볼로 상당한 마나를 뿜어내어서 엄청난 온도를 뿜어내고 있었다. 모리스는 발도 자세로 언제든지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듀로크는 그런 모리스를 향해 한번 막아보라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파이어볼을 날렸다. 모리스는 그 미소를 보며 버텨보겠다는 집념의 기세를 보여주었다.
파이어볼은 빠르지도 않게 모리스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모리스는 피하지도 않고 그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위의 모든 것을 태우는 듯한 극한의 온도를 가진 파이어볼이 모리스를 향해 다가갔고 이내 모리스는 검을 꺼내 들었다.
"발도!!"'
쾌검의 진수를 보여주듯이 순식간에 검이 지나갔다. 그저 파이어볼을 양단하기 위해서 한번 휘두르는 것에 모든 힘과 스피드를 쏟아 넣은 모리스였다. 그 결과 검은 깔끔하게 파이어볼을 양단시켰고 양단된 파이어볼이 동시에 폭발하면서 주위를 초토화시켰다.
콰콰쾅!!
파이어볼이 터지면서 생긴 폭발로 먼지가 뒤덮여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폭발의 중심에는 모리스가 있었고 폭발도 예상보다 엄청나서 듀로크는 자신이 너무 많은 마나를 사용했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 듀로크는 결과를 보기 위해 바람 마법으로 먼지를 제거하였고 먼지가 사라지면서 보이는 광경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모리스의 상태는 안 그래도 좋지 않아 보였는데 더욱 상태가 악화되어 보였다. 검의 반은 녹아서 사라져있었고 머리털은 타버려서 대머리로 변해 있었다. 몸의 태반이 화상으로 뒤덮여 있었고 살의 일부분은 아직도 끓고 있었다. 그런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모리스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발도를 한 자세 그대로 듀로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듀로크는 모리스가 극한의 고통 속에서 무표정을 유지하는 인내심과 그 폭발을 견딘 것을 보고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단하다! 나의 패배를 인정하지! 너를 너무 과소평가했군."
"...고맙다."
모리스는 듀로크의 대답을 듣자마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듀로크는 쓰러진 모리스의 곁으로 이동했다. 비록 헬파이어를 사용하지 않고 졌다고 인정했지만 아무런 후회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모리스의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서 마법을 사용했다.
"퍼펙트 힐."
퍼펙트 힐. 드래곤의 9서클 마법으로 시간을 되돌린다고 느껴질 정도로 죽기 전이라면 원상태로 복구할 수 있는 치료 계열의 극한 마법이다. 그 결과 모리스는 처음 만났었던 모습 그대로 완전히 회복되었고 아직 의식을 잃고 있는 모리스를 듀로크는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았다.
듀로크는 승부에서는 졌지만 그래도 뿌듯한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다른 이들이 오기까지 기다리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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