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현자 오크(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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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현자 오크(5)
나는 자다가 맛있는 냄새가 풍기는 것을 느끼고 잠에서 일어났다. 자신이 마루에서 잤다는 것을 주위를 보고 인식하며 냄새의 근원지를 향해 이동했다. 냄새는 바로 클레아가 만드는 요리에서 나오고 있었다.
"일어나셨어요?"
"그래. 그런데 뭘로 만드는 거냐?"
"물고기로 찜을 만들고 있었어요. 이래 봬도 어부의 딸이여서 물고기 요리는 자신 있거든요."
"확실히 냄새는 좋네."
"냄새뿐만 아니라 맛도 좋을 거에요."
"그래? 기대하지."
클레아의 말대로 먹어보니 내가 요리하면 이런 맛이 나오기 힘들 정도로 맛이 좋았다. 나는 이렇게 맛있는 것을 단둘이 먹기에는 미안해서 드워프들에게도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클레아. 미안한데 4인분 더 만들어줄 수 있냐?"
"예. 가능한데요. 왜 그러시죠?"
"어제 너무 급하게 와서 모르겠지만 내 옆에는 드워프 4명이 살고 있거든."
"예? 드워프요?"
클레아는 드워프라는 말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왜? 드워프랑 같이 사는게 놀라워?"
"예. 제가 듣기로는 드워프들은 자존심이 쎄서 타종족과 공존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하던데..."
"맞아. 하지만 나니까 같이 사는 거야."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오빠는 특이하니까요."
"칭찬으로 들을게."
"예. 그러면 4인분을 더 만들게요. 그리고 기대되네요. 저는 드워프를 본 적이 없어서."
"많이 기대하지는 마. 그저 조그마한 아저씨 같은 느낌이야."
클레아는 내 말에 웃으며 음식을 만들려고 갔다. 나는 클레아가 요리를 하는 사이에 드워프들을 부르러 가기로 결정했다.
똑똑.
"이보쇼. 드워프들. 안에 있냐?"
내가 드워프들이 사는 집 앞에서 문을 두드리자 쿠로딘이 문을 열고 나왔다.
"마침 잘 왔다. 들어와라."
"응?"
나는 쿠로딘의 말에 반응하지 못하고 그저 안내하는 대로 집 안으로 들어왔다. 집 안에 들어가자 나머지 드워프 3명이 둘러앉아서 쿠로딘과 내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나는 분위기가 심각해 보이는 것을 느끼고 쿠로딘에게 얘기했다.
"내가 전에 드래곤 산맥에 미스릴을 캐는데 도와달라고 했던 것이 기억나나?"
"그랬었지."
"그 이유는 모르고 있지?"
"네가 안 가르쳐줬으니까."
쿠로딘은 나를 보며 한숨을 쉬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실 우리 카무란 왕국에서도 미스릴은 귀한 금속이다. 왜냐하면 드래곤 산맥에서만 미스릴을 채광할 수 있거든. 그렇기에 우리 카무란 왕국에서는 정기적으로 드래곤 산맥에 미스릴을 캐러 보내는 집단이 있다."
"그 집단 중 일부가 너희들이고?"
"얘기가 빨라서 좋군. 우리가 드래곤 산맥에서 오크에게 납치되는 것도 그 때문이긴 하지만 드래곤 산맥에는 많은 몬스터들이 살고 있지. 그렇기에 미스릴을 채광한다는 것은 오크에게 납치되거나 죽는 것도 각오한 자만이 가능하다는 거다."
"그래서?"
"그런데 저번 미스릴 채광은 나를 포함해서 총 12명을 보냈다. 많은 인원은 오히려 걸리적거리기에 소수 정예로 보낸 거지. 그런데 그중 4명은 이렇게 오크에게 납치되어 있고 나머지 8명은 행방불명인 상태이지."
"계속해."
나는 차분히 쿠로딘의 이야기를 듣기로 하였다.
"이처럼 미스릴 채광에 실패하면 왕국에서는 또 다른 집단을 보내게 되어있다. 그리고 마침 1개월 전에 미스릴 채광을 하러 보냈다고 하더군."
"그 사실은 어떻게 안건데?"
내 물음에 나머지 3명의 드워프가 눈길을 돌렸지만 쿠로딘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 명의 드워프가 품속에서 금속으로 된 판자를 꺼냈다.
"그것은?"
"이것은 마법이 부여된 판자로 판자를 갖고 있는 이들끼리 문자를 적어서 소통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SNS와 같은 거구만.'
전생에 휴대폰을 사용한 나는 별로 아무런 느낌도 받지 않았지만 쿠로딘이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것을 봐서 희귀한 아이템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스릴 채광에 들어가는 집단의 리더에게는 이 판자를 소유하게 되어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정기적으로 미스릴 채광 일의 경과를 알 수 있었지."
"그런데?"
"그런데...1주일 전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오우거 떼들이 덮쳐서 뿔뿔히 흩어지고 지금도 드래곤 산맥에서 조난을 하고 있다고...판자를 통해서 소식을 계속 받았지만 어제부터 소식이 끊겼다."
"그렇군. 그래서 나한테 원하는 것이 뭔데?"
"...염치없지만 드워프들을 구출해 주지 않겠나?! 그들을 납치해도 상관없네!"
"또."
"뭐?"
"또 숨기는게 있잖아. 다 털어놓는게 좋을 거야."
나는 쿠로딘과 나머지 드워프 3명의 눈을 보고 숨기는게 아직 있다는 것을 대충 눈치챘다.
"...이건 얘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들이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긴 지점이 고룡 레드 드래곤 베아트리스의 서식지다. 하지만 베아트리스는 동면에 들어갔다고 했기에 괜한 불안감을 주기 싫어서 얘기하지 않았던 거지."
"흐음...그건 그렇다고 해도 왜 나한테 부탁하는 거지? 나는 그저 일개 오크일 뿐이라고."
"내가 느낀 바로는 너는 일개 오크가 아니다. 다른 오크들과 다르게 현명하기도 하지. 그리고...마법도 사용할 수 있지 않나?"
"...알아차렸냐?"
"팔씨름하기 전에 마나의 유동을 느꼈었지. 그게 너일 줄은 몰랐지만."
"그렇다고 해도 난 저급 마법사일 뿐이야. 아무리 드워프들을 납치해 온다고 해도 내가 고룡의 서식지까지 가서 위험을 지고 가기에는 무리인 것 같은데?"
"어떻게 안 되겠나? 이렇게 부탁하마!"
쿠로딘이 무릎을 꿇자 나머지 3명의 드워프도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나는 그들의 행동에 난감함을 느끼며 고민에 빠졌다.
"알겠어. 아직 확답은 못 하지만 고민은 해보지."
"그런가? 고맙다!"
"그것보다 내 집에 한 명의 동거자가 생겼거든. 인간 여자아이인데 너희들을 위해서 요리를 만들었으니 가서 먹으라고."
"알겠다. 염치없지만 네 말을 따르지."
"나는 그동안 고민할 테니까 가서 먹고 와."
나는 드워프들을 내보내고 집에서 혼자 남아 고민하기 시작했다.
약 10분 이상을 고민한 끝에 나는 내 오두막으로 다시 돌아왔고 안에서 클레아와 드워프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하하하. 아저씨들 정말 재밌네요."
"그러는 너야말로 인간 여자아이 주제에 잘 아는구나."
"드워프와 인간은 의외로 잘 어울리는군."
나는 생각 외로 쿠로딘과 클레아가 대화가 잘 통하는 것을 보고 얘기했다.
"음? 왔나? 나도 의외다. 이런 어린아이와 말이 잘 통하다니 말이야."
"그래? 잘됐네. 그리고 고민 끝에 정했다."
나의 말에 드워프 4명이 심각한 분위기를 띄웠고 클레아는 갑자기 분위기가 변환되자 어리둥절했다.
"쿠로딘. 너의 말대로 드래곤 산맥에 가서 드워프들을 구하겠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뭔가?! 뭐든지 들어주겠다!"
"아직 진행단계이지만 나는 오크들의 왕국을 세울 예정이다."
"왕국?!"
"왕국이요?"
나의 말에 쿠로딘과 클레아, 드워프 3명은 모두 놀라워했다.
"그래. 왕국. 왜 오크들만 왕국이 없지? 나는 오크들의 왕국을 만들고 싶다. 오크들이 타종족에 비해서 지능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도 통제를 하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왕국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수많은 반복 끝에 농사를 지은 것처럼."
"그,그래서?"
"너의 친구들 드워프들을 도와주지. 하지만 너희들은 우리 오크 왕국에서 대장장이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그,그건 오크의 왕국을 건설하는 것을 도와달라는 건가?"
"아니. 오크 왕국에 예속되는 것이다."
"크윽..."
나는 이 순간이 선택의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쿠로딘이 반대한다면 그와의 관계는 서먹해질 것이다. 하지만 쿠로딘의 입장에서는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쿠로딘에게 그런 제안을 한 것이었다.
"젠장! 알겠다! 네 말대로 하마!"
"좋아. 현명한 결정이었다."
"계획은 있는 거냐?"
"쿠로딘 너와 나, 그리고 그란. 이어서 너희들이 만든 갑옷과 도끼를 착용한 9명의 오크. 이렇게 12명이서 이동한다."
"소수 정예로군.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먼저 족장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니 너는 미리 준비해라. 그리고 드워프들이 있을 만한 곳은 먼저 선점해놓고."
"알겠다."
"클레아."
"예."
"너에게는 미안하지만 요리 좀 해줄래? 여행하기 좋게 훈제로 만들어줬으면 한다. 재료는 줄 테니까."
"알겠어요. 근데...다시 오시는 거죠?"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그사이에 정이 쌓였는지 걱정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클레아였다.
'하긴, 오크들에게 납치되면서 불안했을 텐데 믿을 사람이 나뿐이니...'
"걱정마라. 이래 봬도 난 질긴 오크니까."
"하하하. 예. 믿을게요."
나는 클레아를 안심시키고 족장을 향해 찾아갔다. 족장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의 현자 명성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가 있어서 내 말이 족장이고, 족장 말이 곧 내 말이었다.
나는 이어서 재료를 클레아에게 줘서 훈제를 만들도록 하였고 그란과 9명의 오크들을 모아서 여행을 갈 준비를 하도록 시켰다. 그렇게 준비하는데 하루가 걸리고 다음날 여행을 갈 인원들이 모두 내 집 앞에 모였다.
"모두 준비됐냐?"
"취이익! 됐습니다!"
"그란 준비됐어?"
"취익~ 완벽하다."
"쿠로딘도?"
"준비됐다."
"그럼 클레아. 갔다 올 테니까 집 잘 지키고 있어라."
"예. 몸 성히 갔다 오세요."
이렇게 나를 포함한 12명이 드래곤 산맥, 고룡 베아트리스 서식지를 향해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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