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현자 오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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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현자 오크(2)
나는 몬스터의 숲에서 나왔다. 그리고 부족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취이익~ 듀로크!"
"여. 그란. 뭐 하고 오는 거야?"
그란은 나의 유일한 친구다. 그란은 오크임에도 불구하고 키가 2미터에 육박하며 족장을 넘어서는 강력한 근육들로 무장되어 있다. 그란은 태어난지 2년이 넘었고 족장의 자리를 앉을 후계자 중 하나였다. 나도 꽤 강한 편이지만 그란은 진짜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무력에서 족장 다음으로 최강이었다.
그란의 무식한 힘은 오우거와 맞먹을 정도로 엄청났다. 한번은 돌을 맨손으로 부시는 것을 보고 '아, 이게 넘사벽이라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같은 후계자로서 자주 만나자 유일한 친구가 되었다. 그란은 평범한 오크와 다르게 성격이 호탕하고 행동이 경쾌했기에 전생에 사람이었던 나의 기점으로 봤을 때 맘에 드는 친구였다.
"취이익~ 훈련하고 왔다. 더 강해져서 족장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그래? 그러면 족장은 네가 하면 되겠네."
"취이익~ 너는 하기 싫은가?"
"나? 나는 그렇게 얽매이는 것은 싫어해. 나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취이익~ 그런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응원하겠다."
"그래? 고맙다. 아, 그러고 보니 너한테 부탁할게 있어."
"취이익~ 뭐지?"
"우리 부족의 땅 중에서 사용하지 않는 땅이 어디 있었지?"
"취이익~ 땅?"
"응. 햇빛이 잘 들고 몬스터의 위험이 없을 만한 장소."
"취이익~ 알겠따. 나를 따라와라."
나는 그란을 따라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도중 부족의 오크들이 인사했지만 그란은 모두 무시하고 나는 그저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취이익~ 이곳이다."
"흐음...나쁘지 않은데?"
부족에서 가깝고 뒤는 절벽으로 몬스터가 다가올 위험은 없어 보였다. 하늘도 뻥 뚫려있어서 비를 맞기에 적절하고 햇빛도 나쁘지 않게 들어오고 있었다.
"저기 땅 좀 파줄래?"
"취이익~ 땅을 왜 파라는 거지?"
"힘을 키우는 훈련을 하는 것도 있고 새로운 실험을 하고 싶어서."
"취이익~ 실험?"
"그래. 실험."
"취이익~ 알겠다. 똑똑한 네가 하는 말이다. 틀리지 않다."
그란은 그저 내 말을 믿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일직선으로 여러 간격으로 균일하게 파달라고 부탁했다. 그란의 엄청난 힘은 땅을 파는데 아주 적합하여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그란이 판 땅에 제임스에게 받았던 씨앗을 균일적으로 배분해서 묻었다. 그란은 나의 행동을 보고 무슨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취이익~ 지금 뭐 하는 건가?"
"씨앗을 심고 있는 거야."
"취이익~ 씨앗이 뭔가?"
"이 씨앗들이 반년 정도 뒤에는 식량으로 변할 거야."
"취이익! 마법인가?"
"마법은 아니지만 너희들의 눈에는 마법으로 보일 수도 있겠군. 나중에 성과물이 나오면 보여줄게."
"취이익~ 기대하겠다."
그 말을 끝으로 그란은 다시 훈련을 하러 떠났고 나는 제임스에게서 얻은 책을 꺼냈다. 부족한 어휘력을 가지고 있어서 이해하는데 힘들었지만 가까스로 책의 내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유추한 내용에 의하면 마법사가 되기 전에 먼저 마나를 느껴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사람의 몸을 그릇이라고 생각하고 마나를 물이라고 생각한다. 책에 적혀져 있는 마나 호흡법은 물을 그릇에 넣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주먹만한 그릇일 수도 있고 바다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재능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나 호흡법을 통해서 꾸준히 수련을 하면 그릇이 점점 커지는데 커지는 속도도 재능의 차이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이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나는 책에 적혀있는 마나 호흡법을 따라서 마나를 느끼는데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 그렇게 나는 씨앗을 심어둔 곳에 앉아서 마나를 느끼기 위해 노력했고 약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나는 마나를 느끼는데 성공하였다.
주위에 꿈틀대는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봐서 마나를 느끼는데 성공한 것을 알 수 있었고 대기의 마나가 몸에 들어오면서 상쾌한 느낌이 몸을 지배하였다.
"좋아. 그러면 1서클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볼까."
여기서 추후에 알게 되지만 오크와 인간의 인체구조는 비슷하여 인간의 수련 방법이 유효했던 것이었다. 또 인간이 보통 마나를 느끼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년이었는데 나는 겨우 한 달 만에 마나를 느꼈으니 마법에 대한 재능이 뛰어났다. 하지만 현시점의 나는 그걸 알지 못하고 보통 1개월이 걸리는 줄 알고 있었다.
마나를 느끼는데 성공한 나는 이제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책의 다음 페이지를 펼쳐보았다.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서클이 올라갈수록 수식도 점점 늘어나고 복잡하게 된다...라."
고서클의 마법일수록 수식이 늘어나고 복잡한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다음 페이지에 있는 1서클 마법인 '매직 애로우'에 대한 수식을 보았다.
"어디 보자...어? 이건?"
나는 매직 애로우에 대한 수식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며 다른 서클의 마법을 보았다. 같은 2서클 마법인 '파이어볼'도 비슷했다. 이번에는 3서클인 '아이스 랜서'라는 마법을 보았다. 1,2서클 마법보다 수식이 복잡해 보였지만 이것도 비슷했다.
"설마...마법의 수식이라는게 면적을 구하는 것이였다니."
1서클의 마법은 여러 개의 삼각형과 사각형의 면적을 구하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3서클 이상의 마법은 기본적으로 곡선을 이루는 도형으로 1서클보다 훨씬 어려운 도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와 같은 이유에 책에는 마법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아야 한다고 적혀져 있었고 나는 충분히 그 이유를 공감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곡선을 이루는 도형의 면적을 구하려면 엄청난 암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더욱 더 높은 서클의 마법은 더욱 난해한 도형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천재들만이 가능한 영역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점이 있었으니 바로 미적분을 알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대륙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X가 1부터 10까지의 면적을 구한다면 1에서 2까지의 면적을 구하고 2에서 3까지의 면적을 구한 다음에 10까지의 면적을 구해서 모두 다 더하는 방식이였다. 하지만 미적분을 통해서 구하면 곧바로 1부터 10까지의 면적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남들이 캐스팅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몇 배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더구나 서클이 높으면 높을수록 미적의 효율은 더욱 증가하여 더욱 빠르게 캐스팅 할 수 있었다.
"마법은 9서클까지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 그들은 얼마나 천재인 거야?"
인간이 9서클을 도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서 역사에 단 3명만이 도달했다고 책에 쓰여져 있었다. 드래곤들이 최강의 종족인 이유가 드래곤들은 모두 9서클의 마법을 사용하고 거대한 몸집에 엄청난 강도를 가진 비늘을 가지고 있어서라고 한다.
"우선 1서클 마법부터 사용해볼까?"
나는 책에 적혀있는 수식을 사용해서 1서클 마법 '매직 애로우'를 캐스팅했고 캐스팅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매직 애로우."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과 비슷하게 마나가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공중에 바람으로 이루어져 있는 마법 화살이 생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허...현기증이."
역시 마나를 느끼자마자 1서클 마법을 사용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지 현기증이 났다. 이것은 그릇에 담긴 물을 모두 사용한 것처럼 마나가 고갈된 상태로 이 이상 무리하면 몸을 망치게 된다고 한다. 나는 매직 애로우를 사라지게 하고 바닥에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휴...먼저 그릇을 키우는데 노력을 하자."
나는 이때부터 그릇을 키우거나 농사를 하는데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 그리고 씨앗을 심은지 4주 후, 쿠와 후가 드디어 땅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전생에 봤었던 밀과 쌀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성장 속도가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
보통 씨앗이 땅을 뚫고 모습을 드러내는데 아무리 길다고 해도 4주는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대륙에서는 늦게 자라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쿠와 후가 완벽히 자라나는데 씨앗을 심고 대략 2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전생에 밀과 쌀이 보통 6개월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3배는 빠른 속도였다.
"이거 농사하면 장난 아니겠는데? 식량 걱정은 끝낼 수도 있겠어."
나는 쿠와 후가 완벽히 자란 것을 확인하고 족장 듀로한과 그란을 불렀다. 그들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고 있었기에 내가 보여주는 광경에 놀라워했다.
"취칙~ 이게 뭔가?!"
"취이익~ 마법인가?!"
"오셨습니까? 이건 쿠와 후라는 겁니다. 곡물의 일종이죠."
"취칙~ 곡물? 인간들이 먹는 식량을 얘기하는 건가?"
"예. 이렇게 자라난 곡물들의 씨앗으로 심고 키우는 방법만 가르쳐주면 식량걱정은 사라질 겁니다."
"취이익~ 그게 정말인가?!"
"그래. 정말이야. 아. 그리고, 족장. 부탁할게 있습니다."
"취칙~ 말해봐라! 식량 걱정이 없어진다면 뭐든지 들어주겠다!"
"혹시 드워프를 납치한 부족이 있나요?"
"취칙~ 드워프? 찾으면 있을 것 같다. 근데 왜 찾는가?"
"드워프를 통해서 만들고 싶은 것이 있거든요. 이 씨앗과 농사하는 방법을 통해서 드워프와 교체하고 싶습니다."
"취칙~ 그런가? 알았다. 이렇게 큰 업적을 쌓는다면 그 정도는 해도 되겠지."
그때부터 대대적인 농사작전이 시작되었다. 듀로한은 부족 내의 모든 오크들을 모으고 나는 그들의 앞에서 씨앗과 농사하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지능이 인간보다 낮은 오크들에게 농사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취이익~ 내 씨앗 모두 썩었다."
"물을 너무 많이 줬잖아요."
"취익~ 내 씨앗 말라버렸다."
"그쪽은 물을 너무 안 줬잖아요."
"취칙~ 내 씨앗 안 피어난다."
"대체 몇 미터를 파서 심은 겁니까?"
관리를 못 해서 말라 비틀어 죽는 것은 기본이고 씨앗을 너무 파묻거나 흙으로 안 덮고 방치하는 경우,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썩는 경우 등 모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반복 학습과 꾸준한 노력은 그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만들었다.
씨앗을 오크들에게 나눠주고 2개월이 되었을 때 수확을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키운 것뿐이었다. 하지만 나눠준지 4개월이 되었을 때 놀랍게도 나눠준 오크의 3분의 1 정도를 수확할 수 있었다. 수확한 것을 한곳에 모아서 두니 엄청난 황금빛의 곡물들을 볼 수 있었다.
"취이익~ 엄청나다!"
"취칙~ 이게 다 식량인가?!"
"취칙! 모두 조용하라!"
족장 듀로한은 모아놓은 곡물에 열광하는 오크들을 진정시키고 얘기했다.
"취칙! 먼저 양이 어느 정도 인지 확인해라!"
듀로한의 명령하에 부족원 모두 곡물의 양을 확인하자 부족원 500여 마리가 1개월은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2개월을 투자해서 1개월의 식량이었지만 나중에 숙련된다면 더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고 더구나 식량은 사냥을 통해서도 모으기 때문에 엄청난 양이라고 볼 수 있었다.
"취칙! 1개월량이라니 엄청난 양이다! 역시 내 아들이다!"
"취이이익!!"
엄청난 함성이였다. 항상 식량 걱정에 굶주림을 두려워했는데 이제 그런 걱정이 사라진 것이다. 그들의 기쁨이 함성에 녹아들어 뿜어나오고 있었다.
"취칙! 나는 이렇게 기막힌 방법을 생각해낸 내 아들 듀로크에게 현자라는 칭호를 내리겠다!"
"취칙! 현자 오크 만세!"
"현자 오크 만세!"
"현...자?"
그날을 시작으로 나는 현자 오크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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