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왕국 건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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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왕국 건설(7)
"그란. 뭐 하고 있냐?"
"취익~ 수련하고 있었다."
"성이 완성됐어. 한번 보러 가자고."
"취익~ 알겠다. 준비하지."
지금까지 성에 수많은 오크들이 투입하여 건설했지만 실제로 성의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드워프들이 자신들의 역작이라면서 미리 보면 놀라움이 식는다고 보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은 기대를 하면서 이제 왕이 되어 성에서 살아갈 그란에게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여 찾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왕국을 만들면서 느낀 것이 오크만한 노동자가 없을 정도로 그들은 노동자에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무식할 정도의 반복 학습, 인간보다 강한 체력, 단순한 성격은 그들을 완벽한 노동자로 만들었다. 다른 종족이라면 한참 전에 나왔을 불평불만도 오크들은 당연시 여기면서 일을 행했기에 성과 성벽은 순식간에 완공할 수 있었다.
여기서 오크들이 불평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으니...바로 오크들이 돈의 맛을 알기 시작한 것이다.
"취이익! 돈이 최고다! 돈만 있으면 뭐든 된다!"
"취익~ 일거리를 달라! 나는 돈을 갖고 싶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돈의 맛을 알기 시작한 오크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왕국 건설을 완료하려면 아직 시킬 일들이 산더미같이 남아있었기에 좋은 현상이였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돈을 너무 밝히게 되지는 않을까라는 걱정도 있었다.
그렇게 다양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결국 성과 성벽을 모두 건설하는데 성공하여 확인하기 위해 그란과 함께 이동했다.
"그란. 너 내가 가르져 준 마나 호흡법 알고 있지?"
"취익~ 알고 있다."
"너 어떻게 수련한 거야?"
"취익~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수천 번, 수만 번이상. 그리고 어느 순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았다."
"그,그래?"
나는 그란과 같이 무식하게 노력해서 힘을 얻었다는 경우는 처음 들어봤다. 그렇게 그란이 무식하게 훈련하는 모습이 상상하고 있을 때 한 가지의 의문점이 생겼다.
'잠깐, 오크들은 설마 무식하게 수련을 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그란이 특별한 건가?'
그란의 성장을 보면 무식하게 수련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란이 특별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었다. 결국 고민한 끝에 이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 생각났다.
"그란. 너도 이제 왕이잖아. 그러니 너를 위한 친위대를 뽑아야 된다고 생각 안 해?"
"취익~ 친위대?"
"그래. 너를 지켜주고 너의 말을 듣는 친위대. 캬. 남자의 로망 아냐?"
"취익~ 필요하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그래서 내가 하나 생각해둔게 있는데 내가 가르쳐준 마나 호흡법 있잖아. 네가 친위대들한테 가르쳐줘."
"취익?"
"그러니까 이러는 거지. 친위대를 하는 이들에게는 더 많은 돈을 주겠다. 이렇게 얘기하면 분명 하고 싶다고 하는 이들이 줄을 이룰 거야. 너는 그들을 데리고 네가 수련했던 것처럼 막 굴려. 그러면 체력이 약하거나 참을성이 적은 이들은 떨어지고 정예들만 남겠지. 그리고 남은 이들을 친위대로 정하고 네가 수련했던 것을 똑같이 하게 해주면 돼."
"취익! 좋은 생각이다. 역시 현자 오크다."
"칭찬 고마워. 그런데 현자란 말은 오랜만에 듣는데?"
그렇게 그란과 내가 하나의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어느새 우리는 목표했던 장소에 도달할 수 있었다.
"....와우."
"취이익!!! 대단하다!"
그란과 나의 앞에는 거대한 성이 있었다. 콘크리트와 돌로 만든 성으로 전생의 기억이 있는 내가 봐도 훌륭하게 지었다고 생각되는 성이었다. 마치 중세시대에 살던 왕국의 성 앞에 도달한듯한 기분이였다.
'드워프는 내가 살고 있던 세계에 가도 못 먹어서 굶어 죽지는 않겠군. 타고난 건축가 같은데?'
"크하하하. 왔느냐? 어때? 소감을 들려주게나."
쿠로딘은 기다렸다는 듯이 반겨주었고 나르샤와 클레아 또한 그 옆에서 성을 관찰하고 있었다.
"와. 솔직히 이렇게까지 훌륭하게 지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대단하군."
"하하하. 당연하지. 더구나 성벽과 같은 재료로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했다네. 자네 콘크리트도 강도가 천차만별이라는 거 알고 있었나?"
"응? 그래?"
"그렇다네. 우리 드워프가 수십, 수백 번의 실험을 걸쳐서 제일 강한 강도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냈지. 무려 돌보다 단단하다는 말씀."
"허. 대단하네."
"그치, 그치? 자자. 들어가서 보게나. 안은 더욱 대단하니."
쿠로딘은 우리를 재촉하며 성을 향해 먼저 들어갔고 그것을 본 나르샤는 콧방귀를 끼었다.
"훗. 역시 드워프들이란...그래도 드워프들이 만들긴 잘 만드는군."
"호오? 웬일로 칭찬을 다 하지? 엘프 아가씨."
"나르샤로 부르라고!...인정할거는 인정해야지. 그런데 옆에 있는 오크는 누구야?"
"그란? 이 왕국의 왕."
"아. 그렇구나...가 아니라 왕이라고? 네가 왕이 아니라?"
"나는 그저 옆에서 도와주는 인물일 뿐이야. 나는 왕이 아니라 현자 오크라는 별명이 있지."
"풋. 현자의 이름이 웃겠다."
"나도 그 말에는 찬성해. 현자란 별명은 나에게 과대하지."
"웬일로 겸손이야?"
"그저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뿐이다."
"취익~ 아니다. 듀로크. 현자 오크다."
"고마워. 역시 남는 건 친구로군."
나는 그란에게 어깨동무를 했고 나르샤는 두 오크를 놔두고 클레아에게 갔다.
"자. 바보 오크 2명은 놔두고 성이나 구경하자."
"예. 언니."
나르샤와 클레아는 나와 그란을 놔두고 먼저 들어갔고 나와 그란은 조금 뒤에서 따라 들어갔다.
"여기는 나무를 사용해서 만든 것으로 바람이 잘 통하고..."
"...그래."
"저기는 철과 콘크리트를 사용해서 강도를 높였으며..."
"...그렇군."
"거기는 흙과 모래와 돌을 섞어서 만든 것으로..."
"...그만 좀 얘기하면 안 될까?"
좋은 말도 여러 번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런데 쿠로딘과 드워프들은 성에 대한 얘기만 옆에서 계속 쫑알쫑알 얘기하니까 정신이 버틸 수가 없었다. 내가 당하는 모습을 본 나르샤는 일찌감치 도망가 있었고 클레아도 시선을 피하며 그란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나는 결국 강행수단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쿠로딘, 그리고 드워프들. 내가 또 하나 좋은 생각이 있는데..."
"뭔데?!"
여러 명의 드워프들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그들의 눈은 빠질 것 같이 시선을 나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이제 배수시설을 만들건데 그건 맡겨달라고 했지?"
"그렇다. 우리 드워프 왕국에도 배수시설은 완성되어 있다."
"그러면 그 배수시설에 들어있는 물을 다시 재사용하지는 않아?"
"음? 무슨 뜻이지?"
"예를 들어서 얘기해볼까? 배수시설의 물은 당연히 청결하지 않은 물이지. 하지만 이 물들을 어떤 시설을 통해서 청결한 물로 만든다면 물이 부족할 일은 없겠지."
"과연. 확실히 호수에서 떠오는 물과 비로 모으는 물로는 언제 부족해질지 모르는 처지지."
"그래서 내가 생각한게 마법이 클린 마법이거든. 더러움이나 오염된 것을 없애주는 3서클 마법으로 어쩔 때보면 쓸모없지만 이런 경우에는 유용한 마법이지."
"그런데?"
"이 마법이 상시 발동되게 만들 수는 없나?"
"가능은 한데 그러려면 마나석이 필요하네."
"마나석?"
"그래. 마나석 1개당 수백 골드는 필요하지. 이 왕국에 모든 배수시설을 만들고 움직이는 물의 양을 생각하면 그런 마나석이 수백 개는 필요할 걸세."
"흐음..잠깐만 기다려봐."
나는 마법 배낭을 꺼내서 손을 넣고 하나의 물건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스톤 골렘의 핵에 쓰였던 마나석과 똑같은 것이었다.
"이게 마나석이야?"
"오! 이렇게 순수한 마나석이 있다니. 이건 수백 골드는 물론이고 천 골드는 할 물건이네."
"그래? 이런거 수천 개는 있는데?"
나의 말에 드워프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 마나석은 베아트리스가 누워있는 곳을 밝혀주던 마법등으로 천장에 수천 개는 박혀 있었다. 어차피 이제는 쓰지도 않는 동굴이니 아낌없이 써주기로 결심한 나였다.
"어때? 그럼 가능하겠어?"
"그 정도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면 정수시설을 통해서 청결해진 물을 한 장소로 모으게 할 수 있지?"
"가능하다. 그런데 왜?"
"목욕탕을 만들려고. 드워프들도 몸은 씻지?"
"그렇다. 일주일에 1번은 물로 씻지."
"일주일에 1번? 드워프가 그 정도면 오크는 말 다 했군. 최소한 이틀에 1번은 하게 해야겠어."
나는 목욕탕을 만들어서 최소 이틀에 1번은 목욕을 하게 의무화시킬 예정이었다. 목욕은 병의 발생과 확산을 막아주고 사람을 청결하게 하여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물론 목욕탕을 만드는 이유 중 제일 큰 것이 내가 목욕을 하고 싶은 것이지만 오크들이 너무 몸을 씻지 않는 것도 있었다.
내가 알기로 오크들은 한달에 1번 씻으면 많이 씻었다고 들을 정도였고 나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건 너무하다고 생각되었다.
"목욕탕은 목욕을 할 수 있는 곳이지. 정수시설을 통해서 청결해진 물로 몸을 씻게 할 거야."
"허. 그런 방법이 있다니. 당장 작업에 들어가겠네."
"잠깐! 마나석은 받고 가야지!"
나는 그저 급한 마음에 달려나가려는 드워프들을 멈추게 하고 우선 마나석 100개를 주었다. 쿠로딘과 드워프들은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마나석들을 품 안에 껴안으면서 순식간에 바깥으로 나갔고 나는 그제야 혼자가 될 수 있었다.
"으...아. 이제 혼자서 성을 구경해볼까?"
나는 기지개를 켜고 여유롭게 성을 구경하기로 결정했다. 중세시대의 영주가 된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내부도 훌륭했다. 오히려 오크들이 생활하는데 이렇게 훌륭할 필요가 있나...하고 생각될 정도였다. 타왕국에서도 볼 수 있는 왕좌에 그란이 앉아있고 그를 보필하는 친위대가 무릎을 꿇고 있다는 상상을 해봤다.
오크들이 그렇게 행동한다고 상상하는 것 자체가 웃겼고 어색함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했다.
"으음? 여기는 뭐지?"
그러다가 나는 성을 돌아보다가 이내 지하실로 가는 계단을 발견했다. 계단을 내려간 나는 문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고 안에는 커다란 연무장이 있었다. 연무장에는 곳곳에 마나석으로 만든 마법등이 있었는데 안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어서 어둡지 않았다.
'그런데 이 마법등의 마나석은 어디서 구한 거지?'
나는 하나의 의구심이 생겼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지우고 연무장을 한번 구경했다. 드워프들은 완벽주의자인지 연무장조차 훌륭했다. 연무장조차 평범하게 지으면 자신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잠깐...연무장이지? 그러면 여기다가..."
나는 연무장이라는 말에 하나의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연무장이란 수련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여기서 그란과 친위대를 수련시키면 된다. 그렇다는 것은 여기다가 마법진을 사용해서 마나의 분포를 늘린다면...
"몇 배는 더 빠르게 성장하겠지."
나는 곧바로 마법진 작업에 들어갔다. 마나의 분포도를 몇 배 올린다는 것은 주위의 마나를 흡수하여 올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마나를 골고루 흡수해야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대충 만들 경우 근처에 있는 마나를 무분별하게 흡수하여 그 지역에게 악영향을 준다.
식물이 자라지 못하거나 땅이 썩고 사람이 병드는 등의 일이 발생한다. 그렇기에 드래곤의 힘을 물려받은 나도 몇 시간은 걸릴 정도로 엄청 정교한 작업이 필요한 마법진이였다.
"그럼 결정했으니 만들어보자."
주변 지형의 마나 분포를 조사한 후에 몇 시간 동안 움직이지도 않고 작업을 한 끝에 나는 마법진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완성된 마법진을 시험 가동시켰고 그와 동시에 연무장에 마나가 풍부하게 분포되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야. 한 3~4배는 풍부해진 것 같은데?"
내가 그렇게 기뻐할 때 연무장의 문이 벌컥 열렸다. 나는 누가 이렇게 빨리 반응했는지 궁금해서 고개를 돌렸고 내가 쿠로딘과 드워프들에게 시달렸을 때 사라졌던 클레아와 나르샤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 마나에 민감한 엘프인 나르샤가 마법진이 가동되자마자 이변을 느끼고 찾아온 것으로 예상되었다.
"내가 난감할 때 도망친 2인조 아냐? 웬일이야?"
"이 마법진 네가 만든 거야?"
"그럼 누가 만들었겠냐?"
"이건 마나를 모으는 마법진아냐? 이걸 왜 여기다가?"
"여기서 오크들을 수련시키게. 아, 잘됐다. 너 요새 농사 잘 돼가냐?"
"...잘 되겠냐? 오크들이 나를 화병으로 죽지 않게 해줬으면 한다."
"너 검술도 좀 했었지? 여기서 클레아 좀 가르쳐줘라. 마나가 집중되어 있어서 성장도 빠를 거다."
"뭐? 나보고 가르치라고?"
"예? 저요?"
"그래. 클레아. 이런 기회는 별로 없을 거야. 이렇게 마나를 집중시켜 주는 마법진은 대륙 내에서도 거의 없을 거고 저 엘프가 그래도 소드마스터 중급이였으니까 가르침을 받으면서 배우면 너는 빠르게 성장할 거야."
"예...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잘 들어라. 클레아. 세상은 약육강식의 법칙으로 흘러간다. 힘이 없으면 억울할 일이 생겨도 아무것도 하지 못해. 하지만 힘이 있다면 그만큼 너를 다시 봐주는 이가 늘어난다. 나를 믿어라."
"예. 오빠가 그렇게 얘기한다면야."
"가르쳐줄 거지?"
"쳇. 그렇게 나오기냐? 알겠다고."
"마나 호흡법은 엘프와 인간이나 똑같지? 내가 알기로는 그런데."
"아마 거의 차이 없을 거다."
"그럼 클레아의 수련을 부탁하지. 클레아, 너도 한동안 여기 성에서 생활해라. 부족한 것은 없을 거다."
"예. 알겠어요."
"좋아. 그럼 나는 그란을 찾으러 갈 테니 열심히 하라고."
나는 그렇게 얘기하고 연무장의 문을 열고 나가서 그란을 찾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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