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기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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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기연(2)
트롤들을 처리한지 약 8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나와 일행들은 베아트리스의 서식지로 추정되는 곳에 도착하였다. 쿠로딘의 말에 의하면 드래곤들의 영역은 엄청나게 넓어서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그래서, 도착은 했는데 어떻게 찾을 거야?"
"바로 이것을 통해서지."
쿠로딘은 자신의 품속에서 하나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피리를 꺼내 들었다.
"그게 뭔데?"
"이건 드워프들이 서로를 알릴 때 사용하는 피리 소리이다. 이것을 불면 분명 나타날 거다."
"그렇게 작은데 소리가 멀리까지 가겠어?"
내가 말한 대로 피리는 손가락만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쿠로딘은 그 말을 예상했는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이래 보여도 몇 킬로미터는 기본적으로 들린다고. 그리고 드워프들은 청각도 좋은 편이지."
"그러면 산 정상에서 부는 것이 낫지 않겠어? 그래야 소리도 멀리 퍼지고."
"오,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그 소리에 다른 몬스터는 오지 않겠지?"
"아마 오지 않을 거다. 이 피리는 고주파여서 몬스터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니까."
나와 일행들은 2시간을 이동해서 겨우 산 정상에 도착하게 되었다. 모두 고지대로 올라와서 그런지 호흡이 가빠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고 나는 그와 동시에 주위의 풍경을 둘러보았다. 주위는 대부분 나무로 둘러싸인 숲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간간히 초원도 보이고 흐르는 강도 있었다.
이렇게 비옥하고 좋은 땅이 있는데 드래곤이라는 종족 때문에 접근이 불가능한 것이다.
'하긴, 그 덕분에 경계선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나와 일행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체력을 회복한 후에 쿠로딘이 피리를 다시 꺼내었다.
"이제 분다?"
"그래."
쿠로딘은 있는 힘껏 숨을 들이킨 후에 피리를 힘껏 불었다. 확실히 나의 귀에도 들리지 않는 것을 봐서 몬스터에게 들리지 않는 것은 맞는 말인 것 같았다. 쿠로딘은 얼굴이 빨갛게 변할 정도로 불었고 나는 주위의 풍경을 보며 움직이는 것이 있나 곰곰이 관찰하였다.
하지만 5분 동안 기다렸는데도 아무런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 부는게 어때?"
"휴..여기가 아닌가? 알겠네.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취익~ 듀로크."
"왜? 그란."
"취익~ 뭔가가 오고 있다."
"뭐? 어디서?"
"취익~ 저쪽 멀리서 오고 있다. 뭔가 커다란 것과 함께."
나는 그란이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란의 말 그대로 멀리서 나무가 들썩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드워프 몇 마리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찾았다! 드워프다!"
"그런데 뭔가 급한 것 같은데?"
말 그대로 드워프들은 뭔가에 쫓기는 것처럼 허겁지겁 달리고 있었다. 이어서 그 이유가 모습을 드러냈다.
"쿠어어어!!!"
"취칙! 오,오우거다!"
오우거. 몬스터의 최상위 종족. 크기 4~5미터에 달하고 질긴 가죽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이다. 이 오우거가 최상위 종족인 이유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몸집에 걸맞은 힘과 칼을 쑤셔도 잘 들어가지 않는 가죽으로 몬스터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저 드워프들과 빠르게 합류한다! 이동!"
나는 산 정상에서 드워프들이 쫓기고 있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쿠로딘은 드디어 동료를 발견해서 그런지 의욕이 넘쳐흘렀고 그란은 강자와의 싸움으로 인해서 흥분해 있었다. 다른 오크들은 상대가 오우거 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어서 그런지 겁에 질린 표정을 짓지 않고 있었다.
나는 드디어 도망치던 드워프들이 거의 다가온 것을 보고 일행들을 멈추게 하였다.
"모두 멈춰! 전투 준비!"
스트렝스 마법을 사용한 나와 그란은 멈추자마자 활을 꺼내 들어서 화살을 시위에 매기었다. 드워프들은 낮은 키 때문에 보이고 있었지만 오우거들은 나무에 가려서 하체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오우거의 모습이 보일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조금만 더..."
나는 트롤들에게서 느끼지 못했었던 압박감을 느끼며 조용히 기다렸고 드디어 오우거의 모습이 드러났다.
"지금이다!"
팡! 팡!
화살이 시위에서 날아가 힘차게 오우거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란의 화살은 정확히 오우거의 머리를 명중시켰지만 나의 화살은 오우거의 어깨를 관통했다. 어깨를 관통당한 오우거는 비명을 지르고 오히려 화를 내며 돌진해왔다.
"제 2장전!"
나와 그란은 이어서 화살을 빠르게 시위에 매기고 또 오우거를 향해 쏘았다. 이번에는 정확히 2개 모두 머리에 명중되었다. 이렇게 3마리를 즉사시켰지만 아직도 오우거는 4마리나 더 남아있었다. 오우거 4마리가 벌써 접근해 와 있었기에 나는 헤이스트 마법을 걸고 돌진했다.
"모두 돌격!"
"쿠와아아!!"
나의 말에 쿠로딘과 오크들이 돌격했다. 쫓기던 드워프들은 우리 뒤쪽으로 지나갔고 오우거들은 오크들을 향해 공격했다. 첫 번째 부딪힘에서 오우거가 휘두른 몽둥이에 맞아 날아가는 오크 2마리가 보였다. 죽지는 않았지만 중상인 것이 눈으로 보였다. 나는 중상을 당한 오크의 도끼를 빼앗고 오우거를 향해 달리면서 소리 질렀다.
"또 수그려!"
"취익! 너도 엎드려라!"
나와 그란은 트롤에게 사용했었던 방법을 다시 사용하여 오크를 밟고 날아올랐다. 나는 날아오른 상태로 도끼를 수직으로 오우거를 향해 내리찍었다. 오우거는 몽둥이로 막았지만 나의 도끼는 엄청난 두께의 몽둥이를 가르고 오우거의 얼굴까지 절반으로 갈라버렸다. 옆을 보니 그란도 나와 똑같이 한 마리의 오우거를 즉사시켰다.
그사이에 남은 2마리의 오우거가 오크 3마리를 또 날려 보냈고 이어서 오크 2마리의 머리를 박살내어서 즉사시켰다. 오크들은 동료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한 덕분에 남은 2마리의 오우거가 도끼로 당한 상처로 수두룩했지만 아직도 팔팔한 상태였다. 나는 헤이스트 마법으로 가속화된 몸으로 오우거에게 접근해서 무릎을 발로 밟고 올라갔다. 이어서 배를 밟고 뛰어오른 상태에서 도끼를 오우거의 머리에 찍었다.
퍼억!
정확히 들어간 도끼에 오우거의 몸은 뒤로 쓰러졌고 나는 남은 한 마리의 오우거를 보았다. 그란의 도끼와 오우거의 몽둥이가 서로 밀어붙이면서 힘싸움을 하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원래는 아무리 그란이라고 하더라도 오우거의 힘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란의 도끼에는 얇게 마나가 둘러싸인 상태로 무의식적으로 마나를 사용하고 있어서 힘대결이 가능했다.
"취이이익!!"
그란이 소리를 지르며 도끼에 더욱 힘을 주자 도끼와 몽둥이라는 장비 차이로 몽둥이가 두 동강이 나면서 도끼가 오우거의 다리를 잘라버렸다. 오우거는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팔로 그란을 쳐내려고 했지만 그란은 손쉽게 피하고 낮아진 오우거의 목을 도끼로 그어버렸다. 그렇게 전투가 끝나자마자 나는 오크들을 향해 소리쳤다.
"중상자에게 빨리 트롤의 피를 부어라!"
나는 헐떡이고 있는 오크들에게 트롤의 피를 부었다. 외상은 치료했지만 내상까지는 트롤의 피로 회복할 수 없기에 장기적으로 자연회복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처음으로 나온 사망자에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감정에 휘둘리면 안 되므로 이내 빠르게 묻어주었다.
사망자들을 모두 묻어주고 중상자들을 어느 정도 치료할 때 쿠로딘은 드워프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쿠로딘, 구하러 온 건가?"
"그래. 너희들을 위해서 큰 빚을 지고 온 거니 감사하라고."
"이 오크들에게 말인가?"
구해진 드워프들이 눈을 게슴츠레한 채 쳐다보자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들을 구하려고 이렇게 힘들게 왔는데 그게 오크라는 것에 저렇게 반응하니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자,자. 얘기는 나중에 하고 먼저 이동하게나."
쿠로딘은 내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눈치채고 드워프들을 데리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때 갑자기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쿵.
"뭐지?"
쿵.
"취이익~ 땅이 울린다."
쿵.
"이 소리는 설마..."
쿠로딘은 뭔가 짐작이 가는 것이 있어 보였다.
쿵.
"뭔데? 쿠로딘."
"저,저것은!"
쿵!
땅이 울리는 원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톤 골렘이다!"
스톤 골렘. 마법으로 만든 병기로 드래곤의 가디언 역할을 하는 골렘 중 하나였다. 마법석을 핵으로 사용하여 움직이고 주로 돌로 몸을 이루고 있다. 크기는 드래곤들의 마음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천차만별이지만 지금 모습을 드러낸 스톤 골렘만 해도 크기가 6미터는 넘어 보였다.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나타난 스톤 골렘은 총 5기로 이건 빼도 박도 못 하고 전멸 각이었다.
"젠장. 이거 X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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