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5화 (75/402)
  • 열심히 사는 사람은 하늘도 돕는다고 하더라.

    설날 당일 저녁. 가족과의 시간을 보낸 강우가 집을 나섰다. 강우의 손에는 어머니가 싸준 음식 보따리가 있었다.

    “다녀오겠습니다.”

    강우가 현관에서 크게 소리쳤다.

    “그래, 잘 다녀와. 내일 중국에 가야 하니까 너무 늦지 말고.”

    어머니가 주방에서 큰소리로 배웅을 해주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술을 한잔하고는 잠이 든 상태였다.

    “형아! 나도 갈래.”

    강용이가 옷을 챙겨입고는 조르륵 따라나섰다. 안 된다고 하려던 강우가 이내 피식 웃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강용이의 눈빛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 가자. 엄마 강용이도 데려갈게요.”

    “강용이도? 그래, 조심히 다녀와.”

    강우와 강용 형제가 현관문을 나섰다. 강용이가 강우의 손을 슬쩍 잡더니 물었다.

    “형아, 그런데 우리 어디 가는 거야?”

    강우가 피식 웃었다.

    “어디 가는지도 모르고 따라 나온 거야?”

    “응, 요새 형아랑 많이 놀지 못해서. 그냥 따라가고 싶었어.”

    강우의 얼굴에 미안함이 차올랐다. 여러 가지 일들로 요새 강용이와 시간을 못 보낸 것도 사실이었다.

    “미안, 형아가 요즘 바빴지?”

    “응, 그러니까 나 장난감 사주면 용서해준다.”

    강우가 어이가 없어 실소를 흘렸다. 강용이가 혀를 삐죽 내밀었다.

    “전동 BB탄 총.”

    “하하! 알겠어.”

    “아싸!”

    강우가 강용이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렸다. 이윽고 강우와 강용이가 버스를 탔다. 그리고 목동 사거리에 도착했다. 차가운 저녁 바람이 두 형제의 머리를 휘날렸다. 강우가 강용이의 잠바를 매만져 주었다.

    “강용이, 안 추워?”

    “응, 형아.”

    강우와 강용이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에 다가가자 군고구마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강용이의 표정이 대번에 밝아졌다.

    “와~ 맛있는 냄새.”

    “형아가 사줄게. 빨리 가보자.”

    강용이의 얼굴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조금 걷자 군고구마를 파는 드럼통이 눈에 들어왔다. 강우가 씨익 웃으며 드럼통에 다가갔다.

    “광웅아.”

    얼굴에 숯검정을 묻히고 있던 박광웅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

    “강우야!”

    강우가 씨익 웃으며 드럼통 옆으로 다가갔다. 힐끗 옆쪽을 보니 고구마가 담긴 박스가 벌써 많이 비어있었다.

    “장사 잘돼?”

    “어, 덕분에 잘돼.”

    박광웅이 코를 훌쩍이며 답했다. 이재원이 방문한 이후 이 자리는 명물 아닌 명물이 되어버렸다. 손님이 한번 몰리자 계속해서 끊이지 않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곧 겨울이 끝나가고 있었다.

    “겨울이 끝나는 게 아쉽네.”

    강우의 말에 박광웅의 얼굴에 아쉬움이 진해졌다. 하지만 이내 강용이를 힐끗 바라보았다.

    “뭐···. 어쩔 수 없지. 계절을 붙잡고 있을 수도 없고. 그런데 네 동생이야?”

    “안녕하세요! 박강용입니다.”

    제법 당찬 자기소개에 박광웅이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화덕에서 군고구마를 꺼내 강용이에게 내밀었다.

    “하나 먹어볼래?”

    “우와! 감사합니다!”

    강용이가 잽싸게 군고구마를 받았다. 그리고는 껍질을 열심히 까기 시작했다.

    “앗 뜨거워!”

    강용이가 뜨거운지 군고구마를 떨어트렸다. 강우가 피식 웃고는 군고구마를 주웠다. 그리고는 훅훅 불었다.

    “그냥 새것 줘.”

    “아니야, 껍질 안 까져서 괜찮아.”

    강우가 껍질을 벗겨서는 강용이에게 주었다.

    “형아, 고마워.”

    박광웅이 자신이 앉던 플라스틱 의자를 내주었다. 강용이가 털썩 앉아 군고구마를 먹기 시작했다. 강우가 슬쩍 손에 들린 보따리를 내밀었다.

    “이거 받아.”

    “어? 이게 뭔데?”

    강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오늘 설날이잖냐. 집에서 음식 좀 싸 왔다. 우리 엄마가 손이 좀 크시거든. 음식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우리 가족끼리 먹어도 한참 걸릴 거 같아서.”

    “어?”

    박광웅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맞아요. 우리 엄마가 음식 엄청 많이 했어요. 그리고 우리 엄마 음식 엄청 맛있어요!”

    “아···. 그래···.”

    강용이를 바라본 박광웅이 피식 웃고 말았다. 벌게진 양 볼과 코끝을 한 강용이는 참 귀여웠다. 박광웅이 보따리를 받더니 옆쪽에 잘 내려놓았다.

    “고맙다. 잘 먹을게.”

    “별거 아니야. 부담 갖지 말고 먹어.”

    “그래, 알겠다.”

    박광웅의 표정이 알 수 없게 변했다. 늘 똑같이 지내오던 명절이었다. 힘든 가정상황에서도 명절은 늘 따듯하고 풍족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한순간에 무너져내린 올해였다. 박광웅이 강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신경 써 줘서 고맙다. 지혜가 좋아하겠네.”

    “조금 더 싸 올 걸 그랬나.”

    강우가 멋쩍게 웃었다. 박광웅이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타닥. 타닥.

    잠시 침묵이 흐르고 장작 타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강우와 박광웅이 물끄러미 화덕 안을 바라보았다. 강용이는 어느새 두 개째의 군고구마를 먹어 치우고 있었다.

    “광웅아, 너 앞으로 계획은 있냐?”

    “나? 그냥 뭐···. 계속 일하고 돈 벌어야지.”

    박광웅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말을 이어갔다.

    “나는 공부도 못하고 한심하게 지냈지만, 우리 지혜는 달라. 공부도 잘하고 똑똑하거든. 내가 뒷바라지할 거야.”

    강우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박광웅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동생 걱정은 너무 하지 마라. 다 방법이 있을 거야.”

    “허투루 산 만큼 더 열심히 살아야지. 강우, 네 말처럼.”

    박광웅의 얼굴에 의지가 차올랐다. 아버지가 쓰러진 지금 가장은 바로 자신이었다. 강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

    “그래, 열심히 사는 사람은 하늘도 돕는다고 하더라.”

    “고맙다. 매번.”

    강우가 말없이 웃으며 강용이를 불렀다.

    “간다.”

    “어, 가라.”

    강용이가 꾸벅 인사를 했다.

    “군고구마 형, 잘 먹었습니다.”

    “하하! 그래. 강용이도 잘 가라.”

    그 말을 끝으로 강우와 강용이가 자리를 떠났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강우가 상념에 잠겼다.

    ‘장학금 어디에 쓸지는 정해진 거 같네.’

    그때, 강용이가 강우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형아, 버스 왔어.”

    “어, 그래.”

    강우와 강용이가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집으로 향했다.

    * * *

    다음 날, 늦은 저녁 청도 공항에 강우와 아버지가 도착했다. 두 번째로 방문하는 공항이라 이전만큼 낯설지 않았다.

    “와~ 아들, 사람 진짜 많구나.”

    “춘절이니까요.”

    공항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맞이해 민족 대이동 중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 오는 비행기표도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강우와 아버지는 위진오가 구해준 덕분에 편하게 왔다. 그것도 무려 일등석으로 말이다.

    “형님이 마중 나온다고 했으니까. 빨리 나가보자.”

    “네.”

    강우와 아버지가 출국장으로 나섰다.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한국어로 강우와 아버지의 이름 적힌 플래카드가 보였다.

    “아버지, 저기예요.”

    강우와 아버지가 다가오자 플래카드를 들고 있던 남성이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박 사장님, 오셨습니까?”

    “잘 지냈습니까?”

    아버지가 중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중국을 몇 번 다니며 그새 중국어를 조금 익혔나 보다. 역시 강우 가족의 언어능력은 대단했다.

    “안녕하십니까? 다시 뵙는군요.”

    남성이 강우를 향해 인사를 건네왔다. 남성은 지난번 강우와 아버지를 공항까지 배웅했던 남성이었다. 강우와 아버지가 밖으로 나와 위진오의 세단에 올라탔다. 운전석에 남성이 타고 뒷자리에는 강우와 아버지가 탔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세단이 공항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강우가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일 년 만에 오는 중국은 제법 변해있었다. 상전벽해로 변해가는 중국의 개발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청도도 제법 변해있지 않습니까?”

    남성이 강우를 보며 씨익 웃었다.

    “네, 앞으로 더 변하겠죠.”

    미래의 기억을 아는 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위진오의 세단이 청도의 호텔 앞에 멈춰 섰다.

    탁.

    강우와 아버지가 내렸다. 운전하던 남성이 내려 강우와 아버지의 캐리어를 꺼내 주었다.

    “그럼, 안쪽에 가시면 서기님이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강우와 아버지가 고맙다고 말하고는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강우와 아버지가 주변을 둘러보던 순간이었다.

    “강우야, 동생!”

    호텔 로비에 있는 카페에서 위진오가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강우와 아버지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

    “형님!”

    아버지와 위진오가 얼싸안았다. 얼마 전에 만났다더니 그새 더 친해졌나 보다. 강우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래, 오는 데 불편함은 없었고?”

    “네, 형님 덕분에 일등석으로 편히 왔습니다.”

    위진오가 영어로 이야기하면 아버지가 중국어로 이야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아버지는 그새 중국어를 열심히 배우신 것 같았다.

    “강우야.”

    아버지와 인사를 한 위진오가 강우를 불렀다. 강우가 위진오에게 다가가 꾸벅 인사를 했다.

    “대부님, 잘 지내셨습니까?”

    “그래, 오랜만에 보는구나. 대학 입학시험을 치렀다지? 만점을 받았고?”

    위진오가 대견한 표정을 지었다. 강우가 슬쩍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가 씨익 웃으며 기뻐했다.

    “네, 부모님 덕분에 공부에 집중해서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좋아. 좋아. 역시 내 아들다워. 잘했다.”

    위진오가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감사합니다.”

    “그래 대학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지원했다고?”

    “네.”

    위진오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같은 인재는 정치해야 하는 법인데. 법학과나 정치외교학과는 생각해보지 않았어?”

    “네, 저는 사업가가 될 생각입니다.”

    “허···. 아쉽군. 국가적인 손실이야.”

    강우가 말없이 웃었다. 정치가 국가적 손실로 이어지는 발상은 중국이기에 가능할법했다. 위진오가 강우를 은근한 눈빛으로 보았다.

    “나중에 베이징대학으로 유학을 올 생각은 없어?”

    “생각해보겠습니다.”

    강우가 꾸벅 인사를 하며 답했다. 물론 그런 마음은 없었지만 말이다.

    “축하의 의미로 내가 선물을 하나 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위진오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아버지가 아직은 부족한 중국어로 띄엄띄엄 말했다.

    “형님, 괜찮습니다.”

    “아니야. 대부가 되어서 이런 경사를 그냥 모른 척할 수는 없지.”

    역시 화끈할 때는 화끈한 중국인다운 위진오였다. 이윽고 상념에서 깨어난 위진오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내가 너무 사람들을 세워놓았군. 둘 다 식사는 했지?”

    “네, 기내식으로 먹었습니다.”

    “그럼 간단하게 위스키나 한잔하지.”

    위진오가 호텔의 안으로 걸어갔다. 위진오를 알아본 호텔의 직원들이 공손히 인사를 했다. 청도에서 위진오의 위상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띵.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의 최상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오른쪽으로 호텔의 스카이라운지가 있었다.

    “여길세.”

    위진오가 나타나자 직원들이 부산해졌다. 매니저가 황급히 다가와 꾸벅 인사를 했다.

    “위 서기님, 오셨습니까?”

    “그래, 매일 앉는 자리로 부탁하네.”

    “네, 안내하겠습니다.”

    매니저가 위진오와 두 부자를 창가 쪽으로 안내했다. 위진오가 자리에 앉고 강우와 아버지가 맞은편으로 앉았다. 강우가 힐끗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노을이 지고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이제는 강우도 내가 주는 술을 받을 수 있겠구나.”

    “네, 대부님.”

    위진오가 매니저에게 위스키를 시켰다. 늘 먹는 것으로 최고급 위스키였다. 이윽고 위스키가 준비되고 간단한 안주도 나왔다.

    “한잔 받아라.”

    “네, 대부님.”

    강우가 위진오가 따라주는 술을 공손히 받았다. 그리고는 단숨에 마셨다. 위진오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 좋아. 오늘 내 기분이 좋구나.”

    강우에게 따라준 첫술에 기분이 좋아진 위진오였다. 중국인에게 술을 같이 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형님, 저도 한 잔 주시오.”

    “좋아.”

    위진오가 아버지의 잔도 따라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잔도 채웠다. 이윽고 술잔이 비워지자 위진오가 눈을 빛냈다.

    “그래, 이번에 들여오려는 미국산 식품이 뭐라고 했지?”

    “육가공품입니다.”

    위진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이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 사장에게 말해놓을 테니 걱정하지 말게. 그리고 내 후임으로 온 강 서기에게도 말해놓지.”

    “감사합니다.”

    “그래, 품목 리스트를 정리해서 진 사장에게 넘겨주도록 해.”

    “네, 형님.”

    위진오는 이미 중앙당으로 발령이 난 상태였다. 청도에는 새로운 서기관이 부임했다. 하지만 강 서기는 위진오의 라인에 있는 자였다. 위진오의 말을 안 들어 줄 이유가 없었다.

    ‘꽌시가 꽌시를 낳는다더니.’

    위진오가 씨익 웃었다.

    “그래, 강 서기하고도 내일 자리를 만들어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아버지가 계속해서 중국어를 쓰려 노력했다.

    “그보다 자네 중국어가 많이 늘었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위진오가 살짝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중국어가 공부한다고 단기간에 이렇게 늘 수 있는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아버지가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는 위스키병을 들었다.

    “이번에는 제가 축하주를 따르겠습니다.”

    “그래.”

    아버지가 잔을 채우며 축하를 건넸다.

    “중앙당으로 영전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고맙네. 이제는 정말 치열한 전쟁터에 뛰어든 느낌이야.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위진오가 살짝 섬뜩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중앙당은 성공의 척도였지만, 또한 복마전이기도 했다.

    “형님이라면 잘 해내실 겁니다.”

    “고맙군.”

    위진오가 강우를 바라보았다.

    “강우 네 조언 덕분에 내가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중앙당 진출이 빨라졌지. 고맙다.”

    “대부님이 잘되시면 저희도 좋습니다.”

    강우의 말에 위진오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 그리고 지난번에 나한테 제안한 거 말일세.”

    아버지가 눈을 빛냈다.

    “고추 종자 개량 말씀이십니까?”

    “그래, 바로 그거 말이지. 내가 제안을 할 게 있는데.”

    위진오가 부드럽게 웃었다. 강우와 아버지의 시선이 위진오를 향해 집중됐다. 위진오가 말을 이어갔다.

    “종자 개량 건으로 중국에 합작회사를 하나 세우고 싶은데 어떤가?”

    위진오의 말에 강우와 아버지의 얼굴이 환해졌다.

    “형님,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그래, 내가 투자자를 소개해주지. 아주 영향력 있는 사람이니까 알아두면 좋을 거야.”

    아버지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우도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합작회사라니···.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겠는걸.’

    기회의 땅이지만 또 위험이 도사리는 이곳이 중국이었다. 하지만 위진오의 위세를 업은 합작회사에는 걸림돌이 없을 것이었다.

    “아···. 그리고 말이야.”

    위진오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강우와 아버지가 다시 위진오를 바라보았다.

    “한국에 계신다던 어르신 말이지. 건강은 많이 회복하셨는지 모르겠군?”

    “제 아버님이요?”

    아버지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위진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르신을 꼭 뵈었으면 하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가능하시다면 중국에 초대하고 싶군.”

    강우와 아버지가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자 위진오가 말없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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