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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17화 (17/360)

3장 왕국 건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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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왕국 건설(6)

몬스터의 숲에 들어간지 12시간 정도 됐을 때 원정대는 노숙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 정도 실력의 일행이면 밤에도 움직여도 무리가 없을 것 같지만 장기적인 여행을 하려면 규칙적인 생활이 필요했고 더구나 밤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리스크도 있었기에 노숙을 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몬스터의 숲에서 지냈었던 수인, 베로나를 선두로 움직여서 그런지 12시간만 이동했지만 벌써 상당한 거리를 이동한 것 같은 느낌이였다. 베로나가 말한 대로 길은 험하고 경사도 심했지만 이 정도로 지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중간 중간에 휴식을 취하면서 물과 식량을 배분하여 식사를 마쳤고 지금까지 몬스터와 아무런 마찰도 없었지만 베로나의 말로는 숲의 초반부여서 몬스터의 숫자가 적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불침번은 3교대로 2시간씩 하겠습니다. 매트님과 에밀리님이 첫 번째. 베로나님과 메스가 두 번째. 저와 제네스님이 마지막으로 하겠습니다. 혹시 이견 있습니까?"

모리스는 마나를 불어넣은 검으로 순식간에 나무를 잘라서 제네스의 파이어볼 마법과 함께 모닥불을 만들었다.

"없습니다."

"그렇게 하겠네."

적절한 방안과 대처. 모리스가 지금까지 했었던 일과 경험들이 여기서도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매트는 용병왕 헤츠가 무작정으로 밀고 나가는 성격을 가지고 있고 다혈질이라는 것을 소문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 이의 부관으로 있었다는 것은 웬만한 일은 모두 자신이 처리했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침착함과 판단력이 더 무섭게 느껴진다고 생각하는 매트였다.

"그럼 매트님. 에밀리님. 불침번을 부탁하겠습니다."

"예. 맡겨만 주십쇼."

"예. 편안히 주무세요."

그 말을 끝으로 에밀리와 매트를 제외한 4명은 잠을 청하기 시작했고 에밀리와 매트는 모닥불을 경계로 마주 앉아있었다. 매트는 4명이 모두 잠든 것을 확인하고 에밀리에게 얘기를 걸었다.

"아까 이동하면서 지치지 않았던 이유는 역시 정령 때문입니까?"

"예. 바람의 정령을 사용해서 발을 가볍게 했답니다."

"구름을 밟는 것 같은 느낌입니까?"

"궁금합니까?"

에밀리는 조용히 바람의 하급 정령인 실프를 소환해냈다. 실프는 바람으로 이루어져 있는 조그마한 여자아이로 귀여운 인상을 내뿜고 있었다. 실프는 에밀리가 하라고 한대로 매트의 발밑을 향해 날아가서 한 바퀴를 돌았다.

매트는 실프가 한 바퀴 돈 것을 보고 발걸음을 한 발짝 움직여보았다. 물컹하는 느낌이 바닥에서 느껴지면서 반발감이 거의 들지 않았다. 더구나 바람이 자신의 근처를 움직이는게 느껴지면서 몸이 가벼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기하군요. 이게 정령인가요?"

"예. 실프가 매트님을 좋아하는 것을 보니 매트님은 바람 속성이신가 보군요."

"바람 속성이요?"

"사람마다 속성이 있습니다. 불에 친근한 자가 있으면 물에 친근한 자가 있고 흙에 친근한 자가 있으면 바람에 친근한 자도 있습니다. 매트님은 바람에 친근한 자입니다."

"그럼 에밀리님은 바람과 불에 친근한 겁니까?"

"예. 종종 저처럼 2가지 속성을 가진 이가 있습니다. 엘프에서도 드물다고 하지요."

"그런 좋은 재능을 갖고 계시다니 부럽습니다."

"재능이 많다고 해서 꼭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예?"

매트는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 에밀리에게 되물었다. 그녀의 모습은 왠지 괴로운 기억을 되돌려보는 듯했다.

"매트님처럼 재능이 많으면 행복해지는 경우도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저처럼 재능이 많아서 불행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에밀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그녀는 평범한 마을에서 살고 있는 농민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의 부모는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부족한 것이 없이 살았고 시간이 지나 그녀가 자라고 7살이 되었다.

그리고 7살이 되었을 때, 그녀는 정령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부모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했지만 부모는 보통 어린 시절 자신만의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딸도 그렇다고 생각하며 그저 흘러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보이는 정령과 대화를 하기 시작하였고 그들과 계약을 맺게 되었다. 그것도 한 개가 아닌 두 개를 동시에.

부모는 자신의 딸이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닫고 그때부터 딸을 가르쳐줄 정령사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녀의 재능에 대한 소문이 점차 커져만 갔고 그녀의 재능을 탐내는 악한 무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먼저 그녀의 아버지를 도박과 약으로 조금씩 타락시켜서 결국 그녀까지 돈으로 팔게 되는 지경까지 만들었다. 끝내 돈에 팔려간 그녀는 서커스단에 들어가서 정령들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고 동시에 학대까지 당했다.

그녀가 그런 상황에서 구해진 것은 서커스단에 들어가고 8년이 지난 15살 때였다. 그녀에게 재능이란 행복이 아닌 자신과 부모를 떼어낸 불행이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매트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자신에게 재능이란 행복 그 자체였는데 그녀의 이야기는 그 본질을 부정하고 있었다.

"그때 만난 것이 지금 대표로 있는 라미온님입니다. 15살 때부터 저를 돌봐주시고 키워주신 아버지와 같은 존재시지요."

"그럼...친아버님은?"

"찾아보았지만 이내 두 분 다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것도 자살이라는 행동으로."

"....."

"아. 제 이야기만 했군요. 매트님의 과거도 들려주시지요."

"...에밀리님의 이야기와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매트는 라이언 왕국의 왕자였다. 라이언 왕국은 대대로 피해 의식을 갖고 있었다. 다른 이들과 비교되는 국력, 내세울 것 없는 장점 없는 나라, 타왕국에서 보는 멸시의 시선. 그런 점들로 인해 국왕들은 항상 스트레스와 피해 의식을 갖게 되었고 그것을 없애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장사도 자본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그들에게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런데 타왕국에서도 드물 정도로 적은 나이에 소드마스터를 올라간 이가 있었으니 바로 매트였다. 그것도 왕자의 출신으로 올라섰으니 모든 나라의 기대가 매트에게 집중됐다.

그러나 좋은 것도 과하면 좋지 않은 것처럼 매트에게 기대하는 점은 점점 불어나만 갔다. 점점 불어나는 기대는 매트에게 좀 더 빠르게 성장하고 그 기대를 만족하기 위해 올라가야 한다는 사명감과 동시에 부담감을 생기게 하였다.

나라의 모든 시선이 매트에게 집중되어 있었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범인이 짐작하지 못할 정도였다. 기대에 대한 부담감, 사명감, 간절함 등이 쌓이고 쌓여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과 같은 상태가 바로 매트였다.

"모든 국민들이 저를 보고 있습니다. 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들의 입장이였다면 기대를 했을 겁니다. 하지만 수백,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저에게 모든 희망을 걸고 있다면...저는 그들의 희망에 답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노력했습니다. 그들의 희망에 보답하기 위해."

"그렇군요."

"하지만 나라에서는 제가 제일이더라도 대륙에는 많은 괴물들이 있었습니다. 저보다 훨씬 재능이 있고 저보다 훨씬 강한 이들이 쌔고 쌨습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재능을 넘어설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재능을 부러워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20살에 소드마스터 중급에 도달했던 일은 거의 없다고 들었어요. 그렇다는 것은 매트님의 재능도 대단한 것 아닌가요?"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그 이상입니다. 그리고 저는...더 이상 버티기가 힘듭니다. 이번 원정도 전하께서 시켜서 오게 되었지만 속으로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참가한 마음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군요...매트님. 아까 제가 했었던 얘기 기억하십니까?"

"예. 피해 의식을 떨쳐내야 벽을 뚫을 수 있다고 하셨지요."

"자신이 원하던 것은 의외로 선뜻 다가오는 겁니다. 저는 이번 원정을 통해서 매트님이 배우셨으면 합니다. 여기 모인 이들은 모두 강한 초인들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들도 모두 매트님과 비슷한 경험을 한 번씩은 해 봤을 겁니다. 그들을 보고 배우세요."

"알겠습니다. 명심하죠."

매트는 그녀가 하는 말을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녀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을 담고 얘기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에밀리님. 그런데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실례군요. 여성에게 나이를 물으시다니."

에밀리가 뾰로통한 표정을 짓자 매트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을 저질렀군요."

"농담이에요. 저는 올해로 32살이랍니다."

"저는 19살입니다. 말을 놓아주세요."

"그럼 저도 말을 놓을 테니 저를 누나라고 부르세요."

"예? 그건 좀..."

"싫으시면 저도 놓지 않겠습니다."

매트는 에밀리가 고개를 돌리고 일체 쳐다보지도 않겠다는 듯이 행동을 하자 한숨을 쉬고 얘기했다.

"휴...알겠습니다. 에밀리...누나."

"응. 나도 매트 같은 남동생 하나 있었으면 했는데 잘됐네. 그리고...눈치챘지?"

"예. 꽤 많군요. 슬슬 깨울까요?"

"아니. 어차피 다 일어나있어. 그럼 내가 먼저 시작할게."

에밀리는 순식간에 불의 상급 정령 샐라임을 소환시켜서 공중으로 올려보냈다. 그와 동시에 누워있었던 4명이 곧바로 일어나서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샐라임이 몸짓을 키워서 불을 내뿜자 주변이 환해졌고 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약 3미터의 크기에 초록색의 피부를 가지고 통나무를 들고 있는 몬스터. 바로 트롤이였다.

"트롤인가? 귀엽군."

"저게 귀엽다고? 당신 미적 감각이 부서진거 아냐?"

"크하하하. 오우거는 되야 어느 정도 볼만하지. 트롤 갖고 누구 코에 붙이겠나? 식후 운동도 되지 않겠군."

"운동이 되지 않는다는 말에는 찬성하지."

주변을 둘러쌓고 있는 트롤의 숫자는 약 20마리였다. 20마리의 트롤이 압박하는 기세는 일반인이라면 지릴 정도지만 여기 모인 이들은 그들 앞에서 콧바람을 불 정도로 여유로운 강자들이었다.

"모리스! 이정도면 지시 안 해도 되잖아? 먼저 간다?"

"에휴. 그래라, 근육 돼지야."

"그럼 간다."

메스는 등 뒤에 매고 있던 바스타드 소드를 꺼내 들었다. 바스타드 소드 전체에 마나가 부여되어서 빛나고 있었고 마나가 꿈틀대는게 보일 정도로 농후하고 정밀했다.

"흐읍!"

메스는 그대로 트롤에게 다가가지 않고 제자리에서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렀다. 웬만한 아이만한 크기의 바스타드 소드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트롤들이 검에 당한 것처럼 복부를 시작으로 두 동강이 난 것이었다.

"아하하하! 너희들따위 검을 부딪히지 않아도 죽일 수 있단 말이다!"

메스는 그저 풍압만으로 트롤들을 두 동강 낸 것이였다. 매트는 소드마스터 상급이 저런 존재인가하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대,대단하다."

베로나는 짐승화 하지 않고 그대로 주먹과 발을 휘둘러서 트롤들의 머리만을 정확히 터트렸다. 주먹과 발이 빛나는 것을 봐서 그녀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주먹과 발에 마나를 불어넣어 싸우는 몽크계열 같았다. 마나가 부여되어 있는 그들의 주먹과 발은 철보다 단단하여 경지가 오르면 오를수록 그 단단함은 더해간다고 들었다.

매트가 나설 기회도 없이 메스와 베로나가 트롤 20마리를 학살하는데 2분이 걸리지 않았다. 메스는 멀리서 검을 휘두른 덕분에 피를 하나도 뒤집어쓰지 않았지만 베로나는 트롤의 피로 샤워를 한 것처럼 온몸이 적셔져 있었다.

"클린."

제네스는 더러운 것을 없애주는 클린 마법을 통해서 베로나에게 묻은 트롤의 피를 깔끔하게 없애주었다. 베로나는 제네스가 자신을 향해 마법을 사용해준 것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영감. 대체 무슨 꿍꿍이야?"

"클클클. 이제부터 같이 다닐 아가씨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지. 어때, 맘에 드는가?"

"킁. 기대는 하지 말라고."

메스는 사용했던 바스타드 소드를 다시 등에 메고 바닥에 철푸덕 누워서 얘기했다.

"자. 운동도 적절히 했으니 다시 자보자고. 모리스. 이동 안 할거지?"

"흐음..에밀리님. 바람의 정령을 통해서 트롤들의 피냄새를 사방으로 보낼 수 있습니까?"

"예. 가능은 한데 그러면 몬스터가 더 몰리지 않을까요?"

"20마리의 트롤의 피냄새라면 오히려 위험성을 느끼고 접근하지 않을 겁니다. 이제는 제가 불침번을 설 테니 정령을 사용하시고 잠을 청하시지요."

"그러면 그렇게 할게요."

에밀리는 모리스의 말대로 바람의 하급 정령 실프를 통해서 트롤의 피냄새를 모두 내보냈다. 이어서 모리스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잠을 잘 준비를 하였다. 매트도 잘 준비를 하면서 이제부터 할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늘어났다는 것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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