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기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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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기연(3)
드워프들을 구하고 부족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스톤 골렘 5기가 모습을 드러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생각해라. 방법을.'
쿵!
'생각해라! 최소의 피해로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쿵!
스톤 골렘의 그림자가 나를 가릴 정도로 가까이 올 때까지 나는 단 한 가지의 방법밖에 생각해내지 못했다. 그 방법은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의 효율을 나타내는 방법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선택을 하고 실행에 나서기로 했다.
"그란!"
"취익~ 말해라!"
"모두를 데리고 부족으로 귀환해라. 내가 시간을 끌고 있겠다."
"뭐라고?!"
"취익~ 말도 안 된다. 차라리 같이 싸운다!"
나의 의견에 쿠로딘과 그란이 반대를 했지만 나는 계속 얘기했다.
"내가 헤이스트 마법을 사용해서 시간을 끌 테니 너희들은 빨리 도망쳐. 나는 나중에 합류할 테니까. 더 좋은 생각 있어?"
"취익..."
"이 자식아! 정녕 그 방법밖에 없냐?!"
"그래. 현자인 내가 머리를 굴려봐도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이야. 그러니 빨리 가!"
"으...젠장! 죽으면 용서하지 않는다!"
"알겠어. 그리고 그란. 클레아와 드워프들을 부탁한다."
"취익! 알겠다! 나 그란. 전사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다!"
"최대한 멀리 가라."
그 말을 끝으로 나를 제외한 모든 인원이 달리기 시작했다. 스톤 골렘은 그들이 도망치기 시작하자 자신들도 빠르게 달리려고 했고 나는 스톤 골렘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 녀석들아! 네 상대는 나다!"
'스트렝스, 헤이스트.'
나는 두 가지 마법을 걸고 스톤 골렘의 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서 다리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쾅!
스트렝스 마법을 건 상태에서 도끼를 휘둘렀는데도 불구하고 금이 가기만 하고 그 이상의 타격을 줄 수 없었다. 그리고 스톤 골렘도 상당히 움직임이 빨라서 헤이스트 마법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겨우 피하고 있었다.
나는 우선 오우거들이 나왔던 숲으로 도망쳤다. 스톤 골렘 5기는 나와 도망친 이들 중 고민을 하다가 이내 나를 선택하고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숲 안으로 들어가서 먼저 몸을 숨겼다.
'스트렝스와 헤이스트 마법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마나를 소비하니까 단기전으로 승부를 봐야 해.'
나는 먼저 스톤 골렘 1기씩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스톤 골렘들이 모두 흩어지기를 기다렸다. 내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이내 스톤 골렘들은 흩어져서 찾기 시작했고 나는 이때가 기회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리가 안 통한다면! 관절 쪽은 어떨까!"
나는 도끼를 다리의 관절에 해당하는 곳으로 휘둘렀다. 그 결과 역시 관절 쪽은 약한 부분인지 도끼가 깔끔하게 가르고 지나갔다. 스톤 골렘은 하나의 다리를 잃어서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렸고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채 등 부분을 도끼로 내리찍었다.
보통 핵은 뒷덜미에 많다고 들었기에 나는 도끼를 잡은 상태로 마법으로 늘어난 팔 힘을 사용하여 위로 올라갔다. 이어서 스톤 골렘의 머리까지 올라간 나는 등에 박힌 도끼를 뽑아서 핵이 있을법한 위치에 내리찍었다.
쾅! 쾅! 쾅!
도끼를 수 번 내리찍었지만 워낙 단단해서 그런지 핵이 보이지 않았다.
"젠장. 뭐가 이렇게 단단하...어?"
열심히 도끼를 찍고 있던 나는 갑자기 그림자가 생기는 것을 보고 몸을 옆으로 날려서 피했다.
쾅!
스톤 골렘은 자신의 손으로 내가 있던 뒷덜미를 찍었다. 도끼로 찍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핵이 스톤 골렘 자신의 손으로 찍으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파란색의 돌에 빛나는 마법진이 있는 것을 봐서 100% 핵이 맞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는 스톤 골렘이 내리찍는 손을 피한 후에 갖고 있던 활을 꺼내 들어서 화살로 핵을 향해 공격했다.
"가랏!"
빠직.
내가 날린 화살이 정확히 핵을 맞히면서 스톤 골렘이 빛을 잃으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드,드디어 한 개를 부셨..."
퍼억!
"크악!"
옆에 있는 스톤 골렘의 접근을 눈치채지 못하고 나는 옆에서 맞은 충격에 몇 미터 날아갔다. 오른팔이 완벽히 부러진 것을 느꼈고 다리도 부들부들 거리는 것이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거기다가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쇼크 형상도 와서 움직일 수도 없었다.
"젠...장."
나는 다가오는 스톤 골렘을 피하기 위해서 덜덜 떨리는 다리로 움직였다. 하지만 내가 힘겹게 움직인 곳은 갈 곳이 없는 절벽이었다. 나는 절벽 끝에서 스톤 골렘에게 몰린 상황이었고 뛰어내려도 괜찮은지 절벽 뒤를 한번 힐끗 바라보았다.
어둠에 깔려져 있는 것이 떨어지면 살 확률이 현저히 낮아 보였다. 하지만 스톤 골렘은 한 발짝씩 나에게 접근해왔고 이어서 나만한 크기의 주먹을 휘둘렀다.
"그래! 한번 해보자!"
나는 스트렝스 마법에 모든 마나를 사용해서 왼손으로 스톤 골렘의 손과 부딪혔다. 하지만 모든 마나를 쏟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톤 골렘의 힘에 밀려서 절벽 너머로 날아갔다. 그리고 나는 떨어지면서 의식을 잃었다.
"으음..."
얼마나 의식을 잃었을까? 나는 온몸에 고통을 느끼며 의식을 되찾았다. 고통을 느끼는 것을 통해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인식하며 몸을 일으켰다.
우드득.
"으윽..."
온몸에서 격통이 느껴지고 있었다. 나는 고통을 느끼면서 동시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암흑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절벽에서 떨어지던 도중 튀어나온 부분에 착지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운 좋게도 착지한 곳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보였다.
"들어갈 수밖에 없겠군."
나는 쥐꼬리만큼 남아있는 마나로 라이트를 사용해서 안을 밝히며 나아갔다. 라이트 마법을 통해 보이는 광경을 통해 동굴과 같은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약 10분을 걸어서 들어갔는데도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젠장. 이젠 마나도 없는데."
곧이어 라이트 마법이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서 그저 걸어만 갔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계속 걸어가고 있다 보니 자신이 맞게 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앞에 절벽이 있더라도 모르고 나아갈 것 같은 상황이었다.
쿵.
"아. 이게 뭐지?"
나는 걸어가다가 앞에 뭔가를 부딪치고 손으로 만져보았다. 뭔가 거대한 것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고 손으로 다 만질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딱딱했다.
"뭐지 이건...비늘인가?"
나는 앞을 가로막는 것을 만지며 옆으로 이동했다. 크기를 추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만지면서 걸어갔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걸어갔을까? 갑자기 바닥에서 딸깍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번쩍.
"윽."
갑자기 어두웠던 곳이 밝아지자 눈이 적응하지 못해서 제대로 앞을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눈이 적응했다 싶어서 눈을 뜨고 본 광경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광경이었다.
"이건..."
한눈에 다 들어오지 못하는 크기를 가진 거대한 몸. 빨갛게 빛나는 가죽. 보는 자의 시선을 강제로 집중시키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움을 가진 드래곤이였다.
"레드 드래곤 베아트리스..."
나는 이 드래곤이 쿠로딘이 말한 베아트리스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드래곤은 자신의 보금자리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그렇다는 것은 지금 상황을 인간에 비유하자면 인간 앞에서 개미가 까부는 것과 같은 입장이었다.
'의사소통이 통하니까 한번 빌어보기라도 해야 되나.'
나는 드래곤이 나를 알아차리고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계속 기다려도 드래곤은 꿈쩍도 하지 않고 미동도 채 하지 않았다.
'잠자고 있어서 그런가?'
나는 움직이기 힘든 몸으로 드래곤의 코 앞으로 이동했다. 드래곤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니 더 위엄이 느껴져서 몸이 굳어졌지만 나는 손을 들어 드래곤의 코에 대어봤다.
"숨을...쉬지 않잖아?"
나는 드래곤들은 원래 코로 숨을 쉬지 않은가 싶어서 이상하게 여겼다. 그런데 그때 바닥에 어떤 글자가 적혀져 있다는 것을 보였다.
"뭐지?"
나는 글자가 적혀있는 것을 보고 흥미가 생겨서 가까이 가서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 글자는 놀랍게도...한글이었다.
"왜 한글이...여기 적혀있는 거지?"
나는 궁금함이 하늘을 뚫을 기세로 치솟는 것을 느끼며 글을 읽기로 결정하였다.
『나는 드래곤으로 환생한 이계인이다.』
"아니, 누구는 드래곤으로 환생하고 누구는 오크로 환생하냐?! 차별도 이런 차별이 없겠다! 누가 환생시킨지는 몰라도 이건 아니지 않나?!"
나는 화를 낼 만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차별하면서 환생시켜준 이에게 저주하며 이어서 글을 읽어나갔다.
『나는 전생에 한 명의 부인이 있었다. 부인은 임신을 하였고 나는 그 옆에 있고 싶었지만 일 때문에 외국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그러던 도중 아내가 아기를 낳았다는 소식에 나는 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고 왔다. 부인과 함께 만든 아기를 보려는 기대와 함께. 하지만...내가 탄 비행기는 추락했다.』
"확실히 비행기 사고가 옛날에는 여러 번 있었다고 했는데..."
『나는 너무나 억울했다. 추락하던 도중에도 얼굴을 보지도 못한 아기와 부인을 생각했다. 그리고 과부가 되는 부인과 아버지를 잃은 아기를 생각하니 눈에서 피눈물이 나왔다. 나는 피눈물을 쏟으면서 비행기의 추락과 함께 의식을 잃었다...그리고 눈을 떠보니 나는 드래곤의 아이, 해츨링으로 환생했다.』
"흐음..."
나는 써있는 글에 흥미를 느끼며 계속 읽어나갔다.
『드래곤의 생활은 만족스러웠다. 드래곤이 최강의 종족이라는 것이 제일 크게 효과를 발휘했고 마법을 캐스팅하는 것도 다른 드래곤들보다 몇 배는 빨랐다. 그리고 드래곤은 나이에 비례해서 강해지고 종류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다. 나는 드래곤들 중에서 제일 강한 레드 드래곤이고 캐스팅도 남들보다 몇배는 빠른 덕분에 명실상부, 지상 최강의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이 나와 비슷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 있었다.』
"호오?"
『내가 지금까지 만년을 살았지만 인간 쪽에서 9서클 대마법사 2명을 만났었다. 시간대도 달랐고 그들의 힘은 나보다 약할지라도 그들은 항상 소드마스터라고 불리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강대한 무력을 발휘했다.』
소드마스터. 마나를 검에 완벽하게 몰아넣는 경지로 마법사를 서클로 경계 짓는다면 기사의 경지는 소드마스터로 경계 짓는다. 그리고 9서클 대마법사처럼 인간의 경지를 초월한 소드마스터를 그랜드마스터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랜드마스터의 경지에 달했던 인간은 없었다고 한다.
『우리 드래곤들에게 전승되는 말에 의하면 초인이 많이 생기는 것은 다가올 재앙을 미리 대비하여 세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 것처럼 9서클 대마법사와 소드마스터가 대거 나오는 시기에는 마왕이 대륙을 침범해왔다.』
마왕. 대륙과 다른 차원, 마계에서 사는 왕. 그의 무력은 드래곤조차 압도할 정도로 강한 존재이다. 마왕이 강림하는 것은 대륙의 생사가 걸린 일이라고 한다.
『나와 드래곤들, 그리고 인간 쪽의 초인들, 엘프와 드워프까지 마왕을 무찌르려고 동맹을 맺었다. 그리고 5년간의 치열한 싸움 끝에 마왕을 물리쳤지만 대륙은 처참하게 변했다. 우리 드래곤들은 대륙을 원상태로 되돌리고 휴식을 취하러 갔고 인간, 드워프, 엘프는 다시 사이가 안 좋아졌다. 이 일은 벌써 2천 년도 지난 일이다.』
"잠깐, 그러면 오크들은 어떻게 했다는 거지?"
아마 내 예상이지만 오크들은 힘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기에 마왕의 밑에서 복종하지 않았나 싶었다.
『첫 마왕이 침략한지 5천 년, 두 번째 마왕이 침략한지 2천 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직도 불안에 떨고 있다. 왜냐하면 나의 천수는 이제 거의 다 끝났는데 내가 없을 때 마왕이 강림한다면 세상은 멸망할 것이다.』
"흐음...그렇구만."
『드래곤들은 수명을 다하면 자연으로 돌아가 재로 변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없을 때 마왕이 강림하는 것을 대비해서 이렇게 수를 써두었다. 나의 지식과 힘을 전수 받을 수 있도록.』
"뭐라고?!"
나는 흥분하면서 남은 글들을 읽어나갔다.
『지금 보고 있는 당신에게 나의 모든 것을 넘겨줄 것이다. 당신이 이 힘을 어떻게 사용하든지 나는 관심이 없다. 그저 마왕이 강림했을 때 도와주라는 것이다. 당신이 살아있는 동안 마왕이 강림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좋고말고."
『이렇게 힘을 남기는 것도 전생에 인간이였기에 죽기 전에 남는 탐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글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증거. 그렇기에 나는 당신을 믿고 이렇게 남긴다. 시동어는 제일 밑에 적었으니 그것을 외치면 발동된다.』
나는 제일 밑에 써 있는 글을 보았다. 그리고 이건 확실히 한국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참나. 열려라 참깨라니. 언제적 거야?"
그때 나의 발밑에서 마법진이 생겨났고 나는 설마 이렇게 지나가는 말에 발동할지 몰랐다.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마법진이 발동하여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뭐,뭐야?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를 안했다고!"
나의 말과 정반대로 마법진은 의욕이 넘치는 것처럼 나를 점점 둘러쌓았고 의식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의식을 잃기 전에 하나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 같았다. 바로 이렇게...
【드디어 나의 아내와 자식을 보러 가는구나.】
그렇게 또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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