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9화 (399/402)

다음 총선 승리로 이끌어 드리겠습니다.

창당을 끝낸 강정후는 주요 간부들을 회의실로 소집했다. 목표로 삼고 있는 19대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넓은 대회의실에 모인 사람의 인원은 아직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른 신당에 비하면 유능하고 올곧은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당 대표 강정후입니다.”

먼저 강정후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커다란 박수 소리와 함께 강정후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함께시민당을 위해 기존의 자리를 내려놓고 함께해주신 것은 정말 큰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낮은 곳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위해 모였습니다. 부족하지만 앞으로 이 당 대표를 믿고 따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함께시민당의 현재 구성원을 보면 다양한 출신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일단 눈에 띄는 초대 지도부는 당 대표 강정후를 비롯해 부대표는 강우 그리고 사무총장 신철민이었다.

‘쉽지 않은 선택이셨을 텐데….’

신철민은 강우가 창당한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와 주었다. 발기인으로 나섰을 뿐만 아니라 창당 준비위원회에도 참여했다. 그리고 창당이 끝나고서는 교수직을 내려놓고 함께시민당의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해주었다.

‘아버지의 합류로 당을 이끌어 가는 데 엄청난 힘이 되고 있다.’

신철민 교수는 제자들은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인망과 인덕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능력 또한 출중해 당을 이끌어가는 데 큰 힘이 되어주었다. 특히 막 생긴 신생 정당인 만큼 업무처리나 기타 여러 가지가 체계가 잡혀있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신철민은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며 당을 안정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인맥으로 많은 좋은 분들을 모시게 되었어.’

신철민 교수의 인맥은 정말 넓었다. 그 인맥으로 신당에 필요한 인재들을 영입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함께시민당은 내실을 튼튼히 다진 상태였다. 강우가 상념에 빠진 사이 강정후가 신철민을 소개했다.

“함께시민당의 사무총장을 맡아주신 신철민 교수님이십니다.”

신철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철민이 주변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사무총장 신철민입니다. 앞으로 당을 위해서 뒤에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당원 여러분의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신철민의 말에 다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번에는 강정후가 강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당 부대표를 맡아주신 박강우 부대표이십니다.”

순간, 회의실에 엄청난 열기가 불어닥쳤다. 강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는 기대감과 존경심이 떠올랐다. 나이가 어린 강우였지만, 신당의 진정한 핵심이 누구인지 모두 알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부대표를 맡은 박강우입니다.”

강우의 묵직한 목소리가 회의실을 가득 채웠다. 목소리만으로도 존재감을 뿜어내는 강우의 모습에 신철민이 감탄성을 터트렸다. 그리고 강우를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아버지의 일자리를 알아보겠다며 당당한 표정과 자신감 넘치는 모습. 그리고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함과 뛰어난 능력들.

‘그리고 강우가 하겠다고 밝힌 정치. 그게 내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그런 이유로 신철민은 망설임 없이 신당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강우를 지도자의 자리에 올려놓을 때까지 함께하리라 다짐했다.

“먼저 아직 부족한 함께시민당에 함께해주시기 위해 당에 합류해주신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함께시민당은 시민과 함께 그리고 시민을 위해 정책을 펼치는 그런 정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우가 정중히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다음으로 계속해서 초대 지도부가 소개되었다. 현역 의원이 없는 지도부 구성이었지만, 그 면면은 결코 거대정당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강우가 능력을 발휘해 최종 결정을 내린 만큼 인품도 그리고 살아온 배경도 모두 올바른 사람들이었다.

“자, 이제 당을 이끌기 위한 지도부 구성이 끝났습니다. 우리 당은 이제 거침없이 다음 총선을 위해 나아갈 것입니다. 모두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강우가 강정후를 힐끗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미소 속에 감추어진 고집과 추진력 그리고 원칙을 중요시하는 성격은 강우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당 대표로 모신 거기도 하고.’

새로 만들어진 함께시민당은 엄청난 지지율에 비해 내실이 아직 부족했다. 그러기에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물론, 강우도 적임자라고 볼 수 있었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당 지도부의 인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됐다. 당 지도부가 모두 모인 만큼 안건은 가장 중요한 총선에 후보로 나설 인재들을 영입하는 것이었다.

“먼저 오늘 여러분을 모신 것은 앞으로 우리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관해 공감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음 총선을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강정후의 말에 대회의실에 열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 방향성이란 우리가 총선을 위해 어떤 후보군을 영입하냐가 될 것입니다. 당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는 가장 최전선인 국회에서 싸워줄 의원들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맞는 말이었다. 당이 가진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의석수가 꼭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 다음 총선은 그 시작점이었다.

“함께시민당에서 영입을 목표로 한 지역구 출마 후보를 지금 발표하겠습니다.”

강정후의 뒤쪽으로 커다란 스크린이 내려왔다. 스크린 위로 첫 번째 영입 후보가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당 지도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역시….”

당원들의 반응은 역시 함께시민당은 다르다였다. 첫 번째 후보 발표 이후 스크린에 계속해서 영입 후보들이 떠올랐다. 탄성으로 시작한 반응은 점점 충격과 감탄으로 변해갔다. 함께시민당이 영입하는 후보군은 다른 정당과는 달랐다.

“함께시민당은 인물의 인지도와 기존의 정치경력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 곳곳에서 시민들을 위해 노력하고 희생해오신 분들을 뽑을 것입니다. 이는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함께시민당의 정책 방향성과 일치하는 것입니다.”

함께시민당의 다음 총선을 위한 지역구 후보군은 다음과 같았다.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 중 일부.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유공자와 후손 중 일부. 강우가 고르고 고른 유명인사 몇 명. 그리고 사회를 위해 봉사를 하고 낮은 곳에서 묵묵히 일해 온 사람들이었다.

“지금 발표한 후보군은 전부 박강우 부대표님께서 직접 만나 영입 결정을 지을 예정입니다.”

강정후의 말에 당원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2012년에 치러질 16대 총선은 지역구 246석에 비례대표 54석을 합쳐 총 300석이었다. 함께시민당은 새로 만든 신당이었지만,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낼 예정이었다. 그 말은 곧 강우가 직접 만나 영입 결정을 지어야 할 후보들이 300명 이상이라는 뜻이었다. 그 많은 인물을 직접 만나 옥석을 고른다니 사람이 가능한 일일까 싶었다.

“이 부분은 박강우 부대표의 능력을 믿는 만큼 당원 여러분 모두가 따라 주시기를 바랍니다.”

물론, 강정후는 강우가 가진 능력을 몰랐다. 사람을 직접 만나 그 사람의 살아온 인생의 모든 것과 미래 그리고 감추고 있을지 모르는 본심까지 알 수 있는 능력을 말이다. 하지만 당을 만들면서 보여준 강우의 인물을 보는 안목은 정말 대단했다.

“부대표님의 결정이라면 저희도 믿고 따를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당원들도 강우의 인물 보는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후보군 영입에 관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다음은 함께시민당의 운영 방침에 대한 회의가 이어졌다.

“현재 함께시민당에 쏟아지고 있는 국민분들의 직, 간접적인 지지와 관심을 앞으로도 유지하고 나아가 당의 인지도와 지역구 후보들의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이에 대한 당원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강정후의 말이 끝나자 강우가 먼저 손을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강우를 향해 쏟아졌다. 강우가 누구던가 작은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사업가였고, 한국 연예계를 세계화한 장본인이었다. 강우의 행보는 늘 파격적인 아이디어와 남과는 다른 차별성이 있었다. 그런 강우의 입에서 나올 이야기가 정말 기대됐다.

“시대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에 관심이 적은 젊은 세대를 공략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기존의 정당과는 다른 색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을 마친 강우가 옆에 앉아있던 연정호를 바라보았다. 연정호는 강우의 참모진으로 회의에 참석한 상태였다. 연정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화면을 보시겠습니다.”

스크린 위로 연정호가 준비한 자료화면이 떠올랐다. 영상으로 이루어진 홍보전략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방식이었다.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당 로고 송과 당 로고입니다. 그리고 당을 상징할 색과 당명을 나타낼 폰트들입니다.”

당원들이 감탄을 뱉어냈다. 기존의 거대정당과는 달리 젊고 활기찬 감성이 담겨 있었다.

“다음은 홍보 영상입니다.”

스크린으로 홍보 영상이 흘러나왔다. 당원들이 다시 감탄성을 뱉어냈다. 홍보 영상은 정말 세련되고 함께시민당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주고 있었다. 홍보 영상을 위해 출연한 출연진도 쟁쟁했다. 영상을 보던 당원들이 강우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박강우 부대표님의 동생이 있었지.’

당원들의 예상대로였다. 홍보 영상을 만들어준 장본인은 바로 강용이었다. 한국에서도 내로라하는 재능이라 평가받는 강용이가 만든 영상은 정말 대단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대진 엔터 소속의 연예인들이 무료 출연을 해준 탓에 영상은 정말 볼 맛이 났다.

“함께시민당은 기존의 무겁고 다소 딱딱한 분위기의 정당 홍보 방식을 벗어나 진취적이고 세련된 그리고 시민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방식으로 다가갈 예정입니다.”

연정호의 설명이 끝나자 커다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당원들의 머릿속으로 강한 성공의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회의는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당 지도부 모두가 맡은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회의가 끝나자 강정후가 마무리를 짓기 위해 입을 열었다.

“오늘 정말 고생들 하셨습니다. 함께시민당의 다음 목표는 총선에서의 승리입니다.”

강정후의 말에 당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강정후가 말을 이어갔다.

“총선에서의 승리라는 목표치는 단독 교섭단체의 자격을 얻을 의석수 확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그 이상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교섭단체를 넘어 원내 제1당을 목표로 나아갑시다!”

당원들의 얼굴에 의지가 불타올랐다. 물론, 이제 막 생긴 정당치고는 높은 목표라고 볼 수 있었다. 당원들의 시선이 강우를 향했다. 자신만만하고 여유로운 강우의 모습을 보자 모두가 안심됐다. 그리고 다음 총선에서 엄청난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쏟아지자 강우가 씩 웃었다.

“저만 믿으십시오. 다음 총선 승리로 이끌어 드리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