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0화 (310/402)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강우가 아버지 옆쪽으로 자리 잡고 앉았다. 강우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표정에는 진한 호기심과 열기로 가득했다. 오늘 모인 직원들은 흔히 말하는 엘리트들이었다. 동양 무역에서 경력직을 뽑는다고 해 다니던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동양 무역의 가능성을 크게 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강우의 존재였다.

“다들 이렇게 출근한 모습을 보니 정말 든든하네요.”

강우의 말에 직원들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기분 좋음을 느꼈다. 면접 때도 느낀 거지만 강우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힘이 있었다.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새로 뽑힌 직원들이 강우를 향해 앞다투어 말했다. 강우가 씩 웃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우리 회사는 업무 효율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회사입니다. 개인 시간을 적극적으로 보장해드리는 편이죠. 기존에 다니시던 회사와는 다른 분위기일 겁니다.”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강우의 말에 공감했다. 오늘 아침 일찍 출근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새로 뽑힌 경력직 직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 상태였다. 듣던 대로 동양 무역의 업무 분위기가 엄청 자유로웠다. 그뿐이 아니었다. 간부들부터 평사원들까지 그야말로 자기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대기업에서 관성에 젖어 일하는 수많은 사람을 봐온 이들로서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동양 무역은 각자가 맡은 업무가 명확히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업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순전히 사원 개인의 판단에 맡기고 있죠.”

강우의 말에 경력직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이미 외국의 몇몇 기업들은 이런 자유로운 업무처리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곳들도 많았다. 하지만 업무를 자율적으로 맡긴다고 그 결과까지 아무렇게나 허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업무 당사자가 책임져야 합니다.”

강우의 말에 새로 뽑힌 직원들이 눈을 빛냈다. 대기업의 수직적이고 딱딱한 업무처리 방식과 분위기에 지쳐 나온 직원들도 있었다. 그런 직원들에게 동양 무역의 업무처리 방식은 정말이지 새롭고 설레는 것이었다.

“아…. 제가 사장님 앞에서 너무 말이 길었네요.”

강우가 멋쩍게 웃으며 말을 마무리했다. 강우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아버지가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자 마저 먹으면서 이야기 나누지.”

아버지의 권유에 직원들이 준비된 다과를 먹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고 나니 이상하게도 긴장감이 더욱더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일단 새로 출근들 한 걸 축하합니다.”

아버지가 직원들의 첫 출근을 축하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직원들이 아버지를 향해 말했다. 강우가 아버지의 책상으로 새로 뽑힌 직원들의 이력서를 올려주었다. 이번 면접 과정은 전적으로 강우가 맡았었다. 아버지는 새로 출근한 직원들의 신상명세도 아직 몰랐다. 그만큼 강우를 신뢰하고 있었다.

“오…. 정말 경력들이 대단하군요.”

아버지가 이력서를 보며 감탄을 했다. 첫 번째 이력서의 주인공은 바로 아버지 왼쪽 앞에 앉아있는 남성이었다. 적당한 키에 안경을 쓰고 머리는 포마드로 깔끔히 넘긴 상태였다. 강우가 그 남성을 바라보았다.

‘이름은 김진수 나이는 36에 Y 대를 나왔고 전공은 경제학과.’

김진수는 지금은 부도가 나버린 삼우 전자를 다니던 인재였다. 삼우 전자의 부도 이후 곧장 외국으로 나가 단기 연수까지 하고 온 인재였다.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삼선 그룹에 입사해 임원 자리까지 치고 올라가는 인재 중의 인재지.’

하지만 강우가 능력이 좋다는 이유로만 김진수를 뽑은 것은 아니었다. 악수하며 알게 된 미래 기억 속 단편적인 기억이 있었다. 그 기억이 말해주고 있었다. 김진수는 성실하고 자기 일에 열정이 넘치며, 또한 심성도 착한 사람이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인격까지 완성된 사람은 정말 드물지. 우리 회사에는 그런 인재가 필요하고.’

더군다나 이번에 뽑힌 경력직 사원 중 과장급 이상으로 자리 잡을 사람들이었다. 신중하게 뽑고 또 뽑아야 했다. 물론 다른 경력직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김진수 과장은 앞으로 해외 무역 파트 지원을 담당하게 될 겁니다. 이번 중국진출 프로젝트부터 아주 큰 도움이 되어주겠군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버지의 말에 김진수가 눈을 빛냈다.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굵직한 프로젝트를 맡았으니 의지가 불타올랐다. 이번 기회에 능력을 발휘해 꼭 제대로 자리 잡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다음은 이새롬 과장?”

“네, 사장님.”

다음으로 아버지가 확인한 이력서의 주인공은 이새롬이었다. 단아한 단발머리에 깔끔한 투피스 정장을 입은 여성이었다.

‘나이는 36살, K 대 마케팅 학과를 나왔고, 역시나 대기업 마케팅팀에서 과장까지 달았던 인재.’

역시나 강우가 미래 기억으로 뽑은 인재 중의 인재였다.

‘마케팅을 잘하기로 유명한 현중 그룹의 마케팅팀의 전설로 남는 인재지. 이번 면접에서 뽑은 정말 좋은 인재고.’

역시가 성실함을 기본으로 하는 이새롬이었다. 아버지가 이새롬을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이번 중국진출을 시작으로 마케팅팀을 본격적으로 분리해서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네, 사장님.”

이새롬이 열의를 보이며 답했다. 동양 무역에 입사하자마자 한 부서를 맡게 됐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버지가 차근차근 다음 직원들을 향해 인사를 나누었다.

“다음은 주호영 과장.”

“네, 사장님.”

주호영은 작은 키에 굵은 뿔테 안경을 쓰고 시원하게 밀은 머리가 인상적인 남성이었다. 강우가 주호영을 보며 눈빛을 빛냈다.

‘나이는 34이고 서울대 경영대 그중에서도 회계학을 전공했지.’

주호영의 이력은 특별한 점이 있었다. 줄곧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던 경력이었다. 더군다나 그 외국계 기업은 바로 홍콩에 있는 투자 회사였다.

“홍콩에서 아주 오래 일을 했군요?”

“네,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에 취업했고, 바로 홍콩으로 발령이 났었습니다.”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동양 무역의 자산은 폭발적으로 늘어가고 있었다. 현재 그 자금은 모두 강우의 결정에 따라 쓰이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강우가 자금의 모든 부분에 관여할 수는 없었다. 그런 이유로 강우는 주호영을 뽑았다. 앞으로 동양 무역의 자금 흐름을 담당해줄 중요한 인재였다.

‘그만큼 가장 신경 썼던 거 중 하나가 능력도 능력이지만 바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냐는 것이었지.’

강우는 주호영의 기억을 읽는데 가장 많은 능력을 소모했을 정도로 신경을 썼다. 그렇게 뽑은 주호영이었으니 일을 믿고 맡길 수 있었다.

“주호영 과장은 앞으로 회계팀을 맡게 되겠군요. 그렇지 않아도 부사장 혼자 자금흐름에 신경 쓰느라 고생이 많았는데 앞으로 잘 부탁해요.”

“네, 사장님.”

주호영이 설레는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주호영이 외국계 기업을 때려치우고 동양 무역에 지원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강우라는 엄청난 투자 천재 때문이었다. 강우가 중국에서 투자한 기업들은 모두 대박을 터트렸다. 홍콩에 있는 많은 투자 회사 사이에서도 강우는 유명한 존재였다.

“부사장님, 앞으로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주호영이 강우를 보며 꾸벅 인사했다. 강우가 주호영의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멋쩍게 웃었다.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한 명의 남성을 또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김건우 과장?”

“네, 사장님.”

빼빼 마른 몸매에 커다란 키가 인상적인 김건우였다.

‘나이는 32이고 C 대 전산학과를 나왔다. 원래대로라면 국내 유명 보안업체에 취업해서 많은 보안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일조하는 인재지.’

강우는 김건우를 동양 무역의 전산팀을 담당할 인재로 뽑았다. 앞으로 더욱더 인터넷 시대가 될 것이었고. , 동양 무역은 그런 시대의 흐름에 빠르게 발을 맞출 생각이었다.

“부사장이 특별히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JG 소프트라는 회사에도 투자했었고, 특히 중국 시장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어요. 부사장을 잘 도와주길 바랍니다.”

“네, 사장님.”

김건우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김건우 역시 강우가 JG 소프트의 이사직을 맡고 있는 걸 알았다. 그리고 IT업계에서 강우는 이미 유명한 정도가 아니었다. JG 소프트의 성공 배경에 강우라는 존재가 있었음을 모두가 알았다. 이렇게 이번에 뽑은 과장급 경력직 직원은 총 네 명이었다.

“들어오자마자 커다란 프로젝트를 맡게 돼서 부담일 수도 있지만, 또 기회라고 생각해주기 바랍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성과를 내주는 만큼 회사도 그에 합당하는 대우를 해줄 테니 잘 부탁들 해요.”

아버지의 말에 총 네 명의 과장급 직원들이 열심히 하겠다며 답했다.

“네, 사장님!”

“그럼 업무들 보러 복귀하세요.”

아버지의 말에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장실 밖으로 나갔다. 아버지가 강우를 보며 역시 하는 표정을 지었다.

“강우야,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인재들을 뽑은 거냐?”

“일단 동양 무역이 그만큼 유명하고 대우도 좋으니까 많은 사람이 지원한 것도 있죠.”

“그래도, 사람 뽑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아버지가 면접 보셨어도 똑같았을 거예요.”

강우의 말에 아버지가 흐뭇하게 웃었다. 능력이 뛰어난 아들을 보는 낙이 하루하루 너무 즐거웠다. 강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내부 정리는 대충 끝났으니까 중국 출장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겠어요.”

“그래, 당분간 또 일거리가 많아서 너무 좋구나.”

강우가 씩 웃었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에게 일거리가 많은 것만큼 신나는 일이 있겠는가.

“그럼 오늘도 힘내서 일하겠습니다.”

강우가 아버지를 보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아버지가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상공을 날고 있는 비행기 안에 강우와 아버지 그리고 마사토가 있었다. 강우는 잔뜩 집중한 채 서류 뭉치를 살피고 있었다. 이번 중국 출장에 해결할 일들이 잔뜩 쌓여있는 만큼 검토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사라락. 사라락.

강우는 빠르게 서류를 검토했다. 어찌나 빨리 넘기는지 주변의 시선이 조금 집중될 정도였다. 그 순간이었다.

“고객님, 음료수 드시겠습니까?”

스튜어디스가 강우에게 물었다. 서류에 잔뜩 집중하던 강우가 고개를 들었다. 강우와 눈이 마주친 스튜어디스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 표정에는 부끄러움과 당혹감이 섞여 있었다. 고객의 일을 자신도 모르게 방해해 버린 것이다. 그런 스튜어디스의 당혹감을 읽은 강우가 부드럽게 웃었다.

“아…. 마침 목이 마르던 차였는데 감사합니다. 오렌지주스 한 잔 부탁드립니다.”

“네, 고객님.”

스튜어디스가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듣던 대로 친절하고 젠틀한 강우였다. 스튜어디스가 오렌지주스를 따라 강우에게 전해주었다. 강우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고맙습니다.”

“네.”

스튜어디스가 뒷자리로 이동했다. 강우가 오렌지주스를 단번에 마시고 다시 서류에 집중했다. 이번 중국행을 시작으로 대진 엔터가 제작한 프로그램들 SJ 푸드빌의 식품 그리고 JG 소프트 게임들의 중국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그야말로 문화 대침공이라 불릴 만한 프로젝트였다.

“아들, 비행기에서는 좀 쉬지 그래.”

눈을 감고 있던 아버지가 강우를 보며 말했다. 마사토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준비 많이 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강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비행기 창밖을 바라보았다. 푸른 바다를 지나던 비행기는 어느새 거대한 중국 위를 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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