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9화 (379/402)
  • 그래, 어떻게 됐어?

    가족들이 발칵 뒤집혔다. 이나은의 헛구역질 한 번에 식사가 마비될 정도였다. 어머니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나…. 나은아.”

    “어머님.”

    어머니와 이나은이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아버지는 멍한 표정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어…. 어서 테스트기부터 사 와봐.”

    “네.”

    강우가 벌떡 일어나 현관으로 달려갔다. 강용이가 강우의 뒤를 빠르게 따라갔다.

    “형아, 같이 가!”

    할아버지와 막내 할아버지 그리고 최준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박씨 집안에 새로운 생명이 찾아온 듯했다.

    “나은아, 일단 너무 놀라지 말고. 따듯한 차부터 한 잔 마셔.”

    큰어머니는 이나은에게 줄 차를 타오셨다. 큰아버지가 아버지를 향해 말했다.

    “정식아, 축하한다. 너 할아버지 되겠구나.”

    “형님도 마찬가지죠.”

    아버지의 말에 큰아버지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져나갔다.

    “나은아, 축하해!”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박선영은 축하를 건넸고, 박지영은 벌써 호들갑이었다.

    “오~ 박지영 오랜만에 철들었네?”

    “언니!”

    박선영과 박지영도 기분이 좋은지 평소보다 목소리가 상기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중심인 이나은은 어느새 차분해져 있었다.

    “감사해요….”

    부끄러운 듯 목소리가 작은 이나은이었다.

    “일단 강우 올 때까지 다들 진정해요.”

    어머니가 가족들을 진정시켰다. 그렇게 기대와 긴장의 시간이 지나갔다.

    벌컥.

    문이 열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강우가 나타났다. 가까운 약국까지 꽤 멀었는데, 엄청난 속도로 달려갔다가 온 모양이다.

    “사 왔어?”

    어머니가 강우를 향해 물었다. 강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비닐봉지를 쓱 들었다. 어머니가 강우에게 다가와 비닐봉지를 받았다.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 어머니가 싱긋 웃었다.

    “아들~ 하나면 되는데 몇 개를 사 온 거야?”

    “아…. 그게….”

    강우가 멋쩍게 웃었다. 혹시 몰라 여분을 사 온 것이었다. 어머니가 테스트기 하나를 꺼내 이나은에게 돌아갔다.

    “나은아, 이리 와.”

    “네, 어머니.”

    어머니와 이나은이 화장실로 향했다. 어머니는 이나은에게 테스트기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이나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모두의 시선이 이제는 강우를 향했다.

    “와…. 아들 당분간 2세 생각은 없다며? 이거 완전 허니문 베이비 아니냐?”

    아버지가 강우를 보며 씩 웃었다. 그러자 큰아버지가 아버지를 툭 하고 치며 웃었다.

    “어이~ 동생. 자네가 그런 말 할 처지는 아닌 거 같은데?”

    “윽….”

    아버지가 움찔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아버지와 어머니도 강우를 허니문 베이비로 만들지 않았던가. 강우가 머리를 긁적였다.

    “이상하다…. 조심한다고 했는데….”

    “한창 좋을 때지. 조심한다고 해도 모르는 거거든.”

    아버지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때였다.

    덜컥.

    화장실 문이 열리고 이나은이 나왔다. 가족 모두가 벌떡 일어나 이나은을 향해 다가갔다.

    “어떻게 됐어?”

    우르르 몰려오는 가족을 어머니가 가로막듯 섰다. 그리고는 허리에 손을 ‘척’ 하고 올렸다.

    “다들 진정 좀 하세요. 나은이 놀라겠어요.”

    어머니의 말에 가족들이 심호흡하며 진정했다. 어머니 뒤에 있던 이나은이 앞으로 나오며 테스트기를 강우에게 내밀었다.

    쿵. 쾅.

    강우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새로운 생명의 유무를 확인하는 순간은 그 어느 때보다 설레고 긴장됐다. 강우가 조심스럽게 테스트기를 확인했다.

    “나은아….”

    강우가 이나은을 와락 껴안았다. 이나은이 싱긋 웃으며 강우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왜? 왜 그러는데?”

    아버지가 안절부절못했다. 이나은이 강우를 슬그머니 밀어내고는 테스트기를 할아버지에게 내밀었다. 할아버지가 조금 떨리는 손으로 테스트기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그 어느 때보다 활짝 웃었다.

    “허허….”

    아버지와 어머니도 테스트기를 확인했다. 선명한 두 줄을 확인한 아버지와 어머니가 크게 기뻐했다. 다른 가족들도 한 명씩 확인했다.

    “나은아 축하해!”

    “경사 났네!”

    집 안이 난리가 났다. 강우는 멋쩍게 웃었고, 이나은은 모두의 축하 속에서 행복했다. 어머니가 강우를 향해 말했다.

    “내일 바로 병원부터 가봐.”

    “네, 엄마.”

    어머니가 주변을 향해 말했다.

    “일단 다들 식사 중이었으니까. 밥마저 먹어요.”

    어머니의 말에 다시 식사가 시작됐다. 강우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이나은은 모두의 축하 속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밥을 먹었다. 그렇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가족 식사가 이어졌다.

    * * *

    다음 날. 강우와 이나은이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나은이 운전을 하는 강우를 힐끗 바라보았다. 평소와는 달리 초조해 보이는 남편의 모습이었다.

    “떨려?”

    이나은의 질문에 강우가 고개를 끄덕했다.

    “어…. 엄청나게 떨려.”

    이나은이 손에 쥐고 있는 테스트기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선명하게 나타나 있는 두 줄은 생명의 잉태를 알려주고 있었다.

    “괜찮아. 너무 떨지 마. 이거 정확도가 90%가 넘는데.”

    “그래? 그럼 다행이다.”

    강우가 한 손으로 이나은의 손을 잡아주었다. 이나은이 두 손으로 강우의 손을 포근히 덮어주었다. 서로의 온기가 느껴지며 긴장감이 스르륵 녹아내렸다.

    부우웅-

    이윽고 차량이 병원에 도착했다. 강남 집 근처에 있는 유명 산부인과였다. 강우는 대학병원에 가자고 했지만, 부모님이 산부인과는 집에서 가까운 곳이 좋다고 했다. 주차를 마친 강우와 이나은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접수대로 향했다.

    “우리 병원 처음 오셨어요?”

    “네, 처음입니다.”

    접수대에 있는 간호사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거 작성하고 접수해주세요.”

    “네.”

    강우가 접수를 위한 정보를 적어 내려갔다. 병원에 있는 주변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강우와 이나은을 알아보았다.

    “어? 박강우 씨랑 이나은 씨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설마? 대박!”

    하지만 강우와 이나은은 그런 사람들의 시선조차 못 느끼고 있었다. 진료 접수를 위한 정보를 다 적고는 접수대에 내밀었다. 간호사가 강우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앉아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네.”

    강우와 이나은이 비어있는 자리로 향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강우와 이나은처럼 긴장한 표정의 부부도 있었고, 이미 배가 많이 나온 산모들도 있었다.

    “이나은 님.”

    그때, 간호사가 이나은을 호명했다. 이나은이 움찔하며 답했다.

    “네!”

    “이쪽으로 오세요.”

    강우와 이나은이 간호사를 따라 복도 안쪽으로 들어갔다. 간호사가 한 진료실 앞에 멈춰 섰다.

    “여기가 앞으로 이나은 님을 담당할 주치의분이세요. 앉아서 잠시만 더 기다려 주세요.”

    “네.”

    강우와 이나은이 진료실 앞쪽 의자에 앉았다. 이윽고 진료실 문이 열리고 간호사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나은 산모님?”

    “네!”

    이나은이 벌떡 일어났다. 간호사가 이나은을 보고는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강우와 이나은이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했다. 그리고는 손을 마주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진료실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가 앉아있었다.

    “앞쪽으로 앉으세요.”

    강우와 이나은이 의사 앞쪽으로 앉았다. 마주 잡은 두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의사가 이나은을 향해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모두 임신 여부를 확인해보기 위한 질문이었다.

    “일단 테스트기는 거의 정확하다고 보시면 돼요. 하지만 혹시 모를 경우도 있으니까 초음파 검사를 진행해 볼게요. 산모님은 이쪽으로 와주세요.”

    의사가 한쪽에 있는 초음파 기계 쪽으로 이나은을 안내했다. 이나은이 의료용 의자에 누웠다.

    “옷을 위쪽으로 걷어 주세요. 가슴은 안 보이게요.”

    “네.”

    의사가 한쪽에 있는 플라스틱 통을 들었다. 그리고는 이나은을 향해 친절히 설명했다.

    “조금 차가울 거예요.”

    “네.”

    의사가 이나은의 배에 젤 성분의 약품을 뿌렸다. 초음파 기계가 움직이기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강우가 슬쩍 의료용 의자 옆쪽으로 앉았다. 의사가 초음파 기계로 이나은의 배를 검사하기 시작했다.

    “윽….”

    차가운 감촉과 배를 문지르는 기계의 느낌에 이나은이 살짝 움찔했다. 의사가 부드럽게 웃으며 괜찮다고 해주었다.

    “여기 보이시죠? 여기 작은 점이 바로 아기집입니다.”

    의사가 모니터를 강우와 이나은이 보기 편하게 돌려주었다. 강우와 이나은이 모니터에 나타난 작은 점을 확인했다. 흑백의 모니터 속 작은 아기집을 확인한 강우와 이나은이 울컥하는지 눈시울을 붉혔다.

    “아기집 크기도 정상이고 자리도 아주 잘 잡혔어요. 축하드립니다. 임신 5주네요.”

    의사의 말에 강우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차오르는 기쁨을 억누르지 못하고 몸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 이나은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감동한 표정이었다.

    “임신 초기니까요. 당분간은 조심하셔야 해요. 잠이 많이 쏟아지실 거고요. 몸에 평소와는 다른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어요.”

    의사가 두 사람을 보며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첫 아이에 행복해하는 신혼부부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이나은이 의자에서 내려와 다시 의사 앞쪽에 앉았다.

    “나가시면 간호사가 다른 안내 사항들을 알려드릴 거에요.”

    “감사합니다.”

    강우와 이나은이 꾸벅 인사를 하고는 진료실 밖으로 나왔다.

    “나은아, 고마워.”

    “응, 나도 고마워.”

    강우와 이나은이 서로를 애정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때, 간호사 한 명이 이나은에게 다가왔다.

    “이나은 산모님, 잠시 따라와 주세요. 간단히 검사할 게 있어요.”

    “네.”

    이나은이 간호사를 따라갔다. 강우가 의자에 털썩 앉았다. 아직 부모가 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를 않았다. 하지만 분명 이나은의 배속에는 사랑의 결실이 맺혀져 있었다. 강우가 헤벌쭉 웃었다.

    “내가 아빠가 되는구나….”

    강우가 아차 하더니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한남동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한 번 울리자 바로 통화가 연결됐다. 가족 모두 강우가 전해주는 기쁜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저예요.”

    -그래, 어떻게 됐어?-

    대표로 전화를 받은 아버지가 다급히 물었다. 강우가 씩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임신. 5주째래요.”

    -우아아악! 축하한다! 임신 맞대요! 5주!-

    아버지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가족들이 환호하는 것이 들렸다. 강우가 핸드폰을 귀에서 때며 씩 웃었다.

    “일단 지금 간단한 검사 하러 갔고요. 있다가 집으로 들를게요.”

    -그래! 오늘도 파티다!!-

    아버지가 잔뜩 상기된 목소리 말했다. 강우가 알겠다고 하며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는 자신을 향한 시선을 느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이 강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향해 꾸벅 인사했다.

    “저…. 아빠 됐습니다.”

    강우의 말에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손뼉을 쳐주며 축하한다고 전했다. 사실 진작부터 강우를 알아보았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강우 부부를 위해 모른 척해준 것이었다. 강우가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강우가 코끝이 찡해짐을 느꼈다. 자신을 축하해주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국민의 강우 부부를 향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우는 연신 꾸벅 인사를 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윽고 검사를 끝낸 이나은이 돌아왔다.

    “축하합니다!”

    이나은을 향해서도 사람들의 축하가 쏟아졌다. 이나은이 살짝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감사하다고 답인사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의 축하 속에서 강우와 이나은의 2세가 생겼음이 세상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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