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2화 (402/402)
  • 마음껏 너의 로열라이프를 펼쳐 보아라. -완결-

    띠- 띠-

    S 병원 특실에 할아버지가 누워계셨다. 두 눈을 감고 산소호흡기를 끼고 계신 할아버지는 미동도 없었다. 눈처럼 하얀 백발이 되어버린 할아버지의 얼굴의 주름은 더욱더 깊어져 있었다. 할아버지의 옆에는 아버지가 앉아있었다.

    “아버지….”

    긴 숨을 뱉어내는 아버지의 얼굴에도 어느덧 깊은 주름이 파여있었다.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벌써 한 달째 할아버지는 깊은 수면 상태에 빠져 계셨다.

    드르륵.

    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어머니가 들어오셨다. 어머니의 두 손에는 아버지를 위한 도시락이 들려있었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아버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여보, 뭐라도 좀 먹어요.”

    할아버지를 바라보던 아버지가 어머니의 손길을 느꼈다. 손을 들어 어깨에 올려진 어머니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덮었다. 그리고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입맛이 없어.”

    “벌써 한 달이에요. 매일 끼니를 그렇게 걸러서 어쩌려고 그래요. 당신이 건강해야 아버님이 깨어나셔도 안심하시죠.”

    아버지를 달래고는 있지만, 어머니의 얼굴에도 걱정스러움이 가득했다. 물론, 할아버지가 큰 병으로 쓰러지신 것은 아니었다. 세월이 흐른 만큼 노환으로 몸이 쇠약해진 것이었다. 담당 주치의도 할아버지의 상태를 체크하고는 연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 달이나 이렇게 잠만 주무시는데…. 의사는 건강 상태가 너무 좋다고 하고. 솔직히 난 지금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아버지가 얼굴을 쓸어내렸다. 상식적으로 한 달이나 잠을 잔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이 아니지 않던가. 아버지가 손을 뻗어 할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손끝으로 따듯한 온기가 느껴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얼굴을 살펴도 할아버지의 표정은 평온했다.

    “그러니까. 당신 건강만 챙기면 돼요. 이리 와서 빨리 이거라도 먹어요. 내가 당신 좋아하는 삼계죽 만들어 왔어요.”

    “알겠어.”

    어머니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었을까. 아버지가 특실 한쪽에 있는 작은 식탁에 앉았다. 어머니가 삼계죽을 꺼내 식탁 위에 차리기 시작했다. 포장 용기의 뚜껑을 열자 뜨끈한 김이 피어올랐다.

    “먹고 기운 좀 내요.”

    “고마워. 나 챙기는 건 역시 우리 마누라뿐이네.”

    아버지가 슬쩍 미소를 지으며 수저를 들었다. 그리고는 뜨거운 죽을 ‘후~ 후~’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가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아버지가 죽을 먹기 시작했다.

    “먹을 만해요?”

    “응, 맛있네.”

    걱정이 깊은 탓에 입맛이 없었지만, 아버지는 죽을 열심히 드셨다. 어머니의 말처럼 할아버지를 위해서였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맞은편에 앉아 그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이윽고 아버지가 죽을 한 그릇 다 먹었다.

    “잘 먹었어. 고마워.”

    “잘했어요. 이제 끼니 거르지 말아요.”

    아버지가 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도 아버지를 도와 상을 치웠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시 마주 앉았다.

    “큰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상심이 크셨을까….”

    몇 해 전 최준이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분이셨으니 천수를 누렸다 할 수 있었다. 그때, 강우 가족이 겪었던 상실감과 슬픔은 참 컸었다. 최준은 강우 가족에게 친가족 그 이상의 존재였다.

    “겉으로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아무래도 힘드셨을 거예요. 아버님이 큰아버님을 많이 의지하고 따르셨잖아요.”

    “그렇지….”

    아버지가 긴 숨을 뱉어냈다. 그리고는 마주 앉은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아직 흑단 같은 머릿결이었지만, 얼굴에는 세월의 주름이 엿보이는 아내였다. 흘러가는 세월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들은?”

    “다 투표하러 갔어요.”

    오늘은 강우 가족에게 정말 중요한 선거 날이었다.

    “여보는?”

    “나는 사전투표했잖아요.”

    “아…. 참. 그랬지. 나랑 같이해놓고 정신 좀 봐.”

    아버지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어머니는 그 모습이 참 강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시 할아버지 곁에 앉았다.

    “.......”

    “.......”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말이 없었다. 두 사람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 바로 할아버지였다.

    “예전에 힘들 때…. 아버님이 몰래 찾아오셔서 적은 돈이라며 용돈을 주시고 가고는 했어요.”

    “그랬어? 나는 왜 몰랐지?”

    아버지가 몰랐던 이야기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버님이랑 나랑 비밀로 하기로 했었거든요.”

    “그랬군….”

    아버지가 울컥하는 심경을 억눌렀다. 할아버지는 한순간도 자식들을 포기한 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아버지는 꼭 일어나실 거야.”

    아버지가 선언하듯 입을 열었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버지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렇게 병실에 침묵이 흘렀다. 할아버지는 고른 숨을 쉬시며 미동이 없으셨다.

    똑똑.

    그러던 어느 순간, 병실 문을 노크하고 강용이가 나타났다. 강용이의 옆에는 이진아가 서있었다.

    “엄마, 아빠, 저 왔어요.”

    “어머니 아버님, 저 왔어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강용이와 이진아를 반겨주었다. 두 사람은 오랜 연예 끝에 결혼한 상태였다.

    “그래, 둘째 왔어?”

    “어서 들어와. 애들은?”

    어머니가 둘째 부부를 맞이하며 물었다. 그러자 강용이와 이진아의 뒤쪽에서 두 명의 십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명은 훤칠한 키에 조각 같은 외모를 가진 소년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영화 속 엘프를 보는 듯 엄청난 미모를 가진 소녀였다.

    “저희 왔어요.”

    아버지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소년은 수호였고, 소녀는 수민이었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들 왔어?”

    “네.”

    수호와 수민이가 아버지와 어머니 옆으로 앉았다. 그리고 누워있는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증조할아버지 저희 왔어요.”

    “할아버지, 수민이 왔어요.”

    수호와 수민이가 할아버지의 손을 하나씩 잡았다. 강용이와 이진아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렇게 네 사람을 시작으로 강우 가족이 속속 병실에 도착했다. 훌쩍 더 늙으신 막내 할아버지.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그리고 아직 혼자 지내는 박선영 마지막으로 박지영과 손대진 그리고 두 명의 여자아이였다.

    “수호 오빠.”

    두 아이는 박지영과 손대진의 자녀였다. 두 여자아이가 수호를 향해 다가갔다. 박지영의 딸들은 수호를 참 잘 따랐다. 물론, 수민이와도 사이가 좋았다.

    “아빠, 다들 모이셨으니까. 이제 틀어볼까요?”

    강용이가 아버지를 향해 물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감독을 넘어 세계적인 감독이 된 강용이었다. 아버지가 강용이를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틀어보자.”

    아버지의 말이 끝나자 강용이가 한쪽에 있는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전원 버튼을 눌렀다. 검은색이던 화면으로 떠오른 자막에 강우 가족 모두가 숨을 죽였다.

    -2022년 제20대 대선. 국민의 선택은!-

    아버지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늘은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을 뽑는 날이었다. 그리고 화면 가장 왼쪽에 사랑해 마지않는 아들의 사진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기호 1번 함께시민당 박강우.-

    어느덧 40대를 넘어선 강우였지만, 사진 속의 얼굴은 30대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젊었다. 2012년 첫 총선을 끝낸 함께시민당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강우의 약속대로 항상 낮은 곳에 있었고, 평범한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함께시민당은 약속을 지켜냈다. 많은 사람을 위한 정책을 입법하고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과반에 부족한 의석수는 다른 당과 협치를 끌어내 해결했다. 함께시민당의 활약으로 대한민국은 정말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기반을 닦아냈다.

    -모두가 노력하면 잘살 수 있는 나라.-

    함께시민당이 앞장서서 나서자 그 뒤를 여러 대기업이 든든히 받쳐주었다. 동양 그룹과 대진 그룹 그리고 SJ 그룹 등등이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3곳의 대기업이 앞장서자 다른 대기업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 강우가 이기겠죠?”

    어머니가 상기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강우가 정치를 시작하고 변하는 나라를 보며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행복했다. 강우가 받은 사랑을 많은 사람들에게 돌려준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그럼 당연하지. 우리 아들은 지는 법이 없으니까.”

    강우가 좋은 정치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돌려주자 아버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동양 그룹으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돈을 사회에 적극적으로 환원하기 시작했다. 강우는 일정 수준 이상의 부는 가족의 행복에 크게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가족이 화목함은 돈이 아닌 가족 간의 유대관계에서 나온다고 했다. 아버지 역시 그 생각에 크게 동감했다. 그렇게 대기업들이 부의 순환을 이루어내자 한국 경제는 건강해졌다. 많은 사람이 땀의 대가를 정당히 받을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조성되었다.

    “형이 대통령이 되면 이제 더 강하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줄 거예요.”

    강용이가 텔레비전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존경해 마지않는 형은 정치에 뛰어든 후에도 변함없이 정직했다. 어려운 사람들의 사연을 무시하는 법이 없었으며 불의에 굴하지 않았다. 강용이는 강우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라 생각했다.

    “자자! 다들 앉아서 기다리자고. 투표 시간 끝나고 출구조사 결과까지 나오려면 한참 남았어.”

    큰아버지의 말에 가족들이 병실에 자리를 잡고 모두 앉았다. 가족들 모두 텔레비전과 할아버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시간은 계속 흘러 투표가 마감되는 시간이 다가왔다.

    -2022! 제20대 대선 국민의 선택은? 잠시 후,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됩니다.-

    방송사 각각의 데이터를 토대로 한 출구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했다.

    -10! 9! 8! 7! 6! 5! 4! 3! 2! 1!-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화면 위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숨 막히던 긴장감이 흐르던 병실에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이내 가족들이 환하게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출구조사 결과 기호 1번 함께시민당 박강우 후보가 62.6%의 득표율을 보이며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는….-

    출구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방송사들의 카메라가 일제히 한남동 집으로 돌려졌다. 가족이 모두 자리를 비운 한남동 집에는 강우와 이나은이 남아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 결과가 나왔어요. 강우가…. 강우가 대통령이 될 거 같아요.”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귀에 출구조사 결과를 알려주었다. 아직 개표가 남았지만 2위 3위 후보와 압도적인 표 차이였다. 이미 언론들은 강우의 당선을 확실시하고 있었다.

    “아버지…. 우리 강우가 해냈습니다.”

    큰아버지도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으음…….”

    긴 침음성과 함께 할아버지의 두 눈이 스르륵 떠졌다.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화들짝 놀랐다.

    “아버지!”

    낮게 뛰던 할아버지의 심박 수도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가족들 모두가 할아버지에게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할아버지가 답답하다는 듯 산소마스크를 벗으셨다. 그리고 가족들 모두를 둘러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으셨다.

    “강우가…. 강우가 정녕 대통령이 된 게야?”

    “네, 아버지.”

    아버지가 울먹이며 답했다. 할아버지가 긴 숨을 뱉어냈다.

    “우리 손자…. 내 손자가 보고 싶구나.”

    * * *

    한남동 집에 모여있는 참모진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사실 선거 전부터 강우의 당선은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역대급 투표율에 역대급 득표율이 발표되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박강우! 박강우!”

    참모진들이 강우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강우가 옆에 있던 이나은의 손을 꼭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고생 많았습니다. 오늘의 승리는 여러분의 승리이기도 합니다.”

    강우의 말에 참모진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후보님, 밖에서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벌써 당선 소감을 취재하겠다고 합니다.”

    “벌써요?”

    강우가 씩 웃었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2위와의 예상 득표율 차이가 두 자릿수 이상이니 말이다.

    “그럼 나가보도록 하죠.”

    강우가 집 밖으로 나가려 했다.

    “잠깐만.”

    이나은이 강우의 옷매무새를 마지막으로 정돈해주었다. 강우가 부드럽게 웃어준 후 집 밖으로 나왔다.

    펑- 퍼펑-

    기자들의 사진기가 불을 뿜었다. 사방에 설치되어 있던 카메라들도 온통 강우를 향해 눈을 겨누었다.

    “박강우 후보님! 당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 확실하십니다. 당선 소감 부탁드립니다.”

    기자 한 명의 질문이었지만, 모두가 궁금한 것이었다. 강우가 자기에게 몰려든 마이크를 향해 입을 열었다.

    “먼저 저를 지지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최연소인 만큼 더 큰 에너지를 가지고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강우가 정중히 인사를 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아직 당선이 확실하지는 않은 상태가 아닙니까? 사실 벌써 당선 소감을 물으시니 조금 곤란합니다.”

    강우의 가벼운 농담에 기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미 결과는 나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대선에서 출구조사가 뒤집힌 적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렇게나 큰 차이도 처음입니다. 당선 소감 확실하십니다!”

    기자 중 누군가의 말에 강우가 씩 웃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십 년 전 정치를 시작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드린 약속이 있습니다. 지난 십 년 동안 저는 그 약속을 충실히 지키려 노력해왔습니다. 그런 제 노력이 이제 열매를 맺은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 더 낮은 자세로 더 많은 곳에서 국민 여러분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강우가 짧게 소감을 전했다. 당선이 확정되면 그때 더 제대로 된 당선 소감을 말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강우와 기자들의 담소가 이어졌다. 강우의 당선에 기자들도 뿌듯한 표정들이었다. 이것 또한 강우가 10년 동안 어떤 정치를 해왔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여보.”

    그때, 한남동 집에서 이나은이 달려 나왔다. 매우 급해 보이는 이나은의 표정에 기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강우가 이나은을 보며 무슨 일인가 했다. 이나은이 강우의 귀에 속삭였다.

    “할아버님이 깨어나셨대.”

    이나은의 말에 강우의 눈이 크게 떠졌다. 강우가 기자들을 바라보며 양해를 구했다.

    “여러분 인터뷰 중 죄송합니다. 제가 급히 가보아야 할 곳이 있습니다.”

    강우가 이나은과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기자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껏 어떤 인터뷰에서도 볼 수 없는 강우의 다급한 모습이었다.

    지이잉-

    이윽고 차고 문이 열리고 강우의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자들이 무언가 특종을 직감했다. 한남동 집을 벗어나는 강우의 차량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 * *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고 강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병실 안에 있던 가족들이 일제히 강우를 불렀다.

    “강우야!”

    “형!”

    가족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의식을 잃었던 할아버지가 의식을 찾았으니 말이다. 강우가 가족들과 인사할 새도 없이 할아버지를 향해 다가갔다. 할아버지는 병상에 기대어 앉아 계셨다.

    “할아버지….”

    강우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대선을 얼마 안 남겨두고 의식을 잃은 할아버지였다. 강우가 가진 유일한 걱정은 대선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할아버지의 건강이었다.

    “강우야, 해냈구나.”

    “네, 제가 해냈어요.”

    할아버지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고 강우를 향해 눈을 빛냈다. 할아버지와 눈을 마주친 강우가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했다. 오래전 오랜 은거를 깨고 기지개를 켜던 할아버지의 기운이 다시 느껴졌다.

    “이리와 앉아라. 내 너에게 해줄 말이 있다.”

    강우가 할아버지의 앞에 앉았다. 다른 가족들은 살짝 뒤로 물러나 주었다. 할아버지가 강우를 향해 말했다.

    “이제 너는 우리의 가족이기에 앞서 모든 국민의 아버지다. 행동 하나 말 하나가 나라를 대표하는 것이다. 먼저 올바른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가져야 한다. 알겠느냐?”

    “네, 할아버지.”

    강우가 진심을 담아 답했다. 할아버지가 말을 이어갔다.

    “사람이 큰 권력을 가지면 많은 유혹이 있는 법이다. 먼저 너를 다듬고 네 주변을 항상 자세히 살피고, 낮은 곳에서 사람들을 섬기거라. 가진 것을 나누어주는 데 망설이지 말고. 어려운 자를 돕는 것을 미루지 말아라.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이며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담대해야 한다. 알겠느냐?”

    할아버지의 목소리에서 강한 힘이 흘러나왔다. 강우가 할아버지와 시선을 마주치며 의지를 다졌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할아버지가 그제야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너의 손에서 더욱더 부강한 나라가 될 것이다. 마음껏 너의 로열라이프를 펼쳐 보아라.”

    강우와 할아버지가 손을 꽉 잡았다. 어느새 병실까지 따라온 기자들이 열린 병실 문 너머 서있었다. 강우와 할아버지의 대화에 멍하던 기자들이 돌연 우레와 같은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박강우.-

    대한민국을 강대국으로 만들 그리고 역사를 다시 세울 진정한 지도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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