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9화 (129/402)
  • 학생 정체가 뭐야?

    강우가 들어오자 SLAM의 분위기가 상기되기 시작했다. 실질적인 에이스인 강우가 돌아왔으니 당연했다. 반명 상대 팀은 별 상관을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나중에 투입된 것을 보니 그저 키가 큰 교체선수 정도로 생각한 듯했다.

    ‘10점 차이가 나는군.’

    강우가 힐끗 전광판을 보며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이나은을 바라보았다. 이나은이 손을 마구 흔들며 강우를 응원했다. 강우가 씩 웃으며 마주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런 강우를 바라보는 상대 팀의 전의가 왜인지 불타는 느낌이 들었다.

    삑-

    심판의 경기 재개 호각 소리와 함께 2쿼터가 시작됐다. 엔드라인에 있던 이지용이 강우를 향해 공을 패스했다.

    “고고!”

    혼자서 집중 마크를 당한 것이 분했던지, 이지용의 목소리에는 잔뜩 기합이 들어가 있었다. 강우가 드리블하며 빠르게 코트를 넘어갔다. 상대 팀은 살짝 긴장이 풀렸는지 느슨한 수비를 펼치고 있었다.

    ‘어쭈?’

    강우가 실소를 흘리며 빠르게 몸의 기어를 올렸다.

    퉁.

    공이 한 번 튀기고 강우의 몸이 빠르게 상대 팀의 앞줄을 파고들었다.

    “어어?”

    당황한 상대 선수가 강우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하지만 강우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그러자 골 밑을 지키던 상대 팀의 선수가 강우를 잡아먹을 듯 달려들었다.

    부웅.

    강우가 그 자리에서 점프했다. 갑작스러운 강우의 돌격과 점프에 상대 팀 선수가 이를 악물고는 강우를 덮치려 했다. 강우가 씩 웃으며 공중에서 몸을 슬쩍 비틀었다.

    “어어?”

    강우의 몸이 덮쳐오던 상대 팀 선수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공중에서 다시 몸을 틀어 림 위로 공을 올려놓았다.

    철썩.

    화려한 더블클러치였다. 마치 현재 NBA를 지배하는 농구선수의 움직임을 보는듯했다. 강우가 땅으로 내려와서는 가볍게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수비를 하기 위해 백코트 했다.

    “......”

    “......”

    상대 선수들이 멍한 표정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단 한 번의 움직임이었지만, 예사롭지 않은 몸놀림이었다. 특히 강우가 선출로 의심한 세 명의 선수가 서로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는 엔드라인에 모여 숙덕이기 시작했다.

    “뭐야? 선출인가?”

    “아는 얼굴이야?”

    세 명의 선수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눈을 빛냈다. 속으로는 이번 경기가 쉽지 않겠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역시 강우다!”

    “강우 파이팅!”

    SLAM의 벤치는 난리가 났다.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던 경기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변했다. 강우가 경기에 투입됐으니 승리는 당연하다 생각했다. 감독을 맡은 신철민 교수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해했다.

    “교수님, 강우 학생이 선출이 아니라는 게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코치님.”

    오늘 경기를 보러온 선수 출신 코치도 연신 감탄을 뱉어냈다. 바쁜 시간을 내어 경기를 보러온 것도 모두 강우 때문이었다. 강우의 플레이는 선수 출신인 코치가 보기에도 참 대단한 것이었다.

    “와···.”

    강우가 농구 하는 모습을 처음 본 이나은은 멍한 표정이었다. 특히 스포츠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함께 경기장도 자주 다녔던 이나은이였다. 지금 강우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나은아.”

    그때, 누군가가 이나은을 불렀다. 이나은이 고개를 돌리자 연정호가 있었다.

    “어? 정호야. 안녕?”

    “응, 안녕. 강우 잘하지?”

    이나은과 연정호의 시선이 강우를 향했다. 마침 강우가 공을 받아 공격을 이어가고 있었다.

    “와아아!”

    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강우가 안쪽으로 빠르게 파고들려 했다. 수비들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강우가 몸을 뒤로 쭉 빼며 스텝을 밟고는 3점 슛을 날렸다.

    찰싹.

    깨끗한 3점 슛이었다. 상대 팀 선수들이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골 밑을 파고드는 돌파도 막기 힘든 마당에 3점 슛까지 장착한 것을 알았으니 말이다.

    “진짜 잘한다. 운동 잘한다고 하더니 진짜였나 봐.”

    “내가 저번에 말했지? 강우 저놈 괴물이야 괴물. 손대는 거 중에 못 하는 게 없어. 가끔 정말 같은 인간종족이 맞나 의심된다니까?”

    연정호의 말에 이나은이 입을 가리며 웃었다. 연정호가 말을 이어갔다.

    “우리 사이에서 강우 별명이 외계인이잖아. 외계인.”

    “그래? 우리 강우가 참 대단하긴 하지.”

    이나은의 얼굴에는 강우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그때, 코트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나은과 연정호가 다시 코트에 집중했다.

    “우오!”

    이지용이 림에 매달려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연정호가 동아리원들을 향해 말했다.

    “뭔데요?”

    “지금 강우가 공 올려주고 지용이가 엘리웁 덩크 했어.”

    연정호가 실소를 흘렸다.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모습이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슬쩍 바라보니 상대 팀은 순간적으로 전의를 상실한 듯했다.

    삑- 삑-

    2쿼터의 종료를 알리는 호각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하프타임이 되었으니 약간의 휴식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강우가 SLAM의 동아리원들에게 둘러싸여 벤치로 돌아왔다.

    “후우···.”

    깊은숨을 몰아쉬는 강우에게 이나은이 스포츠음료를 내밀었다.

    “강우야, 진짜 잘했어.”

    “고마워.”

    강우가 음료를 받아 단숨에 마셨다. 강우의 얼굴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모습에 이나은이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리고는 벤치에 있는 수건을 집어 강우의 땀을 닦아주었다.

    “땀 봐. 많이 힘들어?”

    “아니, 팔팔해.”

    강우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이나은이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런 강우와 이나은을 보던 연정호가 한숨을 푹 쉬었다.

    “민정이는 언제 오나···.”

    강우와 이나은이 멋쩍게 웃었다. 그사이 다른 팀원도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특히 이재원은 상대 팀 벤치를 보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분명 선수 출신들일 거야. 상금 보고 출전한 거겠지.”

    “형, 가서 따질까요?”

    다른 동아리원들이 상대 벤치를 보며 눈을 부라렸다. 그러자 이재원이 고개를 저었다.

    “됐어. 어차피 다른 팀들도 다 그럴 거야. 이번 대회 상금도 그렇고 상품도 좋으니까.”

    “맞아요. 오히려 경기가 재밌으면 사람들도 많이 몰려서 축제도 더 흥하겠죠.”

    강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벌써 소문이 퍼졌는지 체육관에 관중들이 몰리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할 때만 해도 한산하던 체육관이 가득 차고 있었다. 강우가 슬쩍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SLAM 40:36 TIGER-

    초반에 십 점 이상 벌어졌던 점수 차를 극복하고 앞서나가고 있는 SLAM이었다. 강우가 다시 상대방 벤치로 시선을 돌렸다. 선수 출신으로 의심되는 3인방이 강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 강우를 막기 위한 작전을 짜는 듯했다.

    “자자 모여봐.”

    신철민 교수가 SLAM의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주전과 후보가 동그랗게 모였다. 신철민 교수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서울대에서 교수 생활하면서 이렇게 관심을 많이 받는 축제도 처음이고 체육대회도 처음이야.”

    SLAM의 선수들이 체육관을 쓱 훑어보았다. 북적거리는 주변의 인파에 묘한 긴장감이 들기 시작했다. 신철민 교수가 씩 웃으며 말했다.

    “누가 서울대가 공부만 잘한다고 했어? 누가 우리는 놀 줄 모른다고 했어. 아니지? 우리도 놀 줄 알고 운동도 잘하고 음악도 잘하고 게임도 잘하고 연애도 잘하고. 다 잘한다는 거 보여주자고.”

    신철민 교수가 강우를 보며 눈을 빛냈다.

    “3쿼터부터는 분명 강우를 집중 마크할 거야. 그러니까 다른 선수들이 집중해서 기회를 만들어야 해. 알겠지?”

    “네! 교수님!”

    우렁찬 대답 소리가 터져 나왔다. SLAM의 동아리원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체육관에 구경을 온 서울대생들도 환호성을 지르며 응원에 동참했다.

    “SLAM 이겨라!”

    “박강우 파이팅! 이재원 파이팅!”

    일부 여성들은 강우와 이재원의 이름을 부르며 ‘꺅꺅~’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이나은의 얼굴에 알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고, 강우가 멋쩍음에 머리를 긁적였다.

    삑- 삑-

    하프타임이 끝나는 호각 소리와 함께 선수들이 코트 위로 돌아왔다. SLAM 팀원들의 시선이 강우에게 쏟아졌다. 강우가 손을 앞으로 척 하고 내밀었다. 강우의 손위로 팀원들의 손이 척척 올려졌다.

    “SLAM 파이팅!”

    강우와 팀원들의 입에서 동시에 우렁찬 구호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각자의 수비 위치로 섰다. 3쿼터는 상대 팀의 공격으로 시작됐다.

    퉁. 퉁.

    체육관에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정적을 뚫고 상대 팀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TIGER 파이팅!!”

    강우가 힐끗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사회인 농구팀인 TIGER를 응원하기 위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와 있었다. 그중에는 가족들도 있었고, 상대 팀원 중 누군가의 아이들도 있었다. 강우가 순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경쟁도 좋지만, 오늘은 다 같이 즐기는 날이었지.’

    강우가 속으로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 다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강우의 몸이 벼락같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턱.

    “으악!”

    패스를 한 상대 선수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강우가 빠르게 달려 나가 상대 팀의 패스를 가로챈 것이다. 강우가 그대로 상대 팀의 골대를 향해 내달렸다

    “23번 막아!!!”

    강우의 뒤를 두 명의 수비가 맹렬하게 뒤쫓았다. 강우가 선수 출신으로 생각한 선수들이었다. 과연 엄청난 속도로 금세 강우의 꼬리를 밟았다. 하지만 강우는 여유롭게 씩 웃었다. 그리고 더욱 속력을 내서 달리더니 림으로 부웅 날아올랐다.

    터어엉!

    강우의 원핸드 슬램덩크가 작렬했다. 강력한 강우의 덩크에 림이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응원 소리가 가득하던 체육관에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사뿐히 땅에 착지한 강우가 몸을 돌렸다. 떡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상대 선수들이 보였다.

    “학생 정체가 뭐야?”

    뒤를 쫓아왔던 상대 선수 중 한 명이 질렸다는 듯 물었다. 강우가 씩 웃었다.

    “서울대 경영학과 98학번 박강우인데요?”

    “정말 선출 아니라고?”

    강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선수 근처도 가본 적 없습니다. 정말이에요.”

    “하하···.”

    상대 선수들이 멋쩍음에 실소를 흘렸다. 강우가 상대 선수들을 스쳐 지나가며 작게 말했다.

    “어찌 됐든 오늘 즐거운 시합 됐으면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그래, 우리도 잘 부탁해 학생. 그리고 지금부터 우리도 진짜 제대로 할 거야. 긴장하는 게 좋아.”

    강우가 말없이 웃으며 자신의 수비 진영으로 돌아왔다. 강우에게 말을 걸었던 상대 선수가 자신의 팀원들을 향해 무어라 말을 했다. 그러자 상대 팀의 눈빛이 진지하게 변했다.

    퉁. 퉁.

    공을 가지고 공격진영으로 들어온 상대 선수의 손에서 날카로운 패스가 뿌려졌다. 양 사이드에 있었던 두 명의 선출 중 한 명에게 공이 갔다.

    “올라가!”

    패스를 뿌린 상대 선수의 말에 공을 잡은 선수가 그대로 3점 슛을 날렸다. 과연 깔끔하고 안정적인 자세였다. 공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더니 그대로 림을 깨끗이 통과했다.

    철썩.

    “와아아아!”

    상대 팀의 응원석에서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강우가 공을 잡고는 피식 웃었다.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우리가 너무 상금이랑 상품을 거하게 걸었나.”

    이재원이 강우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강우가 이재원에게 공을 패스하며 말했다.

    “왜요? 재미있고 좋은데요. 주변 한번 봐요. 사람들도 좋아하잖아요.”

    이재원이 주변의 분위기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축제는 여러모로 역대급이겠네.”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야죠.”

    강우가 이재원을 지나쳐 상대 팀 진영으로 넘어갔다. 이재원이 씩 웃으며 공격을 시작했다. 중앙선을 넘어간 이재원이 손을 위로 들더니 주먹을 쥐었다.

    “자 1번!”

    이재원의 말과 함께 SLAM의 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코치들에게 수없이 훈련을 받은 세부 전술을 처음 시도한 것이다.

    “스크린! 스크린!”

    거대한 덩치의 이지용이 달려 나와 상대 팀 앞선의 선수들을 몸으로 블로킹했다.

    “으윽! 무슨 힘이.”

    이지용에게 막힌 상대 선수가 돌에 부딪힌 듯 휘청거렸다. 그 사이 신원주가 한쪽 사이드에서 반대쪽 사이드로 빠르게 달려갔다.

    “어어어? 막아! 돈다!”

    상대 팀이 다급하게 신원주를 따라가려 했다. 하지만 강우가 그 선수를 몸으로 스크린했다. 그렇게 반대쪽 사이드에서 자유의 몸이 된 신원주에게 이재원의 패스가 뿌려졌다.

    “쏴!”

    이재원의 외침에 신원주가 그대로 3점 슛을 날렸다.

    철썩.

    신원주의 손을 떠난 공이 림을 깨끗이 통과했다. 다시 체육관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리 원주 잘한다!!!”

    어느새 돌아온 채보라가 방방 뛰며 좋아하고 있었다. 학과주점에서 급하게 온 듯 앞치마를 두른 채였다. 그렇게 치열한 경기가 이어졌다. 양 팀은 끝없이 수비하고 공격을 하며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런데 우리 지금 농구대잔치 보러 온 거 아니지?”

    체육관의 한쪽에서 열광하던 관중 중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일행이 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몰라, 그게 중요해? 일단 재밌으니까 즐겨.”

    “어어···.”

    그렇게 체육관의 분위기가 화끈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소식을 듣고 축제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까지 몰리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삑삑-

    잠시 후, 심판의 경기 종료 호각이 울렸다. SLAM의 팀원들도 TIGER의 팀원들도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후우···.”

    강우가 힐끗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입꼬리를 스르륵 올렸다.

    -SLAM 80:76 TIGER-

    경기 결과는 SLAM의 승리였다. 주저앉아있는 강우에게 상대 팀원들 몇 명이 다가왔다. 그리고 강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학생, 좋은 경기였어. 진짜 잘하더라.”

    “고맙습니다. 아저씨들도 잘하시던데요?”

    강우가 내민 손을 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강우를 찾아온 상대 팀의 3인방이 멋쩍게 웃었다.

    “사실 우리 셋 다 선수 출신이거든.”

    늦었지만 상대방의 이실직고에 강우가 씩 웃었다.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어요.”

    “그래, 정해진 규칙을 어겨서 미안하다.”

    강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괜찮아요. 덕분에 좋은 시합 했으니까요. 대신.”

    3인방의 시선이 강우에게 머물렀다. 강우가 눈을 빛냈다.

    “내년에는 꼭 규칙을 지켜서 참가해 주시길 바래요.”

    “어? 어어···. 미안하다.”

    강우가 몸을 돌려 벤치로 돌아갔다. 이나은이 활짝 웃으며 강우를 반겨주었다.

    “봤어? 우리 이겼다?”

    강우가 바보처럼 실실 웃었다. 이나은이 입을 가리며 킥 웃었다.

    “잘했어. 강우야.”

    그때였다.

    “강우야! 강우야!”

    체육관의 한쪽에서 김석현이 다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강우 앞에 도착한 김석현이 호흡을 가다듬고 말했다.

    “빨리 늦었어.”

    “네?”

    강우가 고개를 갸웃하다가 생각났다는 듯 ‘아!!’하고 소리를 냈다.

    “미니따굴 지금 시작한대 빨리!”

    “저···. 잠깐 샤워 좀···.”

    김석현이 강우를 잡아끌었다.

    “시간 없어. 샤워는 나중에.”

    “아···. 네네···.”

    강우가 김석현에게 이끌려 가다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나은을 향해 손짓했다. 이나은이 싱긋 웃더니 강우를 따라갔다.

    “하. 거참 서울대 축제인지 박강우 쇼케이스인지 모르겠네.”

    남아있던 이재원이 실소를 흘렸다. 그때, 김석현이 가던 길을 멈추고 소리쳤다.

    “야! 이재원 너는 안 오냐?”

    “간다. 가.”

    이재원이 화들짝 놀라 김석현에게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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