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왕국 건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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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왕국 건설(9)
내가 그란에게 이 성은 네 것이라고 하자 그란은 엄청나게 놀랐다는 듯이 얘기했다.
"그란. 이제부터 이 성은 네 거야."
"취이익!! 이 성이 내거란 건가?!"
"그래. 넌 왕국의 왕이잖아. 좀 더 자각하라고."
"취익~ 그랬지. 계속 까먹고 있었다."
"오늘부터 이 성에서 생활해. 그리고 연무장에서 너희들이 수련하기 좋게 만들었으니까 애들 뽑아서 거기서 수련하도록 하고."
"취익~ 알겠다. 그럼 언제 뽑는가?"
"내가 공지할게."
그때 나는 오크를 얕잡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얕잡아 본 결과는 다음 날에 나타났다. 내가 친위대를 뽑고 그와 더불어 화폐에 대한 보상이 있다고 얘기한지 하루가 된 날, 성 앞에는 만여 명의 오크가 몰려와 있었다.
"취이익! 일거리를 달라!"
"취췩! 나를 뽑아라! 나는 체력에 자신 있다!"
"취익~ 나는 힘이 강하다! 날 뽑아라!"
만여 명의 오크가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치고 있었다. 이렇게 열광적으로 모일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나는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허...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는데."
"취이익~ 어떻게 할 건가? 듀로크."
"흐음...무식하지만 그 방법을 쓰는 수밖에."
나는 플라이 마법으로 만여 명의 오크를 모두 볼 수 있는 장소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목소리에 마나를 부여하여 오크들이 모두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소리 질렀다.
"조용! 모두 집중해라!"
나의 목소리에 난리를 치던 오크들이 조용해졌고 나를 바라보았다.
"여기 있는 모든 오크들을 뽑을 수 없다. 그러니 시험을 통해서 통과한 오크들만 뽑을 것이다."
"취이익~ 어떻게 뽑을 건가?"
"간단한 시험을 할 거다. 모두 손과 발을 땅에 붙이고 무릎을 핀 자세를 취한다. 실시!"
내 말에 만 명의 오크가 팔굽혀펴기 자세를 하는 광경은 우습게도 장관이였다. 나는 모든 오크들이 자세를 잡은 것을 확인하고 얘기했다.
"내가 하나라고 하면 팔을 굽히고 둘이라고 하면 다시 원상 복귀를 한다. 오래 버틴 100명을 뽑을 거니까 끝까지 버티도록. 부정행위 하는 이는 곧바로 퇴장이다. 그럼...하나!"
나의 구령에 맞혀서 만여 명의 오크들이 팔을 굽혔다.
"둘!"
이어서 구령에 맞혀서 만여 명의 오크들이 팔을 폈다.
"하나, 둘. 하나, 둘."
나는 오크들이 나의 구령에 맞혀서 하는 것을 보고 본격적으로 빠르게 시작했다. 이것은 전생에 군대에 있을 때 받은 얼차려의 한 종류인데 이렇게 사용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지만 지금보다 적절한 상황은 없었다.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약 200회 정도를 하자 이내 포기하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역시 오크들의 체력은 인간보다 좋아서 그런지 포기하는 자가 생기는게 조금 늦었다. 더구나 구령에 맞혀서 하는 것이 자신의 페이스대로 하는 것보다 힘들다는 것을 감안했음에도 그랬다.
약 400회 정도를 하자 절반 정도가 포기했고 600회 정도를 하자 약 20% 정도가 남아있었다. 남은 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고 팔이 후들후들 떨리는데도 계속 행하고 있었다. 내가 목이 마를 정도로 숫자를 부르고 약 1000회 정도가 되어서야 100여 명의 오크들이 남았다.
"좋아. 이상으로 남은 이들을 친위대로 삼는다."
"취이익! 해냈다!"
"취췩~ 손이 안 올라간다."
"취익! 이제 나는 돈이 많다!"
선택된 오크들이 얼싸안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왠지 흐뭇함을 느끼는 나였다. 나는 뽑은 100여 명의 오크들을 성으로 데려간 후에 남는 방에 들어가서 생활하라고 했다. 오크들은 자신들이 이 성에서 생활할 줄은 몰랐는지 엄청나게 기뻐했다.
그런데 문제는 오크들이 성에서 생활한다면 분명히 개차반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기에 이들을 감시하고 돌봐줄 이가 있어야 하는데...나의 뇌에는 한 명의 인물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고 나는 곧바로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로그. 뭐 하고 있냐?]
[석회석의 수입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이제 건물들은 대부분 지었으니 스톤 골렘들을 데리고 왕국으로 돌아와라.]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한테 새로운 임무를 주마.]
[말씀만 하십쇼.]
[오늘부터 성에 100여 명의 오크들이 살기 시작했는데 네가 그들을 관리해라.]
[예. 어떻게 관리를 하면 되겠습니까?]
[흐음...물건을 더럽히거나 훼손시키고 혹은 망나니같은 짓을 하면 그런 행동들을 하지 못하게 하여라. 혹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으면 나에게 묻거나 혹은 클레아에게 물어보면 잘 가르쳐줄 거다.]
[예. 그럼 명령을 시행하겠습니다.]
[알겠다.]
태어난지 별로 안 됐다고 볼 수 있는 로그에게 이번 임무는 융통성과 조금은 인간답게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속으로는 귀찮은 걸 맡기는 마음이 더 컸다.
쿠로딘과 드워프들은 배수시설을 만드는데, 그란과 친위대 오크들은 이제 성에서 생활하며 수련을 하는데, 클레아와 나르샤는 수련에, 이렇게 각자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왕국의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었다.
몬스터의 숲에 들어간지 일주일 째 되던 날, 주위가 훤히 보일 정도로 높은 산을 오르게 되었다. 베로나의 말로는 최단코스로 가는 길 중에 제일 중요한 곳이라고 했다. 몬스터의 숲에는 여러 개의 산맥이 있는데 이 산맥이 높을뿐더러 험난하기까지 해서 웬만한 사람들은 돌아서 가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원정대는 이 산맥을 넘어서 가기로 했기에 그만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 산맥을 넘는데 얼마나 걸리는 거야?"
"대략 이틀은 걸린다. 그리고 이 산맥에만 사는 몬스터들이 있으니 조심해야 해."
"어떤 몬스터?"
"대표적인 몬스터로는 와이번이 살고 있지."
와이번. 철과 같이 단단한 갑피를 가진 날아다니는 몬스터이다. 소형 드래곤이라고 불릴 정도로 크기가 10미터는 기본적으로 넘고 공중 몬스터의 최강자였다.
"와이번? 여기가 와이번 서식지입니까?"
"응. 와이번들은 이렇게 높은 산맥에 알을 까는 경우가 많거든. 조심하라고."
"베로나님. 질문 있습니다."
"뭔데?"
"저기 쓰러져 있는게 와이번 입니까?"
"뭐?"
매트의 말에 베로나를 비롯한 나머지 인원들이 모두 매트가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와이번 새끼로 보이는 몬스터가 쓰러져있었다.
"캬아악!"
와이번 새끼는 일행들을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위협을 가했다.
"다친 것 같은데? 베로나. 이럴 경우에는 어떻게 하냐?"
"이런 경우는 거의 없는데...보통 치료를 해주거나 아니면 고통에서 벗어주게 하려고 빠르게 죽여주거나 하지."
"그래? 그러면...대장. 어떻게 할까?"
"흐음...제네스님. 혹시 와이번을 잠재우실 수 있습니까?"
"클클클. 와이번 자체에 마법 내성이 있어서 오래 걸리겠지만 슬립 마법을 연속으로 사용하면 가능할걸세."
"그렇군요. 제네스님, 이것은 제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에 그런 것인데 혹시 와이번을 길들였던 사례는 없습니까?"
"좋은 질문이네. 과거의 일례에 와이번을 사로잡아서 정신지배의 마법을 사용해봤지만 마법 내성 때문에 계속 실패한 기록이 있네. 드래곤의 정신지배마법이 아닌 이상 힘들 거라는 결과를 도출하게 되었지."
"그렇다면 먼저 저 와이번을 잠재워 주시겠습니까?"
"세뇌가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마법을 건다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겠지?"
"예. 제 생각에는 와이번 새끼를 데리고 다니면 와이번들이 함부로 공격하려 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와이번을 잠재우고 데리고 다니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쁘지 않는 생각이네. 와이번이 떼로 몰려오면 초인들도 위험해지는 상황이 오니 말일세."
제네스가 와이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와이번은 다가오는 제네스를 향해 위협하는 소리를 내었다.
"캬아아악!!"
"슬립."
제네스가 슬립 마법을 쓰자 마법 내성이 있어서 한 번에 잠에 빠져들지 않았지만 고개를 움직이며 졸기 시작했다. 결국 제네스가 슬립 마법을 몇 번 더 사용하자 이내 버티지 못하고 뻗어버렸다.
"어디 상처 좀 보자...이 정도면 리커버리 마법은 써야겠군."
리커버리 마법. 7서클 마법으로 힐링보다 훨씬 큰 상처도 치료해주는 마법이다. 와이번 새끼는 옆구리의 가죽이 뜯겨서 대량의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 리커버리 마법을 사용하자 깔끔하게 원상 복귀했다.
"리커버리 마법은 왕족만이 받을 수 있을 정도의 마법인데 와이번한테 걸게 될 줄은 몰랐군. 귀한 와이번일세."
"죄송합니다."
"클클클. 아닐세. 필요한 상황이니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추가로 경량화 마법까지 걸었다네. 새끼여도 웬만한 인간보다는 무거울 테니 말일세."
"제가 업고 가겠습니다."
매트는 선뜻 자신이 와이번 새끼를 업고 가겠다고 했다. 그에게는 왠지 와이번 새끼가 다친 모습이 눈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매트님의 배낭은 제가 들고 가겠습니다."
"매트. 너한테도 바람의 정령을 걸어줄게. 그러면 장기간으로 걸어도 힘들지 않을 거야."
"고맙습니다. 에밀리 누나."
"천만에. 그리고 나도 왠지 와이번을 자세히 보고 싶거든."
와이번 새끼의 크기는 약 2미터로 매트보다 컸다. 매크가 업고 있으니 아이가 부모를 업은 것처럼 가혹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지만 경량화 마법과 소드마스터의 신체능력, 바람의 정령까지 부여된 덕분에 아무런 무리 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와이번 새끼를 데리고 산을 올라간지 약 2시간이 되었을 무렵 하늘의 날씨가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었다.
"이거 한바탕 내릴 것 같군요. 베로나님. 이 근처에 하루 묵을만한 동굴 없습니까?"
"있어. 그리로 안내하지."
베로나가 안내한 동굴은 몬스터가 쓰고 버린 듯한 흔적이 보이는 동굴이었다. 안에는 6명이 충분히 들어갈 정도로 넓었고 비를 피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때 와이번이 조금씩 잠에서 깨어나려는 기색을 보였다. 제네스는 다시 슬립 마법을 걸려고 했지만 매트가 손을 들고 제네스에게 물어봤다.
"제네스님. 혹시 와이번을 정신지배를 하지 않고 길들이기 위한 시도를 해본 적이 있습니까?"
"클클클.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네. 왜냐하면 그들은 몬스터이기에 길들일 수가 없지."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다 커버린 와이번은 안되더라도 새끼부터 길들인다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은 젊은이의 특징이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무모함으로부터 창의적이고 생각지도 못 한 일이 나오게 되는 것도 젊은이의 특징이네. 알겠네. 나같은 늙은이는 머리가 굳어서 속으로는 반대하지만 젊은이들의 권리를 침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니까."
"감사합니다. 그 믿음에 보답하지요."
"열심히 해보게나."
매트는 업고 있던 와이번을 동굴 안쪽으로 데려갔다. 그때 자신을 도와주는 손길이 있었는데 바로 에밀리였다.
"나도 도와줄게. 나도 너와 같이 와이번을 한번 길들여보고 싶어."
"고맙습니다. 에밀리 누나."
매트와 에밀리는 와이번을 동굴 안쪽에 내려놓고 뒤로 물려나서 와이번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슬립 마법이 점점 사라져가면서 와이번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와이번 새끼는 눈을 뜨자 자신의 근처에 6명의 인간이 있는 것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
"키에엑!!"
"잠깐, 적의를 표현하지마. 나는 너를 해칠 생각이 없어."
매트는 두 손을 들고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에밀리는 배낭에서 자신의 팔뚝만한 고기를 꺼내서 조심스럽게 와이번의 앞에 두고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와이번은 고기를 먹지 않고 그저 눈으로 계속 일행들을 쳐다보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경계를 늦출까?"
"이럴 때는 시간이 약입니다. 저희가 적의가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평소와 똑같이 행동하죠."
매트는 와이번이 마치 없는 듯이 일행들의 곁으로 걸어갔다. 에밀리는 매트의 행동을 보고 따라서 걸어갔고 와이번은 그들이 하는 행동을 계속 지켜만 보고 있었다.
"이봐. 매트. 너는 와이번을 길들여서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거야?"
메스가 매트를 향해 물어봤다.
"어떻게 할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저 녀석이 불쌍해 보였습니다."
"어떤 점이?"
"무리에서 떨어진 점과 몬스터에게 당해서 그렇게 쓰러져 있는데도 경계심을 내리지 않는 모습에 측은심이 들었습니다."
"흐음...그렇군. 역시 젊은 것은 다르구만. 이 나이쯤 되면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단 말야? 그저 드는 생각이라면...와이번을 길들이는 것을 성공하면 와이번 라이더를 양성할 수 있다..같은 생각?"
"호오? 그거 괜찮은데?"
"그치? 성공한다면 병력의 구성 자체부터가 변할 거야. 공중의 전력이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전략이 증가한다는 것이니까...그런데 베로나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거 보면 늙었구나?"
"인간으로 쳐도 나이가 어느 정도 있으니까. 그리고 지금까지 살면서 웬만한 일은 다 겪어봐서 그런 감정은 남아있지 않아."
"...전 조금 나갔다 오겠습니다."
"응? 어딜 갔다 오게?"
"와이번을 위해서 사냥을 하고 오겠습니다. 죽은 것은 먹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갔다 와도 되겠습니까? 모리스님."
"괜찮겠지요. 단, 무슨 일을 대비해서 2인 1조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럼 제가 같이 갔다 올게요."
"알겠습니다. 부디 조심하십쇼."
"모리스님. 제가 없는 동안 와이번을 부탁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매트와 에밀리는 날씨가 급격히 흐려지는 와중에도 동굴을 나갔다. 메스는 그런 둘을 보며 얘기했다.
"청춘이구만. 나도 저 나이 때는 저랬었나? 어땠어? 모리스."
"자네도 저 나이 때는 저랬지. 최소한 그 미만은 아닐 거다."
"그래? 그러면 지켜보는 것도 우리의 일이겠지?"
"아무렴. 1주일밖에 같이 지내지 않았고 타왕국의 인물들이지만 왠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더군."
"뭐, 그게 정상 아니겠어? 안 그래? 베로나."
"나한테 묻는 거냐? 흐음...뭐, 그렇다고 봐야겠지."
"클클클, 그런 의미에서 나도 자네들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네."
"영감. 마음에 없는 소리는 하지 맙시다."
"과연 어떨까나?"
동굴 안에는 4명의 인간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것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와이번이 있었다. 밖에서 2명이 사냥을 하러 이동하고 있을 때 드디어 하늘에서 비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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