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많이 할 거야.
야외 바비큐장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은 조금 전 있었던 게임 이야기로 왁자지껄했다.
“아니 강우 아버지가 그렇게 재밌는 분이신지 몰랐어요.”
“그러게 말이에요.”
어머니들 사이에서 강우 아버지가 화제였다. 처음 하는 진행에도 모두의 즐거움을 위해 열심히 몸을 던진 아버지였다. 덕분에 게임을 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를 않았다.
“그나저나 우리 애들 정말 즐거워 보이죠?”
어머니들의 시선이 바비큐를 준비하는 강우와 친구들을 향했다. 강우를 중심으로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강우와 박광웅은 숯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콜록. 콜록.”
박광웅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숯에 불을 붙이던 박지혜가 연신 기침을 했다. 커다란 고기 봉지를 들고 오던 박광웅이 화들짝 놀라 박지혜를 밀어냈다.
“지혜야, 너는 가서 앉아 있어.”
“불은 내가 붙일게.”
“아니야. 오빠 힘들잖아.”
박지혜가 손으로 박광웅을 살짝 밀어냈다. 동생 바보 박광웅이 헤벌쭉 웃으며 흐뭇해했다. 그 옆에서는 강우가 능숙하게 숯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동생이라면 아주 사족을 못 써요.”
“너도 여동생 있어봐라. 특히 우리 지혜처럼 예쁘고 똑똑하고 착한 여동생.”
박광웅이 박지혜를 보며 곰 같은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박지혜가 한숨을 푹 쉬었다.
“오빠, 나 이제 애 아니거든?”
“네가 아무리 커봤자 나한테는 애거든?”
“아니 무슨 나이 차도 2살 나는데 애 취급이래?”
박지혜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박광웅은 그런 박지혜가 이뻐죽겠나 보다.
“저기 광웅아, 더운데 이거 마셔라.”
그때, 남재식이 슬그머니 나타났다. 남재식이 박광웅에게 시원한 음료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박지혜에게도 음료를 내밀었다.
“고마워 오빠.”
“으응….”
박지혜와 남재식이 서로 부끄러워했다. 그 모습을 박광웅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강우가 속으로 움찔하며 긴장했다. 박광웅이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더워? 얼굴색들이 왜 그래? 더위 먹으면 큰일이야. 가서 선풍기 바람 쐬고 와.”
강우와 남재식 그리고 박지혜가 동시에 안도의 숨을 뱉어냈다. 박지혜가 남재식의 팔을 잡아당기며 밖으로 나갔다.
“오빠, 더우니까 선풍기 쐬러 가요. 가뜩이나 몸도 약한데 쓰러지겠네.”
“어? 어어….”
박지혜와 남재식이 밖으로 나갔다. 강우가 흐뭇하게 웃었다. 박광웅이 살짝 미간을 좁혔다.
“이상해. 이상해.”
“뭐…. 뭐가?”
강우가 슬쩍 물었다. 그러자 박광웅이 숯불을 휘휘 저었다.
“지혜가 하니까 금세 불이 붙네.”
“아….”
강우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박광웅이 목장갑을 끼고는 숯불에 부채질했다.
화르륵. 화르륵.
숯불이 불기운을 뿜어냈다. 강우가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고기가 익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오오~’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종일 이어진 이동과 일정에 배들이 매우 고팠다. 강우가 고기를 잔뜩 올리며 말했다.
“다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금세 구워드립니다.”
본격적으로 저녁 파티가 시작됐다.
“원주하고 정호는 가서 냉장고에서 술이랑 음료 꺼내와.”
“오케이.”
신원주와 연정호가 대형 냉장고가 있는 펜션의 주방으로 뛰어갔다. 밑반찬과 채소 쌈은 다시 들어온 남재식과 박지혜 그리고 이재원과 미나가 열심히 세팅했다. 젊은 피들이 움직이자 식탁 위가 금세 풍성해졌다.
“더워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원해서 다행이다. 그렇지?”
이나은이 강우를 보며 말했다. 산속에 있는 펜션 단지는 해가 떨어지자 점점 선선해지고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에서 소금기가 살짝 느껴졌다.
“응, 오늘 놀기 딱 좋네.”
“응, 하늘에 별도 엄청 많아.”
강우와 이나은이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참 아름다웠다.
“둘이 오는 여행도 좋겠지만, 이렇게 다 같이 오니 참 좋네.”
“맞아. 나도 이렇게 북적이는 게 좋아.”
강우가 씩 웃으며 고기를 구웠다.
“됐다. 나은아 부탁해.”
“응.”
이나은이 잘 구워진 고기를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할아버지들이 앉아 계신 곳으로 갔다.
“할아버지, 고기 드세요.”
이나은이 싱긋 웃으며 고기를 놓아 드렸다. 그러자 하루오와 기무라가 큰 관심을 드러냈다.
“이 아이야?”
하루오의 질문에 할아버지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어때? 우리 강우 여자친구 참 곱지?”
“그러게.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겠어.”
할아버지의 자랑이 이어졌다.
“맞아. 우리 나은이가 연극영화과에 다녀. 연기자 지망생이거든 연기도 얼마나 잘하는지 직접 보면 깜짝 놀랄걸?”
할아버지의 칭찬에 하루오와 기무라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기무라는 이나은을 보며 크게 아쉬워했다. 강우를 특히 마음에 두고 있었던 기무라였기 때문이었다.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할아버지가 이나은에게 하루오와 기무라의 말을 전해 주었다. 이나은이 허리를 숙이며 꾸벅 인사를 했다. 할아버지가 이나은을 향해 말했다.
“나은아, 고맙다. 맛있게 먹으마.”
“네, 할아버지.”
이나은이 다시 강우에게 돌아갔다. 그사이 구워진 고기를 이곳저곳 열심히 날랐다. 미나도 합류해 고기를 날랐다.
“건배!!”
아버지들은 아버지 대로 모여 술자리가 벌어졌다. 가족이 모두 여행을 왔으니 그야말로 자유 그 자체였다. 한쪽에서는 어머니들이 모여 수다 삼매경이었다.
“여기 고기 좀 더 줘~”
어머니들이 고기를 달라고 했다. 대기하고 있던 친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고기를 가져다주고 음료와 술도 챙겨드렸다.
“강우야, 빨리 굽자. 부모님들 배고프겠어.”
박광웅이 강우를 향해 말했다. 오늘 저녁은 강우와 친구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하고 담당하고 있었다. 부모님들은 그저 먹고 푹 쉬라는 것이 아버지와 강우가 짠 계획 중 하나였다.
“매일 우리를 위해서 고되게 사시는 부모님인데 이렇게 여행이라도 와서 챙겨드리면 좋잖아?”
“역시 박강우. 네 생각은 내가 따라가려야 갈 수가 없지.”
박광웅이 감탄하며 말했다. 강우가 씩 웃으며 고기를 구웠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땀만큼 보람차고 즐거운 순간이었다.
“강우야, 고기 좀 더 구워봐.”
사방에서 고기를 달라는 주문이 폭주했다. 강우가 이마에 땀을 닦으며 비명을 질렀다.
“와나! 오늘 구운 고기가 평생 구운 고기보다 많은 듯.”
강우 옆에는 이나은이 서 있었다. 열심히 강우를 도우며 간간이 고기를 쌈 싸 입에 넣어주었다.
“아~”
강우가 입을 크게 벌려 고기쌈을 받아먹었다. 이나은이 휴지로 강우의 입을 쓱 닦아 주었다.
“안 힘들어?”
“어, 하나도 안 힘들어. 온종일도 구울 수 있다고.”
강우의 진지한 표정에 이나은이 웃음을 터트렸다. 바비큐 파티가 무르익어갔다.
“자자 한잔 받으세요.”
아버지와 어머니들도 어느새 한자리에 모여 웃음꽃을 피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부모님들의 식사가 끝나갔다.
“이제 너희들도 얼른 먹어.”
어머니가 강우와 친구들을 향해 말했다. 박광웅이 강우의 집게를 슬쩍 빼앗았다.
“남은 건 내가 구울 테니까 이제 너도 좀 먹어.”
“아니야. 내가 마무리할게. 너도 가서 앉아.”
강우가 다시 집게를 뺏어 들었다. 박광웅이 잠시 강우를 보더니, 자리에 앉았다. 강우의 고집을 꺾는 건 불가능함을 알고 있었다.
“아구구…. 다들 고생했다.”
이재원도 자리에 앉았다. 친구들도 하나둘씩 자리에 앉았다. 할아버지들과 부모님들이 슬쩍 자리를 피해주었다. 이제 젊은 세대가 남아 즐길 차례였다. 아직 미성년자인 미나와 박지혜는 부모님을 따라 돌아가려 했다.
“미나도 놀다 와.”
료코가 미나를 보며 말했다. 미나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도 돼요?”
“응.”
미나가 신난 표정으로 이재원의 옆쪽으로 와 앉았다. 그 모습을 보는 마사토와 료코가 슬쩍 미소를 흘렸다.
“엄마, 나도.”
박지혜가 부모님을 향해 말했다.
“그래, 오빠 있으니까 더 놀다 와. 요즘 공부하느라 힘들었잖아. 그리고 여행 오면 이런 맛도 있어야지.”
“아싸!”
박지혜가 주먹을 불끈 쥐고는 박광웅과 남재식의 사이에 앉았다. 박광웅과 남재식이 동시에 쌈을 싸서 내밀었다.
“뭐야?”
박광웅이 남재식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남재식이 움찔하며 쌈을 거두려 했다.
“둘 다 잘 먹겠습니다아~”
박지혜가 쌈 두 개를 낚아채서는 입에 큼지막하게 넣었다. 양 볼이 빵빵해진 박지혜가 ‘헤헤~’ 하고 웃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우와 친구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우리도 먹어 볼까?”
강우와 친구들이 열심히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부모님들을 위해 시간을 보낸 탓에 입맛은 더욱더 좋았다.
“오우~ 고기 맛이 죽이네.”
“역시 야외 바비큐가 짱이네.”
친구들은 정말 잘 먹었다. 술까지 조금 곁들이니 더욱더 맛있었다. 물론 미성년자인 미나와 박지혜는 콜라로 대체했다.
“형아아~!”
부모님과 방으로 들어갔던 강용이가 크게 소리치며 달려왔다. 연정호의 동생들과 함께였다. 연정호의 동생은 강용이보다 한 살 많은 남자아이와 두 살 어린 여자아이였다.
“정우랑 혜정이도 왔어?”
강우가 부드럽게 웃으며 연정호의 동생들을 반겼다. 연정우와 연혜정이 대번에 강우에게 다가와 조잘거렸다.
“강우 형, 우리 불꽃놀이 할 거다요.”
“오빠, 그거 반말이야 존댓말이야?”
연혜정의 지적에 연정우가 움찔했다. 그리고는 씩 웃으며 강우를 바라보았다.
“아무려면 어때? 편하게 말해.”
“알겠다요.”
연정우의 말에 연정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우야, 그냥 놔둬. 정우 버릇이야 저거. 고치라고 해도 죽어도 못 고치네.”
“왜? 귀엽잖아.”
강우가 연정우를 번쩍 들어 무릎에 앉혔다. 연정우가 싱글벙글 웃으며 좋아했다. 그러자 연혜정이 질투심을 드러냈다.
“오빠! 강우 오빠 힘들어. 빨리 내려와.”
“아이고~ 우리 혜정이 삐졌네?”
강우가 연혜정도 번쩍 들어 다른 쪽 무릎에 앉혔다. 연혜정이 조금은 시크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심 좋은지 내려오지는 않았다.
“정우야, 혜정아. 강우 밥 먹게 내려와.”
연정호가 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불렀다. 두 동생이 움찔했다. 강우가 연정호를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왜? 나 괜찮아.”
“아니, 내가 안 괜찮거든?”
강용이가 슬쩍 다가와서는 연정우와 연혜정을 내려오라고 했다. 귀여운 강용이의 시샘에 강우와 친구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형아, 빨리빨리. 우리 불꽃놀이 하고 싶어.”
“그래? 잠깐만. 형아 이것만 먹고.”
강우가 후다닥 밥을 먹었다.
“강우야, 천천히 먹어. 고기 굽느라 힘들었잖아. 우리가 갈게.”
친구들이 그런 강우를 말렸다. 하지만 강우는 말없이 웃으며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랑스러운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자! 가자!”
강우의 말이 끝나자 강용이와 연정우 그리고 연혜정이 비명을 지르며 공터로 달려갔다.
“우아아아!!”
“불꽃놀이!!”
강우가 씩 웃으며 그 뒤를 따랐다. 친구들이 엉덩이를 들썩거리자 강우가 손을 들어 말렸다.
“천천히들 드셔. 이번 여행은 나랑 아버지가 제대로 케어한다.”
친구들이 실소를 흘리며 알았다고 했다. 이윽고 공터에 도착한 강우에게 검은 비닐봉지가 내밀어졌다. 묵직한 봉지의 무게에 강우가 피식 웃었다.
“너희 불꽃놀이를 얼마나 하려고.”
“엄청 많이 할 거야.”
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음껏 해라. 형이 아주 불꽃놀이 질릴 때까지 시켜줄게.”
강우의 말에 동생들이 만세를 부르며 신이 났다. 강우가 품에서 챙겨온 라이터를 꺼냈다.
“자~ 그럼 위험하니까 불은 형아가 붙여줄게. 하고 싶은 불꽃놀이 들고 형아 앞으로 와.”
동생들이 바람처럼 달려와 각자가 하고 싶은 불꽃놀이를 집어 들었다. 강우가 차례대로 불을 붙여주었다.
피유유융! 퍼어엉!
형형색색의 불꽃놀이가 하늘을 수놓기 시작했다. 동생들은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오예~ 재밌다!”
“짱이다 짱!”
여행을 오면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늦은 밤 은하수가 수놓고 있는 하늘에 불꽃이 점찍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강우가 동생들의 불꽃놀이를 보며 흐뭇해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자 묵직했던 비닐봉지가 홀쭉해졌다.
“어? 벌써 다 했나?”
“더 하고 싶은데….”
동생들이 줄어가는 불꽃놀이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 순간이었다.
“불꽃놀이 대령이요~”
한쪽에서 이재원이 나타났다. 품에는 커다란 상자를 들고 있었다. 이재원이 강우에게 다가와 상자를 내려놓았다. 상자 안에는 불꽃놀이가 한가득 들어있었다.
“우와! 재원이 형 최고!”
강용이가 잔뜩 신나서 이재원을 와락 안았다. 이재원이 강용이를 번쩍 들으며 밝게 웃었다.
“불꽃놀이 하고 싶으면 말만 해! 형이 강원도에 있는 불꽃놀이 다 사다 줄게.”
“아싸!!! 정우 형, 혜정아, 들었지? 오늘 밤새워 놀자!”
이재원의 품에서 벗어난 강용이가 연정우와 연혜정을 향해 후다닥 달려갔다. 강우가 이재원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자 이재원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왕 놀 거면 제대로 놀자며?”
“인정.”
강우가 고개를 끄덕했다.
퍼어엉! 퍼어엉!
이윽고 밤하늘에 폭죽이 연신 쏘아져 올라갔다. 친구들까지 합세한 불꽃놀이는 놀이동산에서나 보던 화려한 불꽃놀이 저리 가라였다. 강우와 친구들의 여름 한 페이지에 또 추억이 새겨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