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1화 (81/402)
  • 저희 아버지가 거기에 좀 예민하십니다.

    강우네 집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늘은 강우 가족이 이사를 하는 날이었다.

    “자자 조심히들 들어주세요.”

    아버지는 이사업체 직원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강우 역시 짐을 나르고 도와주고 있었다. 포장이사라고 손을 놓고 있기에는 강우와 아버지는 너무 설렜다.

    “하압.”

    강우가 냉장고를 번쩍 들었다. 이삿짐센터의 인부들이 깜짝 놀라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 학생! 그러다 허리 상해.”

    하지만 강우는 너무나 평온했다. 냉장고를 등에 메고는 태연하게 웃었다.

    “괜찮습니다.”

    강우가 냉장고를 들고 나가자 인부들이 감탄을 터트렸다.

    “젊은 친구가 힘이 대단하네.”

    그때, 아버지가 식탁을 번쩍 들고 지나갔다. 냉장고보다는 가벼웠지만, 그래도 혼자 들기는 부담스러운 무게였다. 하지만 장사 집안인 강우네 핏줄이 어디 가겠는가. 아버지는 평온한 표정으로 인부들을 지나갔다.

    “이거···. 일당 받으려면 힘 좀 써야겠는데.”

    인부 중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인부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우가 냉장고를 들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화물차 앞에 내려놓았다. 손을 탁탁 털고 옆을 바라보니 강용이가 앉아있었다. 강용이는 품에 새로 산 전동 BB탄 총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강용아, 안 추워?”

    “응, 안 추워.”

    어딘지 모르게 시무룩한 강용이의 표정이었다. 강우가 강용이의 옆에 스윽 앉았다.

    “이사하는 거 싫어?”

    “아니···.”

    아니라고는 하지만 순간 입이 삐죽 나오는 강용이였다. 강우의 입꼬리가 스르륵 올라갔다. 아마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싫었나 보다. 하지만 강우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강우 역시 전학이라면 수없이 다닌 기억이 있었다.

    “친구들이랑 헤어지는 거 싫지?”

    “응···.”

    이제야 자신의 마음을 실토하는 강용이였다. 강우가 강용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괜찮아. 가면 새 친구들 사귈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여기 친구들도 계속 연락하고 지내면 되지.”

    “정말? 그럴까? 친구들이 나 안 잊을까?”

    “그럼, 나중에 여기도 자주 놀러 오자.”

    “어떻게? 아빠는 바쁘잖아. 나 혼자는 너무 멀어서 못 와.”

    강우가 씨익 웃었다. 그리고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바로 얼마 전 획득한 운전면허증이었다.

    “짜잔. 형 면허 땄잖아. 형이 강용이가 오고 싶을 때마다 데리고 와줄게.”

    “진짜지? 정말 약속이지?”

    강용이의 얼굴이 조금은 밝아졌다. 강우도 마주 웃어주었다. 그 순간이었다.

    “야! 박강용!”

    어디서인가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그 무리의 앞쪽에는 기찬우가 있었다. 강용이가 벌떡 일어났다.

    “기찬우!”

    기찬우가 강용이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무언가를 내밀었다. 강우가 슬쩍 보니 BB탄 총알을 담는 총알 통이었다.

    “이거 너 가져. 내가 제일 아끼는 거.”

    “정말? 나 주는 거야?”

    “응, 이사하면 거기서도 꼭 네가 대장 먹어라.”

    “알겠어.”

    기찬우가 총알 통을 건네주고는 코를 훌쩍이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용이도 눈시울을 붉히며 코를 훌쩍였다.

    “강용아, 잘 가!”

    “가서도 자주 놀러 와.”

    다른 친구들이 강용이를 둘러싸고 작별 인사를 했다. 강용이가 웃는지 우는지 모르는 표정으로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우가 생각에 잠겼다. 어린아이들이라고 헤어짐의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얘들아, 걱정하지 마. 내가 강용이 데리고 자주 놀러 올게.”

    강우의 말에 기찬우의 표정이 대번에 밝아졌다. 그리고 강우를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다.

    “형, 꼭 강용이랑 놀러 와야 해요. 강용이가 없으면 우리 총싸움 진단 말이에요.”

    “그래, 알겠어.”

    강우가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이삿짐을 싸는데 시간이 남은 듯했다. 강우가 품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 강용이에게 주었다.

    “강용아, 가서 친구들이랑 떡볶이 사 먹고 와. 아 가서 문방구 아저씨한테도 인사하고 오고.”

    “정말? 형아 최고!”

    강용이가 돈을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친구들을 향해 콧대를 높이며 소리쳤다.

    “가자! 우리 형아가 용돈 줬어.”

    친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강용이가 친구들을 이끌고 문방구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기찬우가 뒤를 따르다 멈칫했다. 그리고는 강우를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강우 형,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꼭 봐요.”

    “어···. 그래.”

    나이답지 않게 의젓한 기찬우의 모습에 강우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한바탕 폭풍이 지나갔다. 아버지가 강우에게 다가와 등을 두들겨주었다.

    “잘했어. 강용이가 신났네.”

    “네, 이제 전학은 그만 다녀야겠어요.”

    “그렇지···.”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강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우리 장남도 전학 많이 다녔는데 말이야. 그때는 아빠가 미처 이런 생각까지는 못했네.”

    “아니에요. 저는 상관없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좋은 친구들 많으니까요.”

    아버지가 희미하게 웃었다. 생각해보면 강우에게는 정말 해준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만 해도 몇 번을 전학했는지 몰랐다. 그래서 강우는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나마 고등학생이 되고 만난 친구들이 오래된 친구였다.

    “그래도, 이사 가서 자주는 못 보게 되겠네.”

    “저희야 다 컸으니까요.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죠.”

    “그렇긴 하지. 그래도 원주랑 정호는 대학이 같아서 자주 보겠구나.”

    “네.”

    그 순간이었다.

    “안녕하세요.”

    뜻밖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우가 깜짝 놀라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았다.

    “어? 광웅아?”

    이삿짐이 쌓여있는 한쪽으로 박광웅이 나타났다. 처음 보는 친구의 등장에 아버지가 강우를 슬쩍 바라보았다.

    “아···. 제 친구요. 박광웅이에요.”

    “안녕하세요. 박광웅입니다.”

    박광웅이 허리를 꾸벅 숙였다. 아버지가 부드럽게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어 그래, 우리 강우 친구구나.”

    “네.”

    강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박광웅이 멋쩍게 웃었다.

    “오늘 이사한다고 들었어. 그래서 좀 도울 게 있나 해서···.”

    “어? 누구한테 들었는데?”

    박광웅의 뒤로 친구들이 나타났다. 신원주와 김춘배 그리고 남재식과 연정호까지였다.

    “안녕하세요. 이사 도우러 왔습니다!”

    친구들이 우렁차게 인사를 했다. 아버지가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실 포장이사를 불렀기에 도울만한 게 없었다. 하지만 마음을 써준 아들의 친구들을 돌려보낼 수도 없지 않은가.

    “그래, 고맙다. 오늘 이사 끝나고 아저씨가 맛있는 거 사줄 테니 잘들 부탁한다.”

    친구들이 대번에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는 열심히 짐을 나르기 시작했다. 강우가 픽하고 웃었다.

    “오늘 이삿짐 인부 아저씨들 완전 횡재했네요.”

    “그러게.”

    아버지도 기분이 좋은 미소를 지었다. 장정 다섯이 합류하자 이삿짐이 순식간에 실리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인부 아저씨들을 열심히 도왔다.

    “고맙다.”

    강우가 박광웅에게 말했다. 박광웅이 무슨 소리냐는 듯 손을 저었다.

    “아니야. 이렇게라도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지.”

    “너 아르바이트는?”

    강우가 슬쩍 물었다.

    “응, 이번 달까지 나가고 안 나가기로 했다.”

    “오? 그래?”

    강우가 환하게 웃었다. 박광웅이 입꼬리를 올렸다.

    “어, 다행히도 도와주는 곳이 생겨서···. 나도 다시 한번 도전해보려고. 대학이라는 곳.”

    “잘됐다. 축하해.”

    “고마워. 이상하게 너랑 화해하고 나서부터 일이 잘 풀리는 느낌이야. 왜 애들이 너를 그렇게 믿는지 알 거 같아.”

    “에이···. 그런 게 어딨어.”

    강우가 씨익 웃고는 짐을 계속 날랐다. 박광웅이 묘한 표정으로 강우를 보더니 짐을 나르기 시작했다. 이삿짐은 금세 정리됐다.

    “자! 짐은 다 실었으니까 이제 출발해 볼까.”

    아버지가 화물차에 올라탔다. 목적지까지 안내해야 했다.

    “강우야, 운전 조심히 해서 와.”

    아버지의 차는 오늘 강우가 운전하기로 했다. 할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강용이를 태우기로 했다. 면허를 딴 지 얼마 안 됐지만, 강우의 운전실력은 믿을만했다. 미래의 기억 속에서도 강우는 최고의 드라이버였으니까.

    “네, 먼저 가세요. 금방 따라갈게요.”

    “그래, 천천히 와도 돼.”

    부르릉.

    화물차가 우렁찬 엔진소리를 내더니 먼저 출발했다. 슬쩍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강용이가 멀리서 뛰어오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헤어지고, 혼자였다.

    “형아, 나 왔어.”

    “어, 시간 잘 맞춰서 왔네. 얼른 차에 타고 있어.”

    강용이가 강우의 친구들을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차에 올라탔다. 차에는 할아버지와 어머니가 타고 있었다.

    “.......”

    강우가 잠시 오성맨션을 바라보았다. 미래의 기억 속에서도 살았던 곳이었다. 막상 떠나가려니 기분이 이상했다.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IMF의 파도를 맞고 우리 가족은 무너져 내렸어야 했지.’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강우 가족은 부의 상징이라는 강남에 입성하게 되었다. 사업은 탄탄대로였고, 할아버지와 강용이도 건강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완벽했다.

    “와줘서 고맙다. 이사한 집에서는 우리가 정리할 테니까 먼저들 가.”

    강우가 친구들을 향해 말했다. 친구들의 얼굴에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강우가 이사해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가까이 살았던 남재식은 더욱 그랬다.

    “아까 아버지가 맛있는 거 사주신다고 했잖아. 우리도 따라갈게.”

    “맞아.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도와야지.”

    친구들이 따라온다며 난리였다. 강우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그럼 주소 알려줄 테니까 택시 타고 와.”

    신원주가 강우의 손을 스윽 밀어냈다.

    “우리도 돈 있다.”

    “그래도 받아.”

    강우가 억지로 손에 돈을 쥐여주었다. 그리고는 운전석에 올라탔다.

    “출발할게요.”

    강우가 모는 승용차가 부드럽게 출발했다. 강용이가 창문을 열더니 오성맨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안녕~ 우리 집아! 그동안 고마웠어!”

    그 말을 끝으로 오성맨션이 점점 멀어져갔다. 강우가 룸미러로 오성맨션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았다. 강우가 모는 승용차는 올림픽대로에 올라탔다. 일요일인 오늘은 비교적 차량이 막히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린 승용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형아, 여기가 우리 새집이야?”

    “어, 맞아.”

    강우가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힐끗 아파트의 옆면을 바라보았다. 강우 가족이 이사를 온 아파트는 압구정 현대아파트였다.

    “어! 형아 저기다!”

    강용이가 신이 나서 한쪽을 가리켰다. 강우네 이삿짐을 실은 화물차가 벌써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강우가 주변을 바라보니 주차공간이 만만치 않았다.

    “먼저 내리실래요?”

    강우가 차를 멈춰 세우고 할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강용이가 내렸다. 강우가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돌아 적당한 곳에 주차했다. 그리고 이사가 한창인 곳에 돌아오니 친구들도 도착해 있었다.

    “빨리 끝내버리자고.”

    아버지가 환하게 웃으며 친구들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특히 아버지의 표정이 밝았다. GIC는 아버지가 새집을 구할 때까지 오성맨션에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미 사직을 한 뒤라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었다.

    “아버지, 저 왔어요.”

    “어, 강우야, 너는 올라가서 친구들이랑 짐 들어가는 거 좀 정리해라.”

    “네.”

    강우가 친구들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띵.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강우가 왼쪽을 바라보았다. 강우가 이사할 집의 문이 열려 있었다. 강우가 안으로 들어섰다. 안쪽으로는 벌써 짐이 제법 들어와 있었다. 거실 쪽으로는 베란다가 있었다.

    “우와···. 집 진짜 넓은데?”

    뒤따라 들어온 친구들이 감탄을 터트렸다. 그리고 베란다를 통해 보이는 한강을 보며 또 감탄했다.

    “한강도 보이네?”

    “짱이네.”

    친구들이 베란다에 우르르 몰려들어 경치를 구경했다. 그 순간이었다.

    “우아악!”

    친구들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지상에서 짐을 실은 곤돌라가 나타난 것이다. 강우가 피식 웃고는 친구들의 어깨를 툭툭 쳤다.

    “자자 움직이자. 빨리 끝내고 밥 먹어야지.”

    “오케이!”

    친구들이 열심히 짐을 나르기 시작했다. 짐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할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강용이가 집으로 들어왔다.

    “우와! 진짜 넓다!”

    강용이가 거실을 신이나 뛰어다녔다. 강우 가족이 이사한 평수는 무려 50평이었다. 경매를 통해 평소라면 꿈도 못 꿀 시세로 사들인 곳이었다.

    “강우야, 엄마 너무 좋아.”

    어머니가 집을 바라보며 감회에 빠졌다. 집도 없이 여관을 전전하던 옛일이 떠올랐나 보다. 강우가 말없이 어머니의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이제 앞으로 고생할 일 더 없어요. 엄마 세상에서 최고로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아니야. 엄마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

    어머니가 눈가를 훔치며 싱긋 웃었다. 할아버지는 거실에 서서 한강을 바라보았다.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할아버지의 표정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좋구나···.”

    하지만 한 가닥 아쉬움이 있음을 강우는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강우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아마 큰아버지랑 고모를 떠올리고 계실 수도···.’

    그때, 목에 수건을 둘러멘 아버지가 집으로 들어섰다.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대충 마무리된 거 같은데 빨리 정리하고 밥들 먹자. 아버지 시장하시죠?”

    “나는 괜찮다. 천천히들 해.”

    할아버지가 부드럽게 웃었다.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한쪽으로 안내했다.

    “아버지, 여기가 앞으로 쓰실 방이에요.”

    “그래, 크고 좋구나.”

    강우 가족이 이사한 집은 방이 총 5개가 있었다. 그중 두 번째로 큰 방을 할아버지가 쓰기로 했다. 아버지가 제일 큰 방을 권했지만, 할아버지가 사양했다. 강우와 강용이도 방을 하나씩 배정받았다. 물론 강용이가 혼자 잘지는 미지수였다.

    “사장님, 이게 마지막 짐입니다.”

    마지막 곤돌라가 올라왔다. 많은 인원이 있던 탓에 후딱 끝나버린 이사였다. 아버지가 품에서 현금이 들은 봉투를 꺼내 들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이고 사장님, 감사합니다. 그럼 더 부자 되세요.”

    이삿짐센터의 직원이 덕담을 건네고는 인부들과 함께 떠나갔다. 아버지가 주변을 둘러보며 씨익 웃었다. 아직 정리할 것이 많았지만, 차근차근히 하면 될 것이었다.

    “다들 배고프지?”

    아버지의 말에 친구들이 배를 쓰다듬으며 아우성을 했다. 아버지가 강우를 보며 씨익 웃었다.

    “아들, 중국집에 전화해서 시키고 싶은 거 다 시켜.”

    “네, 아버지.”

    강우가 핸드폰을 꺼내 중국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짜장면과 다른 요리들을 잔뜩 시켰다. 친구들은 오늘, 날을 제대로 잡았다.

    “깐풍기도 시켜.”

    “탕수육 제일 큰 거로!”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쉴 새 없이 말했다. 강우가 친구들을 진정시키며 차근차근 주문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말을 잊지 않았다.

    “군만두 서비스 꼭 잊지 마세요. 저희 아버지가 거기에 좀 예민하십니다.”

    강우의 장난스러운 멘트에 집 안으로 폭소가 가득 차올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