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1화 (391/402)

우와~ 아빠 짱!

덜컥.

문이 열리고 강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실에서 현관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수호가 벌떡 일어났다.

“아빠아아!”

수호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강우를 향해 후다닥 달려갔다. 강우도 활짝 웃으며 두 팔을 벌렸다. 수호가 강우의 품으로 폴짝 뛰었다.

“우리 아들!”

강우가 수호를 번쩍 안았다. 수호가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좋아했다. 수호를 한 차례 빙글 돌린 강우가 다시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수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엄마 말 잘 듣고 있었나?”

“네! 아빠, 그런데 아까 아빠 텔레비전에 나왔다!”

“그래? 우리 수호도 봤어?”

수호가 눈을 빛내며 답했다.

“응! 엄청나게 멋있었어. 역시 우리 아빠가 최고.”

수호가 바라보는 강우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자상한 아버지였다. 강우 역시 수호를 애정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우리 수호도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들이지!”

“으하하!”

수호가 허리에 손을 ‘척’하고 올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크게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은 요즘 가장 즐겨보고 있는 만화영화의 주인공을 흉내 내는 것이었다. 강우는 그런 수호가 귀여워 어쩔 줄을 몰랐다. 머리를 마구 쓰다듬으며 헤벌쭉 웃었다.

“일단 들어가자.”

“응!”

강우가 집으로 들어섰다. 주방에서 이나은이 미소를 띠며 나왔다. 앞치마를 두른 이나은은 저녁을 준비 중이었나 보다.

“잘 갔다 왔어?”

“응. 잘 있었어?”

강우가 이나은을 살포시 안아주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수호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수호는 엄마와 아빠가 친한 게 너무 좋다며 항상 말하고는 했다. 물론, 친하다는 말에 강우와 이나은은 웃음을 터트리고는 했다.

“그럼, 잘 있었지. 수호가 한남동 가서 도련님하고 노느라 집에 안 오겠다고 한 거 빼면.”

“어?? 그거 비밀….”

수호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강우가 수호를 보며 픽 웃었다.

“수호야, 삼촌 영화 준비하느라 바쁠 텐데.”

강용이는 현재 H 예술종합대학 영화과에 다니고 있었다. 물론, 뛰어난 성적과 압도적인 실기 능력으로 수석 입학을 했다. 대학에서 실력을 더욱더 갈고닦은 강용이는 무섭게 성장했다. 그런 강용이는 현재 영화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었다. 시나리오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강용이는 메가폰을 직접 잡기도 했다.

“네…. 죄송해요. 그래도 삼촌이 언제든지 놀러 오라고 했어요.”

수호는 참 착한 아이였다. 강우의 말에 금세 미안하다며 말했다. 강우와 이나은이 그런 수호를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래, 착하다. 그래도 당분간은 삼촌 방해하지 말자. 알았지?”

강우의 말에 수호가 고개를 끄덕했다. 이나은이 두 부자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저녁 준비 다 해놨어. 씻고 와.”

“응.”

강우가 서재로 쓰는 방에 여행 가방을 놓으러 향했다. 수호는 아빠를 돕겠다며 여행 가방을 뒤에서 밀어주었다. 커다란 여행 가방을 끙끙대며 미는 수호는 정말 귀여웠다.

“아빠 씻고 나온다.”

“응!”

강우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 맞다! 아빠 옷!”

수호가 안방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그리고는 강우가 갈아입을 편한 옷을 골라 나왔다.

“아빠, 옷!”

수호가 화장실 문을 슬며시 열고는 옷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강우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우악! 아빠 거품 괴물 같다!”

온몸에 비누 거품을 묻힌 강우가 픽하고 웃었다.

“옷은 저쪽에 걸어놔 줘.”

“응.”

옷을 한쪽 옷걸이에 건 수호가 화장실에서 강우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수호의 시선을 느낀 강우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왜 거기 있어?”

“아빠랑 있으려고.”

수호의 말에 강우가 행복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물론, 강우는 수호와 잘 놀아주는 다정한 아빠였다. 하지만 강우가 정말 바쁘다는 게 문제였다. 동양 그룹의 일은 물론이고 중국의 광복 그룹은 물론이고 사단법인 광복, 법무법인 광복 그리고 대진 엔터의 일까지 모두 책임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 그러면 수호도 같이 씻을까?”

“좋아!”

수호가 후다닥 옷을 벗었다. 그리고는 물줄기 속으로 뛰어들었다. 강우가 수호의 몸에도 비누 거품을 묻혀주었다. 수호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강우의 손길을 즐겼다.

“와~ 우리 아빠 배 엄청 딴딴해.”

수호가 강우의 복근을 콕콕 찌르며 감탄했다. 딱히 운동하지 않아도 강우의 몸은 근육질이었다. 강우는 말없이 웃으며 수호를 씻겨주었다.

“다 씻었어. 나가서 로션 바르고 옷 갈아입어.”

“응!”

수호가 커다란 수건을 몸에 두른 채 화장실을 후다닥 뛰쳐나갔다. 화장실 밖에서 이나은이 수호를 보며 소리쳤다.

“박수호! 미끄러져 조심해야지.”

“응, 엄마.”

수호가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강우고 샤워를 마치고는 수호가 가지고 온 옷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위아래 옷이 짝짝이였다. 그래도 하나뿐인 귀여운 아들이 가져다준 옷이 아니던가. 강우는 묵묵히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을 나왔다.

“아빠, 엄마가 맛있는 거 엄청 많이 했어.”

화장실 밖에는 역시나 위아래 짝짝이로 갈아입은 수호가 서있었다. 어찌나 급하게 갈아입었는지 손발이 옷에서 제대로 나오지도 않은 상태였다. 강우가 수호의 옷매무새를 정리해주었다.

“그래? 우리 수호도 신나겠다.”

“응!”

강우와 수호가 주방으로 향했다. 샤워를 끝낸 두 부자를 보며 이나은이 싱긋 웃었다.

“둘 다 옷이 왜 그래?”

강우와 수호가 동시에 씩 웃었다. 그 모습에 이나은이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강우와 수호의 미소는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자자. 밥 먹자. 아빠 배고파.”

“응.”

수호의 말처럼 식탁 위에는 풍성한 저녁상이 차려져 있었다. 강우와 이나은이 마주 보고 앉았다. 수호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엄마 옆에 놓인 밥그릇을 슬쩍 강우 쪽으로 옮겼다. 이나은이 짐짓 어이없는 척 표정을 지었다.

“어? 아들?”

“앗….”

수호가 움찔하며 혀를 삐죽 내밀었다. 하지만 슬쩍 강우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이나은을 보며 말했다.

“오늘은 아빠 옆에. 내일은 엄마 옆에 앉을게.”

“그래, 알겠어.”

이나은이 싱긋 웃었다. 이제야 장난인 걸 알아차린 수호도 밝게 웃었다. 강우가 수저를 들었다.

“진짜 맛있겠다. 빨리 먹자.”

강우네 세 가족이 늦은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수호를 낳고 육아와 가사에 집중한 이나은이었다. 요리 실력은 어지간한 요리사보다 좋았다. 강우가 폭풍처럼 음식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우와~ 아빠 짱!”

강우를 보며 감탄하던 수호도 질세라 음식을 마구 먹기 시작했다. 식탁 위의 음식이 금세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나은은 익숙한 듯 음식을 다시 채워 놓았다. 수호는 강우가 먹는 양을 보며 눈을 빛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빠의 모든 것이 따라 하고 싶은가 보다. 먹는 양까지 말이다.

“수호야,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돼.”

“응!”

수호 역시 엄청난 식성을 보여주었다. 6살 아이가 먹기에는 많은 양을 먹었다. 이나은도 마찬가지였다.

“휴~ 나 수호 낳고 나서 먹는 양이 너무 늘었어. 이러다가 살 엄청 찌면 어떡하지?”

“살이 찌기는커녕 오히려 더 날씬해졌는데?”

강우가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나은이 안심하는 표정을 하더니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강우와 이나은 그리고 수호는 밥을 먹으며 연신 행복한 웃음을 터트렸다. 수호는 강우와 이나은에게 연신 재롱을 부렸다.

“그럼 수호는 이제 잘 시간이지?”

식사가 끝나자 수호는 잠잘 시간이 되었다. 수호가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화장실로 가서 양치하고 나왔다.

“네! 안녕히 주무세요!”

수호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6살이 된 수호는 혼자 방을 쓰겠다고 했다. 6살이 혼자 자겠다니 정말 씩씩한 아이였다. 수호가 들어가고 강우와 이나은이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강우가 후식으로 먹을 과일과 차를 준비해 거실로 나왔다.

-오늘 청와대는 중국의 FTA 협상 제안을 검토를 마무리하고 협상 위원회를 꾸릴 준비를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이나은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뉴스를 눈을 빛내며 보고 있었다. 강우가 쟁반을 거실 탁자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이나은의 옆쪽으로 앉았다.

“양부님은 잘 만나고 왔어?”

“응, 잘 만나고 왔지. 보다시피 또 엄청난 선물을 주셔서 문제지.”

강우의 말에 이나은이 킥하고 웃었다. 그리고는 과일 하나를 포크로 찍어서 강우를 향해 내밀었다.

“양부님의 생각이 어떤 건지 나는 알 것 같은데?”

강우가 과일을 ‘아삭’ 깨물었다. 그리고 입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나도 알지. 분명 내가 정치를 하기 원하시는 거야. 그것도 그냥 정치가 아닌…. 그런데 말이야 나는 솔직히 자신도 없어.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모두가 나를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내가 정치에 뛰어들었을 때 가족들에게 돌아올 상처도 무섭고….”

강우가 이제는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을 떠올렸다. 전직 대통령은 현재 고향 마을에 돌아가 은거하며 살고 있었다. 강우가 미래 기억을 떠올렸다.

‘원래대로라면 2009년 돌아가셨어야 할 분이었지….’

하지만 강우의 개입으로 미래는 바뀌었다. 동북공정을 막아낸 이후로 전직 대통령은 승승장구했다. 개혁법도 모두 차근차근 하나씩 통과시켰고, 경제지표도 매우 좋게 만들었다. 미래와는 달리 한국에는 동양 그룹과 대진 그룹 그리고 JG 소프트라는 세계적인 기업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세 곳의 회사가 주도한 경제 활성화 프로젝트는 대성공이었으니까.’

거기다가 SJ 그룹까지 강우의 뜻에 동참했다. 총 4곳의 거대 기업은 끝없이 일자리를 창출했고, 자금의 순환을 주도했다. 그런 변화가 한국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여론도 좋았다. 물론, 미래 기억처럼 전직 대통령을 공격하는 언론은 있었다. 하지만 미래 기억과는 달리 커다란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결정적으로 지난 정부의 성공으로 17대 대선도 여당에서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거지.’

미래 기억과는 달리 여당은 정권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대통령으로 뽑힌 인물도 미래 기억에 여권 후보로 나왔던 인물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전직 대통령은 바뀐 미래 속에서 편안한 임기 후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미래 기억이 있는 강우는 정치라는 것이 얼마나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음…. 그런 걸 무서워할 우리 여보가 아닌데.”

상념에 빠진 강우에게 이나은의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우가 상념을 깨고 이나은을 바라보았다. 강우를 바라보는 이나은의 시선에는 강한 신뢰가 엿보였다.

“할아버님도 말했잖아. 운명을 너무 거부하지 말라고.”

“내가 정치를 하게 되면 지금과는 모든 게 바뀔 거야. 여보는 다시 연예계로 못 돌아갈 수도 있고, 가족들 모두 지금과는 상대도 안 될 만큼 시달릴 거고.”

강우의 말에 이나은이 싱긋 웃었다.

“나는 5년 전에 이미 다 각오했어. 여보가 결정하면 나는 언제나 여보를 지지할 거야. 그게 어떤 길이든.”

“......”

강우가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나은이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다른 가족들 모두 나랑 같은 생각이고. 그리고 우리 수호도.”

이나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수호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스케치북 하나를 들고나왔다. 이나은이 스케치북을 펼치더니 강우에게 내밀었다.

“이건….”

스케치북에 그려진 그림을 본 강우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림 속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태극기를 들고 앞장서고 있는 유독 멋지게 그러진 남성이 있었다.

“수호가 유치원에서 그린 거야. 아빠의 직업을 그리는 거였는데 이렇게 그렸어. 아빠는 대한민국을 앞장서서 지키는 수호자라고.”

강우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아들의 눈에 비친 자신은 언제나 사람들을 도와주고 나누어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강우가 이나은을 보며 씩 웃었다.

“아들의 확인 도장까지 받은 기분이네.”

이나은이 싱긋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강우가 헤벌쭉 웃었다. 강우가 헛기침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흠흠…. 요즘 수호가 혼자 자는 이유가 동생 가지고 싶어서라는데….”

“응?”

이나은의 얼굴이 대번에 붉어졌다. 조금 전 샤워를 하며 강우와 수호가 나눈 진지한 대화였다. 강우가 이나은의 손을 덥석 잡았다.

“피곤하다. 그만 자러 가자.”

“으응….”

강우와 이나은이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수호의 방문이 빼꼼히 열렸다. 적막에 싸인 거실을 한 차례 확인한 수호가 씩 웃었다.

“선생님이 내가 혼자 자야 동생이 생긴다고 했었어. 이제 나도 동생이 생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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