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왕국 건설(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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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왕국 건설(15)
목욕탕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확인한 나는 오크들에게 이틀에 한번씩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는 의무를 내렸다. 나의 말에 반박을 하는 오크들도 있었지만 지급하는 돈을 깎는다고 얘기하자 쥐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제 목욕탕을 완료했으니 나는 전부터 하려고 생각했던 계획들을 드워프들과 나르샤에게 얘기했다.
"이제는 도로를 건설할까 싶은데. 어때?"
"도로도 맡겨줘라! 우리 드워프 왕국의 도로와 비슷할 정도로 완벽하게 만들어주지."
"좋아, 맡기겠어. 그러면 목축을 해볼까 싶은데. 나르샤 어떻게 생각해?"
"솔직히 나의 의견을 얘기하자면 농사도 힘든데 과연 목축을 할 수 있을까?"
"흐음...그러면 먼저 이건 보류고, 쿠로딘."
"말해라."
"드워프들이 술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맞지?"
"당연한 말을 묻는군. 우리들에게 술은 물만큼 소중한 것이지."
"네가 처음 와서 먹었던 술 기억나지?"
"그럼. 곡물로 빚은 술로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크들도 술을 좋아하는 편이야. 그런데 지금까지 여건이 안 되서 술을 빚지 못했는데 아예 술만 만드는 공장을 차릴까 싶어."
"꼭! 우리에게! 부탁해라!"
또다시 나온 드워프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나는 의도한 대로 흘러가자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좋아. 그것도 맡기겠어. 노동의 인원으로 오크들을 맘껏 쓰라고. 돈은 낼테니."
"알겠다! 바로 작업을 시작하자!!"
"우와아아!!"
쿠로딘과 드워프들은 지금까지 중 제일 높은 텐션으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결국 나와 나르샤, 단둘만 남게 되었다.
"흐음...그 밖에도 문제가 있긴 한데. 이건 어떻게 할까나?"
"무슨 문젠데?"
"전부터 생각했지만 오크들을 교육시킬 시설은 만들 수 있는데 인원이 없어. 맘 같아서는 인간 쪽의 선생들을 납치해오고 싶지만 그건 안되고."
"그런건 클레아에게 물어보는게 어때? 내가 알기로 클레아는 라이온 왕국의 사람이었던 걸로 아는데?"
"맞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
나는 나르샤의 말에 하나의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그 방법을 떠오르게 해준 나르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웬일로 도움을 주냐? 어디 잘못 먹었냐?"
"도움을 줬는데도 말을 그따위로 하냐?"
"킥. 그건 미안하군. 그런데 하나 물어봐도 되나?"
"뭔데?"
"이곳에서 생활하는게 불편하지 않나?"
"벌써 몇 달은 생활했는데 빨리도 물어본다."
"그래서, 어떤데?"
나르샤는 나의 말에 뒤통수를 긁으며 얘기했다.
"뭐...불편하지는 않아. 심심하지도 않고. 더구나 클레아를 가르치는 재미와 여동생이 생긴 것과 같은 느낌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겠지."
"내가 널 납치하고 있다는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는 그 상황에 불만이 없다는 거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불만을 넘어서는 기쁨이 있으니 상관없다고 얘기해야 하나? 솔직히 몇 달 전에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나에게 오크의 인식이 바뀌어 버렸어. 지금 나에게 오크란 그저 드워프처럼 타종족인 느낌이랄까?"
"그래? 그러면 다시 마나를 되찾는다면 안 돌아갈거냐?"
"되찾아 주기나 하냐?"
"그냥 말해봐. 심심풀이로 좋잖아."
"그렇다면...되찾아도 안 가지 않을까? 지금은 여기있는게 재밌으니까."
"그래? 그렇다면...마나 봉인 해제."
그 순간 나르샤의 손가락에 끼어있던 반지가 절반으로 깨지면서 떨어졌다. 마나를 봉인해주는 반지의 발동과 해제는 간단했다. 물론 해제하는 순간 다시 사용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지만 이제 목적으로 했던 것을 이루었으니 별로 아깝지는 않았다. 나르샤는 자신에게 마나가 돌아오는 것을 느끼고 있는 모양인지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뭐하는 거야? 지금."
"왜? 마나가 돌아오는게 싫어?"
"당연히 좋지. 그런데 왜 하필 지금 다시 돌려주는 건데?"
"그냥. 나에게 좋은 생각이 떠오르게 해줬고 너도 그동안 변한 것 같으니까. 또 마나를 돌려줘도 돌아가지 않는다며."
"내가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잖아."
"지금까지 내가 봤을 때 너는 거짓말하는 엘프는 아니였으니까. 내가 잘못 봤나?"
"그건 아니지만..."
"됐어. 어차피 말만 3년이지 그럴 생각은 없었으니까."
"....."
나는 이내 좀 전에 떠오른 생각을 돌이켜보았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얼추 어떤 계획으로 진행해야 할지 구상이 되었다. 그렇게 계획을 생각할 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뭐가 이상한지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나르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고개를 돌려보니 얼굴까지 빨개져 있었다.
"너 왜 얼굴이 빨개져 있냐?"
"....."
"설마 반지가 부작용을 일으켰어?"
"아,아냐."
"그럼 뭔데?"
"고..."
"고, 뭐?"
"고,고맙다고!"
나르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얘기했다. 나는 그 말 한번 하려고 얼굴이 붉어지면서 소리를 지를 정도인가 싶었다. 이 말광량이 엘프에게 이런 점이 있다는게 웃겨서 나는 웃음이 나왔다.
"풋. 뭘 그런거 가지고 얼굴까지 빨개지냐? 크큭."
"뭣!"
나르샤는 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런데 마나가 돌아와서 그런지 마나가 담긴 주먹은 무서운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와악! 실드!"
실드. 4서클 마법으로 물리적, 마법적 피해를 막아주는 방어마법으로 상당한 내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쩌저적.
내가 순간적으로 만든 실드가 나르샤의 주먹에 맞아서 금이 가고 있었다. 단순한 주먹으로 실드를 부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였는데 얼마나 세게 휘둘렀으면 금이 가고 있었다.
"야! 날 죽일 셈이냐?!"
"시,시끄러! 넌 좀 더 맞아야 해!"
"그 주먹에 맞다가는 100% 뒤진다!"
"그러라고 휘두르는 거야!"
나는 나르샤의 주먹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결국 밖으로 튀어 나갔다. 나의 뒤를 쫓아오는 나르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 것은 나의 착각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살기 위한 도주를 했다.
"얼추 도망친 것 같지?"
"아마도. 우리 스피드로 이 정도로 달려왔으니까 쫓아오기는 힘들 거야."
"그럼 이 아가씨는 이제 어떻게 할건데?"
메스는 어깨에 있는 아르셰를 보고 얘기했다.
"어떻게 하긴. 오크 부족까지 같이 가야지. 올 때 다시 들려서 놓고 가자고."
"그럼 그사이에 친하게 지내야겠군. 우리에게 위해를 걸려고 했지만 말이야."
"클클클. 그럼 마법을 해제하겠네."
제네스는 바인드 마법을 해제하였고 메스는 아르셰를 내려놓았다. 아르셰와 매트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지만 다른 이들도 다를 바 없었다. 뱀파이어라고 해도 하나의 인간처럼 보였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하지 말고 그냥 인간처럼 대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좋은 생각인데? 난 메스라고 한다. 나이트 왕국의 기사단장을 하다가 왔지."
"기사단장? 기사단장이 뭐지?"
"흐음...뭐라고 해야 하나? 마나를 느끼고 검을 사용하면서 정의를 집행하는 이들을 기사라고 하는데 나는 그 기사들의 대장이라고 이해하는게 쉽겠군."
"그럼 당신은 강한 편이야?"
"나? 강한 편이지. 대륙 내에서 10위 안에 들지 않을까 싶은데?"
"쳇. 그러니 내가 못 당하지."
"이젠 내가 물어보지. 내가 알고 있기론 뱀파이어는 낮에 활동하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아니. 아주 오래전에는 그렇다고 들었는데 점점 진화해서 지금은 그렇지 않아. 낮에는 활동이 조금 불편하지만 가능해."
"그렇군. 이왕 이렇게 된 거 하나씩 물어보는게 어떤가?"
"자기 맘대로 하는군. 좋아. 물어보라고."
"그럼 이어서 제가 물어보겠습니다. 몬스터의 숲 밖으로 나가본적 없습니까?"
"없어. 우리 뱀파이어 일족은 몬스터의 숲에만 있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지. 몬스터들의 피를 먹고 살아가면 되니까."
"그럼 왜 저희를 덮치려고 한 겁니까?"
"몬스터들의 피만 먹다가 인간이 나타나 봐라. 인간의 피를 먹고 싶지 않겠냐?"
"흐음. 그렇군요. 뱀파이어에게는 인간도 하나의 먹이니까요. 하지만 저희 같은 인간이 있을 줄은 몰랐겠죠."
"마나가 비이상적으로 많은 것을 눈치챘을 때 그만뒀어야 했는데. 괜히 욕심을 부렸어."
"매혹 마법은 인간만 통하는 건가요?"
"아마도? 몬스터에게는 매혹마법을 쓸 일이 없었으니까."
"수인은 만나보지 못했나?"
"수인? 그러고보면 너도 수인이군. 수인의 피는 맛있는 편이였지."
퍼억!
베로나는 주먹에 마나를 실어서 아르셰의 빰에 휘둘렀다. 아르셰는 빰을 맞자마자 손톱을 뾰족하게 세워서 베로나를 향해 찔렀다. 하지만 날카로운 손톱도 마나가 담긴 베로나의 주먹을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가 좋게 대해준다고 너의 상황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군. 여기서 너보다 약한 이는 없으니 약한 자는 약한 자처럼 행동하는게 좋을 거야."
"키야악!! 널 언젠가 죽일 거다!"
"그게 가능할 것 같아?"
베로나와 아르셰 사이에 흉흉한 분위기가 오가는 가운데 모리스가 나서서 중재했다.
"두 분 다 그만하시죠. 이제부터 같이 다닐 사이에 이러시는거 아닙니다."
"훗. 운 좋은줄 알아라."
"두고 보자고."
모리스는 손수건을 꺼내서 아르셰를 향해 넘겨주었다. 아르셰는 모리스가 준 손수건으로 입에서 터진 피를 닦았다.
"분위기가 이렇지만 매트님. 물어보고 싶은거 있습니까?"
"...지금은 없습니다. 추후에 물어보죠."
"알겠습니다. 그럼 이동하도록 하죠."
어느 정도 정리된 분위기 속에서 일행들은 이동을 시작했고 모리스는 아르셰에게 일행들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었다.
"저는 모리스라고 합니다. 용병왕국 요리스의 대표로 오게 됐습니다."
"용병왕국 요리스? 어디 있는 건데?"
"몬스터의 숲의 서쪽에 있습니다. 서쪽에는 6개의 왕국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용병왕국입니다."
"모리스. 넌 센 편이야?"
"저도 센 편이지만 저보다 센 인물들도 많습니다."
"저 수인 년보다 강해?"
모리스는 아르셰의 질문에 곤혹스러운 감정도 있었지만 잘 이야기하기로 했다.
"저랑 베로나님은 거의 비슷합니다. 그렇기에 누가 더 강한지는 붙지 않는 이상 모르겠지요."
"그렇구나."
"그리고 저기 있으신 제일 연장자분이 제네스님입니다. 마법왕국 일루드의 대표로 오신 거지요. 8서클의 마법사입니다."
"와아~ 8서클이야? 대단하네."
"칭찬 고맙구만. 클클클. "
"그리고 저쪽이 에밀리님입니다. 동맹왕국 세레티의 대표로 오신 분으로 상급 정령사입니다."
"정령사인 것은 알았어. 만났을 때 정령을 사용했으니까. 그런데 상급 정령사인줄은 몰랐는데? 그런 이가 매혹마법에 당할 줄이야."
에밀리는 아르셰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
"그리고 아르셰님과...같이 있었던 이분이 매트님입니다. 라이언 왕국의 왕자면서 대표로 나오셨습니다."
"에헤? 왕자라고? 그럼 얘도 강해?"
"매트님도 저희 일행에 끼실 정도로 강한 분이십니다."
"과찬입니다."
매트는 자신의 추태를 보여주었는데도 모리스가 그렇게 얘기해주자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까 얘기했던 근육 돼지가 메스입니다."
"근육 돼지라니. 말이 심하네."
"사실은 사실대로 얘기해야지. 자, 아르셰님. 궁금한 점이 더 있으십니까?"
"음. 하나 궁금한게 있는데 왜 너희들은 여기까지 온 거야? 이곳은 몬스터 숲의 안쪽이여서 인간이 오는 것은 드문데 말이야."
"그건...얘기해도 되겠습니까?"
"뱀파이어한테 숨겨서 뭐 해?"
"클클클. 가르쳐줘도 무방하겠지."
"알겠습니다. 저희들은 오크 부족에서 큰 마나의 변동이 느껴져 그 원인을 찾으려고 가는 겁니다. 혹시 몬스터의 숲에서 무슨 이변이 없었습니까?"
"이변? 이변이라...아! 하나 있었다!"
"뭡니까? 그게."
아르셰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의 시선은 모두 아르셰에게 몰렸다.
"숲에서 갑자기 새로운 몬스터가 생겼어."
"새로운 몬스터?"
"응. 검은 마나를 뿜으면서 괴상하게 생긴 몬스터들이. 걔네들이 얼마나 강한지 우리 뱀파이어들도 피할 정도야. 개개인의 전투력은 물론, 개체 수도 많아서 상대할 수가 있어야지."
아르셰의 말에 모든 일행들이 멈추었고 그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내려갔다. 모두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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