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2화 (352/402)

나야 같이 있으면 좋지.

대진 엔터 신사옥 미디어 홍보실에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있었다. 강우와 이나은의 결혼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몰려든 취재진이었다. 어찌나 많은 취재진이 몰렸는지 커다란 대진 엔터의 미디어 홍보실이 꽉 찰 정도였다.

펑. 퍼펑.

이윽고 사방에서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다. 한쪽에서 강우와 이나은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두 손을 꼭 잡고 나타나는 두 사람의 모습에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안녕하십니까. 박강우입니다.-

-안녕하세요. 이나은입니다.-

두 사람이 취재진을 향해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강우와 이나은을 향해 취재진의 뜨거운 시선이 쏟아졌다. 현재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화젯거리가 바로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청년 사업가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여배우의 결혼은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였다.

-오늘 참석해주신 취재진 여러분들이 많은 관계로 빠르게 진행을 하겠습니다. 혹시 질문하지 못하는 분들이 계시더라도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은 얼마 전 이사로 승진한 김성현 이사가 진행을 맡아주었다. 김성현 이사는 드라마의 성공은 물론이고 다른 여러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연예계의 황금손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김성현 이사의 말이 끝나자 취재진이 정적에 빠졌다.

-그럼 질문을 받겠습니다.-

사방에서 손이 번쩍 올라왔다. 김성현이 먼저 한 취재기자를 지목했다. 얼마 전 드라마 방송을 했던 공중파 채널 소속 기자였다.

-안녕하십니까. M사 박충현 기자입니다. 먼저 두 분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기자의 말에 사방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만큼 강우와 이나은의 평소 이미지가 호감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강우와 이나은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했다. 이윽고 박수 소리가 잦아들었다.

-먼저 많은 사람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을 묻고 싶습니다. 결혼 후 이나은 씨께서는 연예계를 은퇴하시는 겁니까?-

기자의 질문은 지금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었다. 강우가 이나은을 바라보았다. 이나은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

-아니요. 저는 결혼을 한 후에도 계속 연예계 생활을 이어갈 생각이에요.-

이나은의 말에 기자들이 감탄성을 뱉어냈다. 사실 재벌가 혹은 유명 연예인과 결혼한 여자 연예인들이 은퇴하는 것이 일반적인 지금의 시대였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이나은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순간 미디어실이 환해지는 기분에 취재진이 감탄성을 뱉어냈다. 이윽고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안녕하십니까. K사 김기대 기자입니다. 두 분의 결혼 날짜는 언제로 정해진 겁니까?-

이번에는 강우가 답했다.

-내년이면 동양 무역의 신사옥이 완공됩니다. 저는 신사옥의 부대시설로 지어지는 독립운동 역사박물관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입니다. 정확한 날짜는 제 할아버지께서 정해주실 예정입니다.-

강우의 말에 기자들이 눈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현재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동양 무역의 신사옥 역시 세간의 관심사였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동양 무역의 규모와 자금력이 신사옥을 통해 드러날 것이라 보고 있었다.

-다음은….-

기자회견은 계속 이어졌다. 두 사람에게 쏟아진 관심만큼 다양한 질문들이 나왔다. 강우와 이나은은 친절하게 하나하나 대답을 해주었다. 결혼에 관한 질문 이외에도 강우에게는 여러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강우는 결혼에 관련된 질문 이외에는 정중히 답변을 사양했다.

-그럼 오늘 기자회견을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참석해주신 취재진 여러분께 감사 인사드리겠습니다. 박강우 부사장님과 이나은 씨의 결혼을 다 같이 축복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성현 이사의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기자회견이 끝났다. 강우와 이나은이 기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미디어실을 벗어났다. 뒤를 따라 나오던 김성현 이사가 강우를 향해 말했다.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막상 두 분이 결혼한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결혼 축하드립니다.”

강우와 이나은을 바라보는 김성현은 정말 감격한 표정이었다. 늘 곁에서 두 사람을 지켜봐 온 사람 중 한 명이 김성현 이사였다. 두 사람의 사랑이 결실을 보니 정말 기뻤다.

“감사합니다.”

강우가 고맙다고 말하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 부사장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네?”

강우가 김상현 이사를 바라보았다. 김성현 이사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부사장님이랑 나은 씨 결혼식을 저희 대진 엔터에서 촬영하고 싶습니다.”

“아….”

강우가 대번에 무슨 의도인지 알아차렸다. 강우와 이나은의 결혼식을 촬영해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생각일 것이었다. 그만큼 시청률이 보장될 기획이 있을까 싶었다.

“죄송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만한 특집이 없을 거 같아서….”

“좋은 생각이네요. 나은이는 어때?”

강우가 이나은에게 물었다. 이나은도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대신 예쁘게 찍어 주세요 이사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최고의 촬영 장비를 동원해서 가장 기억에 남을 결혼식으로 찍어드리겠습니다.”

김성현 이사가 씩 웃으며 말했다. 강우와 이나은이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결혼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기자회견이 끝나고 강우와 이나은은 대진 엔터 사장실로 돌아왔다. 아직 공석인 대진 엔터 사장은 강우가 직무를 맡고 있었다. 정식 사장으로 김성현 이사가 유력했지만, 아직 단계를 더 밟아야 했기에 공석으로 놓아둔 상태였다.

“안 힘들어?”

강우가 이나은을 향해 물었다. 평소 수많은 인터뷰를 해왔던 이나은은 오늘 유독 긴장했었다. 이나은이 강우를 보며 싱긋 웃었다.

“이제 괜찮아. 아까는 이상하게 긴장되는 거 있지.”

“그래 보이더라. 잠깐 눈이라도 붙여.”

강우의 말에 이나은이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애들 댓글은 올라온 거 있어?”

“잠깐만.”

강우가 컴퓨터를 켜고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했다. 지난번 올려놓았던 게시글에 친구들의 댓글이 잔뜩 달려있었다.

-다들 무사하냐?-

└ 난리도 아니다. 검사실에 취재 요청은 왜 오는 거냐? 사람들이 겁이 없어. -연정호-

└ 우리 회사에도 기자들 찾아와서 간단히 인터뷰해 줬다. -남재식-

└ 크…. 역시 강우 클래스가 장난 아니네. 나도 친구들이 엄청나게 물어보더라. -이지용-

└ 강우야, 나은아 축하해. -김혜지-

└ 우리 오늘 만나는 거 맞지? -조민정-

└ 강우야, 나은이랑 단독 인터뷰 좀…. -신원주-

역시나 친구들에게도 엄청난 여파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나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강우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댓글들을 확인하고는 킥하고 웃었다.

“애들 진짜 힘들었겠다.”

“그러니까. 오늘 제대로 한턱내야겠는데.”

강우는 오늘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다. 군대에 간 김춘배와 박광웅은 나중에 따로 휴가를 나오면 만나기로 했다. 모임 장소는 역시나 친구들과의 추억이 담긴 목동 사거리에 있는 호프집이었다. 강우의 예약 전화를 받은 호프집 사장님이 얼마나 반가워했는지 몰랐다.

“그럼 가기 전에 업무 처리를 할 게 조금 있어. 나은이는 집에 가서 쉬고 있을래?”

강우의 말에 이나은이 고개를 저었다. 의자를 하나 가지고 와서는 강우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 자기 일하는 거 옆에서 기다릴래.”

“그래, 나야 같이 있으면 좋지.”

강우가 헤벌쭉 웃었다. 바짝 붙은 이나은에게서 향기가 느껴졌다. 강우가 업무를 시작했다. 대진 엔터 업무의 대부분은 김성현 이사가 처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종 결재는 강우가 해주어야 했다. 강우는 빠르게 서류를 검토하고 결재를 해나갔다. 옆에 있는 이나은은 턱을 괴고 강우를 바라보았다.

“흠흠…. 자기야. 내 얼굴 뚫어지겠다.”

“뚫어지면 좀 어때. 내가 좋은데.”

이나은의 말에 강우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힐끗 이나은을 바라보았다.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이 붙어있는 이나은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렇게 아름답고 현명한 이나은이 아내가 된다는 사실이 아직 믿기지 않는 강우였다.

“고마워. 나랑 결혼해 줘서.”

강우의 말에 이나은이 싱긋 웃었다.

“나도 고마워.”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애정이 듬뿍 담긴 시선을 보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두 사람의 얼굴이 점점 서로에게 다가갔다. 그러던 순간이었다.

똑똑.

강우와 이나은이 화들짝 놀라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문이 열리고 김성현 이사가 나타났다.

“부사장님, 오늘 결재서류…….”

사장실 안에 흐르는 묘한 기운을 느낀 김성현 이사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눈치 빠른 김성현 이사가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죄…. 죄송합니다. 조금 있다가 다시 오겠습니다.”

김성현 이사가 문을 닫고 황급히 사라졌다. 강우와 이나은이 서로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 * *

딸랑.

호프집 문을 열고 강우와 이나은이 들어왔다. 두 손을 꼭 잡은 두 연인에게서는 봄기운이 물씬 느껴졌다. 기다리고 있던 호프집 사장님이 두 사람을 반겼다.

“이야! 두 사람 오늘따라 더 어울려 보이는데? 결혼 정말 축하해.”

호프집 사장님의 축하에 강우와 이나은이 환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축하 인사를 받아서 정말 기분이 좋네요.”

강우의 말에 호프집 사장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거야 당연한 거지. 강우가 그만큼 훌륭하게 살아왔다는 증거니까. 벌써 나만 하더라도 강우에게 받은 도움이 적지 않잖아. 강우는 어디를 가나 축하받을 자격이 있지. 암 그렇고말고.”

호프집 사장의 말대로였다. 강우와 이나은은 정말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고 있었다. 길을 가다 마주치는 행인들도 강우와 이나은을 알아보고는 축하를 건넬 정도였다.

“그렇죠? 역시 사람은 강우처럼 베풀고 착하게 살아야 하는 건가 봐요.”

“아이고~ 나은이도 만만치 않지. 나는 유명해지고도 나은이처럼 겸손한 스타는 처음 본다니까?”

호프집 사장님은 날을 잡은 모양이었다. 강우와 이나은을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호프집 사장님이 점점 흥분하며 말을 이어갔다.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 가게에도 취재진이 찾아왔더라고. 강우랑 나은이 단골집이라고. 어떤 기자들은 혹시 무슨 흠이라도 있나 캐물었는데. 내가 헛소리할 거면 당장 나가라고 쫓아내기도 했다니까. 그리고 소금도 뿌렸어. 아니 세상에 강우랑 나은이 흠잡을 게 어디 있다고.”

호프집 사장이 마치 자기 일처럼 흥분하며 열변을 토해냈다. 강우가 부드럽게 웃었다.

“좋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난 거짓말 하는 성격 못돼. 그동안 내가 본 대로 말했을 뿐이야. 결혼 정말 축하해. 나중에 결혼식 때 나도 꼭 초대해 줄 거지?”

이나은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럼요. 사장님도 꼭 오셔야죠.”

호프집 사장님이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내 정신 좀 봐. 이렇게 사람을 붙잡고 있었네. 친구들은 전부 도착했어. 저기 안쪽으로 가봐.”

“네, 그럼 오늘 잘 부탁드려요.”

호프집 사장님이 씩 웃었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두 사람을 위해서 가게 통째로 비워놨어. 내 결혼 축하 선물이라고 생각해줘.”

“아….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었는데요.”

가게 장사를 하루 안 하고 강우와 친구들을 위해 가게를 전세 내주었다는 말이었다. 강우의 미안한 표정에 호프집 사장님이 두 손을 저었다.

“내가 두 사람한테 이 정도도 못 해주겠어? 오늘은 마음껏 즐기다가 가.”

“감사합니다.”

강우와 이나은이 호프집 사장님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항상 친구들과 모이는 특별실로 향했다.

드르륵.

강우가 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펑! 퍼펑!

사방에서 폭죽이 터졌다.

“두 사람 결혼 축하한다!”

“드디어 장가가는구나!”

친구들이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특별실 안은 파티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 탁자 중앙에는 친구들이 준비한 케이크도 있었다.

“아…. 이런 걸 준비했냐….”

강우가 친구들의 정성에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이나은도 입을 막은 채 감동했다.

“고마워 얘들아….”

친구들의 축하를 받은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많은 사람의 축하도 좋았고, 기자회견에서 받은 축하도 좋았다. 하지만 오늘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받는 축하는 정말 가슴 따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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