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왕국 건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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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왕국 건설(10)
그란과 친위대 오크 100여 명이 성에서 생활하기 시작했고 나르샤와 클레아도 같이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활한지 이틀 만에 문제가 발생했다.
"...너 꼴이 왜 그러냐?"
"무슨 문제 있습니까?"
"너 마치 열흘은 못 잔 폐인 같아."
내 말대로 로그의 몰골은 생기가 빠진 폐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로그에게 이틀 동안 있었던 일을 얘기하라고 했고 그 끝에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이틀 전, 로그에게 100여 명의 오크들을 관리하라고 했다. 로그는 그 명령을 이행하였고 그로 인해서 소드마스터라는 초인적인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로그의 말에 의하면 물건을 더럽히거나 훼손시키고 망나니짓을 하게 두지 말라는 나의 명령만 이행했는데도 마법을 쓰면서 이동할 정도로 한시도 쉴 수 없었다고 한다.
더구나 오물투성이인 몸으로 방에서 뒹구는건 물론이고 사냥하고 온 것을 방에서 해체하고 심지어 화장실을 가지 않고 방에서 똥을 싸려고 하는 이도 있다고 한다.
"...왜 얘기하지 않았지?"
"저는 이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슨 방안을 대책 해야겠군."
오크들을 관리하고 일 처리하는데 로그 이상의 인물이 없었다. 그런데 초인의 반열에 오른 로그가 이렇게 될 정도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로그가 몇 명 더 있었더라면....잠깐."
나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쩍하고 지나갔다.
"로그는 원래 홀로그램이였지. 그러면 로그와 같은 홀로그램을 만들어서 몸을 부여하면 되지 않을까? 로그! 널 만드는데 걸린 과정과 방법이 기록에 남아있나?"
"베아트리스님의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개성과 인격, 감정을 부여한다면 아무리 주인님이라도 엄청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그런 것들을 제외하고 말만 듣는 인형과 같은 거라면?"
"그런 거라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주인님의 능력이라면 한 달에 1개 정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그렇게나 오래? 전투능력을 제외한다면?"
"그렇다면 이틀에 1개 정도로 가능할 거라고 예상됩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지금부터 작업에 들어간다. 로그.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분발해라."
"예. 알겠습니다."
로그는 다시 오크들을 관리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고 나는 곧바로 작업의 준비에 들어갔다. 로그의 말대로 베아트리스의 기억 속에 로그의 제작 과정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기억에 의하면 개성과 인격, 감정을 부여하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렸지만 그 외의 것은 쉽게 구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말만 쉽게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지, 드래곤의 능력으로도 이틀은 꼬박 날을 새야 1개를 만들 정도로 정교한 작업이었다.
"좋아. 전투능력 자체는 없어도 되니까 마법은 필요 없겠고 대신 작업을 해야 하니까 신체능력은 좋게 해야겠지.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단답형으로 얘기할 수 있을 정도의 지능은 있어야 해. 그리고 필요한 것은 인간을 구성하는 재료와 내가 사용할 마나를 고려한다면..."
그렇게 쓸데없는 것은 빼고 필요한 기능들만 남기면서 기억 속에 있는 수식을 꼼꼼히 수정해나간 끝에 어느 정도 예상 시간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휴. 다 됐군. 어디 보자...이 정도면 3일에 2개 정도는 만들 수 있겠는걸?"
나는 그때부터 재료의 공수와 작업의 준비에 들어갔고 내가 이렇게 준비를 할 때 작업장에서는 그란과 100여 명의 친위대 오크들이 수련을 시작하였다.
"취이익~ 수련을 시작하겠다."
"취익!!"
그란이 100여 명의 친위대 앞에 서서 이야기를 하고 그 모습을 멀리서 클레아와 나르샤가 지켜보았다.
"취이익~ 수련은 간단하다. 먼저 도끼를 들어라."
도끼는 드워프들이 미리 만들어 놓은 연습용으로 대충 만들라고 시켜놓은 것인데 다른 종족의 입장에서 봤을 때 연습용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그것을 보여주듯이 친위대 오크들은 도끼를 받고 감동하는 소리를 내뱉었다.
"취이익~ 모두 도끼를 들었는가?"
"취익!! 들었다!"
"취이익~ 그럼 먼저 도끼 1000번을 휘두른다."
"취익! 알겠다!"
그때부터 친위대 오크들은 도끼를 휘둘렀다. 그리고 그게 다였다. 무식하게 휘두르고 휘두르고 계속 휘둘렀다. 팔이 후들거리고 땀이 비 오듯이 쏟아져도 계속 휘둘렀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클레아는 나르샤에게 얘기했다.
"언니. 원래 수련은 저렇게 해요?"
"...오크여서 그런 거야."
"그런데 저렇게 해서 그란 오빠는 익스퍼트에 올랐잖아요."
"그게 나도 신기해. 오크들은 원래 저렇게 무식하게 해야 힘을 얻나?"
"흐음..저는 저렇게 안 해도 되죠?"
"그래. 우리도 수련을 시작해볼까?"
"예. 언니."
한쪽에서는 도끼를 수없이 휘두르고 있었지만 나르샤와 클레아는 그들을 무시하고 따로 수련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저쪽은 무식하게 휘두르면서 자연스럽게 마나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먼저 마나를 느끼고 수련을 시작할 거야."
"예. 알겠어요."
"먼저 눈을 감아봐."
클레아는 나르샤가 하라는 대로 눈을 감았다.
"좋아. 먼저 호흡을 가라앉히고 주위를 느껴봐. 뭐가 있지?"
"저쪽에서 수련하는 것이 느껴져요."
"계속 이야기해."
"그리고 언니가 있는 것이 느껴져요."
"또?"
클레아는 나르샤의 말에 맞혀서 감각에 더욱 집중하였다.
"또...무언가 주위를 떠다니고 있어요. 뭔가 끈적이는 느낌이에요."
"그게 마나라는 거야. 보통은 그렇지 않지만 여기는 마법진이 걸려있어서 몇 배는 더 모여있기 때문에 끈적이게 느껴지는 거지. 이제 느낌을 알았니?"
"예. 느껴져요."
"좋아. 눈을 뜨렴. 그리고 목검을 집어 봐."
클레아와 나르샤는 목검을 집었다. 그리고 서로의 목검을 대치한 상태에서 나르샤가 얘기했다.
"검이란 상대를 죽일 수도 있고 나를 방어할 수도 있는 무기야. 또 상대를 제압할 수도 있지. 예를 들어서 상대를 죽인다고 하면 급소를 공격하는게 제일 효과적이야."
나르갸는 목검을 들어서 머리, 심장 그리고 목을 향해 겨누었다.
"이 세 곳이 당하면 한 번에 죽는 급소야. 이런 급소를 향해 공격하는 것을 이으면 하나의 검술이 되지."
나르샤는 목검으로 머리를 찌르고 목을 베고 마지막으로 심장을 찌르는듯한 모션을 취해주었다.
"또 여기서 허초를 섞어주면서 상대를 교란시키는 방법도 있고 검을 뽑으면서 휘두르는 발검도 있지. 그런 것처럼 검술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어."
"그렇군요."
"그러니 먼저 검을 휘두르는 법부터 배우자. 차근차근 배우면 될 거야."
"예. 잘 부탁해요, 언니."
연무장에서 오크와 인간, 엘프가 수련에 힘을 박차면서 왕국의 또 하루가 지나갔다.
"매트. 뭘 잡으려고?"
"제일 좋은 것은 사슴인데 와이번은 잡식성으로 알고 있습니다. 몬스터도 보이면 데리고 가도 되겠죠."
"그렇구나. 어? 그런데 비가 오기 시작했어."
에밀리의 말대로 하늘이 우중충해지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비가 심해지기 전에 빠르게 잡고 오죠."
"잠시만."
에밀리는 매트와 자신에게 바람의 정령을 사용해서 비를 맞아주지 않게 해주었다.
"바람의 정령으로 근처의 생명체를 감지할 수 있나요?"
"가능해. 실프를 통해서 알아볼게."
에밀리는 바람의 하급 정령, 실프를 보내서 생명체 탐지를 시켰다. 그리고 시간이 별로 지나지 않았는데도 실프에게서 반응이 왔다.
"어? 반응이 벌써 왔는데? 근처에 뭐가 있나 봐."
"가보죠."
에밀리를 선두로 앞을 나아갔고 실프가 이끄는 대로 가자 무슨 인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자와 여자, 두 명이 있었고 바닥에는 다리가 다친 사슴이 쓰러져 있었다. 남자와 여자는 매트와 에밀리가 나타난 것을 보고 놀라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매트와 에밀리도 놀랐던 것이 남자와 여자가 살면서 본 인물들 중에서 제일 잘생기고 예뻤다.
"당신들은 누구죠?"
"아..죄송합니다. 저희는 모험가들로 산을 올라가려다가 식량이 필요하여 구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실프를 보내셔서 찾으신 겁니까?"
"실프가 보이시나요?"
"옛날부터 마나는 잘 느꼈답니다."
순간적으로 남자가 미소를 짓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는 에밀리였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조금 위화감을 느꼈다.
'뭐지? 이 위화감은?'
"저기...당신들은 여기 몬스터의 숲에서 사시는 겁니까?"
"예. 저 산을 넘고 약 1주일 정도 되는 거리에 마을이 있습니다."
"그렇게 멀리 있는 곳에서 왜 여기까지?"
"저희 마을 근처에는 먹을 만한 식량이 없어서 식량 공수를 위해 여기까지 온 겁니다."
"아. 그렇군요."
매트는 대가를 치르고 쓰러져 있는 사슴을 가져가고 싶었지만 저렇게 식량을 구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는 말에 얘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사슴을 드릴까요?"
"예?"
"원하시는 거 아니에요?"
"원하긴 하지만 괜찮으십니까?"
"예. 저희는 사냥을 하는데는 도가 텄으니까요."
"그렇지만..."
매트는 사슴을 받는 것은 좋지만 아무런 대가 없이 받기에는 조금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그냥 받기에는 조금 그러니...원하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당신들은 어디로 가는 중이죠?"
"이 산맥을 넘고 오크 부족들로 갈 예정입니다."
"그러면 오크 부족에 가기 전에 저희 마을에 들려주십쇼. 그걸로 대가는 충분합니다."
"알겠습니다. 위치가 어디쯤이죠?"
"오크 부족으로 가는 길에 하나의 큰 산맥이 또 있습니다. 그 산맥에 올라가서 내려다봤을 때 마을이 보일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제 이름을 걸고 마을에 방문하겠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여자가 미소를 짓자 순간적으로 멍하니 여자를 바라본 매트였다. 이내 매트는 자신의 추태를 깨닫고 다시 표정을 고치며 사슴을 어깨에 멨다. 서로를 향해 인사를 하고 에밀리와 매트는 빠르게 동굴을 향해 귀환했다.
매트는 사슴을 메고 귀환하면서 에밀리에게 얘기했다.
"에밀리 누나."
"왜?"
"저 사람들 이상하지 않았나요? 뭔가 위화감이 들던데."
"...너도 그랬니?"
"예. 엄청 잘생기고 예뻤지만 뭔가...말로 표현은 못 하겠는데 이상했습니다."
"나만 그런게 아니고 너도 그렇게 느꼈다면 맞겠지. 그럼 그 마을에 들르지 않을 거야?"
"모리스님에게 상의해야겠지만 제 이름을 걸었기 때문에 저는 갈 겁니다."
"그래? 그럼 나도 같이 가줄게."
"감사합니다. 에밀리 누나."
"뭘 이런 걸 가지고."
매트와 에밀리는 위화감을 느꼈던 것을 어느새 잊고 동굴로 귀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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