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화 (99/402)
  • 이런다고 못 알아볼까요?

    체육관에 기다란 줄이 늘어섰다. 연락을 받고 황급히 합류한 신원주와 연정호가 사람들을 통제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주···. 줄을 서세요.”

    강우와 이재원도 정신이 없었다. 강우는 부족한 가입 지원서를 복사해오느라 체육관과 도서관을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했는지 몰랐다.

    “형, 이거면 충분할까요?”

    “잠깐···.”

    이재원과 채보라는 지원서를 접수하고 있었다. 기다랗게 늘어선 줄을 보며 이재원이 실소를 흘렸다.

    “우리 회사 입사지원서 받는 날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

    “선배, 말할 시간이 있으면 한 장이라도 더 받아요.”

    채보라가 정신없이 지원서를 받으며 말했다. 이재원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원서를 받았다. 강우가 몰려든 인파를 보며 실소를 흘렸다.

    “이래서는 게임 뛰는 건 무리겠네요.”

    “한 100대 100이면 가능하겠네.”

    과장을 한참 보탠 이재원의 말에 강우가 미간을 좁혔다.

    “전쟁해요? 무슨 농구를 100대 100을 해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렇게 엄청난 폭풍이 체육관을 휩쓸고 지나갔다. 잠시 후, 점심시간이 끝이 나자 지원자들이 모두 돌아갔다.

    “아니, 남자들은 그렇다고 치고. 여자들은 왜 이리 많이 온 거지?”

    채보라가 강우와 이재원을 보며 싱긋 웃었다. 강우와 이재원이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저는 강의가 있어서 먼저 갈게요.”

    연정호는 강의가 있다며 허겁지겁 돌아갔다. 강우와 이재원 그리고 신원주와 채보라가 남았다.

    “지원자가 총 몇 명이에요?”

    강우의 질문에 채보라가 한쪽에서 동아리 가입 지원서를 한 뭉텅이 꺼냈다. 그리고는 책상 위에 턱 올려놓았다.

    “일단 절반 정도가 이거야.”

    “와우.”

    이재원의 휘파람을 불며 양손을 들었다. 강우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사람이 이렇게 몰릴 줄은 정말 몰랐는데요.”

    “내 말이.”

    이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채보라가 지원서를 준비된 상자에 담으며 말했다.

    “그나마 점심시간이 부족해서 이 정도였지. 접수 못 하고 돌아간 사람들도 많아.”

    “이러다가 서울대에 있는 학생들 전부 지원하는거 아니야?”

    이재원의 농담 섞인 말이었다. 하지만 강우와 신원주 그리고 채보라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농담 같지 않은 농담임을 직감했다. 강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잠깐 할 말이 있어요.”

    모두의 시선이 강우를 향했다. 강우가 마을버스에서 만났던 동기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차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우리 동아리 말이에요. 시작은 농구 동아리로 하지만 앞으로 이것저것 할 일을 조금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요?”

    강우의 제안에 이재원과 신원주 그리고 채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우가 말을 이어갔다.

    “농구동아리라고 농구만 하라는 법은 없잖아요. 그리고 매일 농구만 할 거도 아니고.”

    “그건 맞지.”

    이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동아리란 어떤 목적으로 모이든지 결국 친목이었다. 술을 마시고 엠티도 가고 말이다. 물론 강우도 그런 동아리 생활을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조금 더 특별한 일을 하고 싶었다.

    “우리 동아리에 몰리는 관심을 좋은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강우의 말에 채보라가 단번에 알았다는 듯 말했다.

    “맞아. 강우 말처럼 봉사도 하고 또···.”

    “강우가 하는 독립운동가분들 그리고 국가 유공자분들의 후손들을 돕는 일도 할 수 있겠죠.”

    신원주가 채보라의 말을 거들었다. 채보라가 신원주를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신원주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이었다.

    “사실 어제 강우 네가 한 인터뷰가 우리 과에서 특히 화제야. 뭐라고 할까?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거든. 그리고 앞으로 기자든 PD든 언론매체나 방송국에서 일할 우리 과 동기들이나 선배들은 특히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 그게 강우가 우리 학교 아니 지금 세상에 던진 영향력이겠지.”

    이재원이 씨익 웃으며 강우를 바라보았다. 강우가 멋쩍게 웃었다.

    “영향력까지야···.”

    “아니야. 지금은 비록 작은 관심으로 시작된 거지만 그런 관심의 불씨를 살리는 게 우리 같은 학생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난 강우, 네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신원주가 강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눈을 빛냈다. 그런 신원주를 바라보던 채보라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좋아. 그러면 우리 동아리는 농구도 즐기고 어려운 사람들도 돕는 그런 동아리로 가는 거로 하죠.”

    강우의 말에 이재원과 신원주가 씨익 웃었다. 채보라도 나지막이 말했다.

    “나도 찬성.”

    강우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자기 뜻과 맞는 좋은 사람들과 의기투합을 하니 든든했다.

    “좋아요. 그럼 앞으로 어떤 일부터 하는 게 좋을까요?”

    강우의 말에 채보라가 손을 번쩍 들었다.

    “일단 처음부터 너무 거창한 걸 하면 힘들 거야. 가볍게 자원봉사부터 시작하는 거지.”

    “그래요? 뭐 적당한 게 있을까요?”

    강우의 물음에 채보라가 싱긋 웃었다.

    “사실 내가 이 동아리로 옮기기 전에는 자원봉사 동아리에 다녔거든. 계획을 짜는 일이라면 나한테 맡겨.”

    “좋네요.”

    강우가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이재원이 말을 보탰다.

    “음···. 강우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독립운동가나 유공자의 후손들을 돕는 일인데 말이야. 그거 관련해서도 무언가 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그건 차근차근 알아봐야죠. 우리가 아직 학생이니까 할 수 있는데 한계가 있어요.”

    채보라의 말에 이재원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라. 나도 그렇고 강우도 그렇고 그 정도 지원은 충분히 가능하니까.”

    “아···. 맞다.”

    채보라가 이제야 떠올랐다는 듯 손을 마주쳤다. 눈앞의 두 인물이 누구이던가? 한 명은 재벌 2세 그리고 또 한 명은 최준의 후계자가 아니던가.

    “맞아요. 자원봉사도 좋고요. 음···. 우리가 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것들도 찾아봐요.”

    강우의 말에 신원주가 대번에 답했다.

    “그건 내가 알아볼게.”

    그렇게 각자의 역할이 생겼다. 농구를 하려고 시작한 동아리 SLAM. 시작부터 범상치 않더니 이제는 그 무게감이 달라지려 하고 있었다. 강우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좋아요. 그러면 동아리원 모두 뽑고 나면 우리 계획을 잘 설명해요.”

    “알았어. 그럼 대자보 내용도 조금 변경해야겠네.”

    신원주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강우가 힐끗 채보라를 바라보았다. 신원주를 연신 힐끔거리고 있었다.

    “자 그럼 지원서 정리랑 대자보 다시 쓰는 건 강의가 없는 원주랑 보라 선배가 하는 거로 정했습니다.”

    강우의 말에 신원주가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어? 나 강의···.”

    “어허!”

    이재원이 그런 신원주의 등을 퍽하고 쳤다. 신원주가 ‘악!’ 하는 비명을 지르더니 어리둥절했다. 강우가 신원주를 보며 짧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신원주가 도대체 ‘왜?’ 하는 표정을 지었다. 강우가 그 표정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이재원을 향해 말했다.

    “형도 강의 있죠?”

    “어, 맞아.”

    강우와 이재원이 황급히 체육관을 벗어났다. 둘이 남은 신원주와 채보라가 잠시 어색한 기류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내 신원주가 입을 열었다.

    “누나, 시작하죠.”

    “어···. 그래. 원주야.”

    * * *

    다음 날 저녁 신촌 거리에 강우와 이재원 그리고 연정호가 나타났다. 강의를 마치고 김춘배와의 약속을 위해 온 것이다. 노을이 지는 신촌 거리의 곳곳으로는 젊음의 향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원주는 진짜 안 와?”

    연정호가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강우가 말없이 웃었다. 그러자 이재원 피식 웃었다.

    “그게 말이야. 오늘 원주가 여기에 오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어서 말이야.”

    “네? 형 그게 무슨 말이에요?”

    연정호가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재원이 안타까운 듯 푹 한숨을 쉬었다.

    “너도 참···.”

    “네?”

    연정호가 머리를 긁적였다. 강우가 속으로 웃으며 신원주와 채보라의 일을 떠올렸다.

    ‘보라 선배도 참 대단하네.’

    사실 채보라는 신원주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했다. 하지만 후배이기도 했고, 여러 가지 이유로 망설였다고 했다. 하지만 어제 둘이 남아 동아리 대자보를 만들면서 역사가 이루어졌다.

    ‘직진이라니.’

    채보라가 신원주를 향해 직진으로 고백을 한 것이다. 채보라에게 첫눈에 반한 것은 신원주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바로 어제부로 커플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커플이 되었음을 선언하던 순간, 기억의 파편이 밀려들었다. 술집에서 채보라를 처음 보았을 때 흐릿했던 기억이었다. 미래의 기억 속 채보라는 신원주의 연인이었다.

    ‘원주가 가장 사랑했던 여자가 바로 채보라였지.’

    두 사람의 인연은 신원주의 아버지로부터 시작됐다. 연애에 통 관심이 없는 아들을 위해 채보라를 소개해준 것이었다. 채보라는 평소 활발하고 싹싹한 성격으로 원주 아버지가 참 이뻐하는 제자였다.

    ‘원주 아버지가 두 사람을 만나게 해주었고. 원주는 채보라를 정말 좋아했고.’

    하지만 채보라가 미국 유학길에 오르며 두 사람은 헤어졌다. 자세한 이야기는 신원주가 언급을 싫어해 알 수 없었다. 그런 인연이 지금 눈앞에서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아직은 그저 선후배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거참···. 인연이라는 게 신기하네.’

    바뀐 신원주의 현재가 미래의 기억보다 훨씬 빨리 두 사람을 만나게 했다. 그리고 그 인연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도 궁금했다. 덕분에 오늘 6:6이었던 미팅은 5:5로 변했다.

    ‘역시 농구 동아리원답게 5:5.’

    강우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는 픽 웃었다.

    “저기인가? 오늘의 격전지가?”

    이재원이 잔뜩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세 사람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신촌의 H 백화점 뒤쪽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이었다.

    “어? 재식아!”

    패스트푸드점이 있는 건물의 앞쪽에 남재식이 있었다. 유독 잘 차려입은 남재식은 강우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대번에 반가운 얼굴을 했다.

    “강우야!”

    대학입학 이후로 제법 오랜만에 보는 남재식이었다. 서로 대학 생활에 적응하는 기간이었다.

    “잘 지냈냐?”

    “어, 나야 잘 지냈지.”

    남재식이 이재원을 보더니 환한 표정이 되었다.

    “형, 안녕하세요.”

    “그래, 오랜만이다.”

    남재식이 연정호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강우가 시계를 힐끗 바라보았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았네?”

    “일단 들어가 있자.”

    딸랑.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주변의 시선이 강우에게로 쏟아졌다. 이윽고 몇몇 사람들이 강우를 알아보고는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강우가 움찔하자 이재원이 스윽 앞을 막았다.

    “안 되겠다. 일단 이거 써라.”

    이재원이 자신의 잠바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내밀었다. 강우가 짧게 한숨을 쉬더니 선글라스를 꼈다.

    “이런다고 못 알아볼까요?”

    “아마도?”

    강우가 계단을 올라 이 층으로 향했다. 한쪽에는 김춘배가 앉아있었다. 청바지에 청재킷을 입고 머리까지 무스로 넘긴 상태였다.

    “춘배는 여전하네.”

    이재원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강우도 피식 웃었다. 김춘배가 강우를 발견하고는 벌떡 일어났다.

    “이야! 이게 누구야? 내 친구 박강우!”

    주변의 시선이 다시 강우에게 쏟아졌다. 박강우라는 이름은 이미 하루 사이 제법 알려진 상태였다. 이재원이 한숨을 푹 쉬더니 강우의 선글라스를 벗겼다.

    “역시 여전해.”

    이재원이 춘배를 향해 다가가며 손을 들어 인사했다. 김춘배가 이재원에게 다가와 반가워했다.

    “재원이 형, 잘 지내셨어요?”

    “그래, 학교생활은 어때?”

    김춘배가 죽는 표정을 지었다. 연극영화과라면 선후배 간에 기강이 세기로 유명하지 않던가.

    “죽겠어요. 맨날 과제에 실기에···.”

    김춘배가 슬쩍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선후배 간의 기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재원도 더는 묻지 않았다.

    “형, 일단 앉으세요.”

    “그래.”

    이재원과 김춘배가 같은 방향으로 앉았다. 남재식과 연정호가 강우를 스쳐 지나갔다.

    “강우야, 우리도 앉자.”

    “어어.”

    다섯 명의 남자가 일렬로 주르륵 앉았다. 주변 사람들이 그 의미를 알아차리고는 입을 가리며 웃고는 했다. 강우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생에 첫 미팅인데···. 이건 마치 공개처형 같은 기분이야.’

    남자 쪽이 다 모이자 김춘배가 멤버들을 쓰윽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미팅으로 조합할 수 있는 완벽한 조합이었다.

    “크···. 내 친구들이고 아는 형이지만 진짜 잘났다.”

    김춘배가 탄성을 뱉어냈다. 특히 듬직한 체구에 잘생긴 호남형의 강우와 호리호리하고 꽃미남인 이재원이 같이 앉아있으니 그림이 따로 없었다. 거기다가 남재식과 연정호도 어디 가서 빠지는 외모는 아니었다.

    “그럼 일단 오늘 짝을 정하기 위해서 남자 쪽에서 소지품을 준비하기로 했거든?”

    김춘배가 씨익 웃으며 자신의 상징인 머리빗을 꺼냈다. 강우가 실소를 흘렸다.

    “아예 너라고 광고를 하지?”

    “흠흠···. 다음은 강우 차례.”

    김춘배가 헛기침하며 강우를 지목했다. 강우가 품을 뒤적거렸다. 마땅히 꺼내놓을 물건이 없어 그냥 지갑을 꺼냈다. 김춘배가 다음으로 이재원을 바라보았다.

    “나도 그냥 지갑.”

    이재원도 지갑을 꺼내놓았다. 다음으로는 남재식과 연정호도 지갑을 꺼내놓았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김춘배가 헛웃음을 흘렸다.

    “다 지갑이고 나만 빗이네.”

    이윽고 김춘배가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나야. 우리 준비됐어. 응 여기 이 층.”

    통화가 끝나고 김춘배가 긴 숨을 뱉어냈다. 살짝 긴장한듯한 모습에 강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넌 뭐를 그렇게 긴장하냐? 너희 과 동기들인데.”

    “어? 아···. 그게···.”

    김춘배의 표정을 본 강우가 무언가를 눈치챘다. 그리고는 픽하고 웃었다.

    “그래, 남탕에서만 살다가 봄이지 봄. 좋을 때다.”

    강우의 말에 친구들이 괴상한 놈 보듯 강우를 보았다. 이재원이 강우의 등을 퍽 하고 치며 한 소리했다.

    “무슨 늙은이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다. 패스트푸드점의 아래층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강우 일행의 시선이 계단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섯 명의 여학생들이 나타났다.

    “얘들아!”

    김춘배가 손을 흔들며 위치를 알렸다. 김춘배를 발견한 여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강우 일행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여학생들의 모습을 본 김춘배가 다급히 한 명의 이름을 불렀다.

    “김혜지! 여기야!”

    그리고는 강우와 이재원을 보며 눈빛을 보냈다. 김혜지라는 여학생을 바라보는 김춘배의 얼굴에는 봄기운이 가득했다. 강우가 김춘배를 보며 씨익 웃었다.

    ‘자식, 좋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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