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왕국 건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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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왕국 건설(5)
"이제 다들 진정하신 것 같으니 출발하기 전에 대장을 뽑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장? 대장을 뽑을 이유가 있나?"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비상시에는 대장을 통해서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흐음? 우리 실력에 비상사태가 생길 수도 있나?"
"저희가 모인 이유는 드래곤과 싸울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경우 대장이 통제하는 것은 필수 불가결입니다. 저는 대장으로 메스를 추천하겠습니다."
모리스는 메스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메스는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자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나오겠다는 거지? 그럼 나는 모리스를 추천하지. 저 자식은 몇십 년 동안 부관을 했던 놈이야. 언제나 침착하고 냉정하지. 그러니 대장으로는 모리스가 안성맞춤이다."
모리스는 메스의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난 패스. 난 리더 자리에 어울리지도 않고 아무나 돼도 상관없어. 단, 저 영감만 아니면."
"나도 리더 자리에 관심 없다네 아가씨. 이 나이에 그런 자리는 무거울 뿐이지."
"저도 두 분 중 누가 되든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모리스님을 추천합니다. 리더의 자리는 실력과 관계없이 언제나 침착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도 모리스님을 추천합니다."
"봐라. 자신의 우물을 자신이 팠군."
"젠장. 그래. 알겠다. 내가 대장을 하지."
모리스는 분한 표정을 지으며 구시렁거렸고 메스는 그런 모리스를 보며 통쾌한 웃음을 지었다. 매트는 다른 왕국인 두 명이 어떻게 저렇게 사이가 좋은지 궁금했다. 하지만 매트는 추후에 물어보기로 결정하고 모리스가 하는 이야기에 집중하였다.
"그럼 이제 출발하기 전에 일정에 대해서 얘기하겠습니다. 제가 알기로 저희는 몬스터의 숲을 지나서 오크 부족의 땅으로 가야 한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맞아. 내가 듣기로도 그랬어. 걸어서 한 달 정도 걸린다고 했나?"
"최단코스로 간다면 20일 정도 걸려. 하지만 그 길은 몬스터도 많을뿐더러 길도 험하지."
"베로나님. 그 길에 대해서 알고 계시는 겁니까?"
"나는 수인으로써 몬스터의 숲에서 태어난 사람이야. 그쪽에 대해서는 타고났어. 하지만 우리 4명은 그렇다 쳐도 저 할아범과 정령사는 가기 힘들 거라고."
"클클클. 그건 걱정 말게나. 이래 봬도 어지간한 젊은이들보다 잘 버티니."
"저도 상관없어요. 바람의 정령의 힘을 빌리면 되니까요."
"그럼 최단코스로 가려고 하는데 이견 있는 사람 있습니까?"
그때 매트가 손을 들고 얘기했다.
"하나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비행마법처럼 마법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수는 없습니까?"
"그 수도 있지만 그건 최후의 방법입니다. 비행마법으로 공중에 떠있다가 드래곤이 마법을 해체하면 저희들은 한순간에 즉사거든요. 거기다가 저희 인원을 모두 마법을 걸고 장기적으로 움직이다가는 마나가 남아나지 않을 겁니다."
"텔레포트 마법으로는 불가능합니까?"
"사용할 수 있다면야 편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오크 부족의 좌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크 부족의 좌표를 알고 싶어 하던 사람도 없고 기록한 사람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군요."
"다른 질문 있습니까?"
모리스가 주위을 한번 훑어봤지만 모두 침묵으로 대응했고 이내 모리스는 이야기를 이어서 해나갔다.
"그럼 다음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잠은 노숙을 하고 물과 식량은 라이언 왕국에서 준비한다고 했습니다. 준비됐습니까?"
"예. 여기 있습니다."
매트는 준비해 두었던 물과 식량이 든 배낭을 가져왔다. 6명이서 먹을 한 달 분으로 배낭만 모두 4개였다.
"알겠습니다. 제네스님. 이 배낭에 경량화 마법을 사용해 주시겠습니까?"
"알겠네. 그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
제네스가 지팡이를 바닥에 찍자 배낭에 빛이 나면서 마법이 걸리는 모습이 보였다. 모리스가 배낭을 한 손으로 들어보고 가벼워진 것을 확인하였다.
"클클클. 식량을 생각하여 보존 마법까지 걸었다네. 썩을 염려는 없을 거야."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배낭은 소드마스터 위주로 모리스, 메스, 매트 그리고 베로나가 메고 가기로 하였다. 대장간을 나온 6명은 빠르게 최동쪽 입구에 도착하였고 그들을 검문하려는 병사들이 오고 있었다.
"정지. 검문하겠습니다. 신분을 밝혀주십쇼."
"문을 열어라. 나는 라이언 왕국의 왕자 매트이다."
"예?"
매트는 후드를 걷어서 얼굴을 보여주었고 병사는 매트의 얼굴을 보자마자 경례를 하였다.
"죄송합니다! 왕자 전하! 검문은 절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괜찮다. 너희야말로 수고해라."
다른 병사들은 급하게 문을 열었고 그 문을 통해 원정대의 인원들이 지나갔다. 경례를 했던 병사는 그들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에 한숨을 쉬었다.
"휴...원정을 간다는 소문이 사실이였나봐?"
"그러게 말이야. 다른 이들 봤어? 모두 다 강하게 느껴지던데."
"저런 이들과 매트 왕자님이 같이 가는 거야? 대단하시다."
"그러게. 왕자님이 강하다고는 들었는데 저 정도 이실 줄이야."
매트는 몬스터의 숲에 들어가기 전에 들리는 그들의 목소리에 조금은 기쁜 마음이 생겼다. 매트는 한번 왕국을 향해 뒤돌아서 그 경치를 눈에 새기었고 일행들의 재촉에 다시 발걸음을 움직였다.
이렇게 왕국들의 원정대가 몬스터의 숲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성벽과 집, 그리고 성을 만드는 작업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었다. 수만 마리의 오크들이 동원되는 작업이여서 그런지 진전이 엄청나게 빨랐다. 드워프들의 말로는 완공까지 불과 2주면 된다고 하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이거 완전 노동 착취 아닌가? 전생에 있었더라면 악덕 기업주로 끌려갔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전이 빠르다고 해도 남은 작업들이 적은 것은 아니였다. 아직도 왕국을 만들려면 해야 하는 것이 산더미였기 때문이었다. 우선 오크들을 교육하는 학교 같은 것을 만들 예정이었다.
내가 항상 가르쳐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오크들도 항상 무식하게 있을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오크들을 가르치는 인내심이 많고 반복 학습을 잘 가르쳐주는 선생들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에 맞는 선생을 구할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어서 성벽과 집 등의 건설이 끝나면 만들 배수시설도 있었다. 배수시설은 드워프들이 자신들의 왕국에도 있다고 맡겨달라고 해서 맡기려고 했고 배수시설을 사용해 목욕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환생해서 불편한 것 중 하나가 목욕을 하려면 일일이 우물에 가서 씻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도 오크들에게는 매우 희귀한 행동으로 오크들은 목욕을 거의 하지 않는다. 전생에 하루에 목욕을 2번은 했었던 나로서는 맨날 우물에 가서 씻기가 너무 귀찮아서 배수시설과 함께 물을 모으는 시설을 만들 예정이였다.
더구나 목욕에는 비누가 필요하니 식물과 오일을 통해서 만들려고 시도할 예정인데 정확히 만들 방법을 몰라서 많은 실험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 외로 다른 것들도 많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기로 결정하였다.
오늘도 피곤에 쩔어서 오랜만에 클레아와 밥이나 먹을까 하는 생각하며 옛날 집으로 들어갔다. 현재 나는 드워프들과 계획하느라 바빠서 드워프들의 집에서 생활하는 중이었기에 간만이라고 할 수 있었다.
"클레아. 나다. 오랜만에 들어왔..."
툭.
"뭐야?"
나는 집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뭔가가 발에 걸리자 고개를 내려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왠지 생기가 쭉 빠진 엘프. 나르샤가 있었다.
"넌 여기 누워서 뭐하냐?"
"...말 시키지 마. 지금 힘들어 죽겠으니까."
"뭐가 힘든데?"
"뭐가 힘드냐고? 야 이 오크야! 누구 때문에 이렇게 힘든데?!"
나르샤가 갑자기 일어나서 화를 버럭 냈다.
"그러니까 뭐가 힘드냐고 물어봤잖아."
"젠장! 오크들에게 농사를 가르쳐주는게 이렇게 힘든 것을 넌 알고 있었지?!"
"당연히 알고 있었지. 처음 농사를 가르쳐준게 나인데."
"말라 죽는 것은 당연하고! 썩어 죽고 묻어 죽고 뽑아서 죽고! 어떻게 그렇게 다양하게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반복 학습이 필요한 거야.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냐? 너도 할 수 있어."
"너는 오크니까 할 수 있지! 나는 엘프라고! 곡물들이 죽는 소리를 듣는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냐?!"
"그래서 화를 내고 가르치느라 그렇게 진이 빠진 거냐?"
"그래! 너무 화가 나서 직접 하는 방법도 가르쳐주다 보니 어느새 내가 다했다! 어쩔래?!"
"잘했네. 앞으로도 열심히 해줘."
"뭐야?!"
"자자. 언니, 오빠. 그만 얘기하고 저녁이나 먹죠. 언니가 좋아하는 빵과 과일을 준비했어요. 오빠도 괜찮으시죠?"
"그래. 괜찮다. 어서 먹자."
클레아가 빵과 과일을 가져오자 나는 자리에 앉아서 빵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르샤도 어느새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클레아는 그런 나와 나르샤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자신도 식사를 시작했다.
"흐음...조금 싱거운데?"
나는 마법 배낭을 꺼내 들었다. 베아트리스의 창고와 연결되어 있는 마법 배낭에서 나는 김치 1포기를 꺼내고 먹을 만하게 잘라서 빵 위에 올려놓으며 한입 먹어보았다.
"으음...역시 이 맛이군...응?"
나는 김치의 매운맛과 빵의 싱거운 맛이 어울리는 조화로움에 빠져들어 가고 있을 때 자신을 쳐다보는 2개의 시선을 느꼈다. 클레아와 나르샤는 내가 먹고 있는 것을 흥미로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둘 다 왜 그래?"
"오빠. 그 빨간 것은 뭐에요?"
"응? 이거? 이건 김치라고 하는데 왜?"
"그거 맛있는 건가?"
"물론 맛있지. 한번 먹어볼래?"
"좋아."
"저도요, 오빠."
나는 김치를 적절하게 찢어서 클레아와 나르샤에게 주었다. 두 명은 김치를 한참 쳐다보더니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동시에 입에 넣었다. 그리고 반응은 곧바로 왔다.
"꺄아악! 입안이!"
"허어억..이 매움은 도대체.."
역시 처음 먹어보는 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맛인가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김치와 빵을 함께 한입을 물었다. 그리고 입안에서 우물거리면서 얘기했다.
"움...매우면...쩝...빵과 같이...음..먹어."
클레아와 나르샤는 얼굴을 빨갛게 변했으면서도 빵에다가 아주 조금 김치를 올려서 한입 물어 먹었다.
"오. 이 조합은..."
"어? 이렇게 먹으니 상당히 맛있네요."
"그치? 그럼 이건 어떨까?"
나는 마법 배낭에서 이번에는 버터를 꺼내었다. 버터는 젖으로 만드는 것이니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목축을 해서 만들고 싶은 것 중 하나였다.
"이건 버터라고 해서 젖으로 만든 것으로 빵과 같이 먹으면 금상첨화지."
나는 버터를 조금씩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동시에 한입 먹자 그들의 눈이 휘둥그레 변했다.
"와...어떻게 이런 맛이?"
"...어떻게 만든 거지?"
클레아와 나르샤가 갑자기 독촉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왠지 쫄리는 느낌을 받는 나였다.
"잠깐, 잠깐. 흥분하지 말라고. 너희 눈빛이 위험하게 보이는데?"
내가 얘기를 하자 그제야 정상대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제야 알겠네요. 왜 드워프 아저씨들이 오빠한테서 벗어나지 못하는지를요."
"흐음! 나도 조금은 이해가 됐어."
"그런데 다른 것도 있는 거죠?"
"빨리 꺼내라!"
"잠깐, 잠깐! 너희들 왜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
나는 괜히 꺼냈다고 후회했지만 결국 어느 정도 밑천을 보여준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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