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오크 마법사-1화 (1/360)

프롤로그

------------프롤로그---------------

전라남도에 있는 군의 한 부대.

"신고합니다! 병장 김병용은 2015년 8월 30일부로 전역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충성. 지금까지 수고했다."

"저야말로 감사했습니다."

내 이름은 김병용.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군생활도 어느새 끝이 나고 꿈에도 그리던 전역날이 다가와서 신고를 하고 있다. 고생하지 않는 군인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내 군생활이 쉽지 않았다고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소연을 하자면 처음에 자대배치를 받았을 때 보급계라는 보직이 비어있다는 소식을 듣고 보급계로 지원을 했다. 왜냐하면 사회에서는 보급은 곧 꿀보직이라는 인식이 박혀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본부중대 보급계로 들어간 나는 군번이 풀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군번이 풀렸다는 것은 처음에 자대배치를 받을 때 전역할 병장들은 많고 이제 들어올 후임들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나는 전역을 6주일을 남긴 보급계 병장의 부사수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때만 해도 나의 군생활은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일은 6주 후 사수가 전역을 한 이후에 터졌다.

사수의 대충 해놓은 일 처리를 처리하면서 욕을 먹는 것은 일상이고 본부중대라는 30여명의 적은 인원과 대부분 각 과에 박혀있어서 부족한 노동력은 몸을 쓰는 보급계 입장에서는 난감하기 짝이었다. 보급계라는 일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양이 아닐뿐더러 선임과 같이하자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후에 들어올 후임들을 생각하며 욕이란 욕을 먹는 것을 견디었다. 하지만 나의 부대가 해체되면서 다른 부대와 통합되었고 그로 인해 내 밑으로 들어올 후임들이 다른 부대의 선임들로 대체되어 들어왔다.

전역한 사수가 싸놓은 일 처리 때문에 욕을 먹었고 어쩔 수 없이 선임들에게 부탁하면서 일을 처리했지만 후임 주제에 선임을 부려먹는다며 나의 이미지는 추락해갔다. 점점 나는 중대에서 따를 당하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계급에 맞지 않는 생활관 꼬봉, 육체적인 피로 등이 쌓여서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전역하기 한 달 전쯤 왕고가 됐을 때 나의 동기들이 나보고 자신이였다면 자살을 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힘든 시절이였다. 하지만 나는 오직 정신만으로 이를 악물고 하루, 하루를 지내갔고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수가 싸놓은 일을 모두 처리하고 후임도 들어오면서 빠르고 적절하게 일 처리를 해갔기에 나의 평판은 좋아졌다. 그렇기에 지금 전역신고를 하면서도 기분이 묘했다. 시원하면서도 섭섭한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이거 김병장이 가면 누가 일을 하려나? 하사 지원하지 그래?"

"에이, 그런 농담이 어디 있습니까? 저는 군인 스타일이 아닙니다."

"하긴. 자유분방한 너라면 그렇겠지. 어디, 지금 출타할 거냐?"

"돌아가면서 한 번씩 인사하고 오겠습니다."

"그래. 얘기 끝나면 찾아와라."

나는 지금까지 제일 많이 부딪힌 행정보급관에게 얘기를 끝내고 나왔다. 보급계인 이상 행정보급관과 제일 많이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행정보급관이 내가 살고 있던 지역과 같아서 그런지 더욱 나를 찾았기에 사이가 더욱 가까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많은 일들이 있었지."

나는 행정보급관과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면서 자신의 맞후임을 찾으러 갔다. 내 맞후임은 PX병으로 나와 1개월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10개월 동안 맞후임을 뺀 후임은 오지 않았고 내 맞후임은 PX병으로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어서 생활관 꼬봉은 나였다.

그래도 맞후임이다 보니 나와 함께 한 시간이 제일 많은 후임으로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찾아갔다. 맞후임은 내가 온 것을 보고 얘기했다.

"이제 가는 거야?"

"그래. 마지막으로 보려고 온 거다."

거의 대부분 전역을 1주일 남긴 이들이 말을 놓는 것처럼 나도 맞후임과 말을 놓았다.

"전역하면 뭐하게?"

"한동안 게임 폐인 짓 좀 하고 다시 대학 들어가서 공부해야지."

"하하하. 네가 후임 들어올 때마다 물어봤었던 것이 생각나네. 너 게임 잘하냐였지? 크크."

"어쩌겠냐? 게임이 너무 좋은걸."

그 말대로 나는 게임을 너무 좋아한다. 인생의 대부분을 게임과 공부에 치중되어 있을 정도였다. 공부는 그저 어느 정도 잘한다고 들을 정도만 하는 편이지만 게임의 열정은 남달랐다. 게임에서 남들보다 특화된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일부 게임에서는 프로게이머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회에서 프로게이머라는 것이 먹고 살기 힘들뿐더러 부모님의 반대까지 있으면서 그저 취미로 변했지만 그래도 열정을 꺾기는 힘들었다. 그렇기에 후임이 들어오면 첫 질문이 게임을 잘하냐였다.

"그래서 다른 애들은 만나고 온 거야?"

"네가 맞후임이니까 제일 빨리 온 거지."

"영광이네. 그리고 축하한다. 드디어 전역을 하다니."

"그래.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지금까지 버틴 것을 보면 너도 참 독특해."

"독특하다고 하지 말고 강하다고 해라."

"그런가? 하여튼 나중에 사회에서 보자고."

"바라던 바야."

나는 맞후임과 악수를 하며 섭섭함을 뒤로 하고 부대를 한 바퀴 돌면서 알고 지내던 병사들과 간부들을 모두 만난 후에 행정보급관을 통해 부대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흐읍~ 하~ 이게 사회의 냄새인가?"

막상 부대에서 나오려고 할 때는 섭섭했지만 밖으로 나와서 사회의 냄새를 맡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럼 역까지 한번 가볼까?"

부대에서 역으로 가는 길은 가깝지 않았지만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자 어느새 역 앞의 신호등에 도착해 있었다. 나는 신호등 앞에 서서 빨리 켜지기를 기다렸고 옆에는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꼬맹이 2명이 축구공을 갖고 있었다.

'내가 저 나이 때에는 축구를 하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지.'

나는 초등학생을 보고 쓸모없는 생각을 하며 빨리 신호등이 켜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어서 나는 볼 수 있었다. 신호등이 켜지지 않았는데 굴러간 축구공을 잡으러 앞으로 나가는 옆에 있던 초등학생을. 이어서 사이드를 돌아서 돌진해 오는 자동차를.

자신이 왜 앞으로 나섰는지 몰랐다. 후에 이 행동을 다시 되돌려 생각해봐도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벌써 몸을 날려서 초등학생을 밀치고 돌진해 오는 자동차를 멀거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어서...엄청난 격통.

몸이 날아가고 격통이 느껴지면서 의식은 점차 희미해져 갔다.

'안 해본 게임도 많은데...'

'어떻게 전역하는 날에 죽을 수가 있지? 지금까지 버티고 견디면서 얻은 자유인데...'

'너무나...억울해.'

그렇게 의식의 끈을 놓았다.

.....

....

...

..

.

아무것도 없는 암흑. 무언가 액체 같은 것이 주위를 둘러쌓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움직이기 힘들어...'

나는 답답한 나머지 꿈틀댔다. 그리고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잠깐. 나는 분명히 죽었는데?'

위화감과 동시에 답답함으로 가득했다. 눈도 떠지지 않고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밑에 구멍이 생긴 것을 알아차렸다.

'답답하니까, 우선 나가자.'

나는 온 힘을 다하여 구멍을 향해 나갔고 이어서 시원함과 상쾌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눈을 떴다. 그리고 그 앞에는...커다란 녹색의 돼지 얼굴을 가진 괴물들이 있었다.

"취이익~ 나왔다."

"취칙~ 수컷이다."

'응? 뭐야? 이것들은?'

"취이익~ 이상하다. 울지 않는다."

"취칙~ 그럴 때는 이렇게 때려봐야 한다."

그리고 내 시점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녹색 괴물은 손으로 내 엉덩이를 때렸고 나는 엄청난 아픔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꾸에에엑!!"

"취이익~ 울음소리를 보니 크게 될 것 같다."

"취칙~ 당신의 아이니 당연할 것이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설마 내가 오크로 환생한 거야?!!'

이렇게 나의 두 번째 인생, 오크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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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현자 오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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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현자 오크(1)

'오크로 태어난지 대략 1년이 된 것 같은데...'

"취이익~ 현자 오크. 가르쳐달라. 내일 비가 오는가?"

"취익~ 내가 먼저다. 내일 나는 사냥감을 몇 개나 잡게 되는가?"

"취칙~ 비켜. 내가 먼저다!"

"취이익~ 이게 어디서!"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나는 내 앞에서 싸우는 오크들을 보면서 회상에 들어갔다.

나는 듀로크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리고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나는 오크 부족 족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오크는 인간과 다르게 성장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서 6개월만 지나면 성장이 모두 끝날 정도였다.

하지만 성장이 모두 끝났다고 하더라도 보통 오크의 키는 150cm에 불과했다. 예외로 오크의 족장은 그 부족 안에 있는 제일 강한 오크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보통의 오크보다 훨씬 더 컸다.

나의 아버지 듀로한은 키가 180cm고 온몸이 철과 같은 단단한 근육에 엄청난 숫자의 자상을 가지고 있는 전사였다. 하지만 아버지라고 해도 인간이였을 때의 아버지와 오크의 아버지는 개념이 달랐다.

인간이였을 때의 아버지는 가족의 의미이지만 오크의 아버지는 태어나게 해줬을 뿐이고 언젠가 자신이 추월해야 할 라이벌과 같은 느낌이다. 더구나 나는 오크의 족장의 아들이라는 것 때문에 족장을 이어나가야 하는 후계자 역할까지 더불어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말이지...나는 원래 인간이였다고."

6개월 동안 나는 듀로한에게 전투와 사냥하는 방법, 오크가 살아가는 방식 등 갖가지를 배우면서 커갔다. 그리고 나도 오크 족장의 피를 이어받아서 그런지 보통 오크보다 컸지만 그래도 인간이라는 기준점으로 보면 작은 편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제일 맘에 걸리는 것은...

"휴...이 돼지 같은 면상은 진짜 아무리 봐도 적응이 되지 않는군."

나는 물가에 앉아서 비치는 나의 얼굴을 보았다. 초록색의 피부를 갖고 있는 돼지의 면상. 그리고 자신의 몸도 근육질이기는 하지만 사람이였던 나의 기점으로 보면 돼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다.

"에휴...지금 고민해봤자지. 사냥이나 하자."

참고로 오크들은 보통 콧소리를 낸다. 하지만 나는 원래 사람이였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다른 오크들에 비해 대화도 훨씬 잘했고 콧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콧소리를 내지 않는 것에 이상하게 생각하는 오크들도 있었지만 대충 얘기해서 얼버무린 일도 있었다.

사냥을 하기로 다짐한 나는 물가에서 숲 속으로 몸을 움직였다. 들리는 소리에 의존하여 움직인 결과 나는 멀리서 사슴 한 마리를 찾았고 활을 꺼내 들어 사슴을 목표로 잡고 당기었다.

우드드드...

활이라기보다 대궁이라고 보는게 맞을 정도로 커다란 활은 내가 만든 것으로 오크들에게 있어서 사용하지 않는 무기이다. 오크들의 문명력은 엄청 낮은 편이여서 몸에 착용하는 갑옷도 녹슬거나 질이 낮은 물건일뿐더러 사용하는 무기도 돌도끼 또는 녹슨 무기뿐이였다.

나는 그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서 직접 무기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생각 같아서는 미노타우루스의 뿔로 만드는게 최고이지만 미노타우루스는 오크보다 훨씬 강한 존재로 뿔을 갖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래서 나는 숲에서 단단한 나무를 사용해서 활대를 만들고 화살의 화살촉은 주운 철광석을 갈아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도 쓸만했지만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조잡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날 잡아서 드워프를 납치하든가 해야지, 원.'

족장, 듀로한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대륙에는 기본적으로 5개의 종족이 있다고 한다. 인간, 드워프, 엘프, 오크...그리고, 드래곤. 다른 미노타우로스나 라이칸스로프, 고블린 등 다른 종족도 많았지만 대표적인 종족은 5가지 종족이였다.

대륙에는 가운데 북과 남으로 나누는 긴 산맥이 있었는데 이 산맥을 드래곤 산맥이라고 부른다. 왜 드래곤 산맥이라고 부르냐면 말 그대로 산맥에 드래곤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드래곤 산맥으로 인해 북과 남의 교류는 보통 힘들지만 바다를 통해서 간간히 교류된다고 한다. 북대륙의 동쪽은 드워프 왕국이 존재하고 드워프 왕국은 높은 기술력으로 인해서 압도적인 문명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종족의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압도적인 문명력에도 불구하고 확장을 하지 못하고 자신들끼리 사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북서쪽에는 엘프의 왕국이 살고 있다. 엘프들은 긴 수명과 압도적인 자연친화력을 갖고 있어서 높은 마법력과 정령 친화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온순한 성격으로 인해서 엘프들도 그들의 나라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숲을 훼손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경우 온순한 성격은 사라지고 죽을 때까지 쫓아가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이렇게 대륙의 북쪽은 서로 나가지 않는 성향을 보여서 비교적 평화스럽다고 하지만 그래도 종족의 차이점 때문에 엘프와 드워프의 사이는 좋지 않다고 한다. 이어서 남대륙의 서쪽에는 인간의 왕국들이 있었고 인간의 왕국은 총 6개로 나누어져 있다고 한다.

여러 개의 동맹으로 이루어져 있는 동맹 왕국 세레티, 다른 왕국에 비해서 압도적인 마법력을 가지고 있는 마법왕국 일루드, 국민의 절반이 기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사단으로 이루어져 있는 기사왕국 나이트, 용병들로 이루어져 있는 용병왕국 요리스, 국민의 20%가 노예로 이루어져 있는 노예왕국 게덴, 개성적인 왕국들이 너무나 많아서 평범한데도 눈에 띄는 평범한 왕국 라이언.

이렇게 6개의 왕국으로 되어있다고 한다. 6개의 왕국은 서로 견제하고 힘을 합치는 경우가 있지만 6개의 왕국 모두 국력이 제각각이다. 제일 강력한 국력을 가진 왕국은 마법왕국 일루드이고 그 이후로 나이트, 세레티, 요리스, 게덴, 라이언으로 되어있다.

이어서 남대륙의 중앙에는 몬스터의 숲이 있다. 이 몬스터의 숲은 인간과 오크의 경계선으로 완충지 역할을 하고 있다. 대륙의 대표적인 5개의 종족을 제외한 몬스터가 여기에 대부분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숫자의 몬스터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노예왕국 게덴에서 노예로 만들려고 붙잡아오는 것도 이 몬스터의 숲에서였다.

마지막으로 남대륙의 동쪽에는 오크의 부족들이 있다. 오크들만이 왕국이 존재하지 않고 수십에서 수백 개의 부족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이유는 오크들에게서 압도적으로 강한 존재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부족 족장들의 힘은 대부분 비슷해서 서로서로 부족 간의 교류는 드문 편이었다.

하지만 미래에 압도적으로 강한 오크가 등장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이 정보도 사로잡은 인간에게서 들은 거라고 하지만...말이야.'

팡!

화살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사슴을 향해 날아갔다. 오크 특유의 힘으로 인해서 화살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사슴을 정확히 맞혔다. 사슴은 그대로 활에 즉사하며 쓰러졌고 나는 사슴을 향해 다가갔다.

"좋아. 이제 돌아가 볼까."

나는 사슴을 어깨에 두르고 부족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사냥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오크가 사냥과 납치로 먹고 살기 때문이었다. 사냥은 가까운 몬스터의 숲에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것을 잡아서 오는 것을 의미했다. 참고로 오크는 잡식성으로 먹지 못 하는 것이 없지만 나는 전생에 인간이여서 그런지 웬만하면 인간이였을 때 먹었던 것을 먹으려 하고 했다.

납치는 대부분 몬스터의 숲에서 만나는 인간이나 아주 드물지만 드래곤 산맥에서 만나는 엘프와 드워프를 납치해서 데려가 부족한 문명력을 높이려고 하는데 사용했다. 또는 노예나 식량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태어나고 6개월이 지나는 동안 우리 부족에 납치된 이를 한 명도 보지 못했다.

"타종족은 언제 볼려나? 궁금한데 말이야."

빠직.

나는 갑자기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나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처럼 한 명의 남성이 있었다. 남성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아 보였다. 누가 봐도 조난을 당했다는 것이 명백할 정도로 안색이 핼쑥했고 볼은 홀쭉해져 있으며 입고 있는 옷은 만신창이로 되어있었다. 나이는 한 30대로 보였으며 전생의 내가 봤다면 외국인이라고 생각했을 것처럼 푸른 눈에 금발의 머리를 갖고 있었다.

"오,오크?"

남자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어서 지참하고 있던 검을 꺼내 들어 나한테 겨누었다.

"어,어떻게...몬스터의 숲에 오크가? 오,오크라면 분명 몬스터의 숲을 지나야 되는데?"

'설마 자신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건가?'

나는 먼저 상대를 진정시키고 얘기하기로 했다.

"저기...잠시 진정하시고 얘기할까요?"

"어?...어."

나는 족장에게서 배웠던 대륙어를 유창하게 풀어내었다.

"여기는 몬스터의 숲 최동쪽이에요. 저희 오크의 서식지의 근처이죠."

"뭐? 내가 그렇게 멀리까지 왔다고?"

나는 이 남자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조난을 당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혹시 조난당했어요?"

"어...맞아. 나는 몬스터들을 잡으러 동료들과 함께 몬스터의 숲에 들어왔지. 그런데...모두 죽었어. 며칠을 헤맸는지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나는 긴 시간을 보냈어. 그런데...서쪽이 아닌 동쪽으로 이동했었다니.."

나는 남자의 말대로 그가 긴 시간을 헤맸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측은함이 들기도 하여 나는 선심 쓰기로 하였다.

"저기요. 사슴고기를 드릴까요?"

"어?"

남자는 경계심이 드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하긴, 나도 오크가 갑자기 그런 제안을 하면 의심을 할 테니까.'

"아니, 그저 드리라는 것이 아니고 교환하자는 겁니다."

"그,그래?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별거 없을 텐데..."

"인간에게는 소용없어도 저희 오크에게는 필요할 수도 있으니 한번 보도록 하죠."

"그,그래. 알겠다."

남자가 지금까지 많은 고난을 겪어서 제정신이 아닌 모양인지 내가 오크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말이 통하고 있었다. 남자는 자기가 가지고 있었던 물건들을 모두 꺼냈다. 나는 모든 물건들을 봤지만 흥미가 느껴지는 물건은 2개뿐이였다.

"이거랑 이거랑 바꾸죠."

"씨앗과 책인가? 좋아. 이제는 쓸 때가 없으니까."

하나는 식량의 씨앗이였다. 지금까지 나는 오크에게 농사를 가르쳐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계속했었다. 하지만 농사를 하고 싶어도 씨앗이 없어서 시작하기 힘들었는데 이번 기회를 삼아서 오크에게 농사를 가르칠까 싶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책이었다. 책의 제목은 '마법사가 되는 기초'. 오크들 중에서도 마법사가 존재하긴 했다. 하지만 정말 드물게도 부족에 1명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귀한 존재였다. 더구나 나는 오크의 모습이 싫어서 마법이라면 몸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에게 딱 필요한 책이였다.

"그런데 이 책이 뭔지 알고 고른 거니?"

"예. 제가 오크지만 이래 봬도 문자를 읽을 줄 알거든요."

그 말 그대로 나는 문자를 읽을 줄 알았다. 나는 납치했었던 인간의 물건이었던 문자책을 있는대로 긁어왔고 문자에 관심이 없는 오크들은 내가 책을 가져가는 것을 오히려 기뻐했다. 그리고 그나마 문자를 알고 있던 족장 듀로한에게 배우면서 문자를 터특했다. 족장 듀로한이 다른 오크들과 다르게 지식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있잖아...넌 오크가 아닌 것 같아. 오크의 탈을 쓴 인간이랄까? 오크와 얘기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아."

"하하.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나는 한순간 뜨끔했지만 그냥 넘기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건 무슨 씨앗이죠?"

"아. 이건 쿠와 호라는 씨앗이다."

"쿠, 호?"

"쿠는 나중에 가루를 내서 만들면 빵을 만들 수 있고 호는 낱알의 껍찔을 까서 물과 함께 데피면 훌륭한 식량이 되지."

나는 남자의 말에 쿠는 밀을 말하는 것이고 호는 쌀을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밀과 쌀이라면 곡물의 대표물이라고 할 수 있으니 처음부터 일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며 더욱 선심 쓰기로 하였다.

"가져가기 좋게 분해해 드릴까요?"

"부탁해도 될까?"

"별로 걸리지도 않고 원하는 것도 얻었으니 해드리죠."

나는 등 뒤에 매고 있었던 칼을 꺼내 들어서 사슴을 능숙하게 해체했다. 지금까지 배웠던 기술이 고스란히 나오고 있었다.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나? 나는 제임스라고 한다."

"제 이름은 듀로크라고 합니다. 근데 무슨 일로 몬스터의 숲에 들어온 거죠?"

제임스는 안색이 나빠지면서 이야기를 풀어냈다.

"나는 노예왕국인 게덴에서 살고 있는 노예상인이였어. 몬스터의 숲에 들어온 것은 타종족의 노예들을 공급하기 위해서였지. 용병왕국에서 어느 정도 활동한 용병들을 이끌고 몬스터의 숲에 들어갔어. 하지만...너무 쉽게 봤던 거지."

나는 사슴을 해체하면서도 제임스의 이야기에 계속 귀를 기울였다.

"몬스터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어. 숲에 들어온지 이틀째 되던 날, 노예 10마리를 구하고 돌아가려고 할 때 오우거 무리가 우리를 덮쳤지. 그렇게 강하게 보였던 용병들이 전멸하는데 순식간이였어. 살아남은 몇 명의 용병들과 나는 오우거 무리들한테서 도망쳤지. 하지만 결국 이렇게 살아남은 이는 나뿐이야."

"그렇군요. 그런데 게덴은 살만합니까?"

"내 입장으로 얘기하자면 살만한 나라야. 하지만 노예 입장에서는 그만큼 지옥같은 나라가 없을 거야. 여기서 살아서 돌아가게 된다면 노예들에게 잘해줄 거야."

"노예에 대한 대우가 어떻습니까?"

"말하기 힘들 정도로 안 좋지. 차별은 기본이고 학대, 성노예, 인신매매 등이 난무하고 있어."

"흐음...그렇군요."

"넌...아무런 생각이 안 드니?"

"솔직히 불쌍하다는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저한테는 먼 이야기죠. 아직 저는 저 혼자 살기에도 바쁘니까요."

"하긴...네 말이 맞다."

"이제 다 되었습니다."

"고맙다."

나는 해체한 사슴고기를 제임스에게 주었다.

"그럼 이만 실례할게요. 무사히 숲을 빠져나가시면 좋겠군요."

"고맙다. 너 같은 오크들이 많으면 인간과 사이가 좋아질 수도 있겠는데 아쉽구나."

인간과 오크의 사이는 견원지간보다 심한 원수 관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오크와 인간이 사이좋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보통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도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제임스, 나중에 볼 수 있으면 보죠."

나는 제임스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부족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한 손에는 희망의 씨앗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마법사가 될 것이라는 꿈을 담은 책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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