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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오크 마법사-10화 (10/360)

2장 기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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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기연(5)

로그가 무기와 옷을 모두 챙기고 나에게 다시 돌아왔다. 무기는 마법이 걸려있는 마법검을 가져왔고 옷은 부잣집 도련님이 입을 것 같은 세련된 옷을 입고 오니 그 이상 어울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날짜가 어떻게 되지?"

"오늘 날짜는..."

나는 로그의 말을 듣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로그가 말한 날짜는 내가 의식을 잃고 약 400여 일이 지난 날짜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400일이나 의식을 잃고 있었다고? 믿기지가 않는군."

"베아트리스님의 힘을 온전히 옮기려면 장시간의 시간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렇기에 400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을 겁니다."

"흐음...그런가? 하여튼 이제 텔레포트로 이동할 테니 준비해."

"예. 알겠습니다."

텔레포트 마법은 순간이동을 해주는 마법이다. 인간들이 사용하는 텔레포트 마법은 좌표를 입력해서 사용하는 마법이지만 드래곤의 텔레포트 마법은 가봤던 장소라면 좌표가 필요하지 않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텔레포트."

나와 로그의 몸에 빛이 휩싸이면서 동시에 텔레포트 마법이 발동되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나는 오크 부족에 있던 내 집 앞에 도착해있었다.

"이야, 오랜만인데?"

"이게 주인님이 사용하셨던 집입니까?"

"옛날에는 그랬지. 그래도 나중에 재건축하는게 낫겠지? 그럼 어디 한번 들어가 보자고."

똑똑.

나는 나의 집임에도 불구하고 노크를 하였다. 하지만 기다렸는데도 아무도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나는 탐지마법을 사용해서 집 내부를 훑어보았다.

"아무도 없네? 들어가 있자."

"알겠습니다."

집 내부는 400여 일이 지났지만 변한 것이 거의 없었고 400여 일이 지났다는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내 옆에 있는 로그와 나의 모습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왔으니 한숨 자볼까? 나는 낮잠 좀 잘 테니까 누가 오면 깨워줘."

"예. 알겠습니다."

나는 로그를 믿고 오랜만에 마루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간만에 집으로 돌아와서 그런지 빠르게 잠에 들었고 깊게 숙면을 취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로그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늦게 반응하였다.

"주인님."

"으음..."

"주인님."

"으응? 불렀어?"

"예. 누군가 오고 있습니다. 기척으로 보아 여자아이 같습니다."

"클레아구만."

나는 마루에서 클레아가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 클레아가 어떻게 반응할지도 궁금하고 그사이에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한 명의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어...누구세요? 인간?"

400일 전에는 14살이였지만 10살 정도로 보일 정도로 마르고 빈약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15살 또래 정도의 키와 굴곡선을 가지고 있으면서 건강미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그란과 쿠로딘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오랜간만이구나. 클레아. 몰라보게 성장했는걸?"

"저기...누구시죠?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여기는 임자가 있는 집이거든요."

"그래? 나도 알고 있다."

"혹시...납치되서 오신 건가요?"

확실히 인간이 이런 곳에 있다면 납치되어 있다라는 생각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클레아가 나를 못 알아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사실을 밝히기로 했다.

"이거 나를 못 알아보는게 섭섭한데? 나야 듀로크."

"거짓말하지 마세요."

"응?"

사실을 밝혔지만 클레아는 적의를 표현하면서 믿지 않았고 나는 적의를 품는 클레아를 처음 보고 조금 당황했다.

"아니, 나 듀로크 맞다니까? 드워프들을 도와주고 혼자서 골렘들과 용감하게 싸운 듀로크라고."

"어디서 그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죽은 듀로크 오빠를 그만 욕보이게 하세요. 더 이상 그러시면 저도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어요."

나는 클레아가 나를 위해서 화를 내준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면서도 호기심이 생겨서 얘기했다.

"어떻게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거지?"

"이렇게죠."

클레아는 순식간에 자신의 등 뒤에 매고 있던 활을 꺼내 들어서 화살을 나에게 겨누었다. 내가 봐도 숙련된 솜씨라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클레아가 나에게 겨누자마자 옆에 있던 로그가 향상된 신체 능력을 가진 나의 눈에도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빠른 움직임으로 클레아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로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곧바로 눈치채고 황급히 소리를 질렀다.

"로그! 멈쳐라!"

내 말에 로그가 순식간에 멈췄지만 로그의 검은 어느새 클레아의 눈앞에 도달해있었다. 내가 반응이 늦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그런데 클레아는 자신의 눈앞에 칼이 있는데도 겁을 먹은 기색을 숨기며 화살을 아직도 겨누고 있었다.

나는 그 대치상황 속에서 일어나 로그의 뒤통수를 잡고 끌고 왔다. 그리고 로그의 눈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로그. 넌 너무 과민반응이야. 내가 저런 공격에 당하지 않는 것을 알잖아? 그런 것은 반응하지 않아도 돼."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너는 융통성부터 길러야겠다. 나중에 따로 교육을 하든지 해야지 원."

나는 아직도 화살을 겨누고 있는 클레아에게 다가갔다. 클레아는 아직도 화살을 겨누고 있었지만 떨고 있는 것을 감추려는 기색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미안하구나. 클레아. 어디 다친데는 없냐?"

"예...다친데는 없어요. 그런데 당신은 누구시죠? 저렇게 강한 이를 하인으로 데리고 다니다니..."

"내 모습에 믿지를 못하니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마."

나는 폴리모프 마법을 해제하여 원래의 오크 모습으로 돌아왔다. 클레아는 내가 변하는 모습에 엄청 놀란 표정을 짓고 활을 떨어트리며 얘기했다.

"정말...듀로크 오빠에요?"

"내가 얘기했잖아. 하지만 장난이 심했나 보구나. 그동안 별일 없었지?"

클레아는 대답 대신 나에게 갑자기 안겨 왔다. 그리고 눈물을 터트리며 울먹이는 소리로 얘기했다.

"흑...죽으신줄 알았어요...어떻게 살아있으면서 이렇게..."

"미안. 어떤 일 때문에 400일 동안 의식을 잃고 있었거든. 그 대신 나는 힘을 얻었단다."

"흑...힘이요?"

"그래. 힘. 너와 오크들을 지켜주고 번성시켜 줄 힘을 말이야."

"전 그런 힘 원하지 않았어요. 그저 오빠가 돌아오길 바랐을 뿐이였어요."

"그래? 미안하구나. 하지만 이제 돌아왔으니 안심하렴."

"예...잘 돌아오셨어요..그리고 정말 기뻐요."

그 말을 끝으로 클레아는 더욱 울기 시작했고 나는 클레아가 우는 것을 그치길 기다리며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어느 정도 진정을 찾은 클레아에게 나는 스톤 골렘들과 있었던 일의 이후에 대해서 가르쳐줬다. 물론 베아트리스와 나의 전생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와...그럼 오빠는 지금 드래곤의 힘을 가진 거에요?"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웬만한 드래곤도 나한테는 안될걸?"

"믿기지가 않네요. 오빠가 그렇게 강한 자가 됐다는게."

"나도 아직 믿기지가 않아. 그런데 너는 이 모습이 더 좋니?"

나는 지금 오크의 모습을 갖고 있었다. 클레아와 이야기 하다 보니 폴리모프를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는 지금이 낫다고 생각해요. 처음 만났을 때의 오빠의 모습이 오크잖아요."

"그,그래? 너 같은 얘도 있구나."

대부분 인간은 오크보다는 같은 인간의 모습을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클레아의 머리에는 나의 모습이 오크로 인식되어 있기에 오크의 모습이 더 낯익은 것이다.

'하긴, 오크 부족 내에서 활동하기에는 오크의 모습이 더 좋겠지.'

하지만 아쉬운 것도 있었다.

"쳇, 어떻게 증가시킨 나의 물건이..."

"예? 뭐라고 하셨어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조그마한 아쉬움을 남기고 이어서 얘기했다.

"그런데 1년 사이에 많이 자랐구나. 무슨 일이 있었니?"

"그란 오빠가 족장이 되고 저한테 싸우는 방법과 사냥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것들을 가르쳐줬어요. 그리고 잘 먹고 잘 자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란이 나와의 약속을 잘 이행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졌고 족장이라는 말에 다시 물어봤다.

"그란이 족장이 됐어?"

"예. 듀로크 오빠가 죽은게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인지 그때부터 힘을 키우는데만 열중했거든요."

"쿠로딘은?"

"쿠로딘 아저씨는 그때부터 대장간에 박혀서 거의 나오지 않으셨어요. 오빠가 죽었다는게 어지간히 충격이었나 봐요."

"그럼 지금도 대장간에 박혀있어?"

"예."

"흐음...그럼 나오게 해볼까?"

"예? 어떻게요?"

"방법이 있지. 로그. 클레아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해라."

"예. 알겠습니다."

나는 로그에게 명령을 내리고 지팡이를 손에서 내려놓았다. 그러자 마법으로 감추어 두던 나의 마나가 뿜어져 나오면서 주위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클레아는 로그의 방어마법으로 무효화되서 아무런 느낌도 받지 않고 있었다.

나는 아직 익숙치 않지만 넘쳐나는 마나를 뿜어내어서 옆에 있는 대장간으로 보냈다. 아마 마나를 느낄 줄 아는 드워프들은 차원이 다른 마나량에 경악해 하며 빠르게 행동을 취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지 5초도 지나지 않아서 내 생각대로 밖에서 허겁지겁 움직이는 드워프들이 느껴졌다. 그리고 방문이 부서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빠르게 문을 열며 드워프들이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위대한 존재를 뵙습니다!!"

10명의 드워프는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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