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6화 (76/402)

분명히 허락해 주실 거에요.

그날 밤. 강우와 아버지가 호텔 방의 앞에 도착했다. 양손으로 캐리어를 끌던 강우가 잠긴 호텔 방문을 열었다. 호텔 방 특유의 산뜻한 냄새가 밀려왔다.

“아버지, 들어오세요.”

“어···. 그래 강우야.”

위진오와 위스키를 두 병이나 비운 아버지는 붉게 술기운이 올라와 있었다.

“먼저 씻고 나올게.”

“네.”

아버지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쏴아아’ 물줄기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과 아버지의 캐리어를 열은 강우가 갈아입을 옷을 꺼내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침대에 털썩 앉은 강우가 호텔의 창밖을 바라보았다.

‘경치 좋네.’

강우가 빠르게 발전하는 청도 시내의 모습을 잠시 눈에 담았다. 이윽고 아버지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아~ 시원하다.”

샤워를 마친 아버지의 얼굴에서는 취기가 많이 가셔 있었다. 강우가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샤워를 하고 나왔다.

“콜라 한잔할래?”

옷을 갈아입은 아버지가 콜라를 마시고 있었다. 강우가 아버지가 내민 콜라 캔을 받아들었다. 딸칵 소리와 함께 콜라를 딴 강우가 벌컥 마셨다. 목젖을 넘어가는 탄산의 짜릿함에 술기운이 날아가 버렸다.

“우리 아들 인제 보니 술꾼이었어?”

“아버지 닮아서 그런가 보죠.”

아버지가 씨익 웃었다. 강우가 아버지의 옆에 털썩 앉았다.

“종자 개량이 쉽지는 않겠죠?”

“그렇지. 한국산 고추랑 비슷한 맛만 내도 성공적일 거야.”

아버지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말을 이어갔다.

“한국산 고추 종자인 금탑이라는 놈은 떡잎도 크고 크기도 아주 크고 맛있거든. 일본인들의 입맛에 딱 제격인 놈이지.”

“종자만 사 온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죠?”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의 종자를 이용한다고 해도 한국과는 토질, 일조량 등 재배 조건도 다르고. 한국산과 비슷한 맛을 내는 걸 생산하려면 토질과 일조량이 비슷한 곳도 찾아야 해.”

“쉽지 않네요.”

아버지가 짧게 침음성을 뱉어냈다.

“그렇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하지만 해낸다면 대단한 일이 될 거고.”

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강우에게는 해법이 있었다. 미래의 기억 속 아버지가 아쉬워하며 해준 이야기가 있었다.

‘중국에서 철수하시고 얼마 안 있어 중국은 한국산 고추와 비슷한 맛을 내는 종자 개발에 성공한다. 정확히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사업가들이지만 말이지. 아버지는 그 사실을 접하고는 크게 아쉬워했었어.’

하지만 문제는 그 후부터였다.

‘그렇게 개량된 고추는 중국 사업가들의 배만 불리는 데 쓰이게 되지.’

강우가 합작회사 이야기에 기뻐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미래의 기억과는 달리 중국에서의 이권을 확실히 지켜낼 방법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님은 신의가 있고 강직한 성격이야. 계약 조건을 제대로 정한다면 끝까지 지켜주실 분이지.’

강우가 상념에서 벗어났다.

“그럼 합작회사를 만들게 되면 자금은 중국 쪽에서 종자 관련 기술은 우리가 담당해야겠네요.”

“응, 확실히 해야지. 종자 기술이라는 게 한번 넘어가면 무서운 무기가 되니까. 그것만큼은 한국의 것으로 해야지.”

아버지가 눈을 빛냈다. 강우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IMF의 위기 속에서 한국의 종자 회사들이 외국에 대량으로 넘어간 것도 잘 알려진 일이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지.’

강우는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볼 생각이었다.

“합작회사가 만들어지면 중국 쪽에는 또 누가 와있어야 할 텐데요.”

“하아···. 요즘 같아서는 아빠가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랄 것 같아.”

아버지는 그야말로 고된 일에 시달리고 있었다. 동양 무역에 GIC 한국지사의 일까지 말이다. 그나마 동양 무역의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주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직원분들이 유능해서 다행이에요.”

“맞아. 황 부장이 아주 책임감이 강하고 일에 능해. 벌써 체계가 조금씩 잡혀가고 있으니까.”

“생각보다 빠르게 회사 규모를 키워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강우의 계획은 회사가 사용할 빌딩을 사면서 대폭 인원을 보충할 예정이었다. 그때는 경력직이 아닌 신입사원 위주로 뽑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이 너무 잘 풀려 빨리 인원 충원이 필요해질지도 몰랐다.

“김치공장도 점점 손이 가야 하는 것이 많아지고 있으니까. 마사토도 정신이 없는 거 같더라.”

그런데 이제 중국에 합작법인까지 세워지게 생겼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상황이 될 것이었다.

“GIC는 인제 그만 다니셔야 하는 거 아닐까요?”

“음···. 그렇긴 한데.”

아버지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우가 부드럽게 웃었다.

“반대하실 때랑 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아요. 이제 우리 사업에 집중할 때니까요.”

“그렇긴 하지. 이번에 잘 말해봐야겠어.”

강우가 확신에 찬 눈빛을 했다.

“분명히 허락해 주실 거에요.”

아버지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럼 이번 중국 출장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를 거두어야 하겠구나. GIC에 마지막으로 큰 계약 건을 안겨줘야겠어.”

강우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미래의 기억 속 아버지도 항상 강조하던 게 있었다. 사람은 시작과 끝을 잘 맺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GIC는 아버지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 회사였다. 강우 가족이 안정되고 편안하게 지낸 것은 모두 회사 덕분이었다.

‘아버지가 능력이 있으신 것도 맞지만, GIC는 아버지를 참 신뢰해줬으니까.’

강우가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네, 사람은 시작과 마무리를 잘해야 하니까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래, 우리 장남 대견하다.”

아버지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강우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퇴사 건도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네요.”

“그래야지. 언제 또 사업으로 연이 닿을지 모르니까.”

그 말을 끝으로 강우와 아버지가 각자의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는 스르륵 잠이 들었다. 이윽고 호텔 방으로 두 부자의 옅은 코골이가 들려왔다.

* * *

다음 날 아침. 새벽같이 일어난 강우와 아버지가 호텔의 로비에 있었다. 이미 체크아웃까지 끝마친 상태였다.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일정이 있었다.

“박 사장님.”

공항에 마중을 나왔던 인물이 우리를 반겼다. 남성의 이름은 위혁오. 위진오의 먼 친척이었다. 어젯밤 술자리에서 위진오가 자신의 친척이라며 드디어 알려주었다. 그동안 남성의 정체가 궁금했던 강우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이상하게 닮았다 싶었지.’

아마 위진오의 최측근 역할을 하고 있는가 보다.

“안녕하십니까? 어제 위 형님에게 이야기 들었습니다. 친척분이시라고요.”

“아···. 그렇습니까? 제 먼 당숙 되십니다.”

남성 위혁오가 민망한 듯 웃었다. 그리고는 강우와 아버지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가시죠. 다들 기다리고 계십니다.”

강우와 아버지가 위혁오의 뒤를 따라 호텔을 나섰다. 호텔 직원들이 강우와 아버지를 알아보고는 꾸벅 인사를 해왔다. 위진오의 일행이니 경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윽고 차로 이동한 강우와 아버지가 고풍스러운 장원 앞에 도착했다.

“여기가 저희 위씨 가문의 장원입니다.”

위혁오가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강우와 아버지가 살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오래된 중국식 장원을 현대적으로 개조한 곳이었다. 그 크기도 크고 건물도 매우 아름다웠다.

“대단하군요.”

강우가 감탄하자 위혁오가 씨익 웃었다.

“저희 가문이 청도에 자리를 잡은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그중에서 위 서기님이 가장 출세하신 분이지요.”

“그렇군요.”

강우는 그제야 위진오의 위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공산당 서기의 힘이라고만 이해하기에는 지나칠 정도의 위세가 있었다.

‘청도에 영향력이 있는 가문이었던 거야.’

이윽고 주차가 끝나고 강우와 아버지가 장원 안으로 들어갔다. 마당에서 위진오가 강우와 아버지를 반겨주었다.

“왔는가?”

위진오의 옆에는 부인이 서 있었다. 중년의 미부인이었다.

“인사하지. 내 아내일세.”

“안녕하세요. 저희 장원에 오신 걸 환영해요.”

위진오의 부인이 싱긋 웃으며 환영 인사를 건넸다. 강우와 아버지도 꾸벅 인사를 하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한국에서 온 박정식입니다. 그리고 제 아들 박강우입니다.”

“안녕하세요. 박강우입니다.”

위진오의 부인이 강우를 자세히 살피며 싱긋 웃었다. 산 채로 해부당하는 것 같은 시선에 강우가 멋쩍어졌다. 그러자 위진오가 호탕하게 웃었다.

“우리 집에서 강우 너에 관한 관심이 엄청나게 크다. 내 아들이 아니더냐.”

“네, 대부님. 그럼 이분은 제 대모님이시네요.”

강우가 유창한 중국어로 말했다. 위진오의 부인이 살짝 감탄하는 표정이 되었다. 이 시대에 이렇게 완벽히 중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은 정말 흔치 않았다.

“자자. 안으로 들어가지.”

위진오가 강우와 아버지를 안으로 안내했다. 장원 안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강우와 아버지의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였다.

“춘절 아닌가. 각지에 흩어져 있는 친척들이 모이는 중이지. 아직 도착 못 한 사람들도 많아.”

위진오의 말에 강우와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은 넓고도 넓었다. 특히 민족 대이동 시기인 춘절이니 멀리서 오는 길은 쉽지 않고, 오래 걸리는 것이다.

“형님, 이렇게 가족들이 모이는데 저희도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마음 같아서는 동생네 가족 모두를 초대하고 싶었는데 말이야.”

위진오가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북경으로 오기로 했으니까 곧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어제 술자리에서 말을 꺼낸 위진오는 할아버지를 북경으로 초대했다. 청도에 오면 좋았겠지만, 당장 표를 구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내일 북경으로 도착하는 항공편을 준비했다. 혹시 몰라 중국 비자를 모두 받아놓은 게 다행이었다. 물론 할아버지 혼자 올 수는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와 강용이까지 초대했다.

“그래, 우리 가족들을 소개 못 하는 게 아쉽지만, 또 기회가 있겠지.”

위진오는 강우와 아버지를 방으로 안내했다. 중앙에 작은 회전 식탁이 놓인 방이었다.

“앉지.”

위진오가 자리에 앉으며 권했다. 강우와 아버지가 자리에 앉았다. 위진오가 부인을 향해 말했다.

“식사 자리에 강이와 향이도 좀 불렀으면 하는군.”

“네, 알겠어요.”

위진오의 부인이 자식들을 부르러 나갔다.

“자, 시장들 하지? 조금만 기다려 보게. 내 오늘은 제대로 대접해 줄 테니.”

과연 위진오의 말대로였다. 곧이어 산해진미들이 줄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방 안 가듯 퍼지는 향긋한 냄새에 강우와 아버지의 배가 더욱더 고파져 왔다. 그리고 배고픔이 한계에 달하려던 순간, 위진오의 부인이 위진오의 아들과 딸을 데리고 나타났다.

“오! 인사들 해라. 여기는 한국에서 온 박정식. 다들 작은아버지라 생각하고 대해라.”

위진오의 말에 아들과 딸이 아버지를 향해 공손히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숙부님. 위이강입니다.”

“안녕하세요 숙부님. 위단향이에요.”

강우가 힐끗 위진오의 아들딸을 살폈다. 위이강은 강우보다 몇 살은 더 어려 보였다. 체격이 건장하고 남자답게 생긴 모습이었다. 위진오를 많이 닮아 있었다.

“그래, 박정식이다. 나도 잘 부탁한다.”

아버지가 부족한 중국어로 입을 열었다. 위이강과 위단향이 살짝 웃음기를 뛰었다. 하지만 위진오 부인의 엄한 눈빛에 이내 고개를 숙였다.

“하하. 괜찮습니다. 형수님. 제가 아직 중국어가 매우 서툽니다.”

“죄송해요.”

위진오도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가 재빨리 위진오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그제야 위진오의 표정이 안심됐다.

“아···. 그리고 여기는 박강우. 내가 양자로 삼은 것 알고 있지? 그러니까 너희들의 형이고 오빠다.”

위진오가 강우를 소개했다. 강우가 씨익 웃으며 유창한 중국어를 사용했다.

“안녕? 박강우다. 나이는 19살. 앞으로 잘 지내보자.”

강우의 막힘없는 중국어에 위이강과 위단향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이 되었다.

“저는 18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18살이에요.”

역시 위이강과 위단향은 이란성쌍둥이였다. 묘하게 닮은 듯한 외모였다. 이윽고 모두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식사가 시작됐다. 배가 고팠던 강우와 아버지는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좋은 자리에 술이 빠질 수 있겠는가? 특히나 위진오는 애주가였다.

“자 한잔 받지.”

위진오와 아버지는 금세 술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강우도 몇 잔 받아마셨다. 방안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위진오의 집에 있는 요리사의 솜씨는 정말이지 대단했다.

“어때? 음식들은 입에 맞는지 모르겠군.”

“형님, 정말 맛있습니다.”

아버지가 볼록 튀어나온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위진오의 얼굴에 흐뭇함이 떠올랐다. 손님이 음식을 많이 먹어주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었다.

“대부님,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 먹어봅니다.”

강우도 음식의 맛을 추켜세웠다. 위진오의 입꼬리가 잔뜩 올라갔다. 식사는 계속 이어졌다. 위진오의 부인은 강우가 한국의 대입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것에 큰 관심을 보였다.

“우리 아이들도 공부를 시켜야 하는데. 강우는 어떤 식으로 공부를 했지? 한국에서는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많이 한다던데?”

“과외는 아는 형한테 한 번 정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학교 수업에 충실했습니다.”

위진오의 부인의 자식에 대한 학구열은 대단해 보였다. 중국 역시 상위층의 자식에 대한 학구열은 대단했다. 강우는 한참이나 위진오의 부인에게 질문 공세를 당했다.

“부인, 그러다 강우 체하겠어.”

급기야 위진오가 말릴 정도였다. 위진오의 부인이 미안하다며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리고는 금세 위진오와 아버지의 대화에 관심을 보였다.

“그래, 북경에 가서 합작회사 이야기는 마무리 짓자고. 그리고 강 서기도 오늘 저녁에 우리 집에 오기로 했으니까 따로 술자리도 가지고.”

“네, 형님.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닐세. 우리가 어디 남인가? 그리고 자네 같은 훌륭한 가문의 사람들은 꼭 성공해야 해.”

그렇게 한참을 이어지던 식사가 끝났다. 강우와 아버지는 하룻밤 묵을 방을 배정받았다. 강우와 아버지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묶고 위진오와 함께 북경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강우야, 아빠는 손님 만나러 갔다 올게.”

“네, 다녀오세요.”

아버지는 강 서기를 만나러 나갔다. 혼자 남은 강우는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똑똑.

“누구세요?”

강우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형님, 이강입니다.”

강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강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잔뜩 상기된 표정의 위이강이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약간은 수줍은 표정의 위단향도 있었다.

“아···. 들어와.”

강우가 두 사람을 방 안으로 들였다.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와 앉았다. 그리고는 대번에 질문 공세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대부분 한국에 대한 호기심들이었다. 특히 위단향은 한국의 보이그룹에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오빠, 한국에 있는 보이그룹 G.O.T 아세요?”

“알지. 한국에서 얼마나 인기가 많은데.”

위단향의 얼굴이 크게 상기되었다.

“저 꼭 한번 한국에 가고 싶어요. 열심히 한국어도 공부하고 있어요. 들어보세요.”

위단향이 ‘안녕하세요. 위단향이에요.’라고 한국어로 이야기했다. 어설펐지만, 제법 연습한 티가 났다. 옆에 앉은 위이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형님, 우리 누나 좀 말려주십시오. 아니 남자 연예인 때문에 한국에 살고 싶다는 게 말이 됩니까?”

강우가 말없이 웃었다. 그러자 위단향이 발끈했다.

“흥! 그러는 너는 누구야. 그 여자 가수들 좋아서 난리잖아. 어디서 자기는 아닌 척이야.”

강우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위이강을 보며 슬쩍 물었다.

“너 혹시 그 여자가수가 걸그룹?”

“어? 형님?”

강우와 위이강이 동시에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동시에 그룹명을 말했다.

“밀키?”

“밀키.”

방안으로 폭소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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