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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27화 (27/360)

3장 왕국 건설(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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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왕국 건설(16)

"언제부터 그런 몬스터들이 나타난 겁니까?"

"나타난 것은 꽤 됐어. 한 10년 넘었나? 나타난 것도 장소가 다 제각각이야."

"베로나. 너가 변종 몬스터들한테 마을에서 쫓겨난게 언제냐?"

"나도 그때쯤이였지. 그런데 나는 우리 마을 근처에서만 나타나는 줄 알았는데?"

"풋. 마을에만 있던 수인들이 뭘 알겠냐? 우리 뱀파이어들은 피를 얻기 위해서 모든 숲을 뒤진다고."

"이 자식이 매운맛을 덜 봤구만?"

"자자. 두 분 다 진정하시고. 아르셰님. 최근에 변종 몬스터를 본 적이 있습니까?"

"응. 한 5년 전에 마을에서 약 5일 정도 걸리는 위치에서 발견되었지. 그리고 1년 전에 마을에서 약 3일 정도 걸리는 위치에서 또 발견이 되었었어. 이건 내 추측인데 변종 몬스터의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아."

"늘어...난다는 말입니까?"

"응. 서식지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어. 그 변종 몬스터들 때문에 몬스터들이 있을 곳을 잃고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그로 인해서 몬스터들끼리 가지고 있던 경계선들이 무너지면서 침범하는 일이 다반사고."

"흐음..생각보다 큰일이군요. 실은 저희가 여기 오기 전에 변종 몬스터를 만났었습니다. 대략 2주 전쯤에 말이죠."

"2주? 거기도 생겼다는 것은 몬스터의 숲 전역에 변종 몬스터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 확실하겠네."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는 것은 알겠군요."

"그리고 우리 상황도 심상치 않게 흘러가는 것 같은데?"

메스는 바스타드 소드를 앞으로 꺼내 들고 얘기했다. 일행들은 모두 메스가 저렇게 진지하게 검을 꺼내 드는 것을 보고 상황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숫자는?"

"대략 100여 마리. 기분 나쁜 마나를 풍기는 것을 저번 변종 몬스터가 틀림없다."

"모두 전투 준비! 아르셰님은 제 곁에 있으십쇼."

여기서 제일 약한 아르셰를 가운데로 두고 모두 등을 맞대면서 적이 접근하는 것을 기다렸다. 아르셰는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가는 것을 눈치채고 조용히 있기로 하였다. 짧은 시간이 지나고 메스가 느꼈었던 변종 몬스터 100여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숫자에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와이번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심하게 느껴졌다.

"제네스님. 8서클 마법이 가능하십니까?"

"가능은 하네. 하지만 저번에 만난 변종 몬스터의 갑질을 조사한 결과 상당한 마법내성이 있는 걸로 판명 났네. 마법내성과 이 정도 숫자라면 8서클 마법으로 한 번에 몰살시킬 수 없네. 잘해야 삼분의 일 정도지."

"저도 상급 정령들을 사용한다면 삼분의 일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제네스님이 오른쪽. 에밀리님이 왼쪽을 맡아주십쇼. 나머지 정면에 있는 이들은 저희들이 처리하겠습니다."

"알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준비되셨습니까?"

"물론. 언제든지."

"준비됐다."

"됐습니다."

"그럼 가겠습니다!"

모리스의 말에 제네스와 에밀리는 곧바로 캐스팅에 들어갔다. 그리고 동시에 메스, 베로나, 매트는 앞으로 나아갔고 모리스는 아르셰를 등 뒤에 두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기가 라이트닝."

기가 라이트닝. 엄청난 고압의 전기를 내보내는 마법으로 한 명보다는 여러 명이 있을 때 효과적인 마법이다. 제네스의 손에서 엄청난 고압의 전기가 생성되어서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제네스가 손을 앞으로 뻗자 전기가 변종 몬스터 한 마리를 관통하였다. 마법내성을 가지고 있는 변종 몬스터도 기가 라이트닝에 버티지 못하고 온몸이 검하게 변해 구멍이란 구멍에서 모두 연기가 나오면서 타버렸다.

거기다가 기가 라이트닝은 한 마리를 태우는 것에 멈추지 않고 이어서 옆에 있는 몬스터에게 전염되었다. 전염될 때마다 위력이 줄어들었지만 30여 마리를 태우고 전투 불능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제네스는 아직 8서클 마법을 두 번 정도 더 사용할 여력이 있었다. 하지만 막 사용한다면 일행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이게 끝이 아닐 수 있어서 자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자신에게도 놀랄 정도의 마나의 유동이 느껴졌다.

"이 정도의 마나량이라니. 동맹왕국에서 인재는 잘 뽑았구만."

에밀리는 바람의 상급 정령과 불의 상급 정령을 동시에 소환하였다. 바람의 상급 정령은 숲의 한가운데서 회오리 바람을 만들었고 회오리의 지름이 몇십 미터는 넘을 정도로 거대했다. 엄청난 흡입력을 가진 회오리 바람은 변종 몬스터들을 끌어들여 삼켜버렸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일행들은 머리카락 하나 움직이지도 않을 정도로 영향을 주지 않고 있었다.

변종 몬스터 40여 마리가 회오리 바람에 힘도 못 쓰고 쓸려서 올라갔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였다. 불의 상급 정령이 회오리 바람에 불을 불어넣자 정령으로 만든 파이어스톰이 되었다. 회오리에 쓸려서 올라간 변종 몬스터들은 마법내성이 있지만 그 이상의 화염에 의해서 잿더미로 변하고 있었다.

파이어 스톰은 하늘을 향해 끝없이 올라갔고 남은 몬스터들도, 그리고 에밀리를 제외한 일행들도 그 장관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멀리서 그 광경을 본 인물이 또 있다는 것이었다.

"마법으로 도망가게 될 줄이야."

나르샤에게 도망을 치다가 결국 마법을 사용해서 나르샤를 떼어놓고 왔다.

"갑자기 왜 저러는거야? 이해를 할 수 없네."

나는 나르샤가 갑자기 난리를 치는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서 불만을 품으며 걸어갔다. 그런데 그렇게 정처없이 걸어가던 도중 갑자기 커다란 마나의 변동을 느낄 수 있었다.

"뭐지? 이 마나는? 정령인가?"

상당한 거리에서 느껴졌다. 그 정도의 거리에서도 느껴졌다는 것은 상당한 실력자가 있다는 뜻이었고 느껴진 곳도 몬스터의 숲이였다.

"몬스터의 숲에서? 뭔가 불안한데..."

나의 불안감을 확실하게 알려주듯이 하늘을 향해 불기둥이 올라오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보일 정도로 커다란 불기둥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한번 가봐야겠다."

"으음. 이곳은?"

나는 텔레포트로 이동한 것을 확인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텔레포트 한 곳은 몬스터 숲의 상공으로 조그맣게 보이던 불기둥이 엄청나게 크기 보이는 것을 보면 얼추 비슷하게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에서 조금씩 밑으로 내려가서 몬스터의 숲 안으로 들어갔다.

콰콰쾅!

싸우는 소리가 멀리 있는데도 들리는 것을 보면 상당한 전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소리와 마나가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하려는 찰나, 주변에서 위화감을 감지했다.

"뭐야? 이건."

주위의 나무와 흙, 식물들이 모두 검하게 변해있었다. 검하게 변해있을 뿐만 아니라 역한 냄새와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면서 기분 좋지 않은 마나를 뿜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나는 먼저 이 현상이 생긴 이유를 알기 위해서 오감을 확장시켰다. 눈을 감고 마나를 감지하자 이 기분 나쁜 마나가 어디서 뿜어져 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

"좋아. 가보자."

나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경계심을 내리지 않은 상태로 이동했다. 검하게 변한 식물들과 나무가 내가 주변을 걸어갈 때마다 움찔거리면서 나를 잡으려는 것처럼 움직였다. 이내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마나의 밀도는 급격하게 늘어났고 마나의 밀도와 비례하게 주변에 있는 식물들과 나무들도 점점 기괴하고 악취가 심해져 갔다. 마침내 마나가 나오는 중심부로 보이는 곳에 도착했고 그곳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오우거, 트롤, 고블린 등 수많은 몬스터들이 쓰러져 있었고 그들의 몸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살이 부글부글 끓는 것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검은 연기에 둘러싸여서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있었다.

"대체 뭐지?"

몬스터들은 하나의 돌을 중심으로 쓰러져 있었다. 순수한 어둠으로 둘러싸여 있는 듯한 검은 색깔의 돌이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검은 연기에서 기분 나쁜 마나가 매우 농축하게 들어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상황상 검은 돌이 몬스터와 이 부근의 모든 생물들을 변하게 만든 것으로 보였다. 나는 경계를 내리지 않는 채 검은 돌에 접근해갔다.

"실드."

검은 돌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느낀 나는 방어마법을 걸고 검은 돌을 집으려고 했다.

치지직.

검은 돌이 마치 나의 손을 거부하듯이 정전기가 일어났지만 압도적인 마나량을 뿜어내어서 검은 돌을 감싸았다. 마나로 감싸진 검은 돌은 그 상태 그대로 밀봉한 것처럼 되었고 주위를 향해 검은 연기를 더 이상 뿜어내지 못했다. 검은 돌을 수거하자 동시에 쓰려져 있던 몬스터들에 붙어있었던 검은 연기도 사라지고 있었다.

"대체 이건 무슨 돌이지?"

나는 검은 돌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내가 고민할 시간도 주지 않고 다른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콰콰쾅!!

좀 전보다 더 큰 소리가 들려온 것을 보면 상황이 더 긴박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검은 돌을 마법의 배낭에 넣어둔 후에 헤이스트 마법을 걸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가기로 했다.

제네스의 기가 라이트닝 마법과 에밀리의 정령마법으로 인해서 거의 70여 마리를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지만 그사이에 변종 몬스터들이 더 몰려왔다. 추가로 합류한 변종 몬스터들에 의해서 숫자는 거의 60여 마리에 육박하여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하앗!"

메스가 바스타드 소드를 힘차게 휘둘렀다. 철보다 강한 갑피를 가지고 있는 변종 몬스터였지만 소드마스터 상급이 휘두르는 검에는 두부가 잘리는 것처럼 매끄럽게 잘려지고 있었다. 베로나도 야수화해서 변종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있었고 발톱에 마나를 불어넣어 마치 검과 같이 휘둘렀다.

수인의 발톱은 철과 같은 강도를 갖고 있어서 충분한 위력을 뿜어낼 수 있었다. 매트도 소드마스터를 증명하듯이 완벽하게 자를 수는 없지만 변종 몬스터들에게 상당한 타격들을 주면서 싸우고 있었다. 그런 매트의 옆에서 트이번은 매트에게 다가오는 변종 몬스터들을 날개로 쳐내어 자신의 할 일을 다 하고 있었다.

모리스는 자신과 아르셰에게 다가오는 이들을 검집에 검을 넣어둔 상태로 그저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자신의 사정거리에 들어오자마자 검을 빼들고 휘둘렀다. 모리스의 특징인 쾌검은 변종 몬스터들이 자신이 죽은지도 모르고 움직이다가 수십 등분으로 쪼개져서 바닥에 흩어질 정도로 빠르고 위력적이었다.

그렇게 상황은 좋게 흘러가는듯 했지만 실상은 그렇게 마냥 좋지는 않았다. 큰 마법을 사용한 제네스와 에밀리는 아직 여유는 있었지만 좀 전과 같은 마법을 한번 혹은 두 번밖에 사용할 수 없었고 소드 마스터인 그들도 변종 몬스터의 갑피를 베려고 상당한 마나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추가로 나타난 변종 몬스터들이 있었기에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을 대비해서 본다면 좋은 상황은 아니였다.

퍼억!

"도대체 이 녀석들 얼마나 더 있는 거야?!"

베로나는 손톱을 몬스터의 얼굴에 박으면서 얘기했다. 동시에 메스는 바스타드 소드로 하나의 몬스터를 이등분시키며 얘기했다.

"근처에 더 이상 느껴지는 몬스터는 없어! 하지만 이 소리를 듣고 또 올 수도 있다고!"

"어떻게 하겠나? 모리스군."

"어쩔 수 없겠습니다. 무리해서라도 돌파하겠습니다."

모리스는 이 이상 포위되어서 변종 몬스터들이 더 나타나면 위험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압도적인 숫자 앞에서는 아무리 초인들이라도 힘든 것이다. 더구나 변종 몬스터들은 익스퍼트 중상급 정도는 돼야 상대가 가능할 정도로 강한 몬스터였다.

"소드마스터들이 길을 뚫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두 뒤를 따라오십쇼!"

모리스의 말에 메스와 베로나, 그리고 매트가 한곳에 모여서 앞으로 돌격했다. 그리고 그 뒤를 나머지 인원들이 뒤따라 오고 있었다. 소드마스터 4명이 한곳에 모여서 돌격하자 많은 변종 몬스터들이 막지 못하고 뚫릴 수밖에 없었다. 소드마스터 4명이 만든 틈을 통해서 일행들은 모두 달리기 시작했고 그 뒤를 따라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제네스와 에밀리가 적당한 마법을 펼쳐서 따라오는 것을 미연에 방지했다. 이내 5분 동안 도망친 덕분에 그들은 변종 몬스터들에게서 떨어질 수 있었다.

"다들 무사하십니까?"

"그래. 그런데 대체 저런 몬스터들이 어떻게 떼거리로 나타나는 거지?"

"무슨 원인이 있을 것 같은데."

"나한테 하나 추측이 있네."

"뭔데? 영감."

"저렇게 강한 몬스터라면 키메라일 가능성이 있지."

키메라. 마법으로 만들어진 생물로 각종 실험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키메라를 만드는 실험은 금지되어 있었는데 비인도적이고 잔인한 실험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음지 속에서 행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키메라라면 저렇게 강하다는 것도 이해가 되고 이런 몬스터의 숲에서라면 실험을 하기에 좋은 조건이지."

"그렇군요.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면 그 키메라를 만드는 마법사를 어떻게 찾을 수 있습니까?"

"클클클. 좀 전의 변종 몬스터들은 특유의 검은 마나를 뿜어내었다네. 그 검은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는 자가 범인이겠지."

"흐음...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저희의 임무는 원인의 규명인데 이 상황은 그에 준할 정도로 큰일인 것 같습니다."

"모리스. 생각 중에 미안한데 또 접근하는 이가 있다."

메스의 말에 일행들은 또 경계의 태세를 갖추었다.

"숫자는?"

"한 명. 그런데 상당히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다."

"한 명? 그러면 한번 기다리도록 하자."

한 명이라는 말에 모리스는 기다리기로 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접근해오던 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오크?"

나는 들리는 소리와 더불어 마나 감지 마법을 사용해서 장소에 접근해갔다. 그러다가 이내 갑자기 싸우던 몇 명이 도망치면서 전투가 중단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구나 도망친 몇 명이 가지고 있는 마나량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이 정도면 소드마스터들인데? 더구나 한 명은 높은 서클의 마법사로 보이고. 왜 이런 이들이 여기 있는 거지?"

나는 그들에게 흥미를 느끼고 접근해갔다. 결국 그들이 도망치는 것을 멈추고 서 있는 것을 눈치챈 나는 헤이스트 마법을 사용한 상태로 더욱 빠르게 그들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드디어 그들과 만날 수 있었다.

한 명의 마법사로 보이는 할아버지, 고양이 귀와 꼬리를 가지고 있는 여인. 갑옷과 우람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중년인과 반듯한 청년.

정령의 기운이 느껴지는 산뜻해 보이는 여인과 모험가의 옷을 입고 있는 중년인. 엘프로 착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는 여인과 와이번의 새끼. 살면서 보기 힘들 거라고 생각될 정도로 특이한 조합이었다.

"오크?"

모험가로 보이는 중년인이 나를 보고 의외라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오크가 갑자기 왜 나타난 거지?"

"오크 부족의 근처여서 올 수도 있는 거 아냐?"

나는 나를 두고 고민하는 이들을 보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그때 갑옷을 입고 있었던 중년인이 검을 들고 앞으로 걸어왔다.

"메스. 왜 그래?"

"모리스. 눈치채지 못했나?"

"뭘?"

"내가 느낀 것은 엄청난 속도로 우리를 접근하는 이였다. 그런데 저 오크에게서는 아무런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메스의 말에 일행들은 그제야 눈치를 채고 경계의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나는 그들의 분위기를 보고 먼저 변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기, 먼저 주먹이 나가는 것보다는 말부터 하는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말,말이?"

"...말이 유창하시는군요."

나는 나의 말을 듣고 놀라는 이들을 보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었다는 것을 느꼈다.

"아. 내가 오크에서 독특하고 머리가 좋은 편이여서 그래. 경계의 눈초리로 보지 말죠."

"클클클. 그럼 하나 묻겠네."

"예. 뭡니까?"

"자네에게서 미세하게 남아있는 검은 마나의 기운은 뭐지?"

"예? 그게 무슨..."

나는 할아범의 말을 듣고 나의 몸을 쳐다보았다. 나의 몸에는 마나가 민감한 이가 아니라면 모를 정도로 미세한 검은 마나가 남아있었다. 아마 검은 돌이 있던 지역에서 곧바로 와서 그런지 미세하게 흔적이 남아있었다.

"아니. 이건 검은 돌이 있었던 곳에서 와서 이렇게 된..."

"거짓말하지 말게나. 변종 몬스터에 이어서 검은 마나를 뿜고 있는 오크. 그리고 그 오크가 마법사의 복장과 함께 눈앞에 나타난다면 누구나 키메라를 만든 마법사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어..그게..."

나는 역지사지로 내가 상대방이었다면 똑같이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우물쭈물하는 것을 본 이들은 내가 범인이여서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본 모양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살기가 나에게 집중되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리스. 어떻게 할 거야?"

"웬만하면 전투를 피하는게 맞겠지만 여기서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네."

"그럼 먼저."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서 오해를 풀려고 말을 하려는 찰나,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나에게 접근하는 이가 있었다. 그 결과 나는 깜짝 놀라서 반사적으로 실드를 쳤다.

"실,실드!"

쩌저정!

4서클의 방어마법인 실드가 나를 중심으로 생성되었다. 하지만 어느새 나에게 다가온 갑옷을 입은 중년인이 휘두른 바스타드 소드에 실드가 버티지 못하고 산산히 부서져 버렸다. 바스타드 소드는 실드를 부신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나를 향해 휘둘렀다. 나는 반사적으로 망토를 두른 팔로 바스타드 소드를 향해 부딪혔다.

콰앙!

망토와 바스타드 소드가 부딪힌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중년인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고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법을 사용했다.

"파이어 플레임!"

화염의 불꽃이 중년인을 강타하고 뒤로 날아가게 했다. 하지만 중년인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채 곧바로 일어섰다. 나는 갑옷이 빛나는 것을 보고 상대가 상당한 마방능력이 갖춰진 갑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갑자기 무슨 짓이야?!"

나는 갑자기 공격한 중년인에게 소리를 질렀지만 중년인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얘기했다.

"너 대체 정체가 뭐지? 손속을 두었다고 해도 어떻게 나의 검이 망토를 찢지 못했던 거냐?"

"나는 그저 일개 오크일 뿐이다. 당신들이 말한 것과 상관이 없다고."

"풋. 웃기는 구만. 일개 오크가 6서클 마법을 사용하고 소드마스터의 검을 막아? 언제부터 그렇게 오크가 세졌지?"

나는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을 느끼고 점점 열을 받고 있었다.

"저기..믿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검은 마나는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그리고 나도 인내심의 한계가 있으니 좀 믿어줄래?"

"클클클. 그럼 이러면 어떻겠는가? 우리에게 순순히 억압돼서 따라온다면 믿어주겠네."

"영감. 웃기지 마. 저 녀석은 여기서 처리해야 한다고."

"저런 오크가 어디 흔한 줄 아는가? 충분히 장기적으로 관찰해야 할 관찰대상일세."

"안돼. 내가 살아있는 한 용납 못 해."

나는 내가 어떻게 한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의견들을 정리하는 두 명을 보고 이내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그리고 내 안에서 뭔가 뚝 끊기는 소리와 함께 나의 인내심은 사라졌다.

"이 개자식들아! 내가 좋게 끝나자고 했더니 뭐? 억압을 해? 처리를 해? 관찰을 한다고?! 너희들은 좋게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마라!"

나는 들고 있던 지팡이를 놓고 모든 마나를 해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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