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4화 (54/402)

나는 이게 공부가 아니라 전쟁이거든.

위잉- 위잉-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선풍기가 얼굴을 좌우로 움직이고 있었다. 여름인데도 냉기를 살짝 머금은 좁은 방 안에는 강우와 남재식 그리고 신원주가 있었다.

-기우 자동차가 끝내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텔레비전에서는 게임이 아닌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벽에 기대있던 강우가 남재식과 신원주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정신없이 뉴스를 보고 있었다.

“강우야, 그러니까 이게 진짜 큰일이 난 거지?”

남재식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강우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큰일 났지. 벌써 부도난 기업들이 한두 개가 아니니까.”

“그런데, 우리 주변은 왜 이리 잠잠한 거냐?”

신원주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강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말을 마친 강우가 텔레비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1997년 7월이었다. 이미 동남아발 외환위기가 꿈틀대고 있었고, 환율은 계속해서 고개를 들고 있었다. 주식시장은 단기투자 자금으로 넘쳐났다.

‘하지만 여전히 언론은 계속해서 반대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웃기는 일이었다. 뉴스에서는 연신 기업부도 소식이 전해졌다. 또 반대로는 한국 경제는 기초가 튼튼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 했다. 심지어 경제를 연구한다던 지식인들조차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우리 아빠는 이대로 가다가 큰일이 난다고 하던데. 외환위기인가 뭔가가 온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다 우리 아빠 말을 무시하는 거 같더라고.”

“교수님의 말이 맞을 거야.”

신철민 교수는 외환위기를 점치고 있었다. 두터운 재계의 인맥으로 여러 곳에 한국 경제의 위기를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기업들은 자신들의 위기를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원래 진실은 불편한 법이니까.’

신철민 교수는 아버지를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고 들었다. 상념을 마친 강우가 남재식의 방으로 들어오는 문을 보며 말했다.

“춘배는 안 오려나.”

“오늘 집에 일 생겼다고 먼저 가던데.”

남재식의 말에 강우와 신원주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남재식이 말을 이어갔다.

“요즘 춘배가 힘이 통 없어 보이더라. 연기학원이 힘든 건지···.”

“그래? 연기 배우는 게 힘든가.”

“아니야. 올 초까지만 해도 아주 싱글벙글 이였어. 그런데 요즘 들어 갑자기 애가 힘이 없네.”

강우와 신원주는 3학년 1반이었다. 김춘배는 문과의 끝 쪽인 7반에 남재식은 바로 앞반인 6반이었다. 불과 복도 끝에서 끝이었지만, 마주치기가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원주야, 내일 학교 가면 춘배나 찾아가 보자.”

“그래. 좋은 생각이네.”

남재식이 말을 거들었다.

“그럼 내일 점심은 춘배네 반에서 모여 먹는 거로. 어때?”

강우와 신원주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대충 알겠다는 표현이었다.

“그런데 요즘 학원은 잘 다니냐?”

강우의 물음에 남재식이 씨익 웃었다.

“그럼 잘 다니고 있지. 이거 프로그래밍이라는 게 참 재밌네.”

남재식은 게임개발자가 되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물론 프로그래머가 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일본의 유명 게임 프로듀서의 말처럼 관련된 분야를 모두 접해볼 생각이었다.

“그래, 열심히 해라. 뭐든지 배워두면 도움이 되는 거지.”

강우의 말에 남재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슬쩍 컴퓨터로 다가가 전원을 켰다.

“이제 게임이나 할까?”

남재식의 말이 끝나자 신원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케이. 집에 가서 접속한다.”

신원주와 남재식은 요새 N사에서 출시한 온라인 게임에 푹 빠져있었다. 게임명은 일명 ‘바람의 왕국’이었다. 물론 그전에도 텍스트를 이용한 온라인 RPG 게임을 즐기던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N 사에서 출시한 온라인 게임은 충격 그 자체였다.

“강우 너도 오늘은 접속해봐.”

강우가 어깨를 으쓱하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별로 재미없는데.”

* * *

다음 날. 강우와 신원주가 퀭한 얼굴로 교실에 앉아있었다. 두 사람의 눈 밑에는 진한 다크써클이 있을 정도였다.

“아······.”

강우가 한숨을 뱉어냈다. 잠깐 접속한다는 게 꼴딱 밤을 새울뻔했다. 강용이가 그만하라고 제동을 걸어주지 않았다면 아침 해를 뜬눈으로 볼뻔했을 정도였다.

“나 좀 잔다. 담임 오면 깨워주라.”

신원주가 선수를 쳐 책상에 엎드렸다. 강우가 당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양 볼을 찰싹 때렸다.

드르륵.

교실 문이 열리고 담임이 들어왔다. 곧장 탁상으로 향한 담임이 손에 들린 기말고사 성적표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박강우.”

강우의 이름이 불리자 주변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강우가 담임의 앞으로 가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역시나 전교 1등이었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연정호가 한숨을 푹 쉬고 있었다.

“.....”

“.....”

강우와 연정호의 눈이 마주쳤다. 강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슬쩍 웃었다. 연정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다음은 연정호.”

연정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적표를 받으러 멀리 갈 것도 없었다. 탁상 앞이 바로 연정호의 자리였다. 연정호에게 성적표를 준 담임이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강우가 전교 1등 정호가 전교 2등이다. 선생님은 너희 둘이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계속 성적 유지해라.”

자신이 담임하는 반에서 전교 1, 2등이 나왔으니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은 바로 신원주였다.

“신원주.”

강우가 아차 싶었다. 잠든 신원주를 깨우는 것을 깜빡한 것이다. 담임이 다시 신원주를 불렀다.

“신원주!”

앞자리에 앉은 반 친구가 뒤를 돌아보더니, 신원주를 흔들어 깨웠다. 신원주가 벌떡 일어나더니 침을 스윽 닦았다.

“담임 왔냐?!”

반 친구들의 폭소가 터져 나왔다. 담임이 잠시 멍하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담임 왔다. 빨리 성적표나 받으러 나와.”

“아···. 네네!”

신원주가 앞으로 나와 성적표를 받았다. 신원주의 등수는 반에서 3등 그리고 전교에서 10등이었다. 담임이 손에 들린 나무막대로 신원주의 머리를 툭하고 쳤다.

“밤새워 공부하는 건 좋은데 다음 날 학교 수업도 생각해야지.”

“네···.”

진실과 다른 오해였다. 하지만 신원주는 멋쩍게 웃을 뿐이었다. 잠시 후 수업이 시작되고 한참이 지났다.

딩동. 딩동.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강우와 신원주가 도시락통을 챙겨 일어났다. 오늘은 김춘배의 반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었다.

“야야. 정호 좀 봐라. 또 저러고 있네.”

신원주가 연정호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강우가 연정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연정호는 빵과 우유를 먹으며 공부에 집중하고 있었다. 주변의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먹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원래 공붓벌레잖아.”

“아니 그래도 사람이 정도가 있지. 친구들이랑은 말도 잘 안 섞고. 쉬는 시간에도 참고서만 들여다보고. 너 그거 아냐? 애들 소문에 의하면 쟤는 화장실도 책을 들고 간다더라.”

강우가 말없이 웃었다. 신원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나 나처럼 할 거 하면서도 공부해도 충분한데 말이야. 꼭 저렇게 자신을 옭아매야 하는지 좀 답답하네.”

강우가 신원주의 어깨를 툭 하고 쳤다.

“자기 스타일이 있는 거지. 밥이나 먹으러 가자.”

신원주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교실을 나갔다. 그때, 연정호가 몸을 돌려 강우를 힐끗 바라보았다. 강우가 손을 들어주며 슬쩍 웃었다. 연정호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더니 다시 공부에 몰두했다.

* * *

드르륵.

강우와 신원주가 김춘배의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웅성거리던 교실의 시선이 일제히 강우를 향해 쏟아졌다.

“강우다.”

“강우야, 안녕?”

몇몇 아이들이 아는 척을 해왔다. 강우가 손을 들어 안면이 있는 친구들과 인사했다.

“강우야,”

남재식은 벌써 김춘배의 옆에 앉아있었다. 김춘배가 강우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여~ 전교 1등!”

강우와 신원주가 서로를 보며 의아해했다. 힘이 없기는커녕 평소보다 활기가 넘쳐 보이는 김춘배였다. 강우가 남재식을 바라보았다. 남재식이 자신도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요새 힘들어 보인다더니 멀쩡하구먼.”

강우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김춘배가 머리를 스윽 넘기며 입꼬리를 올렸다.

“스타가 되는 길은 멀고도 먼 거다. 약간 슬럼프였다고나 할까?”

“하하···.”

강우가 실소를 뱉어냈다. 신원주가 도시락을 올려놓더니 열심히 뚜껑을 열었다. 진한 고기 냄새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재식이가 너 힘들어 보인다고 해서 다들 걱정했는데.”

“맞아. 분명 저번 주까지만 해도 죽을상이었다고.”

남재식의 말에 김춘배가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걱정해주는 건 친구들밖에 없구나. 사실 집에 좀 일이 있긴 했다.”

강우와 친구들의 시선이 김춘배를 향했다. 그러자 김춘배가 손을 휘휘 저었다.

“별거 아니고. 그냥 아버지 공장 때문에 좀 집이 어수선했다.”

김춘배의 아버지는 백화점에 납품하는 의류 공장을 하고 있었다. 그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알짜배기 사업이라고 했었다.

“공장에?”

강우가 묘한 기분을 느끼며 물었다. 이 시기의 제조업이라면 매우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다.

“어, 우리 아빠가 백화점에 의류 납품하는 거 알지? 그런데 요즘 경기가 안 좋은지 납품량이 줄어서 좀 힘들어하셨거든. 그래서 요즘 직원 수도 줄이고 그랬었어. 덕분에 나랑 형이랑 공장 나가서 일을 도와드리느라 좀 피곤해 보였을 거다.”

말을 마친 김춘배가 입안 가득 음식을 욱여넣었다. 목표물은 신원주가 싸 온 고기반찬이었다. 신원주가 김춘배를 보며 실소를 흘렸다.

“다이어트 한다고 하지 않았냐?”

“아···. 몰라 오늘은 먹을래.”

김춘배가 두 눈을 감으며 입안 가득 고기의 맛을 음미했다. 남재식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제 공장일은 잘 풀린 거야?”

“어, 아버지가 얼마 전에 백화점 한 군데 연락이 왔다고 하시더라. 주문량도 엄청 많아서 다시 직원 수도 늘린다고 하시니까 이제 아버지 도와드리는 거에서는 해방이다.”

남재식의 얼굴에 안도감이 떠올랐다. 친구에게 별일이 없다 하니 안심이 되나 보다.

“이거 먹고 매점도 갈까? 내가 산다.”

남재식의 말에 김춘배가 씨익 웃으며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금세 걱정을 잊은 친구들이 왁자지껄 해졌다.

* * *

늦은 밤. 야자가 시작됐다. 강우와 신원주는 학교의 최상층에 있는 특별대입 준비반에서 공부 중이었다. 마치 독서실처럼 꾸며진 곳이었다. 이곳에는 문과 이과를 가리지 않고 전교 30등까지의 학생들이 모여있었다.

“.....”

“.....”

깊은 침묵 속에서 책장 넘기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대입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아이들의 눈에는 열의가 가득했다. 양서 고등학교는 최근 떠오르는 명문이었다. 강서구에 있었지만, 웬만한 강남의 고등학교보다 대학 진학률이 높았다.

‘더군다나 여기 있는 애들은 전부 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애들이다.’

물론 30명 모두가 서울대를 가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이 중에 반만 서울대를 가도 선생들은 만족할 것이다.

사각. 사각.

강우가 슬쩍 옆을 돌아보았다. 신원주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드르륵.

강우가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은 크게 나버린 의자 끌리는 소리에 주변의 시선이 확 쏟아졌다. 강우가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하며 밖으로 나왔다.

“아···. 힘드네.”

강우가 볼일을 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강철 체력인 강우였지만, 밤새 게임을 한 여파로 잠이 부족했다. 강우가 볼일을 마치고 옷매무새를 정리하던 순간이었다.

쏴아아.

변기가 있는 칸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강우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덜컥.

문이 열리고 나타난 인물에 강우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연정호가 한 손에 참고서를 든 채 화장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어···. 화장실 왔냐?”

연정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세면대로 향했다. 참고서를 옆구리에 낀 연정호가 물을 틀고는 세수를 벌컥벌컥했다. 강우가 손을 씻기 위해 연정호의 옆으로 갔다.

“공부하는 거 힘들지?”

연정호가 담담한 표정으로 답했다.

“별로.”

그리고 그 순간 강우의 팔이 연정호의 옆구리를 툭하고 건드렸다.

철퍼덕.

연정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참고서가 화장실 바닥에 떨어져 물에 젖어버리고 말았다. 강우가 깜짝 놀라 참고서를 집었다.

“아···. 미안.”

“하아···.”

연정호가 한숨을 쉬며 참고서를 가져갔다. 이미 물에 젖은 참고서는 더는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강우가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하다. 내가 새 걸로 하나 사줄게.”

연정호가 움찔하더니 순간 눈빛이 돌변했다. 울분이 담긴 목소리로 강우를 향해 말했다.

“너네는 좋겠네. 돈 걱정 없어서. 참고서쯤은 그냥 턱턱 사고 그치? 과외도 하고 학원도 다니지? 내 앞에서 공부 힘들다는 말은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나는 이게 공부가 아니라 전쟁이거든.”

그 말을 끝으로 연정호가 화장실을 나갔다. 혼자 남은 강우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 연정호의 얼굴에서 예전의 자신을 느꼈다.

‘절박함과 무력함이 담긴 그런 느낌···.’

그리고 그 느낌 때문일까? 눈앞으로 연정호에 대한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아···.’

연정호의 집은 매우 가난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홀로 삼 형제를 키우고 있었다. 연정호는 형제 중에 맏이였다.

‘자신이 성공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공부에 집착하는 거였어.’

어찌 보면 예전의 강우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연정호의 그런 가정상황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애초에 친구들과의 접점을 가지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하아···.’

강우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친구의 아픔을 건드린 미안함이 밀려 올라왔다. 강우가 거울을 보며 결심을 내렸다. 남의 어려움을 모르는 척하지 말라는 할아버지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사고를 쳤으니 내가 해결해야지 뭐···.’

강우가 품에서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화장실의 비어있는 칸으로 들어가 앉았다.

뚜르르. 뚜르르.

몇 번의 신호가 가더니 덜컥 연결됐다.

-여보세요?-

피곤함에 찌든 이재원의 목소리였다.

“형 저예요 강우.”

-강우냐? 무슨 일 있어?-

“일이 있는 건 아니고요. 형 내가 부탁 하나만 할게요.”

-오···. 웬일이나 네가 부탁을 다 하고.-

이재원의 목소리에서 피곤이 확 달아났다.

“장학생 한 명 키워볼 생각 없어요?”

-장학생?-

이재원이 무슨 소리냐는 듯 의아해했다. 강우가 말을 이어갔다.

“네, 저랑 같은 학교인데요. 집이 좀 어려워서 공부하는데 힘들어해요. 전교 2등 하는 친구인데요. 형네 회사에서 좀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아···. 그거라면 문제없지. 어차피 그룹 차원의 장학생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알았다. 내가 내일 당장 알아보마.-

“고마워요.”

-에이~ 고맙기는 무슨 네가 나한테 해준 게 얼만데.-

강우가 씨익 웃었다.

“네, 그러면 연락해주세요.”

-알겠다.-

툭.

전화를 끊은 강우가 핸드폰을 품에 넣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하하···.”

멋쩍은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눈앞으로 2학년 담임이었던 학생주임이 있었다.

“학교에 누가 핸드폰 가지고 다니랬어.”

“죄송합니다.”

강우가 핸드폰을 내밀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학생주임이 물끄러미 핸드폰을 바라보더니 씨익 웃었다.

“그래도 좋은 일 했으니 이번에는 못 본 거로 해주마.”

“아···. 감사합니다.”

강우가 핸드폰을 품에 넣었다.

“전원은 꺼라.”

“아. 네!”

강우가 핸드폰을 꺼내 전원을 껐다. 학생주임이 강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우야. 고맙다.”

그 말을 끝으로 학생주임이 화장실을 나갔다. 강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야자실로 돌아왔다. 힐끗 연정호의 자리를 보니 텅 비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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