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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15화 (15/360)

3장 왕국 건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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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왕국 건설(4)

라이온 왕국의 동쪽 끝 마을의 변방. 평소에는 조용하고 사람의 유동도 별로 없는 마을이다. 하지만 지금은 비이상적으로 시끌벅적하며 분위기가 모두 올라가 있었다.

"자네 들었나? 대륙의 강자들이 우리 마을로 모인다는 소식을."

"그래. 우리 라이언 왕국에서도 소드마스터 초급이신 매트 왕자님도 오신다잖아."

"뭐? 그 왕자님이? 왕자님이 우리 왕국의 최강자여도 그런 원정에 왕자님을 보내도 되는 거야?"

"다른 나라에서도 최강자들을 보내나 봐. 다들 소드마스터 중급은 한다는데? 그래서 최소한 소드마스터는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셔서 그런 것 같아."

"후...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20살도 안 되시는 왕자님을 보내시다니. 이럴 때 우리 왕국이 약한 것을 느낀단 말이야."

"그러게. 우리 왕인 벨치스님이 나쁜 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카리스마가 있고 현자한 왕이라고 하기에는 힘드니까 말이야."

"에휴. 약하니까 어쩔 수 없지."

마을의 여관 속에서 한탄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한탄을 하는 것은 이들만이 아니고 라이온 왕국 국민들 중 태반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여관 속에서 그들의 말을 듣고 있는 이가 있었다.

바로 후드를 쓰고 얼굴을 가리고 있는 라이온 왕국의 왕자 매트였다. 그들의 말을 들은 매트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그들에게 뭐라고 분노를 터트리고 싶었다. 하지만 라이언 왕국이 약한 것은 저들의 문제가 아니고 바로 자신과 아버지가 잘 이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 매트는 이를 악물고 그저 몸을 떠는 수밖에 없었다.

매트는 16살 때 소드마스터 초급에 올라서 현재 19살로 소드마스터 중급의 벽에 걸린 상황이었다. 라이언 왕국의 역사 속에서도 손을 꼽을 정도로 빠른 소드마스터의 등극이었다. 소드마스터를 달성한 날 왕국 전체에 잔치를 벌일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왕국에서는 매트와 같은 경우가 드물지만 종종 나오고 있었다. 이러한 차이는 결국 국력으로 직결되고 그것이 매트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었다. 자신이 더 빠르게, 더 강해져야 타 왕국에서 다르게 본다는 것이 매트에게 압박을 주고 있었다.

"젠장."

그래도 자신의 국민이 저렇게 얘기하는 것을 듣고 열불이 나지 않을 수 없기에 욕을 내뱉으며 여관에 돈을 치르고 밖으로 나왔다.

"휴..."

매트는 한숨을 쉬면서 다른 왕국의 이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걸어갔다. 만나기로 한 장소는 몬스터의 숲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 라이언 왕국의 최동쪽 입구 대장간이였다. 매트가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이동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타왕국의 인원들과 만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것도 있었고 만남을 가지는 것을 비밀로 하자는 약속이 오갔기 때문이었다. 아마 이렇게 원정을 보내는 것이 비밀리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매트는 어느새 최동쪽 입구에 도착하였고 거기서 제일 가까운 대장간을 찾아 들어갔다. 대장간은 2층 건물로 밖에서 봤을 때 그저 평범한 대장간으로 보였다. 내부도 평범했지만 실제로 이 대장간의 주인은 라이언 왕국의 친속 병사 중 한 명으로 이런 일을 위해서 미리 준비된 장소였다.

"어서 오십시오. 매트 왕자님."

"다른 이들은 아직 안 왔는가?"

"예. 약속시간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렇군. 혹시 마실게 있나?"

"예.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매트는 부하가 가져온 포도주를 마시면서 이제 만날 이들이 어떤 인물들일까 상상하며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 지나서 한 명의 인물이 들어왔다.

"저기...여기가 원정단의 모임 맞나요?"

들어온 이는 빨간 머리에 노란색의 눈을 갖고 귀여운 인상을 주고 있는 20대의 여성이었다. 로브를 입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검을 익힌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것을 봐서 원정대에 올 예정이었던 정령사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에밀리님 이십니까?"

"예? 예. 저기...당신은 누구시죠?"

"저는 매트라고 합니다. 라이언 왕국을 대표해서 나왔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아주 젊으시네요."

"아직 20살이 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헤에? 젊은게 좋은 거죠. 저도 그때는 파릇파릇했답니다."

"지금도 충분히 젊어 보이시는데요?"

"이래 봬도 벌써 나이 30은 넘었답니다."

역시 상급 정령사여서 그런지 신체 나이 또한 적게 보이고 있었다. 아무리 높게 잡아도 20대 중반은 되지 않아 보였다.

"상급 정령사라고 하시는데 어떤 정령을 다루시는 겁니까?"

"전 바람과 불의 상급 정령을 다루고 있습니다."

"두 가지의 정령을 다루는 이는 드문데 놀랍군요."

"매트님이야말로 16살 때 소드마스터를 달성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제 왕국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지만 타 왕국에서는 드물지 않습니다. 그저 평범한 인물입니다. 저는."

매트는 에밀리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감정을 실어서 얘기했고 그는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눈치채고 에밀리에게 고개를 수그리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례를 범했군요."

"..알겠군요."

"예? 무슨 말씀이시죠?"

"매트님은 피해 의식을 가지고 있으시는 것 같네요."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런 생각은 벽을 뚫는데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것을 떨쳐야 벽을 뚫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매트는 에밀리의 말에 움찔했다. 그녀의 말대로 자신은 지금 소드마스터 중급으로 올라가는 벽에 도달하여 뚫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눈에 그것을 파악하는 것을 통해 눈앞에 있는 여성도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세요. 제가 봤을 때 매트님은 다른 인재들보다 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뛰어나다고 말하고 싶네요."

"...위로 고맙습니다."

"위로가 아닙니다. 위로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깨닫게 되실 겁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지금은 들어오는 이를 배웅하도록 하죠."

매트는 에밀리의 말대로 다른 인물이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이야기에 집중했다고 해도 자신이 눈치채지 못하고 정령사인 에밀리가 눈치챈 것에 놀라움을 느꼈다.

다음으로 들어오는 이는 흰머리가 중간중간 나와 있고 왼쪽 눈에 큰 흉터를 가지고 있는 중년인이었다. 근육질의 거대한 몸을 자랑하며 몸에 어울리는 바스타드 소드를 등에 매고 갑옷을 착용하고 있었다.

"흐음...여기가 원정대가 모이는 곳이 맞나?"

"예. 그렇습니다만 누구십니까?"

"나는 나이트 왕국의 대표로 온 메스라고 한다. 나이트 왕국에서 기사단장을 맡고 있지."

기사왕국 나이트의 기사단장이라 했지만 인상이 웃고 있어서 푸근해 보였다. 매트는 메스를 지켜보다가 뭔가 위화감을 느끼고 메스를 향해 얘기했다.

"메스님. 뭐 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

"메스님은 소드마스터 중급이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중급이 아니신 것 같습니다."

매트는 소드마스터 중급의 벽에 도달해서 뚫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중급 정도는 눈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메스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그 이상이었다.

"혹시 소드마스터 상급 아니십니까?"

"흐음...뭐 이제는 알려져도 되겠지. 상급의 벽을 뚫은 것은 아주 최근의 일로 아직 밝히지는 않았네. 부디 퍼트려 주지는 말게나."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매트는 이렇게 얘기했지만 결국 다시 돌아가면 자신의 아버지인 벨치스에게 얘기할 생각이었다. 타왕국의 정보는 곧 자신들의 힘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있을 줄은 몰랐군. 아가씨가 에밀리인가?"

"예. 소문은 많이 들었습니다. 메스님."

"흐음...이제야 절반이 모인 건가? 하지만 이어서 손님이 등장하는군."

메스의 말대로 한 명의 인물이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등장한 인물은 갈색 빛깔의 고양이 귀와 꼬리를 가지고 있는 여성의 수인이었다. 날렵해 보이는 복장을 하고 있으면서 무기는 착용하고 있지 않았고 조금은 성깔이 있다는 것이 무의식적으로 느껴졌다.

"여기가 모이는 곳인가?"

"수인인 것을 보면 자네가 베로나로군. 듣던 대로 상당한 실력이야."

"흥. 당신이야말로 중급이라며? 쳇. 그만큼 돈을 뿌렸는데 정보가 이 모양이라니. 돌아가면 다시 얘기해야겠군."

"하하하. 우리 나이트 왕국의 경비는 만만치 않을 거야. 돈 좀 꽤나 써야 할걸?"

매트는 저렇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두 명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베로나라는 수인은 매트와 에밀리를 보고 얘기했다.

"이 원정대에 저렇게 어린 애들이 있다니. 그렇게 인재가 없었나?"

"말 조심하십쇼. 당신보다 약하겠지만 그렇다고 얕보다가는 큰코다칩니다."

"흥. 꼬맹이 자식이 호랑이 무서워하는 줄 모르는구나. 아직 중급도 올라가지 못했으면서 말이 많군."

매트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검을 꺼내 들려고 할 때 매트의 앞을 에밀리가 가로막았다.

"저한테 한 말씀 다시 해보시죠? 이래 보여도 저는 나이가 상당히 먹었답니다."

에밀리의 좌우로 바람의 상급 정령 실라이론과 불의 상급 정령 샐라임이 모습을 드러냈고 베로나는 상급 정령 2마리를 보며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상급 정령 2마리라. 생각보다 꽤 하는군. 전력이 되겠어."

"자자. 싸움은 그만하고. 이어서 또 한 명이 들어오니 환영해주자고."

메스의 말에 에밀리는 정령을 다시 정령계로 되돌려놓았다. 새로 들어온 인물은 메스와 비슷한 나이대의 중년인이었다. 하지만 메스와 다르게 침착하면서도 날카로운 듯한 분위기를 내는 인물로 보였고 모험가로 보이는 옷을 입고 있으면서 롱소드를 착용하고 있었다.

"여기가 맞는 것 같군요. 저는 요리스 왕국의 대표로 온 모리스라고 합니다. 모두 잘 부탁합니다."

메스는 들어온 모리스를 향해 걸어갔다. 다른 3명이 메스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지켜보고 있을 때 메스는 모리스를 향해 덥석 어깨동무를 했다.

"모리스! 오랜만이구만."

"메스. 이게 얼마 만이지?"

"한 10년만인 것 같다."

"상급의 벽을 뚫었군. 축하한다."

"하하. 알아보겠나? 자네도 조금 있으면 가능할 거야."

"훗. 칭찬 고맙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젊은이들을 위해서 우리가 물러나야할 때이지 않은가?"

"클클클. 내 앞에서 젊다는 얘기는 하지 말게나."

갑작스럽게 들린 할아버지 목소리에 다들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대장간의 입구에는 피부에 검버섯이 피고 허리가 굽은 할아버지가 서있었다.

"이거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았습니다. 어서오십시오. 제네스님."

"허허허. 늙다보니 이렇게 멀리 오는 것은 힘들구만."

"허...아직 창창하신 분이 그렇게 말하지 마십쇼. 그리고 텔레포트로 날아오시지 않았습니까?"

"소드마스터 상급이 되니 보이는게 없느냐? 한번 뜨거운 맛을 봐야 다시 정신을 차릴게냐?"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저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메스와 제네스의 눈싸움에 모리스가 나서서 말렸다.

"둘 다 그만하시죠. 이제 같이 다닐 분들끼리 벌써 그러시면 나중에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리고 젊은 애들도 보고 있습니다."

"이런 내가 그걸 잊고 있다니. 이보게 젊은이들. 미안하네."

"아닙니다. 제네스 어르신."

"흐음...자네가 매트인가? 눈치가 빠르군. 그럼 다른 아가씨들은 에밀리와 베로나겠구만?"

"예. 이제부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흥. 늙은이가 팔팔하구만."

"허..그쪽 아가씨는 말이 험하구만. 늙은이 공경을 모르는 건가?"

"헛소리. 이렇게 팔팔한 늙은이가 어딨어?"

베로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제네스의 몸에서 엄청난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이에 질세라 베로나의 주먹에서 털과 발톱이 나기 시작했고 동시에 얼굴도 고양이과 짐승의 얼굴로 변하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모리스가 마나를 담은 목소리로 외치었다.

"그만두십쇼! 두 분 모두! 이제부터 같이 다닐 이들끼리 그러지 맙시다!"

모리스의 완강한 어투에 제네스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마나는 흔적도 없이 사그라들었고 베로나도 역시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매트는 그들의 힘을 한번 느낄 수 있었고 역시 최강자의 집단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이 일행들이 싸우지 않고 끝까지 같이 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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